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of Demon Flames RAW novel - Chapter 69
마염의 황제 069화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엘리스가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다.
“대단해요, 로자리아 씨. 엄청나게 유명하시군요. 역시 인간 세계에서는 대단한 마녀였나 봐요.”
“아, 아니… 그야 뭐, 이 정도는 기본이지… 하하.”
말을 하는 스스로도 의구심이 들었다. 알센데린에서 날린 건 사실이지만 그런 변두리의 명성이 여기까지 퍼져 있다니.
‘내가 이렇게 유명했나?’
그레이센이 분노를 토했다.
“용서 못 한다. 왕자인 나를 일개 수행원으로 등급 하락시킨 것도 모자라 나보다도 더 유명하다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요.”
일행은 서둘러 복장을 갈아입었다. 필요없어진 철창도 치워버렸다. 로자리아는 일행을 재촉했다.
“아무래도 뭔가 찝찝해. 통행증은 다음 기회를 노리고 일단 여기서 벗어나자.”
“그러기도 어렵게 된 것 같은데.”
관문 너머에서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바람처럼 빠르게 다가오는 세 개의 인영. 그것은 순백의 갑주를 걸친 세 명의 나이트였다.
“저기 있다. 저놈들이다!”
일행을 발견한 그들이 약간의 거리를 두고 걸음을 멈추었다. 순백의 갑주에 걸린 붉은 망토가 바람에 날려 나부낀다. 하나같이 얼음처럼 무표정한 그들의 어깨에는 푸른 문장이 그려져 있었다. 푸른 문장 안에는 금실로 수를 놓은 천사의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로자리아는 단번에 그것을 알아보았다.
“저 문장은?”
“로자리아?”
로자리아는 아찔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어째서 이런 곳에 신성연맹의 성기사단, 레이핌이 나타난 거지?”
신성연맹의 성기사단, 레이핌. 당대의 그 어떤 기사단보다도 강한 힘을 가졌다는 성기사 군단. 그 명성이라면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 화형 당한 마녀와 이단의 수가 한둘이었던가. 신의 뜻을 따르는 이들에게는 한없이 자상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는 악마와 급수가 같다고 불리는 이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이들이 대체 무엇 때문에 여기에 나타났다는 말인가?
기사들 중 가운데에 선 이가 일행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너희가 마녀, 로자리아와 그의 종자들인가?”
그레이센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누가 종자라는 거냐? 나는……!”
“왕자님,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할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요.”
우뚝 선 세 명의 성기사에게서 묘한 위압감이 풍겨져 나왔다. 그들 중 가운데에 서 있는 자가 로자리아를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마녀, 로자리아. 순순히 오라를 받으라. 그러면 적어도 편안한 죽음은 약속해 주지. 하지만 끝까지 체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그 자리에서 즉결처분도 가능하다. 선택하라. 어떻게 할 것이냐.”
즉결처분. 그 싸늘한 말 한마디에 주위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은 지금 장난을 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진짜 로자리아의, 일행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터가 물었다.
“왜 우리를 체포하겠다는 거지?”
“마녀, 로자리아에게는 여섯 개의 마을을 파괴하고, 1,500에 달하는 사람들을 해하고 죽게 한 혐의가 걸려 있다.”
로자리아는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나한테?”
일행의 시선이 로자리아를 향했다.
“로자리아 씨, 언제 그런 짓을?”
“큰 사고 한번 칠 여자라고는 생각했지만…….”
“너희가 믿으면 어쩌자는 거야?”
골머리가 아픈 로자리아였다. 성기사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종자들은 그런 마녀의 행위를 도운 혐의다.”
일행은 바로 발끈해서 소리쳤다.
“무슨 소리예요! 우리가 그런 짓을 했을 리가 없잖아요.”
“게다가 우리는 저 녀석의 종자가 아니란 말이다. 무엄한 놈!”
“…….”
로자리아는 지끈거리는 머리에다 손을 대었다.
‘이젠 될 대로 되어버려라.’
