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of Demon Flames RAW novel - Chapter 55
마염의 황제 055화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먼지를 마시며 하네스는 기침을 토했다. 요란하게 땅을 흔들던 진동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하네스는 아직도 폭발의 열기가 느껴지는 주위를 보며 입을 열었다.
“특별히 대단한 주문을 사용한 것은 아니야. 모아둔 마나 그 자체만 폭발시켰는데 이 정도의 파괴력이다.”
가공할 만한 위력의 비결은 한 가지, 바로 그가 쥐고 있는 악령의 지팡이, 솔 이터가 마나를 폭발적으로 증폭시켜 주기 때문이다. 나이트 데몬의 단단한 육체라고 해도 이 폭발 앞에서는 견디지 못한다. 하물며 인간인 이터야 오죽하겠는가. 하네스는 걷혀가는 먼지를 보며 미소 지었다.
“어떠냐? 다크 익스플로전의 맛은?”
먼지가 걷히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폐허가 된 정원이었다. 방금의 일격으로 사당 앞 정원의 6할이 날아가 버렸다. 박살이 난 바닥 아래로 찢어진 나이트 데몬의 살점들이 뒹굴고 있었다.
하지만 하네스의 표정은 굳어졌다.
휘이잉…….
걷히는 먼지구름 사이로 환한 빛이 일어난다. 순백의 빛으로 만들어진 보호막. 그것이 이터를 감싸고 있었다. 하네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쳇, 보호막인가.”
아주 효과가 없진 않았다. 이터의 옷은 여기저기 찢어져 있었고 몸에도 잔상처가 보였다. 다크 익스플로전의 위력이 보호막을 뚫고 들어간 것이다.
“좋아. 어차피 한 번에 네 녀석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진 않았으니. 한 방 더 먹여주마.”
스으으…….
다시 검게 물든 바닥에서 나이트 데몬들이 소환되어 나왔다. 그동안 영역이 더 넓어진 검은 공간은 아까보다 두 배나 더 많은 나이트 데몬 20기를 불러냈다. 다크 익스플로전에 휩쓸려 사라진 하네스의 전력이 더욱 강해졌다.
“흐흐, 어떠냐? 시간이 갈수록 나이트 데몬의 수는 더 늘어난다. 나는 나이트 데몬들과 성배가 만들어주는 방어막 뒤에 숨어서 공격하면 되지. 네 녀석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이터에게 동요는 없었다. 대신 물었다.
“네 부하가 아니었나? 왜 같이 날려버린 거지?”
“부하?”
찢겨져 나간 나이트 데몬들의 시체를 말하는 건가? 하네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바보 같은 녀석. 마계의 마물 놈들은 여기에 넘쳐난다. 녀석들은 도구일 뿐이야. 네 녀석을 쓰러뜨리고 나에게 승리를 가져다 줄 도구! 몇 마리, 몇 백 마리가 사라지든 나에게는 상관없다. 네 녀석만 쓰러뜨릴 수 있다면.”
하네스는 솔 이터를 바닥에 내리찍었다.
“알았으면 죽어라!”
“크아아아!”
20으로 늘어난 나이트 데몬들이 거대한 창을 겨누고 날아들었다. 두 배로 늘어난 상대에 맞서 이터도 무기의 수를 늘렸다. 오른손에 기간틱 블레이드, 왼손에는 마창 펜릴. 두 개의 거대한 무기를 쥔 이터가 나이트 데몬들에게 도약해 들어갔다.
창과 검 그리고 창이 부딪치며 격렬한 마찰음을 토했다.
캉! 캉! 카아앙!
“하아앗!”
숫자가 늘어났다고 해도 한 번에 공격해 들어올 수 있는 수에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나 지금처럼 커다란 창을 들고 있다면 더 더욱.
하지만 나이트 데몬들은 스스로 전력을 앞줄과 뒷줄로 나누고 완벽하게 호흡을 맞춰 치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이터를 가운데에 가둔 그들은 20마리의 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이터도 선전했다. 끊임없이 날아드는 나이트 데몬들의 공격을 단 한 번도 허락하지 않고 기간틱 블레이드와 펜릴을 사용해 모두 쳐냈다.
막상막하의 승부.
