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of Demon Flames RAW novel - Chapter 56
마염의 황제 056화
“흐음… 이번에는 어딜까나? 뒤?”
루시펠은 왼쪽 팔꿈치로 자신의 뒤편을 쳤다.
퍼억!
뒤에서 나타나던 이터는 루시펠의 공격에 복부를 얻어맞고 나뒹굴었다.
“……!”
“헤헤, 또 맞았네. 오늘 운 되게 좋다.”
“너!”
이터가 인상을 굳혔다. 무서운 속도로 대시해 들어간 이터가 루시펠을 돌려찼다.
루시펠은 웃으며 허리를 숙여 피했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며 그 반동으로 주먹을 올려친다. 주먹이 이터의 뺨을 살짝 스친다.
“……!”
바닥에 넘어질 뻔한 이터는 간신히 팔로 바닥을 짚어 균형을 잡았다. 그 자세로 그대로 루시펠의 다리를 걷어차는 이터.
루시펠은 공중으로 살짝 뛰어올라 피했다. 그리고 그는 이터를 향해 손을 뻗었다.
“얍.”
콰아앙!
루시펠의 손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충격파가 이터의 주위를 폭발시켜 버렸다. 폭발이 걷히자 먼지로 엉망이 된 이터가 나타났다.
바닥에 내려선 루시펠은 이터를 보며 깔깔 웃었다.
“하하, 먼지투성이가 됐네.”
“…….”
이터는 자세를 잡았다.
퍼억!
순간, 옆에서 나타난 루시펠이 그를 걷어차 버린다. 공격을 파악하지 못한 이터는 바닥에 처박혔다. 루시펠은 키득거리며 웃었다.
“이거 너무 약한데? 살살 해달랬다고 너무 살살 해주는 거 아냐?”
겉으로는 실실 웃고 있지만 그건 겉모습일 뿐. 상대는 강했다.
‘얕볼 상대가 아니다.’
“하앗!”
돌진한 이터가 타이탄 브레이커를 내지른다. 상상을 초월하는 파괴력을 지닌 일격!
하지만 루시펠은 주먹 안으로 파고들어 팔로 타이탄 브레이커를 옆으로 쳐냈다. 팔이 벌어지고 틈이 보이자 루시펠은 그대로 이터를 후려쳤다.
“큭.”
공중에서 한바퀴 돌면서 균형을 잡은 이터는 문 크레센트를 날렸다. 날개를 펼치고 곡선을 그리며 피하는 루시펠. 그가 피해 내려서는 자리에 기다리고 있던 이터가 기간틱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완벽한 타이밍. 루시펠은 피할 자리가 없었다.
카앙!
기간틱 블레이드는 루시펠을 내리쳤다. 하지만 그의 몸을 베진 못했다. 루시펠은 왼팔을 들어 기간틱 블레이드를 막았다.
“이게 끝?”
맨팔로 막아내다니?
하지만 놀랄 틈은 없었다.
콰앙!
검을 막은 반대 팔로 만든 충격파가 이터를 날려버렸다. 한참을 튕겨나간 이터가 예배당 잔해에 처박혔다.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박살나 흩어지는 잔해. 그리고 먼지구름. 루시펠이 날개를 퍼덕이며 이터를 향해 다가갔다.
“조금 더 힘을 써봐, 바르엘과 싸울 때는 이 정도가 아니었잖아?”
약 올리듯 말하는 루시펠. 하지만 잔해 사이에 처박힌 이터는 대답이 없었다.
“응? 왜 그래. 어서 일어나.”
재촉을 해보지만 이터는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루시펠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 정도로 죽어버렸나? 생각보다 별것 아니네. 시시하게.”
루시펠은 바닥에 떨어진 기간틱 블레이드를 주워 들었다.
‘자기 무기에 자기가 당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겠지.’
루시펠은 쿡쿡 웃음을 터뜨리며 기간틱 블레이드를 치켜 들었다. 햇살에 비친 블레이드가 반짝였다.
“그럼 죽여줄게.”
그리고 루시펠이 검을 내리치는 순간, 이터의 손도 움직였다. 어느새 이터에게 되돌아온 펜릴이 기간틱 블레이드를 막으며 불똥을 토했다.
카카카캉!
“거 참, 하나하나 시끄러운 놈이네.”
기간틱 블레이드를 막아낸 펜릴의 날은 벌어져 있었다. 그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투기. 하지만 그것은 황금색도, 순백의 빛도 아니었다.
