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of Demon Flames RAW novel - Chapter 43
마염의 황제 043화
“이 형님이 편히 쉬게 만들어주마.”
그리고 주먹은 작렬했다.
퍼억!
“음?”
바르엘은 미간을 좁혔다. 누군가가 자신의 주먹을 한 손으로 막고 있었다. 이터였다. 이터는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너, 기분 나쁘다.”
꾸욱.
바르엘의 주먹을 움켜쥔 이터는 그대로 팔을 잡아 있는 힘껏 내던졌다. 날아간 바르엘은 공중에서 회전하며 균형을 잡고 바닥에 내려섰다. 그의 눈이 놀라움과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
‘내 주먹을 아무렇지도 않게 잡아내다니?’
“이 녀석은?”
얼굴이 낯이 익다. 바르엘은 단번에 상대의 정체를 파악했다.
“이터! 그렇군. 네가 바로 하네스가 말한 강하다는 녀석이구나.”
‘이터를 알고 있어?’
동시에 일행 역시 바르엘의 정체를 파악했다. 이터를 노리고 올 만한 작자들이라면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알 제라드!”
이터를 마주한 하네스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상대에게서 느껴지는 압박만으로도 어느 정도 경지인지 짐작할 수 있다. 하네스의 말은 틀리지 않다. 이놈은 진짜다.
“잘됐군. 소류라는 놈이랑 붙어보고 하네스 놈이 헛소리를 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네 녀석이라면 좀 더 재밌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걸.”
“엘리스.”
이터는 하네스를 마주한 채로 시선을 돌리지 않으며 엘리스를 불렀다.
“소류는 아직 죽지 않았다. 치료를 부탁한다.”
“네!”
그레이센 들과 함께 황급히 소류를 수습해 온 엘리스. 그녀의 치료 주문 화이트 윈드가 소류의 몸을 치유하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자다 폭음에 깬 마을 사람들이 몰려나왔다.
“무슨 일이야? 방금 엄청난 폭발 같은 게 있었던 거 같은데.”
“분명히 불기둥 같은 걸 봤는데.”
이터는 시끄러워지는 주변을 힐끔 보며 말했다.
“여기는 싸우기 좋지 않다. 장소를 옮기자.”
“그렇지. 확실히 주변에 거치적거리는 것들이 있으면 싸우기 피곤하긴 하니까.”
바르엘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근데 싫어. 왜냐고? 난 악당이니까.”
“……!”
바르엘이 무섭게 도약하며 거리를 좁혔다. 그의 주먹이 이터의 인중을 노리고 쏘아져 나갔다.
이터가 그 주먹을 마주쳤다. 두 개의 주먹이 격돌하며 풍압을 일으킨다.
파핫!
“하앗!”
“하!”
부딪힘과 동시에 물러난 둘은 그 반동을 이용해 그대로 서로가 서로를 향해 돌려찼다. 이번에도 둘의 발차기는 X자를 그리며 정통으로 맞부딪혔다. 휘몰아치는 기가 주변을 휩쓸어 버린다.
“히, 히익!”
“위험해!”
본능적으로 살벌함을 느낀 마을 사람들은 허둥지둥 달아나기 시작했다.
“소환, 기간틱 블레이드(Gigantic Blade).”
이터는 철대검을 꺼내 들었다. 바르엘도 이터널 소드를 꺼내 응수했다.
카앙!
두 개의 검이 격렬하게 부딪혔다. 기와 기의 충돌. 거대한 기의 돌풍이 주위에 몰아쳤다. 마을 사람들과 로자리아 일행은 그 힘의 충돌에 쓸려가지 않기 위해 애써야 했다.
“이터, 살살 좀 해!”
하지만 오직 한 사람, 이터와 검을 맞댄 바르엘만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얼굴이었다. 그는 연신 감탄사를 터뜨리며 외쳤다.
“이거 멋진데! 생각했던 이상인걸. 마음에 들었어!”
촤아악!
바르엘이 일자로 검을 쳐올리자 예리한 검기가 바닥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이터는 기간틱 블레이드를 돌려서 검기를 쳐냈다. 튕겨나간 검기가 건물과 부딪히며 폭발한다. 무너지는 잔해가 사람들을 덮쳤다.
콰쾅!
“큭.”
