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of Demon Flames RAW novel - Chapter 49
마염의 황제 049화
“제법 거칠게 나오는데!”
이번에는 바르엘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그것은 이터의 인중에 정확히 작렬했다.
쩌엉!
“이터!”
“……?”
주먹은 제대로 맞았다. 그런데 이터는 튕겨나지도 휘청거리지도 않았다. 제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고통스러운 표정이나 상처도 없었다.
“끝이냐?”
“……!”
뻐억!
복부가 폭발하는 충격과 함께 바르엘의 몸이 붕 떴다. 고통을 참지 못한 바르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터는 그 얼굴을 잡고 그대로 땅에 처박았다.
쿠웅!
“크윽!”
바닥을 박차고 일어난 바르엘이 뒤로 물러났다. 몸에 남은 충격을 느끼며 그는 히죽 웃었다.
“그래, 이거야. 이 짜릿함. 바로 내가 기다리던…….”
콰앙!
바르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가온 이터가 그의 얼굴을 붙잡고 몸뚱이째 커다란 나무에 찍어버렸다. 그는 바르엘의 얼굴을 쥔 채로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너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다. 그게 뭔지 아나?”
이터의 얼굴이 무섭게 변한다.
“바로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우드득.
이터가 바르엘의 머리를 당장에라도 깨부술 것처럼 움켜쥐었다. 바르엘은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크악!”
바르엘은 있는 힘을 다해 이터의 손을 쳐내며 물러났다. 조금만 늦었어도 머리통이 날아갔으리라.
“이 개자식이 감히!”
콰아아!
바르엘이 손에 불길을 모았다.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불꽃이 거대한 폭염의 덩어리로 변해 갔다.
“평범한 폭염구라고 생각하지 마라. 이 몸의 끓어오르는 마나를 한 점에 집중해서 만든 녀석이니 말이다!”
마나 에너지로 가득 차 폭발할 듯 열기를 뿜어내는 불덩어리. 그건 7서클의 대폭렬 주문과도 맞먹는 위력을 갖는다. 바르엘은 그것을 이터를 향해 날렸다.
“피할 테면 피해 봐. 네가 피하는 순간, 잿더미가 되는 것은 네 동료들일 테니까!”
불덩어리와 일행은 일직선상 거리에 있었다. 엘리스가 당황하며 외쳤다.
“우린 괜찮아요. 피해요, 이터 씨!”
가즈 블레이드가 날을 비틀며 소리쳤다.
“미쳤니? 난 안 괜찮아!”
거대한 폭염 덩어리가 날아들었지만 동료들 때문인지 이터는 피하지 않았다. 바르엘은 미소 지었다.
‘멍청한 놈. 한 번 당해 놓고도 또 같은 수법에 걸려들다니.’
이터는 다가오는 폭염 덩어리를 향해 왼손을 들었다. 그리고 가볍게 옆으로 쳐냈다.
“……?”
콰아앙!
튕겨나간 거대한 불꽃이 폭발하며 숲을 휩쓴다. 엘리스는 급하게 실프를 소환해 불길을 잡았다.
하지만 바르엘은 그런 것에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한 손으로 튕겨냈어?’
화려한 방어 주문이나 오라 블레이드로 튕겨냈어도 놀랄 판이다. 그런데 한 손이라니…….
할말을 잃어버린 바르엘을 보며 이터가 말했다.
“갑자기 조용해졌군. 왜 그러지? 웃어봐, 바르엘.”
퍼억!
이터가 바르엘의 가슴을 강하게 후려찼다. 바르엘은 다섯 그루나 되는 나무를 뚫고 지나간 뒤에야 겨우 멈춰설 수 있었다.
“큭!”
이터가 다가왔다. 한 걸음씩 천천히.
바르엘은 핏대를 세우며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미친 듯이 만들어낸 폭염구가 이터를 향해 날아들었다. 연이어 계속되는 폭발이 주위를 휩쓸었다.
콰콰쾅! 쾅! 쾅쾅!
“…….”
바르엘은 식은땀을 흘렸다. 폭염의 구름 사이로 걸어나오는 이터는 먼지 하나 묻지 않았다. 이터는 계속 걸음을 옮겼다.
