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of Demon Flames RAW novel - Chapter 4
마염의 황제 004화
로자리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잘못 들은 것이 아니다. 앵앵거리는 목소리는 검에게서 들려오고 있었다.
‘검이… 말을 해?’
“에고 소드?”
검은 퉁명스럽게 소리쳤다.
“보면 모르니? 하여간 촌것들은 개념이 없다니까. 쯧!”
버르장머리 없는 말투였지만 로자리아는 개의치 않았다. 그것보다, 눈앞의 검이 에고 소드라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호호호! 이게 웬 떡이야. 말하는 검이라니, 횡재잖아?”
이런 거라면 보석에 비할 바가 아니다. 자아를 가진 무기, 에고 웨폰. 돈뿐만이 아니라 연구적인 측면에서도 엄청난 값어치를 가지고 있다. 마법사인 그녀의 관심을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져간다. 영주가 눈치 채든 말든 상관없다. 그런 것 때문에 굴러 들어온 호박… 아니, 에고 소드를 차버릴 수 있겠는가. 로자리아는 기쁜 마음으로 검을 뽑으려 했다.
그녀가 하는 양을 가만히 지켜보던 이터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안 건드리는 게 좋다.”
“무슨 소리야. 너 에고 소드가 얼마나 나가는 건지는 알고 하는 소리야?”
이런 횡재를 건드리지 말라니?
“위험할지도 모른다.”
“호호, 그런 걱정할 필요 없어. 주위에다 방음 주문도 깔아놨고 마법 함정도 다 제거했다고. 이 검을 가져가는 건 아무도 모를걸?”
그렇게 말하며 로자리아는 다시 검 자루를 잡았다. 검이 또 발악했다.
“꺄아! 또 잡았어, 또 잡았어! 불결한 인간. 이 손을 놓지 않으면 가만히 안 둘 거야!”
마치 연검처럼 날을 비틀며 소리를 질러대니 제대로 잡고 있기도 힘들다. 로자리아는 싸늘한 표정으로 협박했다.
“너 자꾸 시끄럽게 주절거리면 용광로에다가 처넣어 버린다.”
“요, 용광로! 어떻게 그런 천박한 소릴! 꺄아! 누가 도와줘! 살려줘!”
“호호. 미안하지만 네 목소리를 듣고 달려올 사람은…….”
로자리아는 웃으면서 검 자루를 잡고 뽑아올렸다.
“아무도 없단다.”
쿠르르르.
로자리아가 검을 뽑기가 무섭게 동굴 전체를 흔드는 진동이 일어난다. 벽이 갈라지고 천장이 무너진다.
“뭐, 뭐야, 이건?”
“꺄아! 무너진다, 무너진다!”
갑자기 지진이라도 일어났나? 그러나 진동이 일어나는 이유는 그런 것 때문이 아니었다.
일어나고 있었다. 조용히 검을 지키며 잠들어 있던 거신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고, 골렘?”
이럴 수가. 저 거신상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골렘이었다는 건가?
물끄러미 골렘을 바라보던 이터가 말했다.
“말했잖아. 위험하다고.”
“그런 건 자세히 말해!”
아무리 들떠 있었다고는 해도 4서클 마스터인 자신이 느낄 수조차 없었다니. 상당한 수준의 고위 마법사가 공을 들여 준비해 둔 것이 분명했다. 예상 밖이다. 설마 하니 일개 영주의 보고를 지키기 위해 골렘을 들여놨을 줄이야.
‘이 검 때문인가?’
로자리아는 에고 소드를 바라보았다. 에고 소드의 값어치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은 알지만 고작 도난방지용으로 들여놓은 거라면 유지비가 상상을 초월하는 골렘은 초과 지출이다. 하긴, 언제부터 귀족들이 돈 걱정하면서 움직였겠어.
‘나도 지금 그런 걸 걱정할 때가 아니지.’
엄청난 방어력과 힘을 자랑하는 골렘. 그 힘은 기사 다섯을 능가하며 두꺼운 성벽을 넘어서는 방어력을 갖는다. 게다가 항마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어지간한 마법으로는 흠집도 낼 수 없다.
‘어떻게 하지?’
생각을 정리하기 전에 이터가 골렘을 향해 튀어나갔다.
“이터!”
로자리아는 깜짝 놀랐다.
‘저 꼬마가 무슨 무모한 짓을 하는 거야!’