이터는 재빨리 떨어지는 잔해를 향해 몸을 날렸다. 왼손에 빛이 맺히고 철벽의 보호막이 이터와 마을 사람들을 감쌌다.
“그런 녀석들 신경 쓰면서 싸울 여유가 있니?”
“……!”
보호막을 거두는 순간 눈앞에 나타난 바르엘이 이터를 올려찼다. 허공으로 튕겨나가는 이터. 신형을 전개한 바르엘은 그 위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하늘로 치켜 든 이터널 소드가 이터를 반으로 갈랐다.
촤아악!
“……?”
이터를 벤 바르엘은 멈칫했다. 반으로 갈라버린 이터가 흐릿해지고 있었다. 동시에 머리 위에서 섬뜩함이 느껴진다.
“여기다.”
“……!”
퍼억!
이터의 팔꿈치가 바르엘의 머리에 작렬했다. 엄청난 충격과 함께 바르엘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떨어지는 위치에는 언제 이동했는지 이터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떨어지는 바르엘을 그대로 돌려찼다. 바르엘은 건물 다섯 채를 꿰뚫고 나가 처박혔다.
“해치웠나?”
이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 정도에 쓰러질 놈이 아니다.”
이터의 말 대로였다. 박살난 잔해들이 터져나가며 바르엘이 걸어나왔다. 먼지와 자잘한 상처들로 더러워졌지만 제대로 된 충격은 받지 않았다.
그는 말없이 엄지로 입가를 닦아냈다. 피가 묻은 손가락을 확인한 그는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정말 재미있군. 오랜만에 느껴보는 짜릿함인걸.”
이터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
“난 재미없다.”
“큭, 그래? 실례했군.”
우우우우…….
일어선 바르엘의 몸에서 묘한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주변에 낮게 불던 바람이 멈췄다. 로자리아는 불길함을 느꼈다.
‘뭐지?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이 기분은?’
“그렇다면 실례한 것을 사과하는 의미로 내 진짜 실력을 보여주도록 하지.”
바르엘의 내부에 존재하는 마나의 동력로가 기동한다. 폭발하듯 솟아나는 거대한 마나가 열기가 되어 뿜어져 나온다. 그것을 느낀 로자리아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어, 엄청난 마력이야!”
“이상해요.”
엘리스였다. 그녀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바르엘을 바라보았다.
“이건, 이건 자연에서 빌려오는 마나의 힘이 아니에요.”
“뭐?”
타오르는 열기가 이터널 소드에 맺힌다. 붉은 불꽃의 마나가 블레이드의 형상으로 변한다. 바르엘은 붉게 빛나는 적염의 블레이드로 이터를 겨누며 말했다.
“인피니티 오라 블레이드(Infinity Aura Blade)라고 한다. 자잘한 기술 설명 같은 건 필요없겠지?”
인피니티 오라 블레이드.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다.
‘아니, 그것보다… 오라 블레이드라고?’
일행은 당황했다. 검의 극의에 다다른 마스터만이 쓸 수 있다고 하는 오라 블레이드다. 오라가 맺힌 검은 신들의 금속이라는 오리하르콘마저 벨 수 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상대는 그 오라 블레이드를 쓸 수 있다는 건가?
‘사실이라면 말려야 해. 아무리 이터라도 오라를 맺는 마스터와 정면대결은 위험하다고.’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 뭐 하는가. 오라는 닿는 순간, 모든 것을 베어버리는데. 그냥 맞서싸우면 이터가 불리한 것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터는 태연했다. 오히려 검을 들어 맞서싸울 기세였다.
“그만둬, 이터. 무리야!”
“네가 오라 블레이드를 쓴다면…….”
이터의 왼손이 환하게 물들었다. 그리고 돌풍처럼 일어난 백색의 마나가 검신을 휘감고는 블레이드의 형상으로 변화했다. 2m의 대검을 뒤덮은 순백의 오라. 이터는 새하얗게 빛나는 기간틱 블레이드를 겨누며 말했다.
“나도 쓴다.”
“오, 오라 블레이드를 만들었어?”
로자리아는 경악했다. 이터가 힘도 세고 기술도 좋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라 블레이드까지 사용할 수 있는 깊이였단 말인가.