피처럼 붉은 블레이드.
“이번엔 주변에 거치적거리는 것도 없으니 제대로 몸 좀 풀어보실까?”
서로 날을 맞댄 무구 너머로 이터의 눈빛이 붉게 빛났다.
Chapter 3-1. 불꽃[火]의 이조르네
콰아아앙!
천둥처럼 울려퍼지는 가공할 파열음.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루시펠은 물러섰다. 분명히 막았건만 손이 저린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이터를 보며 루시펠은 눈을 가늘게 떴다.
“놈이 변했다?”
‘게다가 뭐냐, 이 박력은. 전혀 다른 사람 같지 않나.’
자리에서 일어난 이터가 붉은 안광을 빛내며 키득거렸다.
“똥오줌 못 가리는 녀석 같으니. 네 녀석은 내가 누군지 모르는 거냐?”
“하! 네가 누군지는 자알 알고 있어. 알 제라드를 괴멸시킨, 그리고…….”
가볍게 바닥을 구른 루시펠이 날개를 활짝 펼쳤다. 기간틱 블레이드를 쥔 그가 화살처럼 이터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지금 내 손에 박살날 이터지!”
카아앙!
루시펠의 미간이 좁혀졌다. 전력을 다한 속도로 날린 회심의 일격. 그것이 펜릴이 뿜어내는 붉은 투기에 막혀 있었다.
“막았다?”
주춤하는 루시펠을 보며 붉은 눈의 이터는 짧게 웃음을 흘렸다.
“전혀 모르고 있군. 난 말이야… ‘이터’라는 이름 따윈 모른다고!”
이터는 마창을 돌려 기간틱 블레이드를 튕겨냈다. 기간틱 블레이드를 놓친 루시펠은 뒤로 물러나며 마나로 수십 개의 빛의 구체를 만들었다. 그는 그것을 몽땅 이터를 향해 날리며 소리쳤다.
“이터가 아니라면 그럼 넌 누구지?”
콰앙! 쾅! 콰아아아!
지면에 부딪힌 빛의 구체가 가공할 폭발을 일으켰다. 바르엘의 폭염구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난 파괴력.
그러나 그 공격은 이터에게 닿지 못했다. 이터가 휘두르는 펜릴이 빛의 구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튕겨냈기 때문이다. 공격을 튕겨낸 이터가 키득거리며 소리쳤다.
“글쎄? 말해 주기 싫어졌는걸. 우선은 네 녀석 교육부터 시키고.”
“교육? 킥, 재미있네. 어디 교육 한번 해보시지!”
이터는 진득한 미소를 지었다.
“그럴 생각이다.”
슈우…….
마지막 구체를 받아침과 동시에 이터의 신형이 움직였다. 그리고 순식간에 루시펠의 앞으로 도약해 들어왔다.
‘빨라.’
루시펠은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간발의 차이로 창날이 허공을 베고 지나갔다. 그의 등줄기에 싸늘한 식은땀이 흘렀다.
‘아까와는 속도가 다르잖아.’
이터가 무서운 속도로 창을 찔러 들어왔다. 루시펠은 그 일격을 남김없이 모조리 피해 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 반격할 여유가 없었다.
“뭐 하는 거야. 이 정도냐?”
주춤하는 틈을 파고든 이터가 루시펠의 머리로 펜릴을 내리그었다. 루시펠은 급히 무구를 불렀다.
“솔 이터(Soul Eater)!”
허공에 떠 있던 악령의 지팡이가 날아와 루시펠의 손에 쥐여졌다. 그리고 동시에 격돌하는 펜릴과 솔 이터!
두 조각이 내뿜은 투기와 마기가 불똥을 튀겼다.
“핫!”
“타앗!”
채카캉!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던 두 무구가 떨어졌고 이터와 루시펠은 동시에 물러섰다.
루시펠은 물러서는 자세 그대로 솔 이터를 들어 주문을 외웠다.
“이터널 플레어(Eternal Flare)!”
솔 이터의 마석이 광채를 뿌리며 거대한 푸른 불길이 해일처럼 일어났다. 불길은 곧장 이터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날아오는 불길을 보며 이터는 씨익 웃었다.
“불이라면 이쪽도 자신 있지.”
화악!
이터의 왼손이 환하게 빛났다. 그리고 그 빛은 다음 순간, 무시무시한 폭염으로 변화했다. 이터는 그것을 그대로 내질렀다.
“작렬하라, 블래스터(Blaster)!”
퍼어엉!