당황한 바르엘은 이터널 소드를 뽑아 들었다. 인피니티 오라 블레이드를 맺은 그는 미친 듯이 검기를 날렸다.
“죽어라!”
콰앙! 콰앙! 콰아앙!
오라 블레이드가 이터와 부딪히면서 폭발을 일으켰다. 일어나는 불길을 보며 바르엘은 미소를 지었다. 정통으로 맞았다. 무사할 수 있을 리가…….
“……!”
걷혀가는 불길 속에서 이터가 나왔다. 이터는 여전히 먼지 하나 묻지 않았다.
바르엘은 경악했다. 인피니티 오라 블레이드를 맨몸으로 받아냈단 말인가!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
인피니티 오라 블레이드는 소드 마스터의 오라 블레이드조차 뛰어넘는다. 아만다티움조차 두부처럼 잘라버리는 검기를 맨몸으로 받아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이터는 걸음을 옮겼다. 바르엘은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발악에 가까운 외침. 인피니티 오라 블레이드가 만드는 열풍이 주위를 휩쓴다. 그러나 이터는 털끝만큼도 상처 입지 않았다.
마침내 이터가 바르엘의 코앞으로 다가왔다.
“인피니티 오라 블레이드라는 것도 형편없군.”
“으, 으으…….”
자신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이런 게 공포라는 건가? 한 번도 맛본 적이 없는 감정이었다.
바르엘은 비명과도 같은 외침을 내지르며 인피니티 오라 블레이드를 내리그었다.
“빌어먹을!”
“소환, 기간틱 블레이드.”
카아아앙!
날카로운 쇠 마찰음이 숲 속에 울려퍼진다. 부러진 검날이 하늘로 튀어올랐다 떨어진다. 이터널 소드의 파편이다.
반쯤 잘려나간 검날을 보며 바르엘은 말을 잃었다.
‘인피니티 오라 블레이드가 깨어졌다?’
이터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기간틱 블레이드를 움켜쥐었다. 바르엘의 귓가에 이터의 싸늘한 목소리가 닿았다.
“끝이다.”
쿠아아아!
거친 바람이 몰아친다. 그 바람 속에 자리한 이글거리는 불꽃. 순백의 오라가 두 힘을 하나로 묶는다.
붉은 돌풍이 오라가 되어 휘몰아친다. 그 바람은 바르엘의 몸을 휘감아 그대로 하늘에 묶어버렸다.
“으… 으윽!”
이터는 천천히 기간틱 블레이드를 치켜 들었다.
“지워라, 불[炎]. 부러져라, 천풍(天風).”
고오오.
대기가 가라앉는다. 주변의 소음들도 사라진다. 정적의 공간. 그 안에서 이터는 땅을 박차고 올랐다. 검신을 두른 마나가 폭발적으로 터져나간다. 그것은 인피니티 오라 블레이드마저도 초월하는 빛이었다.
이름하여…….
“진폭마검(眞爆魔劍)!”
그리고 이터는 그 빛으로 바르엘을 베었다. 검기와 함께 갈라진 폭염과 돌풍이 바르엘의 몸을 휩쓸어 버렸다.
콰아아아!
“크아아악!”
갈기갈기 찢어진 바르엘이 바닥에 처박혔다. 그의 몸은 엉망진창이었다. 이미 팔과 다리는 형체도 없었다. 살아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크윽. 컥! 큭. 이런 빌어먹… 큭.”
피를 토하는 바르엘. 바닥에 내려선 이터가 무표정한 얼굴로 내려다보았다.
“네 패배다.”
“이터가 이겼어.”
압도적으로 전개된 승부. 그 가공할 광경에 일행은 싸움이 끝났는데도 한참을 그렇게 멍히 바라보고 있었다.
***
“뭐야, 안 진다더니 완전히 걸레가 되어버렸잖아?”
수정구슬로 상황을 보고 있던 루시펠은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비슷하게 싸우기라도 했으면 말도 하지 않는다. 이건 완전히 압도적으로 밀려버렸다. 하네스로서도 그것은 의외였다.
‘인피니티 오라 블레이드까지 먹히지 않다니. 설마 이터란 놈의 힘이 이 정도나 대단했던 것인가?’
하지만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여기까지다. 아직 비장의 수는 남아 있었다. 승리는 자신들의 것이다.
