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of Demon Flames RAW novel - Chapter 63
마염의 황제 063화
‘근거리에서 가장 약한 녀석은 저 여자 마법사와 이놈이다. 좋아…….’
상대를 고른다면서 정신을 팔고 있는 사이, 단숨에 둘을 쓰러뜨려 전력을 반으로 감소시킨다. 소류는 둘을 노리며 돌진해 들어갔다.
“크아앙!”
“큭!”
하지만 소류는 들어가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물러나야 했다. 무서운 속도로 예리하게 날아드는 올가의 강철손톱 때문이었다. 올가의 날카로운 공격에 소류는 서둘러 마창을 전개했다.
얽혀가는 둘을 보며 쉐드는 짧게 웃었다.
“올가는 네 녀석이 마음에 든 모양이로군 그래.”
넷 중에 셋은 상대를 정해 버렸다. 이조르네는 남은 상대가 로자리아와 엘리스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는 실망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속 좁은 걸로도 모자라 치사하기까지 한 남자들 같으니. 멋대로 자기 상대를 다 정해 버리는 게 어디 있어? 다 죽어가는 마녀랑 엘프 꼬마가 상대라니 김빠진다고.”
“너……!”
“응?”
활활!
로자리아의 시선이 뜨겁게 불타고 있었다. 로자리아는 양손으로 불길을 일으키며 크게 소리쳤다.
“각오해. 절대로 그냥 두지 않을 테니까!”
“꺄악! 이 마녀야. 갑자기 불을 태우면 어떻게 해?”
“호오, 이것 봐라?”
심드렁해져 있던 이조르네의 눈이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 아무래도 상대는 아직 다 죽었다고 판단하기엔 이른 모양이었다.
“조금은 해볼 맛이 생길 거 같은데?”
전의를 불태우는 로자리아와 이조르네. 그들의 뒤에서 엘리스도 시위를 메웠다.
“저도 도울게요, 로자리아 씨.”
그리고 마침내 루시펠 나이츠와 이터 일행이 격돌했다.
“하아앗!”
콰아앙!
검기가 부딪히며 바닥이 들썩인다. 사방으로 튀어나간 파편이 벽을 꿰뚫었다. 대검, 디바이더를 휘두르는 베가스의 참격이다.
패도적으로 날아드는 그의 검격이 주위를 초토화시켜 버렸다. 그가 노리는 것은 이터.
이터는 검격과 검격 사이를 가볍게 피해 내고 있었다.
베가스는 다시 한 번 참격을 날렸다.
“흥. 언제까지 도망칠 생각이냐!”
자욱하게 피어나는 먼지가 방 안을 뒤덮는다. 쉐드는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투덜거렸다.
“젠장, 너 혼자 싸우냐? 먼지 좀 적당히 날려, 베가스. 기관지 다 상하겠어.”
“시끄럽다. 영광의 승리를 위해 다소의 희생은 필요한 법.”
하지만 그렇게 연이은 공격을 펼치는데도 이터의 몸에는 전혀 닿지 않았다. 그런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빠른 몸놀림으로 공격을 피하는 이터. 베가스는 비릿하게 웃음을 지었다.
‘네 녀석이 그렇게 계속 도망치겠다면…….’
“아예 도망칠 수 없게 만들어주지. 으랏차차차!”
엄청난 기합성을 내뱉으며 검으로 바닥을 내리찍는 베가스. 거대한 충격파가 터져나간다. 그리고 그것은 이터의 주위를 휩쓸며 그가 디디면서 피할 바닥을 모조리 함몰시켜 버렸다.
이터의 몸이 허공에서 주춤했다.
“잡았다!”
“……!”
퍼억!
이터가 멈칫하는 순간 대검을 찔러넣는 베가스. 허공을 가른 대검은 이터의 몸을 그대로 뚫고 나아갔다. 그는 씨익 웃음을 지었다.
“응?”
베가스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히 뚫고 나갔음에도 감각이 없다? 그와 함께 이터의 몸이 흐릿해지며 사라져갔다.
‘사라졌어?’
환영잔상권!
그 기술에 대한 기억은 베가스에게도 남아 있었다.
그는 재빨리 감각을 열었다. 뒤편에서 움직임이 잡혔다. 이터다. 그는 코웃음 치며 대검을 돌려 그대로 뒤를 질렀다.