그러나 그녀가 말리기도 전에 이터의 주먹과 골렘의 주먹이 서로 맞부딪혔다. 둘의 주먹이 부딪히는 충격파가 주변을 강하게 흔들었다.
콰아앙!
골렘의 몸이 휘청이며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이터는 그대로 튕겨나 벽에 처박혔다.
“이, 이런!”
힘에서 밀렸다.
‘바보같이. 앞뒤 안 가리고 뛰어드는 성격인 줄은 알았지만 골렘 같은 괴물을 상대로 정면에서 힘 대결을 펼치면 어떻게 해? 살아 있기는 한 걸까?’
그러나 그녀의 걱정은 벽의 잔해가 터지며 나타나는 이터의 모습으로 인해 기우로 판명되었다.
먼지로 온몸이 더러워져 있다는 걸 빼면 이터는 멀쩡했다.
“강하다.”
이터는 씨익 웃었다.
“강한 녀석. 마음에 든다.”
그와 함께 바닥을 박차고 골렘을 향해 뛰어나가는 이터. 로자리아는 멍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저렇게 처박혔는데도 멀쩡하다니.
“도대체 저 녀석의 몸 구조는 어떻게 된 거야?”
“우오오.”
골렘은 이터가 달려들자 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이터는 그 주먹을 비껴 피하며 팔 위로 뛰어올라 골렘의 얼굴을 후려갈겼다. 그 거대한 골렘이 이터의 주먹을 맞고 크게 휘청거렸다.
“우오오오오!”
몸을 바로 한 골렘이 이터를 향해 주먹을 내리찍었다. 바닥이 터져나갔지만 이터는 없었다. 이터는 이번에는 발로 골렘의 얼굴을 후려찼다.
다시 공격하는 골렘과 다시 피하면서 반격하는 이터. 치열하게 벌어지는 둘의 공방의 여파로 동굴 주변이 초토화되기 시작했다.
일방적으로 맞고 있지만 타격을 거의 받지 않은 골렘과 스피드로 압도하고 있는 이터. 둘의 승부는 대등했다.
‘아니, 대등한 게 아니야. 이터가 불리해.’
싸움은 힘과 스피드만으로 하는 게 아니다. 스태미나다. 언뜻 보면 둘의 승부가 대등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따져보면 아니다. 무한한 체력을 가진 골렘과 시간이 갈수록 스피드와 힘이 떨어질 이터의 대결은 결과적으로 이터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다. 지금은 이렇게 잘 피하고 있지만 만약 한 대라도 얻어맞게 된다면…….
막 무너지는 벽의 기둥 하나를 붙잡은 이터는 골렘의 주먹을 피하며 점프해 그대로 머리를 내리찍었다. 산산이 터져나가는 기둥. 그러나 골렘은 여전히 타격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공중에 떠 있는 이터의 빈틈을 노린 골렘의 주먹이 이터를 강타했다.
“이런, 이터!”
다행히 이터는 무사했다. 바닥에 처박히기는 했지만 다시 일어난 이터는 골렘과 격전을 계속했다. 언뜻 보면 아까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같이 보였다.
‘흐름이 미묘해.’
스피드는 그대로지만 공격의 날카로움이 다소 줄어들어 있다. 이터가 충격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것을 알아챈 로자리아는 다급해졌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지. 조금만 버텨보라고.”
위력이 엄청나서 어지간하면 이런 좁은 굴에서 쓰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저런 꼬마 혼자 저 괴물을 상대하고 있는데 이대로 가만히 구경만 하는 건 마녀의 자존심 문제였다.
로자리아는 수인을 맺으며 손끝에 마나를 돌렸다.
“어둠보다 깊은 골짜기의 주인이여, 마와 불꽃의 주인이여! 그대의 종이 간절히 청하니, 그 위대한 힘으로 내 적을 불살라주오.”
화르르!
가만히 보기만 해도 범상치 않은 검은 불꽃이 로자리아의 손에 맺혔다. 로자리아는 주문을 맺은 채로 타이밍을 지켜보았다. 마침내 이터가 골렘에게서 떨어지는 순간, 그녀는 마지막 인을 맺었다.
“마염의 인페르노!”
쿠오오오오!
골렘이 선 자리에 검은 육망성이 그려짐과 동시에 흑염의 불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그 위력은 너무나도 강해 흑빛의 돌풍으로 골렘을 집어삼킨 것도 모자라 천장까지 터뜨렸다. 폭발과 함께 무너진 천장의 바위들이 요란하게 무너져 내렸다.