***
“큭큭. 큭큭큭.”
바닥에 드러누운 바르엘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터가 눈살을 찌푸렸다.
“왜 웃지?”
“왜 웃냐고?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생각하니 재미있어서 말이야.”
쿠우우…….
바르엘의 몸 주위로 거대한 열기가 치솟았다. 내부에서 만들어내는 인공 마나. 하지만 아까와는 종류가 다른 것이었다. 그것을 가장 먼저 눈치 챈 것은 이터였다.
“마나를 폭주시키고 있군. 자폭할 생각인가?”
“뭐?”
이터의 말에 일행은 놀랐다. 난데없이 자폭이라니? 바르엘은 그런 일행의 모습을 보면서 키득거렸다.
“눈치 챘나? 크크, 나는 원래 결전 병기. 알 제라드 최후의 카드 같은 존재다. 그런데 패배하면 그냥 끝나게 내버려두겠어? 패배한다면, 파괴당한다면 자신도 내부의 폭탄을 터뜨려 상대까지 함께 파괴한다. 그게 알 제라드의 결전 병기, 바르엘이다.”
***
“그래.”
하네스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마나의 동력로는 무한의 마나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그 힘을 거꾸로 해 폭주시키면 가공할 만한 폭탄으로 변하기도 한다. 바르엘의 마나동력로라면 반경 1km 안의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수 있지.”
“헤에, 숨겨둔 수가 이거였던 거야?”
승부가 끝난 순간, 이터는 상대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게 된다. 어떤 능력을 가진 놈이라고 해도 순간적으로 1km의 폭발 반경을 벗어날 수는 없다. 하네스는 미소 지었다.
“이걸로 놈들은 끝이다.”
***
우우우우.
바르엘의 몸이 환하게 빛나며 휘몰아치는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폭발의 때가 다가오는 것이다.
“위험해요, 어떻게든 막지 않으면!”
엘리스가 정령의 힘을 빌리려 하자 바르엘은 킥킥 웃으며 말했다.
“참고로, 지금 건드려서 제거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엘프 아가씨. 지금 내 동력로는 폭주하고 있으니까. 지금 건드리면 바로 뻥! 모두 저세상행이지.”
“그, 그런!”
“의심나면 한번 건드려봐. 뒷일은 책임지지 못하지만. 크크크.”
1km의 폭발 반경. 거기다 건드리면 폭발한다니.
가즈 블레이드가 비명을 질렀다.
“꺄아! 싫어. 내 아름다운 블레이드가 시커멓게 그을린다니 그건 너무 끔찍해!”
“큭, 아무런 방법이 없단 말인가?”
로자리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마력만 남아 있었다면 디멘전 익스펠로 녀석을 날려버릴 수 있을 텐데.’
하지만 그 정도의 마나를 회복할 시간은 없었다. 바르엘의 몸은 당장에라도 폭발할 듯했다.
바르엘은 광소를 터뜨렸다.
“자아, 함께 가자. 모두 저세상 길동무로 삼아주마. 크하하하하하하!”
“그러니까.”
폭발 직전의 순간, 이터가 입을 열었다.
“1km만 떨어지면 된다는 거지?”
“뭐?”
파아앗!
환하게 펼쳐진 순백의 빛이 바르엘을 감쌌다. 빛은 바르엘을 중심으로 주위의 공간을 옭아매며 빛의 구로 변했다. 허공으로 떠오르는 빛의 구. 그제야 바르엘은 이터가 뭘 하려는지 깨달았다.
“서, 설마 네 녀석?”
“넌 정말 나쁜 놈이야. 그러니까 이제 그만 사라져라, 바르엘.”
그리고 이터는 빛의 구를 그대로 올려차 버렸다.
하네스는 경악했다.
“뭐라고?”
뻥!
무서운 속도로 하늘로 치솟는 빛의 구. 빛이 하늘 너머로 사라지는 데 1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뒤이어 하늘이 번쩍하며 마치 번개가 치는 듯한 우렁찬 폭음이 주위를 뒤흔들었다. 바닥이 흔들리고 나무가 휘청거렸다.
한참 동안 후폭풍이 몰아친 뒤에야 주위가 잠잠해졌다.
바르엘은 완전히 소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