“흥. 그런 눈에 보이는 기술에 당할 것 같으냐. 우리가 루시펠님의 분신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막 뒤에서 덤벼들던 이터가 대검에 꿰뚫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감각이 없었다.
“아니?”
“그래, 너희는 루시펠의 분신이지.”
흠칫.
목소리는 뒤에서 들려왔다.
허겁지겁 고개를 돌린 베가스의 눈에 막 자신의 얼굴을 걷어차는 이터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루시펠은 아니야.”
콰지직!
이터의 발차기가 베가스의 얼굴에 정통으로 작렬했다. 그 위력이 보통이 아니었는지라 베가스는 바닥에 처박히고도 한참을 더 굴러가야 했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그는 피 섞인 침을 뱉으며 히죽 웃었다.
“큭! 그래, 이 정도는 해줘야지.”
이터는 바로 반격했다. 타이탄 브레이커를 장착한 그의 주먹이 베가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베가스는 즉시 디바이더의 블레이드 면으로 주먹을 막았다.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불똥이 튄다. 베가스가 웃으며 소리쳤다.
“제대로 놀아보자고!”
“……!”
차앙.
타이탄 브레이커를 막은 대검이 블레이드의 중앙을 중심으로 두 개로 나뉘었다. 그 때문에 타이탄 브레이커가 밀려나며 주춤하자 베가스는 즉시 두 개의 검으로 이터를 몰아붙였다.
바람처럼 날아드는 공세를 비껴낸 이터가 뒤로 물러나자 베가스는 두 개의 검을 바닥에 박아넣고는 품 안에서 열 자루의 중검을 꺼내어 하늘에 날렸다.
허공에 뜬 검들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날아 이터를 향해 노리고 날아들었다.
어검.
그것도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검기를 가진 검이다. 그것들은 베가스가 전력을 다해 내리치는 일격과 다를 것이 없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열 자루의 검을 띄운 베가스는 바닥에 박은 검을 뽑아 이터를 향해 달려들었다. 도합 열두 자루의 검이 그를 노린다.
질풍 같은 공세가 이터를 몰아쳤다.
이터는 침착하게 공격을 피해 냈다. 피할 수 없는 위치로 날아드는 것은 타이탄 브레이커로 쳐냈다.
이터는 공세의 흐름을 늦추기 위해 거리를 벌리려 했다. 하지만 베가스는 그런 틈을 주지 않았다.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으냐!”
쿠르릉!
주위가 어두워지더니 하늘에서 요란한 번개가 내리친다. 번개는 지붕을 뚫고 베가스의 검 위로 떨어져 내렸다. 푸르게 맺힌 전격의 검을 휘두르자 번개는 허공에 떠 있는 어검을 타고 마치 체인 라이트닝처럼 날아들었다. 바로 옆에서 폭발을 일으키는 뇌전이 이터의 움직임을 멈췄다.
“마법검?”
“번개의 마법검이야말로 기사의 로망이지. 끝이다, 이터!”
전격으로 타오르는 어검과 베가스의 검이 멈칫하는 이터를 공격해 들어왔다. 열두 개의 마법검이 이터의 퇴로를 막고 작렬했다. 그리고 빛이 터져나왔다.
“……?”
열두 자루의 검은 빛에 막혀 있었다. 2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빛. 이터의 말이 그 빛에 형체를 가져다 주었다.
“소환, 기간틱 블레이드(Gigantic Blade)!”
카아앙!
기간틱 블레이드가 소환되기 무섭게 이터는 검을 휘둘러 주위의 검을 몽땅 쳐냈다.
충격을 받아 떨어지는 어검들을 간신히 컨트롤해 다시 띄운 베가스는 재빨리 균형을 바로 하며 검을 쥐었다.
“읏. 그 정도로 끝이 아니다!”
그러나 이터가 움직이는 것이 한 발 빨랐다. 바닥을 박찬 이터는 허공에 뜬 검들을 디디며 순식간에 베가스와의 거리를 좁혔다.
“아니?”
퍼억!
이터의 발차기가 다시 베가스의 머리에 작렬했다. 아까 맞은 데를 또 맞았다.
고통을 느낄 새는 없었다. 이터가 양손으로 쥔 기간틱 블레이드를 있는 힘껏 내리치고 있었다. 베가스는 재빨리 두 개의 검을 합해 그 공격을 막았다.