하지만 이터의 눈은 나이트 데몬들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검은 마나를 모으는 하네스를 향했다.
‘이 녀석들과 상대하고 있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들을 쓰러뜨린다고 해도 하네스는 새로운 녀석들을 불러낼 것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계속 싸움을 계속하면 다크 익스플로전이 날아든다.
나이트 데몬들을 물리치고 다크 익스플로전을 원천 봉쇄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바로 하네스를 쓰러뜨리는 것이다.
이터는 기회를 노렸다. 나이트 데몬의 대열이 바뀌는 순간의 짧은 틈. 이터는 전력을 다해 검과 창에 투기를 맺어 휘둘렀다.
“크아악!”
압축되었다가 한 번에 폭발하듯이 뿜어져 나오는 투기에 밀린 나이트 데몬들은 순간적으로 주춤했다. 그리고 이터에게는 그 순간의 주춤함만으로도 충분했다.
이터는 단숨에 하네스를 향해 도약해 들어갔다.
그러나 이터가 자신을 노리리라는 것은 하네스도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걸렸구나.”
“캬아악!”
하네스의 명령을 받은 나이트 데몬들이 서로를 찔렀다. 순식간에 절반에 달하는 나이트 데몬들이 절명했다. 개체수가 줄어든다. 그 말은 하네스의 검은 공간에서 다시 나이트 데몬을 소환해 낼 수 있다는 의미였다. 검은 공간에서 튀어나온 나이트 데몬들이 하네스 앞으로 도약하는 이터를 부둥켜안았다.
이터가 멈칫하자 살아남은 나머지 나이트 데몬들도 날아와 이터를 붙들었다. 허공에서 잡힌 이터는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하네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미 마나로 충만한 솔 이터는 사악한 죽음의 빛을 흘리고 있었다. 하네스는 지팡이를 내질렀다.
“한 번 더 먹어라, 다크 익스플로전!”
검은 빛이 이터와 나이트 데몬들을 집어삼키는 것을 보며 하네스는 미소 지었다. 이번에 모은 마나의 양은 아까의 두 배다.
‘보호막을 쓴다면 이번엔 보호막까지 몽땅 날려버려 주지!’
콰콰콰쾅!
폭발이 일어난다.
그 찰나에 들려오는 목소리.
“소환.”
그리고 눈부신 빛이 폭발의 검은 빛을 튕겨내 버린다.
“앱솔루트 프로텍터(Absolute Protector)!”
“큭? 뭐야.”
다크 익스플로전의 빛이 중화되어 사라진다. 산산조각 난 나이트 데몬들의 육체가 흩어진다. 그리고 이터를 지키고 있는 빛. 짐승의 얼굴이 새겨진 방패, 한 번에 한해 어떤 공격이든 막아내는 절대의 방패, 앱솔루트 프로텍터가 펼쳐졌다.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하네스뿐만이 아니었다. 이터 역시 그가 다크 익스플로전을 쓰는 순간을 노렸던 것이다. 나이트 데몬들이 모두 소멸되고 검은 마나가 모두 소진된 바로 이 순간을!
기간틱 블레이드를 치운 이터는 펜릴을 찔러넣었다. 사기로 만들어진 공간이 검은 돌풍을 일으켜 그것을 막았다.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죽음의 돌풍이 이터를 집어삼켰다.
이터의 공격에 혼비백산했던 하네스가 미소를 되찾았다.
“하, 하하. 하하! 어떠냐, 다크 로드 캘릭스의 힘이. 그대로는 생명력을 모두 빼앗겨 빈 껍데기가 되어버릴걸!”
“그게…….”
검은 돌풍 한가운데에 선 이터가 눈을 부릅떴다. 펜릴의 블레이드가 3단계로 벌어졌다.
“어쨌다는 거야!”
눈부시게 터져나오는 순백의 투기! 맹렬히 몰아치는 투기가 돌풍을 찢어버린다. 갈기갈기 찢어진 공간이 산산이 터져나갔다.
당황한 하네스는 급히 지팡이를 뻗었다.
“큭! 다, 다크 익스…….”
타악!