두 개의 불길이 부딪히며 요란한 폭음을 일으켰다. 근처의 대리석들이 휘몰아치는 열풍에 형체도 없이 녹아버렸다. 그리고 사방에 열풍을 쏟아내며 비명을 지르던 두 불길은 다음 순간 함께 소멸해 버렸다.
루시펠은 눈살을 찌푸렸다.
‘조각의 힘을 이용한 마법을 저리 간단하게 받아치다니.’
“어딜 보냐.”
“……!”
한눈팔기가 무섭게 옆에서 나타난 이터가 마창을 휘둘렀다. 루시펠은 급히 솔 이터를 휘둘러 펜릴의 블레이드를 막았다. 하지만 솔 이터는 악신의 마력을 상징하는 물건. 힘의 상징인 펜릴과 정면승부를 펼칠 수 있는 무구가 아니었다.
근접전이 시작되자 펜릴과 부딪히는 솔 이터의 기세가 눈에 띄게 약해져갔다. 루시펠의 손이 점점 어지러워졌고, 반격하는 횟수보다 피하는 횟수가 늘어나게 되었다.
이터가 씨익 웃으며 루시펠을 밀어붙였다.
“끝이다.”
“웃기지 마!”
장난스러운 얼굴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인상이 험악하게 일그러진 루시펠이 발악하듯 이터의 창을 튕겨냈다. 그리고 동시에 지팡이로 이터의 배를 찔렀다. 충격을 받은 이터의 몸이 휘어지자 그는 그대로 이터를 올려찼다. 튕겨나가는 이터를 쫓으며 루시펠은 주문을 준비했다. 다시 타오르는 불길이 지팡이 끝에 모여들었다.
“이터널 플레…….”
“흥.”
그 순간, 이터가 공중에서 몸을 멈췄다. 쥐고 있는 펜릴이 격렬한 울음을 터뜨리며 붉은 빛에 휘감겼다.
쫓아오던 루시펠이 멈칫했다. 하지만 이미 붉게 타오르는 펜릴은 이터의 손을 떠나 그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루시펠은 급히 몸을 틀었다. 날카로운 붉은 투기가 그의 뺨을 스치며 지나갔다.
“크윽!”
“쳇, 빗나갔나.”
이터는 투덜거리며 몸을 돌려 가볍게 바닥에 착지했다. 펜릴은 어느새 다시 그의 손에 돌아와 있었다.
이터는 허공에 멈춰선 루시펠을 보며 웃었다.
“자, 이제 그만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지?”
“…….”
바닥에 내려선 루시펠은 말없이 엄지로 뺨을 문질렀다. 손끝에 짙은 검은 피가 묻어나왔다.
‘내가 상처를 입었어? 고작 인간 따위에게?’
루시펠은 불쾌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재미없어.”
이렇게까지 열 받아보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루시펠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아주 박살을 내주지!”
쿠우우우.
루시펠의 주위로 심상치 않은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루시펠의 몸이 부풀어 오른다. 그의 주위의 기운이 역류하고 작은 파편들이 하늘에 날렸다.
몸을 찌릿찌릿하게 만드는 투기를 느끼며 이터는 입술을 씰룩였다.
“호오, 꼴에 아직 숨겨놓은 힘이 있었나? 재미있군.”
“……?”
힘을 증가시키던 루시펠이 멈칫했다. 부풀어 오른 팔과 다리가 부르르 떨렸다. 그의 얼굴에 낭패한 기색이 떠올랐다.
‘제길, 하필이면 이럴 때에…….’
루시펠은 입술을 깨물었다. 분하지만 어쩔 수 없다. 오늘은 타임 리미트다. 그와 함께 그는 힘을 거두었다. 터질 듯이 뿜어져 나오던 기운도 사라졌다. 험악한 표정은 사라지고 루시펠의 얼굴은 다시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되돌아갔다.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으쓱했다.
“역시 그만둘래. 너랑 싸우는 거.”
“뭐야?”
루시펠은 웃으며 뺨을 가리켰다.
“내가 다치는 건 시나리오에 없었단 말이야. 아픈 건 싫거든.”
“킥! 누가 보내준다더냐!”
실소를 터뜨린 이터는 그대로 루시펠을 향해 달려들었다. 붉게 물든 펜릴의 날카로운 블레이드가 루시펠의 심장을 향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날아들었다. 그와 함께 루시펠의 발아래에서 솟구치는 흑빛 장막. 그것이 이터의 일격을 정면에서 튕겨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