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of Demon Flames RAW novel - Chapter 39
마염의 황제 039화
타이탄은 일행에게서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섬 안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저 녀석 싸우다 말고 갑자기 어디로 가는 거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킨 소류는 눈을 크게 떴다. 저 방향은 마을이 있는 방향인데.
“설마 저 자식! 마을을?”
[크크크. 소류, 넌 이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싸운다고 했지? 잘 지켜보라고. 네 마을이 어떻게 사라지는지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게 해줄 테니까.]소류는 이를 악물고 일어났다.
‘안 돼. 마을에는 아직 티나와 다른 사람들이!’
그는 있는 힘을 다해 타이탄을 향해 달려들었다.
“멈춰!”
콰아아!
타이탄은 소류의 접근을 허락지 않고 화염을 내뿜었다. 엄청난 열기에 소류는 뒤로 튕겨날 수밖에 없었다.
“크윽!”
[지금의 넌 내 상대가 아니야. 가만히 거기 찌그러져서 구경이나 하시지.]“제기랄!”
타이탄은 계속해서 이동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 앞에 당도했다. 마을 안에 있던 호아족들은 지축을 흔들며 나타난 타이탄의 모습에 압도되어 도망칠 생각도 하지 못했다.
타이탄의 주먹에 아까처럼 마력로의 힘이 모여들었다. 충격파와 함께 마을을 완전히 쓸어버리려는 생각이었다.
“그만둬!”
멀리서 있는 힘을 다해 달려오는 소류. 하지만 창이 닿을 거리가 아니었다. 타이탄의 주먹이 움직였다.
[끝이다.]응?
바르카드는 눈을 가늘게 떴다. 주먹이 떨어지는 자리에 누군가가 있었다. 언제 나타났는지 이터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의 오른팔에는 타이탄 브레이커가 채워져 있었다.
[크큭. 뭐야, 네 녀석도 죽고 싶은 거냐? 그럼 사양 않고 함께 눌러주마!]콰아아!
타이탄의 주먹이 힘차게 떨어져 내린다. 거대한 주먹이 이터와 마을을 노렸다.
소류는 비명을 질렀다.
“안 돼!”
무서운 기세로 떨어지는 주먹을 마주한 이터. 그는 타이탄 브레이커를 찬 오른손 주먹을 뒤로 젖혔다.
[크하하! 그게 무슨 애들 장난감이냐.]강철주먹의 크기는 꽤 컸지만 타이탄의 주먹에 비해서는 애들 장난감과도 같았다. 그런 걸로 덤비다니 공포로 미쳐버리기라도 한 건가? 타이탄의 주먹이 무섭게 날아든다.
이터는 젖힌 주먹을 마주 내질렀다. 두 주먹이 격돌한다. 이터의 왼손이 눈부시게 빛난다.
쿠오오오!
주먹과 주먹이 마주한 자리에 돌풍이 일어난다. 그 충격파 속에서 타이탄 브레이커가 깨어져간다. 바르카드는 광소를 터뜨렸다.
[멍청한 놈. 마장기 타이탄의 주먹을 받아낼 수 있는 것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나의 승리다!]“말했다.”
이터가 눈을 가늘게 떴다.
“나는 내 힘을 믿는다고!”
콰지직!
순간 타이탄의 주먹이 깨져나간다. 돌풍이 그 사이를 비집었고 균열을 일으킨 팔은 그대로 으깨져 나갔다.
[아니?]튀어나와 있는 실린더가 들어가면서 충격파를 일으킨다. 충격파가 일으키는 용권풍이 깨어져 벌어진 타이탄의 몸체를 짓이기며 그대로 조종석까지 파고들었다. 그 투기의 바람에 휘말리며 바르카드는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말도 안 돼. 타이탄이… 마장기가 이렇게……!]이터가 답했다.
“이 무기 이름은 타이탄 브레이커(Titan Breaker)다.”
[그런…….]타이탄의 몸체가 균열을 버티지 못했다.
마력로가 폭주한 타이탄은 그대로 대폭발을 일으켰다.
콰앙!
“티나!”
엄청난 폭발이 마을을 휘감았다. 소류는 허탈한 얼굴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폭발에 휘말려 버렸다. 마을도, 마을 사람들도, 티나도… 그렇게 지키려고 했었는데 모두 끝나버렸다.