“윽?”
터엉!
막았다. 하지만 막지 못했다. 이터의 완력이 검으로 만들어낸 그의 가드를 튕겨낸 것이다.
“뭐야?”
균형을 잃은 베가스. 순간적으로 그의 몸은 완벽한 허점투성이가 되어버렸다. 물론 이터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하앗!”
퍼억! 퍼억! 퍼어억!
쏜살같이 날아드는 이터의 주먹과 발이 베가스를 농락했다. 갑주를 입었음에도 뼛속까지 전해지는 고통에 베가스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터의 주먹이 연속으로 그의 얼굴을 두들겼다. 코가 내려앉고 피가 터져나온다.
“이, 이익! 실피드 클락!”
촤아악!
그의 갑주의 뒤에서 푸른빛의 마나가 망토의 모습을 하며 펼쳐져 나왔다. 질풍과 같은 바람의 힘을 가진 실피드 클락. 베가스는 그 망토의 힘으로 이터의 공격을 피하며 물러섰다. 그는 피 묻는 입가를 문지르며 웃었다.
“나의 실피드 클락은 바람. 따라올 수 있겠느냐!”
퍼억!
이터의 주먹이 베가스의 뺨을 후려갈겼다. 이터는 친절히 답변해 주었다.
“응.”
“큭! 이 자식!”
베가스는 있는 힘을 다해 버티며 두 개로 나눈 디바이더를 내리그었다.
“소환, 문 크레센트.”
이터는 양손에 소환한 두 개의 부메랑으로 두 검을 올려쳤다. 부메랑에 맞은 두 자루의 디바이더는 베가스의 손에서 떨어져 뒤로 튕겨나갔다.
“윽!”
무기를 잃어 공격할 방법을 잃은 베가스의 얼굴에 이터의 주먹이 작렬했다. 그리고 다시 이터의 일방적인 두들겨패기가 계속되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쉐드가 휘파람을 불며 혀를 내둘렀다.
“우와, 저 베가스가 쪽도 못 쓰고 당하고 있는데! 이터라는 녀석, 대단한 모양이네.”
“남 말고 네 녀석 상대에게나 신경 쓰시지.”
쉐드의 앞에서 검을 뽑은 그레이센이 살기를 피워올리고 있었다.
“응?”
눈을 껌뻑이며 그레이센과 론을 바라보던 쉐드는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손가락을 퉁겼다.
“아, 맞다. 난 너랑 싸우기로 했었지.”
“까먹고 있었던 거냐!”
쉐드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너무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나오지 마. 난 소환사니까 소환수를 써서 싸우지, 직접 전투를 하진 않는다고. 직접 싸우는 것도 아닌데 상대를 까먹을 수도 있잖아.”
“전혀 다른 경우라고 생각하는데요.”
론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왕자님 같은 놈이 둘이나.’
쉐드의 말을 들은 그레이센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얼른 그 소환수인지 뭔지나 불러내. 박살을 내줄 테니.”
“거기 있잖아, 소환수.”
쉐드와 그레이센들 사이에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털투성이의 작은 곰 한 마리가 서 있었다.
곰돌이가 낮게 울음을 터뜨렸다.
“쿠뉴…….”
“고, 곰돌이?”
황당해하는 그레이센과 론의 말을 쉐드가 정정해 주었다.
“곰돌이가 아니야. 루파다.”
“이름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야!”
그레이센은 짜증을 가득 담은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흥. 정말 얕보일 대로 얕보였군.”
“왕자님, 디센트 프럼 헤븐은…….”
곰돌이… 아니, 루파를 향해 걸어나가는 그레이센을 보며 론이 말했다. 그러나 그레이센은 콧방귀를 뀔 뿐이었다.
“됐어. 저런 곰돌이 따위랑 싸우는 데 신의 권능이라니 어불성설이다. 놈에겐 이 검만으로 충분해.”
“쿠뉴?”
자신에게 살기를 피우며 다가오는 그레이센을 보며 루파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다. 전혀 전투형 소환수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다.
그레이센은 빈정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검을 들었다.
“단번에 박살내주마.”
그리고 쉐드가 명령했다.
“해치워, 루파.”
“쿠뉴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