성기사들의 말을 끝까지 들은 이터가 로자리아에게 물었다.
“로자리아, 네가 정말 저런 짓을 했나?”
“무슨 소리야! 그랬을 리가 없잖아. 분명히 흑마법으로 가끔씩 마을 사람들을 골려준 일이 있기는 하지만 사람을 죽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이터는 성기사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녀는 그렇다고 하는군. 나나 다른 사람들도 그런 일을 도와준 적 없다. 알아들었으면 이제 비켜라.”
성기사들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검을 뽑아 들었다.
“마녀의 무리가 하는 말을 믿으리라 생각하느냐. 체포에 응하지 않겠다면 여신 루비에린의 이름으로 너희를 심판할 수밖에.”
“말했다.”
이터가 성기사들을 마주 노려보았다.
“비키라고.”
“오만방자한 마녀의 무리가!”
발끈한 기사 하나가 하얗게 빛나는 검을 쥐고 이터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검이 허공에 새하얀 선을 그린다. 그리고…….
카앙!
이터는 그것을 한 손가락으로 막았다.
“아니?”
퍼억. 퍼억. 퍼버벅.
그가 공격이 실패했음을 깨닫는 순간, 이터의 주먹과 발이 그의 가슴과 복부를 순식간에 난타했다.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정신없이 얻어터지는 성기사. 마지막으로 가슴을 걷어차자 그의 몸이 허공에 떠올라 남은 두 기사의 앞에 나가 떨어졌다. 자세를 바로잡은 이터는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는 내 상대가 아니다.”
자신들의 동료가 순식간에 당했음에도 성기사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저 눈살만 찌푸릴 뿐이었다.
“종자의 실력도 얕볼 수 없는 경지에 달해 있군. 그래서 겉모습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거늘……. 어서 일어나라.”
그 말과 함께 쓰러져 있던 기사가 몸을 일으켰다. 그는 송구스러운 얼굴로 둘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이런 추태를 보이다니…….”
“일어났어?”
이터의 펀치와 발차기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 저런 걸 정면에서 얻어맞고도 끄덕도 없다니? 비밀은 금세 밝혀졌다. 일어난 기사의 갑옷에 희미한 마법 문자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레이센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신성마법을 새겨둔 갑옷이군. 그래서 데미지를 입지 않은 거야.”
“…….”
이터는 말없이 주문이 사라져가는 갑옷을 바라보았다. 가운데에 선 기사가 검을 내밀며 둘에게 명령했다.
“사악한 마도의 무리를 상대하면서 방심은 금물. 모두 전력을 다하라.”
“네.”
그와 함께 세 명의 신형이 동시에 움직였다. 성기사들의 입에서 낭랑한 영창이 튀어나왔다.
“빛의 길을 나아가는 내 검에 두려울 것 없으니. 홀리 소드(Holy Sword)!”
우우웅…….
그들의 영창과 함께 새하얀 빛이 검신을 감쌌다. 오러 블레이드는 아니지만 위력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는 예리한 검, 홀리 소드다.
날카롭게 뻗어나오는 검기가 이터의 몸을 베고 들어왔다. 등을 젖혀 검기를 피해 낸 이터는 옆으로 물러섰다. 그가 움직이기가 무섭게 성기사들의 손에서 빛이 폭사했다.
“놓치지 않는다. 홀리 스피어(Holy Spear)!”
성령의 빛으로 만들어진 창. 수십 개의 홀리 스피어가 이터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요란한 폭음과 격렬한 진동이 주위를 휩쓸었다. 자욱이 일어난 먼지 사이를 뚫고 나온 이터가 붉게 물든 왼손을 휘둘렀다.
“지워라, 불.”
쿠아아아.
무서운 기세로 뻗어나가는 폭염. 하지만 성기사들은 피하지 않았다. 그들은 즉시 다음 주문을 영창했다.
“성령의 방패여, 홀리 실드(Holy Shield).”
콰아앙!
