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of Demon Flames RAW novel - Chapter 60
마염의 황제 060화
“……?”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이 여자?’
“일단은 소개부터 하도록 하지. 내 이름은 이조르네. 마법사야. 그리고 이쪽은 내 부하, ‘프리야’.”
이조르네가 소개하자 프리야라는 이름을 가진 불새가 인상을 팍 구기며 항의했다.
“뭐라 카노, 이 가시나가? 내가 왜 니 부한데? 내는 니랑 계약을 맺은 불꽃의 정령이다. 니랑 내랑은 동등한 계약자 사이인 기지, 주종 관계가 아이라카이.”
이조르네는 부채로 입가를 가리며 흥하고 코웃음 쳤다.
“부하나 계약자나 그게 그거지, 뭘 일일이 따지는 거야? 촌스럽게.”
“이 문디 가시나가 뭐라 캐쌌노! 그게 어째 똑같노? 전혀 다르제. 니 말대로면 내가 니 시다바리라는 소리밖에 더 되나.”
이조르네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녀는 부채를 탁 접으며 말했다.
“시끄럽네, 거참. 부하가 싫으면 계약 파기하고 딴 데 가든가. 큰맘 먹고 계약해 줬더니 더럽게 떽떽거리네.”
“뭐라꼬? 말 참 이쁘게 하네, 가시나야. 내도 니 같은 년이랑은 같이 몬 다니겠다. 당장 계약 파기하자.”
자기들끼리 티격태격 싸우는 두 사람. 아니, 한 사람과 한 마리. 일행은 완전히 관심 밖이었다. 기다리다 못한 엘리스가 입을 열었다.
“저, 저기…….”
이조르네와 프리야는 동시에 일행을 바라보며 물었다.
“뭐야, 너희는?”
“느그들은 또 뭐꼬?”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이라고.”
로자리아는 이마에 튀어나오는 힘줄을 지그시 눌렀다. 이조르네는 그제야 기억났다는 듯 손바닥을 딱 치며 말했다.
“아아, 참… 너희한테 소개하다가 말았지? 다시 소개할게. 난 이조르네고 이 녀석은 내 꼬붕 프리야.”
“방금 전에 그래 말했는데 이년이 또 이라네.”
프리야가 입에서 불을 토했다. 이조르네도 인상을 찌푸리며 응수했다.
“왜? 내가 한 발 양보했잖아. 부하에서 꼬붕으로.”
“그게 그 말 아이가. 지금 내랑 장난치나.”
둘은 다시 자기들끼리 티격거리며 싸우기 시작했다. 다시 안중에도 없어진 일행. 로자리아는 식은땀을 흘렸다.
“뭐 하는 놈들인지는 몰라도 정신없는 녀석들이군.”
“루시펠.”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이터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너한테서 루시펠의 냄새가 난다.”
“뭐라고?”
이터의 말에 로자리아와 엘리스는 깜짝 놀랐다. 루시펠이라면 이터가 파괴하겠다고 말하는 이데아로크의 육체라는 녀석이 아닌가.
프리야랑 실랑이를 벌이던 이조르네도 그 말에 티격거림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그녀가 김빠진다는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흐응. 뭐야, 시시하게. 그런 건 내가 짠! 하고 가르쳐줘야 하는 거라고. 멋대로 남의 정체를 밝혀내지 말란 말이야.”
“문디 가스나. 니가 시시콜콜 쓸데없는 소리 하고 앉았으니까 그란 기 아이가.”
이조르네는 한숨을 내쉬었다. 좀 더 멋진 연출 임팩트를 기대했건만 이미 물 건너갔다. 그녀는 입맛을 다시며 부채를 펼쳤다.
“뭐, 이렇게 된 이상 뜸들일 필요 없겠지. 네 말이 맞아. 난 루시펠님의 피와 암흑의 권능으로 만들어진 예술품. 불꽃의 이조르네. 인사하러 왔어. 세 번이나 말했으니 이제 내 이름은 외웠겠지?”
“내는 불꽃의 정령수 프리야님이라 칸다. 야야, 어디 똑바로 쳐다보노! 눈 내리 안 까나?”
루시펠의 피로 만들어졌다.
그 말의 의미를 굳이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루시펠의 부하, 그리고 적이라는 뜻이니까. 이터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루시펠이 생각보다 빨리 움직였군. 조각을 빼앗으러 나타났나?”
