Emperor of Demon Flames RAW novel - Chapter 38
마염의 황제 038화
검은 화염이 걷혔다. 하지만 마염의 인페르노에 휩싸인 아만다티움 골렘은 그을린 자국 하나 없이 멀쩡했다.
‘예상은 했지만 힘 빠지는군.’
로자리아는 가즈 블레이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시선을 느낀 가즈 블레이드가 까닥거렸다.
“응? 왜 그러냐?”
“아니야, 아무것도.”
역시 이 녀석에게 뭘 기대한다는 건 바보짓이겠지? 로자리아는 깨끗이 미련을 버렸다.
멀리서 골렘에 고전하는 일행을 보며 바르카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크큭. 마음껏 발버둥 쳐봐라. 그래봤자 너희에게 남은 미래는 절망뿐. 모든 것은 이 바르카드님의 뜻대로 될 것이다.”
바라카드는 해골 지팡이를 들어올리며 소리쳐 명령했다.
“자, 아만다티움 골렘들이여, 놈들을 끝장내는 거다!”
“우오오오!”
골렘들이 포효하며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레이센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위험한데.”
콰아아앙!
그때 요란한 폭음이 주위를 집어삼켰다. 바르카드와 로자리아 일행의 시선이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폭음은 검은 구가 있던 자리에서 터져나오고 있었다.
흩어지는 먼지 안에서 두 사람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행은 그들이 누군지 단숨에 알아보았다.
로자리아가 밝은 얼굴로 소리쳤다.
“이터!”
“뭐라고?”
먼지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터와 그에게 부축된 소류였다. 둘 다 아까의 승부에서 입었던 것 외의 상처는 없었다. 바르카드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내 초고열의 함정 속에서 무사했단 말인가? 그런 말도 안 되는!”
바르카드와 골렘이 주춤하는 사이에 일행이 이터에게 몰려왔다. 엘리스가 눈물을 글썽이며 이터에게 안겼다.
“이터 씨! 얼마나 걱정했다고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줄 알았어요.”
“걱정했다? 나를?”
고개를 끄덕이는 엘리스를 보며 이터는 싱긋 웃었다.
“고맙다, 엘리스.”
“아!”
또 한 방에 상기된 표정을 짓는 엘리스. 아마 저 엘프는 조만간에 엘프 홍당무가 되어버릴 거라고 생각하는 로자리아였다.
바닥에 소류를 앉힌 이터는 골렘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 녀석을 부탁한다.”
“이봐, 놈들은 강해. 자신은 있는 거야?”
그레이센의 말에 이터는 고개를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리고 이터는 골렘들의 한가운데로 나아갔다.
“흥. 어떻게 빠져나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쳐 있는 너 혼자서 이 대군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바르카드는 해골 지팡이를 들었다. 그러자 모래바닥에서 요마석을 박은 스켈레톤 나이트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튀어나온 100기의 스켈레톤 나이트들이 이터를 가운데에 두고 포위해 둘러쌌다.
그러나 이터는 그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리고 바르카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내 친구들을 건드리는 게 싫다. 그리고…….”
이터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재미있는 승부를 방해받는 건 정말 싫다!”
이터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 바르카드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큰소리치면 누가 겁먹을 줄 알았느냐. 가라! 놈을 짓밟아줘라!”
골렘과 스켈레톤 나이트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그들은 포위된 이터를 향해 일제히 공격을 날렸다.
투화아악!
“……?”
강한 충격에 얻어맞은 골렘의 몸체가 하늘을 날았다. 맨 앞에서 달려들던 스켈레톤 나이트 10여 기의 조각이 바닥을 굴렀다.
그러나 이터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었다. 아니,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아니, 어떻게 된 거지?”
바르카드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 되었다.
이터는 주위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각오해라. 단 한 놈도 놓치지 않을 거니까.”
“크크.”
바닥에 비스듬히 주저앉아 치료를 받고 있던 소류가 웃음을 터뜨렸다.
“바르카드, 네 녀석은 나를 쓰러뜨리려고 하다가 더 끔찍한 적을 끌어들였군.”