이터의 불꽃이 빛의 방패와 부딪히며 폭발했다. 하지만 그뿐. 빛의 방패로 주문을 막은 성기사들의 몸에는 작은 상처 하나 없었다. 엘리스가 당황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마법도 통하지 않아요.”
로자리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신성연맹의 성기사단 레이핌… 강하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터의 공격이 통하지 않을 정도라니.”
그렇다면 저 녀석들 셋이 바르엘을 넘어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가?
그레이센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야. 우리가 사용하는 마법의 근원은 자연에 흩어진 마나지만 녀석들이 사용하는 기술의 근원은 신이다. 여신에게 기도하고 그 힘을 내려받아 쓰는 것이다.”
그 말인즉.
“이터가 맞부딪히고 있는 건 녀석들이 아니라 여신, 루비에린의 성령(聖靈), 그 자체라는 의미인 거다.”
“그, 그런!”
채카캉! 카카캉!
이터와 세 명의 성기사는 접전을 펼치고 있었다. 성기사들의 검을 쳐낸 펜릴이 그들의 몸을 후려치며 나아갔다.
하지만 성기사들은 개의치 않고 다시 달려들었다. 루비에린의 가호가 그들의 몸을 상처 없이 지켜주기 때문이었다. 방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덤벼오는 적. 이터가 더 강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저돌적으로 덤벼오는 적들과의 싸움에서는 흐름이 깨어질 수밖에 없었다.
날아드는 검을 피하며 이터는 위로 솟구쳐 올랐다.
“도망치려느냐!”
파아앗.
성령의 빛이 성기사의 등에서 찬란한 빛을 뿌렸다. 빛은 아름다운 날개로 변하여 깃털을 뿌리며 크게 펼쳐졌다.
“……!”
“날개가 생겼어?”
천사의 날개를 펼친 성기사들은 망설임 없이 하늘로 날아올라 이터에게 검을 휘둘렀다.
카아아앙!
그리고 허공에서 벌어지는 접전.
발차기로 덤벼드는 성기사를 걷어차 버린 이터는 덤벼드는 둘을 펜릴을 휘둘러 튕겨냈다.
하지만 그들은 상처 입지 않았다. 날개를 펼친 그들이 빠르게 날아들어 검을 휘둘렀다.
“하앗!”
피잇.
홀리 소드 하나가 이터의 뺨을 가볍게 스쳤다. 튕기듯 물러나 바닥에 내려서는 이터. 그의 뺨에 붉은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그 뒤로 성기사들도 지상에 내려섰다.
“이제 알았겠지? 네가 도망칠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
실력만 놓고 본다면 성기사들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신의 가호를 등에 업고 있었다. 아무리 이터라고 해도 그런 방어를 간단히 깨부술 수는 없었다.
“이대로는 위험해요. 우리도 가세하자구요.”
엘리스가 빛의 활을 집어 들며 소리쳤다. 성기사들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얼마든지 덤벼라, 이단의 무리여. 너희가 수천 수레를 이끌고 나타난다 해도 우리의 믿음이 흔들리지는 않음이니.”
하지만 일행은 이터와 합류하지 못했다. 이터가 그들을 막았기 때문이다.
“이터?”
“나설 필요 없다, 로자리아.”
성기사들을 바라보며 이터가 씨익 웃었다.
“지금 막 녀석들을 박살낼 방법이 떠올랐으니까.”
그리고 이터는 동시에 성기사들을 향해 불타는 왼손을 뻗었다.
“지워라, 불.”
이글거리며 날아오는 불덩어리를 보며 성기사들은 서둘러 빛의 방패를 만들어냈다.
“홀리 실드(Holy Shield)!”
콰아앙!
지축을 뒤흔드는 충격과 함께 성기사들의 몸이 흔들렸다. 하지만 불꽃은 홀리 실드를 뚫지 못했다. 그들은 여유로운 웃음을 흘렸다.
“웃기는군. 아까와 다른 것이 뭐란 말이냐.”
막 그렇게 말하는데 또 하나의 불덩어리가 날아들었다.
“2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