“호호호, 뭘 들은 거야? 인사하러 왔다니까. 평범한…….”
이조르네가 펼친 부채에 불길이 일어났다. 그녀는 싱긋 미소 지었다.
“인. 사.”
콰아앙!
그녀가 부채를 휘두르자 일행이 서 있던 자리에 불꽃이 작렬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찰나에 기습적으로 날아든 공격을 간발의 차이로 피했지만 그들이 서 있던 자리는 폭발의 충격으로 끝이 보이지 않을 구덩이가 패었다.
로자리아는 마른침을 삼켰다.
‘엄청난 마력이다.’
방금 저걸 정통으로 맞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폭발은 그 자리에 없던 동료들까지 한자리에 모아주었다.
“무슨 소리야, 방금의 폭발은?”
“여러분, 괜찮으신가요?”
그레이센과 론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마창, 펜릴의 주인인 소류는 어느새 일행의 곁에 도착해 있었다. 그들은 박살난 바닥과 이조르네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이 녀석은?”
“다들 조심해, 이 녀석이 그 루시펠이 보내온 녀석이야.”
“저 여자가?”
이터의 일행이 한자리에 모이자 이조르네는 휘파람을 불었다.
“관객이 늘었네. 하긴, 보는 사람이 많아야 쇼도 흥겨운 법이지.”
부채로 얼굴을 가린 이조르네가 눈을 빛내며 운을 뗐다.
“너희에 관해선 루시펠님에게 많이 들었어. 사실 만들어지자마자 오는 길이라서 들은 건 없어.”
“들었다는 이야기야, 안 들었단 이야기야?”
로자리아의 투덜거림에 이조르네는 검지로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리며 답했다.
“직접 귀로 들은 건 없지만 내 몸에 흐르는 루시펠님의 피가 기억하고 있거든. 특히 너, 이터에 대해서 말이야. 권과 검 그리고 마법에 대해서도 뛰어난 경지를 이룬 인간이라면서? 대단해.”
투웅.
이조르네의 옆에 난데없이 화로 하나가 떨어졌다. 항아리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화로, 플레어 브레이저(Flare Brazier). 그 위로 뜨거운 열기가 샘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이조르네는 그 불꽃의 샘물에 손을 집어넣었다. 손은 타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도 고통의 빛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불꽃 속에서 손을 저으며 말했다.
“권과 검에는 조예가 없지만 마법 쪽에는 흥미가 있어서… 네 마법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머리로 알고 있는 것 말고 눈으로도 조금 보고 싶어.”
이조르네는 화로의 불꽃을 쥐고 꺼냈다. 불꽃의 자락은 그녀의 손 위에서 커다란 불의 구체로 변화했다.
“파이어 볼?”
하지만 그것은 이미 통상적인 파이어 볼의 크기를 넘어서고 있었다. 물론 그 안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양도 차원이 달랐다.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이조르네는 불의 구체를 던졌다.
“막아봐.”
그렇지 않아도 이터는 막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날아드는 불의 구체를 향해 이터는 빛나는 왼손을 뻗었다.
“방어.”
순백의 빛이 방패가 되어 불의 구체를 막으려는 순간이었다. 날아들던 불꽃 구체가 폭발했다.
퍼엉!
“……?”
난데없이 폭발이라니?
하지만 주문은 그냥 폭발한 것이 아니었다. 불의 구체는 폭발음과 함께 이터의 앞에서 네 조각으로 갈라졌다. 로자리아는 깜짝 놀랐다.
“주문을 분리했어?”
네 개로 나뉜 불덩어리가 방향을 틀었다. 그것은 이터를 지나 뒤로 날아갔다. 노리는 것은 바로 이터의 일행. 처음부터 이조르네는 이터가 아닌 동료들을 노린 것이다.
그러나 이터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상황을 파악하기가 무섭게 그의 왼손에 초고열의 폭염이 맺혀 타올랐다.
“지워라, 불.”
이터는 불꽃이 맺힌 손을 한 번 휘저었다.
단 한 번.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터의 불꽃이 원을 그리며 네 개의 구를 단번에 허공에서 터뜨려 버렸다. 요란한 폭발이 뒤를 이었지만 일행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훗, 대처가 빠르네.”