‘내가, 내가 좀 더 힘이 있었다면…….’
“오빠!”
“……?”
티나의 목소리. 소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폭발의 먼지가 걷혀가고 있었다. 걷힌 먼지 속으로 멀쩡한 마을과 마을을 지켜주는 커다란 보호막이 보였다.
폭발의 여파가 완전히 사라지자 보호막은 사라졌다. 마을도, 마을 사람들도 모두 무사했다. 티나가 달려와 소류의 품에 안겼다.
“티나!”
“이터 오빠가 우리를 지켜줬어.”
어느새 이터에 대한 호칭이 오빠로 바뀌어 있다.
소류에게 다가온 이터가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무사하다. 다행이다.”
“네 녀석에게 도와달라고 한 적 없어!”
소류는 쌀쌀맞은 얼굴로 고개를 홱 돌렸다. 소류가 화난 듯하자 티나는 지레 겁을 먹고 눈치를 살폈다.
“오빠…….”
“하지만 고맙다.”
등을 돌린 채로 소류가 말했다. 그리고 소류는 성큼성큼 마을로 돌아갔다. 이터는 웃으며 답했다.
“천만에.”
싸움은 끝났다. 마장기 타이탄은 바르카드와 함께 사라져 버렸고, 사람들과 이데아로크의 조각도 모두 무사했다.
사건은 종결되었다.
“아무래도 우리는 완전히 까먹은 것 같지?”
모래사장에 대자로 뻗은 로자리아가 입을 열었다. 곁에서 그레이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군.”
방금의 타격을 하도 크게 받아서 이터의 다른 일행은 움직일 힘도 남지 않았다. 그들은 그렇게 계속 모래사장에 누워 있었다. 엘리스는 울상을 지었다.
“히잉, 이터 씨. 빨리 구하러 와주세요.”
***
“마장기가…….”
하네스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수정구슬 너머로 보이는 것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정말 저게 사실인가? 지금 폭발해 버린 게 정말 마장기인가? 잘못 본 거 아냐?’
“이걸로 밝혀졌네. 이터라는 꼬마의 힘은 최소 마장기 급, 혹은 그 이상. 학습비가 꽤 지출되었지만 어쩔 수 없겠지.”
“크으! 용서 못 해. 바르카드, 이 빌어먹을 놈!”
루시펠은 날개를 펴고 하네스의 곁을 맴돌았다. 하네스는 당장이라도 펄쩍 뛸 것처럼 심각한데 그는 여전히 남 이야기하듯 짓궂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건 알게 됐고. 그럼 이제 남아 있는 마장기와 골렘들을 몽땅 모아 총력전?”
“그래, 아무래도 그래야…….”
말을 하던 하네스가 말을 멈췄다. 문득 그의 머릿속에 누군가가 떠올랐다.
“아직 있어.”
지금의 상황을 뒤집을 타개책이, 아직 남아 있는 카드가 하나 있었다.
하네스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래, 그 녀석을 쓰도록 하지.”
Chapter 2-5. 생체 병기, 바르엘
어두운 지하계단. 낡아빠진 벽에 걸린 깨진 램프는 꺼진 지 오래였다. 먼지가 수북하게 쌓인 나무문이 삐거덕거리는 소리를 토해 낸다.
그 사이로 누군가가 걸어 들어왔다. 하나는 덩치가 큰 어른, 하나는 어린아이. 앞에 선 어른이 횃불을 들고 어둠을 쫓아내었다. 낯선 방문객들의 등장에 박쥐들은 빛을 피해 날고 쥐들은 찍찍 소리를 내며 숨었다.
“우웩! 더러워. 지독한 악취네.”
박쥐 날개를 가진 소년이 한 손으로 코를 막고 인상을 찡그렸다. 그는 바로 꼬마 악마, 루시펠이었다.
“하네스… 대체 왜 이런 데로 데려온 거야?”
횃불을 들고 앞서가던 하네스 드라이엘이 대꾸했다.
“네가 궁금해하니까 데리고 온 것뿐이다. 싫으면 지금이라도 돌아가.”
“쳇. 쌀쌀맞긴.”
루시펠은 투덜거리면서도 하네스의 뒤를 따랐다. 이곳에 오기 전 하네스는 이터를 쓰러뜨릴 비장의 카드가 있다고 장담했다. 그런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루시펠이 아니었다. 그는 즉시 보고 싶다고 졸랐고 그래서 데려온 곳이 여기였다. 자기가 보여달라고 했으면서 이제 와서 그냥 돌아가기도 뭐했다.