검이 소리를 질렀다.
“꺄아! 내 몸에 먼지가 묻잖아!”
“넌 제발 좀 닥치고 있어.”
불길은 사라졌다. 로자리아는 연기가 걷히는 너머를 바라보았다. 뭔가가 움직이는 기척은 없다. 주문이 제대로 먹혀 들어간 것인가?
“……!”
쿠그그.
먼지가 확 걷히며 그 앞에 골렘이 나타났다. 왼쪽 어깨가 녹아 팔이 떨어져 나갔지만 아직 건재한 모습이다.
‘말도 안 돼. 마염의 인페르노를 어깨 하나를 내주고 막았다고?’
넓게 펼치면 성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릴 수도 있는 주문이다. 그런 걸 정면에서 버텨내다니. 정확히는 무너지는 천장의 바위들을 골렘이 방패로 삼았기 때문이지만. 그런 사실을 깨닫기도 전에 골렘의 오른쪽 주먹이 로자리아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텅!
그러나 골렘의 주먹은 로자리아에게 닿지 못했다. 바윗덩어리처럼 커다란 주먹을 이터가 양손으로 막았다.
“이터!”
이터는 그대로 힘겨루기를 하지 않았다. 골렘의 힘이 자신보다 더 세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그 힘을 그대로 이용하여 골렘을 들어 바닥에 메다꽂아 버렸다.
“우오오오!”
바닥에 처박혔지만 골렘은 금방 다시 일어났다. 충격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화를 돋운 것인지 골렘은 괴성을 지르며 포효했다. 아직도 힘이 넘치는 그 모습에 로자리아는 질렸다는 얼굴이었다.
“정말 진저리나는 녀석이군.”
그때 곁에 선 이터가 말했다.
“단검.”
“뭐?”
이터가 로자리아의 허리춤에 채워진 단검을 가리켰다.
“맨손으로는 안 된다. 무기가 필요하다. 줘.”
“이거? 하지만 이건 싸구려 호신용 단검이야. 이런 걸로 어떻게 하려고?”
“필요하다.”
말하는 동안에 다시 다가온 골렘이 주먹을 휘둘러댔다. 로자리아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단검을 풀어 이터에게 던졌다.
“우오오오!”
“…….”
허공에서 단검을 낚아챈 이터가 잔상을 일으키며 움직였다. 그 바람에 허공을 비켜 지르는 골렘. 그의 팔 위에 내려선 이터의 단검이 번쩍이며 움직였다.
쩌적!
마모되기 쉬운 암석들을 움직이기 쉽게 만들기 위해 삽입된 연질의 관절이 찢어졌다. 한번 찢어진 관절은 무거운 암석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끊어졌고, 골렘의 팔은 바닥에 처박혔다.
“우오?”
휘잉.
골렘이 자신의 몸에 이변이 생긴 것을 느끼는 순간, 바람처럼 움직인 이터의 손에서 단검이 빛을 토했다. 팔과 어깨, 다리, 목의 관절이 순식간에 찢어졌다. 사방을 울리는 타격음과 함께 몸체를 연결시켜 주는 라인이 사라진 골렘은 수개의 바윗덩어리로 갈라져 바닥에 처박혔다.
자욱이 일어난 먼지가 가라앉을 무렵 그 위로 이터가 내려섰다.
“콜록! 콜록! 이 먼지 좀 봐. 기관지 다 상하겠네.”
검이 투덜거렸지만 로자리아에겐 들리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경악한 눈으로 이터를 바라보았다.
‘꿈쩍도 하지 않는 골렘을… 단검 하나로 가지고 놀았어?’
엄청난 힘을 가진 고수들끼리의 싸움에서는 단검 하나도 결정적인 무기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골렘을 단검 하나로 잡았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다. 역시 이 꼬마는 괴물이다. 로자리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뭔가 온다.”
이터의 말 대로였다. 위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방금의 소동이 저택 안을 발칵 뒤집어놓았으리라.
“귀찮아지겠군. 서두르자.”
로자리아는 만약을 대비해 들고 들어온 고가의 순간이동 스크롤을 사용했다. 아깝기는 하지만 에고 소드를 손에 넣었으니 실보단 득이 많다. 일렁이는 빛이 로자리아 일행을 감쌌고 이내 지하보고에서 그들의 모습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