최소한의 힘과 최소한의 동작만으로 자신의 공격을 정확하게 막아냈다. 이조르네는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부채를 펼쳐 화로의 불길에 담갔다. 그녀가 불길을 맺은 부채를 휘두르자 그 자리에서 수십 개의 불의 화살이 일행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2서클의 파이어 애로우다. 하지만 그 주문을 바라보는 이터의 눈은 진지했다.
“위험하다.”
휘이잉…….
이터의 팔과 다리가 마법의 빛으로 물들었다. 이터는 날아드는 화살을 주먹과 발로 쳐냈다. 이터가 하나하나 쳐낼 때마다 튕겨난 화살들이 바닥에 박히며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처참하게 박살나 패어 들어가는 바닥을 보며 로자리아는 경악했다.
“마, 말도 안 돼. 저렇게 작은 화살 하나가 저런 폭발을 일으키다니.”
2서클의 주문이지만 2서클의 파괴력이 아니다. 그것은 이조르네의 마력의 깊이를 가늠하게 해주었다. 자신들이 이런 걸 한 대라도 맞았다면 뼈도 추리지 못했을 것이다. 이터니까 이런 공격도 아무렇지 않게 튕겨낼 수 있는 거다.
“잘 막아내는데?”
“네 주문도 쓸 만하군. 답례로 돌려보내 주마.”
이터는 날아오는 화살들을 허공에서 낚아챘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그대로 전부 이조르네에게 날렸다. 수십 개의 불꽃 화살이 이조르네를 향했다.
하지만 이조르네는 당황한 표정 하나 없이 화로의 불에 적신 부채로 원을 그렸다. 그와 함께 그녀의 앞에 나타나는 불의 벽. 이터가 되돌린 화살은 그 벽과 부딪히며 모조리 폭발해 사라져 버렸다. 물론, 벽 뒤에 선 이조르네의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
“이번엔 이걸로 해볼까?”
이조르네는 불의 자락을 잡아 쑥 뽑아냈다. 그것은 길고 날카로운 불의 채찍이 되어 이터에게 날아들었다.
채찍의 위력은 대단했다. 채찍에 닿는 것은 부서진 건물의 잔해든, 바닥이든 할 것 없이 채찍의 흔적을 남기며 녹아버렸다. 반격을 개시하려던 이터는 그 채찍 때문에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로자리아는 속으로 감탄했다.
‘대단해. 저 정도 위력의 불꽃을 마치 자기 수족처럼 부리다니.’
불꽃의 채찍은 그 속성이 바람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무서운 속도로 이터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대기를 날카롭게 가르는 파공음. 그러나 이터는 간발의 차이로 채찍의 궤적을 피하며 공격을 무효화시켰다. 아니, 피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조금씩 간격을 좁혀서 이조르네와의 거리를 좁혀 들어가고 있었다.
“그렇게는 안 되지.”
이조르네는 채찍을 당겼다. 이터는 돌아오는 채찍을 피했지만 채찍은 그가 피하는 순간 회전하며 불꽃의 나선 띠를 그렸다. 그리고 그것은 불의 회오리가 되어 이터를 집어삼켰다. 이조르네는 씨익 웃었다.
“잡았다.”
“이터!”
닿는 것은 무엇이든 녹여버리는 불의 회오리. 이 안에 갇힌다면 이터라고 해도 단숨에 재가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하지만 불의 회오리는 본디 가진 위력이 무색하리만큼 단번에 박살나 버렸다. 타이탄 브레이커를 장착한 이터가 강철 손으로 불꽃을 찢으며 달려나왔다.
“뚫렸어?”
‘저런 불꽃에도 상처 하나 입지 않다니?’
이조르네는 달려오는 이터를 막기 위해 급히 불꽃의 벽을 만들었다. 이터는 그것을 향해 그대로 타이탄 브레이커를 내질렀다.
“비켜라!”
퍼어억!
요란한 타격음과 함께 불의 벽 가운데에 구멍이 뚫렸다. 그리고 그 부위를 시작으로 불꽃의 벽은 균열을 일으키며 흩어져 버렸다.
“……!”
불꽃의 벽마저 저렇게 무식하게 깨질 줄은 몰랐는지라 이조르네는 조금 놀랐다. 힘은 힘으로 깨부순다는 건가?
‘그렇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