그야말로 최대의 천적을.
터엉!
이터의 주먹이 스켈레톤 나이트의 머리를 으깼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골렘의 주먹을 잡은 이터는 그대로 골렘의 팔을 비틀어 끊어버렸다. 그리고 뜯어낸 골렘의 팔을 휘둘러 스켈레톤 나이트들을 쓸어버렸다.
거대한 아만다티움의 팔에 얻어맞은 스켈레톤 나이트들은 형체도 없이 깨어졌다. 최고의 몽둥이가 따로 없었다.
“우오오!”
또 다른 골렘들이 이터를 덮쳤다. 이터는 다가온 스켈레톤의 머리를 발차기로 부숴버리고는 도약해 아만다티움 팔로 골렘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머리에 작렬한 아만다티움 팔은 산산조각이 나 흩어졌다.
콰직!
그만큼 충격도 대단했다. 전신을 뒤흔드는 충격에 주춤하는 골렘. 이터는 그의 머리를 잡고 그대로 바닥에 내리찍었다. 수배의 신장 차가 남에도 불구하고 골렘은 꼴사나운 모습으로 바닥에 처박히고 말았다.
“하앗!”
이터의 발차기에 얻어맞은 골렘의 몸체가 뒤로 나가떨어진다. 이터의 발경이 수십 구의 스켈레톤 나이트를 가루로 만들어 버린다.
적진 한가운데에 들어가 펼치는 환영잔상권이 그들의 눈을 교란시켰고 이어지는 극렬폭염장은 뼈밖에 남지 않은 스켈레톤 나이트들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기간틱 블레이드!”
끼익.
이터의 외침에 모래사장에 박혀 있던 대검이 뽑혀나왔다. 살아 있는 생물처럼 날아온 그것이 이터에 손에 쥐여졌다.
검을 잡은 이터는 그대로 크게 베었다. 이터를 덮치던 골렘 2기가 다리를 잃고 바닥을 굴렀다.
“지워라, 불. 부러져라, 천풍.”
쿠오오오!
이터가 검을 들어올리자 불꽃의 돌풍이 블레이드를 감싼다. 이터는 화염풍의 대검을 일자로 길게 내리그었다.
“폭마검(暴魔劍)!”
검기와 섞인 열풍이 모래사장 주위를 휩쓴다. 붉은 폭염의 바람이 스켈레톤 나이트, 골렘 할 것 없이 다 쓸어버렸다.
바르카드는 있는 힘을 다해 실드를 전개했다. 그렇지 못했다면 그 자신도 함께 휩쓸려 소멸해 버렸을 것이다.
폭마검의 열풍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바르카드 그뿐이었다.
이터가 기간틱 블레이드를 내리며 말했다.
“이젠 너 하나 남았다.”
일행은 환호했다.
“됐어, 끝났다.”
바르카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 있게 준비해 온 마지막 골렘 부대마저도 박살나 버렸다. 이제는 여기서 도망친다고 해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바르카드의 안광이 폭사했다.
“제대로 사고 한번 쳐주마.”
“……?”
그가 든 수정구슬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바르카드는 해골 지팡이를 바닥에 내리찍으며 명령했다.
“나와라, 잠들어 있는 최강의 골렘이여. 타이탄(Titan)!”
쿠르르르.
해변과 가까운 바다가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그리고 갈라진 바다 속에서 무언가가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순백으로 빛나는 몸체. 거대한 뿔이 달린 투구과 플레이트 형태의 갑옷. 그 크기는 아만다티움 골렘보다 두 배는 더 커 보였다.
마장기 타이탄. 그것의 이름이었다.
***
“타이탄이라고?”
지켜보고 있던 하네스가 책상을 내리쳤다.
“바르카드 놈, 제정신인가? 누구 허락을 받고 저런 걸 가지고 갔단 말이냐!”
이용자가 직접 탑승해 마력을 운용해서 구동하는 마장기, 타이탄. 그 완력은 아만다티움 골렘도 뛰어넘을 정도이며, 마법 무기까지 쓸 수 있는 궁극의 병기였다.