‘빌어먹을 영감. 거짓말이면 당장 죽여버릴 줄 알아.’
다행히도 지하로 향하는 계단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음침한 계단이 끝난 자리에는 큰 통로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통로의 양 옆은 온갖 희귀한 실험 도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우와! 저건 살아 있네?”
녹색 용액으로 가득 찬 유리관 안에서 기괴하게 생긴 세포 덩어리가 꿈틀거렸다. 그런 것이 사방에 가득 차 있었다. 조금씩 모양은 달랐지만 모두 살아 있었다. 생명체였다.
“여긴 원래 우리 알 제라드의 주요 생체 실험실이었다. 흑마법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생명체들을 연구했지. 세포 조작, 유전자 변이, 합성……. 각고의 노력 끝에 당시 흑마법의 정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수준의 성과를 일궈낼 수 있었다.”
“이런 괴물들이? 취향들 독특하네.”
“아마 던전을 발굴하지 못했다면 아직도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을 거다. 던전의 지식을 얻은 뒤엔 무의미해졌기에 버려진 것들이지.”
그렇게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철문 하나가 나타났다. 문 안에 선 하네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던전의 지식에서도 찾지 못한 성과가 존재했다. 이 안에 들어 있는 게 바로 그것이지.”
“헤에, 이런 곳 안에?”
철문은 상당히 두껍고 견고한 재질로 만들어져 있었다. 커다란 자물쇠가 달린 두꺼운 쇠사슬이 문을 꽁꽁 묶어 봉인하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문에는 2중, 3중의 방어 주문이 걸려 있었다. 하나같이 최고위급 결계였다.
“꼼꼼히도 가둬놨네. 무슨 마나 핵폭탄이라도 숨겨둔 거야?”
“그 이상이지. 결계를 해제할 테니 물러서.”
최후의 결계가 풀리고 묶여 있던 쇠사슬들이 끊겨나간다. 그 모든 것이 끝난 뒤엔 두꺼운 철문 차례였다. 쇠가 긁히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이건……?”
요란하게 만들어둔 결계와는 어울리지 않게 방은 그리 넓지도, 좁지도 않는 크기였다. 그 방의 벽에는 무언가가 매달려 있었다. 결계 주문이 새겨진 수십 개의 쇠사슬로 온몸이 꽁꽁 묶인 갈색 머리의 사내다. 눈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눈가리개가 채워져 있었고 주위에는 묶여 있는 남자가 함부로 움직여 탈출하려 할 경우 방과 함께 날려버릴 폭발 마법의 마법진이 잔뜩 그려져 있었다. 게다가 그는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루시펠은 혀를 찼다.
“대체 이건 뭐기에 이렇게까지 한 거야?”
거꾸로 매달린 사내의 앞에 선 하네스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바르엘.”
“여! 하네스 드라이엘인가?”
거꾸로 묶인, 이름이 바르엘이라 불린 사내가 입을 열었다. 처해 있는 상황과는 다르게 그의 목소리에는 유쾌함마저 묻어났다.
“무슨 일이지? 네가 이 방을 찾을 일은 다시는 없을 줄 알았는데.”
“맡길 일이 있어 찾아왔다. 네가 해결해 줬으면 해서 말이야.”
“호오! 맡길 일이라.”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을 짓던 바르엘이 곧 물었다.
“강한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바르엘의 입가에 짧은 미소가 어렸다.
“네가 그런 말을 하다니 재미있군. 강적이란 말이지? 좋아, 아주 좋아. 맡아주도록 하지.”
하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바르엘의 주위에 펼쳐진 마법진과 결계를 풀었다. 쩔그렁 소리와 함께 무거운 쇠사슬들이 바닥을 굴렀다. 남은 것은 그의 목에 감긴 검은 철띠뿐이었다.
“흑마철은 내버려두겠다. 널 컨트롤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니까.”
“너를 해하려는 행동과 생각을 품으면 즉시 생명 활동을 멈추게 하는 장치 말이지? 걱정하지 마. 한두 번도 아닌데 새삼스러울 것도 없으니까. 하긴, 이게 없었다면 널 벌써 찢어죽였겠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