이터가 펜릴의 창대를 돌려 솔 이터를 쳐냈다. 하네스가 주춤하는 사이 이번에는 다크 로드 캘릭스를 튕겨냈다. 순식간에 하네스는 무기를 모두 잃었다.
“우윽!”
그리고 그의 목을 겨누는 날카로운 창날. 이터가 하네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끝났다.”
“우우.”
하네스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이터가 마음만 먹으면 자신은 머리와 몸이 2단 분리될 것이다.
하네스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싹싹 빌기 시작했다.
“미,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어. 한 번만 용서해 줘. 다시는 조각도 노리지 않고 나쁜 짓도 하지 않을 테니.”
“흠?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고?”
하네스를 두들겨패려던 이터는 그 말에 잠시 고민했다.
하네스는 방긋방긋 웃는 얼굴로 고개를 들며 말했다.
“헤헤, 그야 물론…….”
화아악.
몰래 만들어둔 불덩어리가 하네스의 손 위로 떠올랐다. 표정을 싹 바꾼 하네스가 이터에게 주문을 날렸다.
“거짓말이지!”
콰아앙!
엄청난 폭발이 이터가 선 자리를 날려버렸다. 7클래스 마스터인 그의 마력을 모두 쏟아부은 한 방이다. 하네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크크큭, 멍청한 놈. 산산조각이 나버렸겠지?”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였다. 하네스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히 나타난 이터를 보며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아, 아니?”
이터가 싸늘한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하네스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휘휘 내저었다.
“아! 이, 이건 말이지……!”
퍼억!
하네스의 가슴이 터지며 구멍이 뚫렸다. 사방에 뿜어져 나가는 붉은 피. 그러나 그의 몸을 부순 건 이터가 아니었다.
“안 돼… 그렇게 멍청하게 있으면 이 영감이 또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모르거든.”
하네스의 등을 꿰뚫어 버린 것은 푸른 머리의 어린 꼬마아이였다. 등 뒤 검은 날개를 펼치고 꼬리를 흔드는 악마, 루시펠.
바닥에 쓰러진 하네스는 눈이 감기는 순간에도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어째서… 네가 나를……?”
루시펠이 쓰러진 하네스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죽어버렸네. 겨우 이런 상처에 죽어버리다니. 하여간 인간들의 몸은 약하다니까. 그렇지?”
“너는?”
“아 참, 이런… 소개를 잊었구나. 내 이름은 루시펠이야. 종족은 보시다시피 섹시 큐트 악마. 만나서 반가워.”
유쾌한 목소리로 인사한 루시펠이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그럼 인사는 됐고. 물건을 챙겨볼까?”
우웅…….
루시펠이 손을 내밀자 바닥에 떨어진 솔 이터와 다크 로드 캘릭스가 허공에 떠올랐다.
자신의 곁에 모인 두 무구를 보며 루시펠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좋아. 전부 무사하네. 그럼 이터, 난 이만 실례할게. 만나서 반가웠어.”
“멈춰라!”
손을 흔들며 떠나려는 루시펠을 이터가 막아섰다.
“조각은 내가 가져간다.”
“싫다면?”
“쓰러뜨리고 가져간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는 이터. 루시펠은 장난스럽게 웃음을 터뜨렸다.
“헤에… 너무 터프하다. 쓰러뜨리고 가져가겠다라. 흠… 뭐, 좋아.”
루시펠이 윙크하며 말했다.
“그렇잖아도 너랑 한번 싸워보고 싶었어. 네 활약은 나도 지금까지 쭉 지켜봐 왔거든. 살살 해줘야 해. 아픈 건 싫으니까.”
루시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터는 신형을 전개했다. 이터가 순식간에 루시펠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루시펠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와아! 대단해. 사라졌어. 어디지? 흐음… 오른쪽인가?”
루시펠이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터가 왼쪽에서 나타났다.
“아니면 왼쪽?”
퍼억!
루시펠의 주먹이 이터의 얼굴에 명중했다. 달려들던 이터는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루시펠은 손바닥을 짝 치며 소리쳤다.
“앗! 맞았다. 운이 좋은걸?”
“…….”
이터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방금 당한 것은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우연인가?
“이번엔 진짜로 간다.”
이터는 바닥을 박찼다. 그의 신형이 또 한 번 루시펠의 시야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