마음만 먹으면 실로 나라 하나의 병력과도 맞먹을 수 있는 것이 바로 타이탄이다. 그런데 그런 것을 저렇게 함부로 들고 나가다니.
“도대체 어떤 정신 나간 놈이 승인을 해준 거냐!”
그러나 하네스는 그 승인을 해준 이가 루시펠이라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
경악하는 것은 하네스뿐만이 아니었다. 로자리아 일행도 타이탄의 엄청난 위용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크, 크다.”
“후후, 각오해라. 이번에야말로 정말 네 녀석들의 최후의 순간이 될 테니까.”
바르카드는 허공에서 흐릿해지며 사라졌다. 다음 순간, 그는 타이탄의 조종석에 나타났다. 크고 작은 마법진으로 가득한 타이탄의 조종석에 앉은 바르카드는 자신의 마력을 타이탄의 몸체로 흘려보냈다. 그와 함께 타이탄의 눈에 붉은빛이 돌았다.
“온다!”
물살을 가르며 바다를 지나 모래사장 위로 순식간에 미끄러지듯 다가오는 타이탄의 기동력은 이미 다른 골렘들을 뛰어넘고 있었다.
타이탄의 주먹이 이터를 노리고 떨어졌다.
콰앙!
공격을 피한 이터는 빈틈이 생긴 타이탄의 육체를 기간틱 블레이드로 내리쳤다.
채앵!
“아니?”
로자리아 일행은 깜짝 놀랐다. 기간틱 블레이드를 정면으로 맞았는데도 타이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만다티움을 능가하는 방어력이란 말인가?
이터는 물러서며 불꽃을 날렸다.
“지워라, 불!”
콰앙!
불꽃은 타이탄의 몸에 정통으로 작렬했다. 하지만 잠시 주춤할 뿐, 타이탄의 몸체에는 작은 그을음 하나 남지 않았다.
“먹히지 않았어?”
[크크. 그래서야 파리라도 잡겠느냐? 진짜 불꽃이라는 건 이런 거다!]타이탄의 입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거대한 불꽃의 돌풍이 쏟아져 나왔다.
쿠오오오오오!
불꽃에 닿은 나무는 단숨에 재로 변하고 모래는 녹아버렸다.
“방어!”
콰아아아.
이터는 방어막을 펼쳐 불꽃을 막았다. 하지만 그 여파로 보호막과 함께 뒤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이터!”
[한 번에 모두 저세상으로 보내주지!]우우웅.
타이탄의 마력로가 격렬하게 돌아갔다. 덕분에 바르카드의 마력이 급격히 소모되고, 영혼의 베슬 또한 약해졌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놈들만 없애버릴 수 있다면 자신의 몸 따위야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
마력로로 모인 마력이 타이탄의 주먹을 감쌌다. 그리고 타이탄을 그것을 그대로 바닥에 내리찍었다.
콰아앙!
바닥에 주먹이 작렬하는 순간, 에너지가 폭발하면서 거대한 충격파를 일으켰다. 그것은 모래사장 안의 모든 것을 휩쓸어 버렸다.
숲은 박살나고 모래사장은 폐허가 되었다.
로자리아가 급하게 실드를 펼쳤지만 의미가 없었다. 일행은 그 위력에 휘말려 사방에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크윽!”
바닥에 쓰러져 거친 숨을 내쉬는 소류를 보며 바르카드는 웃었다.
[아직도 살아 있었나. 끈질긴 놈 같으니.]타이탄이 주먹을 들었다. 이대로 소류를 찍어버리려는 것이다.
그때, 내리치는 주먹에 강력한 무언가가 부딪혔다. 기간틱 블레이드를 든 이터였다.
[네 녀석?]“나와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타이탄에서 물러선 이터는 바닥에 내려섰다. 바르카드는 입술을 깨물었다. 정말 소류도 그렇고 이터라는 놈도 그렇고, 둘 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끈질긴 놈들이다.
[훗, 그래. 네놈들에게는 좀 더 지독한 절망감을 안겨주는 게 좋을 것 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