사실 이터는 예전 엘데라드 숲을 향하는 여정에서 이미 오라 블레이드를 손에 넣었지만, 그 진면목을 제대로 발휘할 상대를 만나지 못했기에 비로소 지금에서야 펼쳐 보인 것이다.
그레이센 역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 꼬마가 마스터라니.’
막강한 왕국에도 하나 있을까 말까 한 소드 마스터 둘이 한자리에서 승부를 펼친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두려움이 더 컸다. 나중에 이터 들이 이데아로크의 조각을 모두 모았을 때 자신이 과연 빼앗을 수 있을까? 디센트 프럼 헤븐의 힘을 쓴다고 해도 상대가 마스터라면 점칠 수 없다.
“호오.”
이터의 오라 블레이드를 보며 바르엘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것까지는 나도 예상 밖이로군. 설마 오라 블레이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적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그것도 순백의 오라라. 바르엘은 미소 지었다.
“크크크. 좋아. 약해빠진 적 따윌 쓰러뜨려 봤자 재미없지. 난 너랑 즐기러 왔으니까 즐겁게 해다오, 꼬마야!”
바르엘이 이터널 소드를 휘둘렀다. 그의 검에서 패도적인 오라가 대지를 가르며 뻗어나간다. 실로 엄청난 파괴력이다.
이터는 피하지 않고 마주 휘둘렀다. 두 개의 오라가 정면으로 충돌하며 부딪힌다. 격렬하게 부딪힌 오라는 서로가 서로를 튕기며 건물에 부딪혀 폭발했다.
콰쾅!
‘위력은 막상막하인가.’
이터가 옆에서 파고 들어왔다. 그의 왼손에서 붉은 불꽃이 터져나왔다.
“지워라, 불!”
거세게 뻗어나가는 불꽃. 그러나 바르엘은 코웃음 치며 검을 휘둘렀다. 이터의 불꽃은 오라 블레이드의 열기 속에 빨려 들어가 버렸다.
“멍청한 녀석. 이 오라 블레이드의 속성이 불꽃이라는 걸 잊었나?”
바르엘이 검을 돌려 뻗었다. 그러자 블레이드 안으로 빨려 들어간 불꽃이 이터에게 도로 날아갔다. 처음보다 두 배는 더 커진 불꽃이다.
이터는 오라 블레이드로 불꽃을 갈라버렸다.
그 순간 바르엘이 시야에서 사라져 있었다.
“……?”
“옆구리가 비었다고.”
어느 틈에 접근한 바르엘이 이터의 옆을 점하고 치고 들어온다.
이터는 검을 거꾸로 바닥에 박아넣으며 바르엘의 검을 막았다.
요란하게 불똥을 튀기며 두 검이 마주하는 순간, 이터는 양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잡고 몸을 띄워 바르엘의 뺨을 후려갈겼다.
“큭!”
충격을 받은 바르엘이 주춤했다. 이터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하늘로 치켜진 기간틱 블레이드가 바르엘의 머리로 떨어져 내렸다.
카아앙!
간발의 차이로 막는 바르엘. 그의 머리 위에서 두 개의 검이 으르렁거린다.
바르엘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쉽군. 내 머리를 베기엔 좀 모자랐던 모양이네.”
“아니.”
이터는 검을 맞댄 자세 그대로 무구를 소환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소환, 타이탄 브레이커(Titan Breaker).
휘이잉!
소환의 빛과 함께 이터의 오른팔에 두꺼운 타이탄 브레이커가 장착되었다. 동시에 거대한 힘이 바르엘을 짓누른다. 이터의 기간틱 블레이드에 타이탄 브레이커의 완력이 더해진 것이다.
합해진 두 개의 힘이 태산처럼 바르엘을 찍어내렸다. 그 힘의 파도에 바르엘은 하마터면 무릎을 꿇을 뻔했다.
‘내가 힘에서 밀려?’
대단하다. 바르엘은 자신의 몸을 짜릿하게 뒤흔드는 전율에 미소 지었다. 소드 마스터를 몇 번 상대해 본 적은 있지만 인피니티 오라 블레이드를 꺼낸 자신을 당해 내는 놈은 없었다. 그런데 겨루는 정도가 아니라 밀어붙이다니.
이 녀석은 특별하다. 독특한 맛이 있다.
바르엘은 왼손에 열기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