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of Demon Flames RAW novel - Chapter 70
마염의 황제 070화
성기사들은 황급히 공격을 막았다. 또 한 번의 요란한 충격이 그들을 휩쓸었다.
“큭.”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연이어 날아든 이터의 폭염이 그들의 방패를 두들겼다. 다섯, 여섯… 열다섯… 스물…….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폭염이 날아들어 방패와 부딪혔다. 엄청난 폭발이 사방에 몰아쳤다. 그 위력은 뒤에 물러나 있는 일행에게 전달될 정도였다.
“무, 무지막지한데.”
“꺄아! 이 머슴같이 무식한 놈아, 살살 해. 내 몸에 먼지 날리잖아. 콜록콜록.”
천지를 진동하는 불꽃의 폭발.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폭발이 멈췄다. 자욱하게 피어난 먼지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일행은 걷혀가는 먼지를 기대를 갖고 바라보았다.
“끄, 끝났나?”
흩어지는 먼지 그 사이로 세 명의 성기사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런 폭발이 있었음에도 그들의 갑옷에는 작은 상처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우뚝 서 있었다. 로자리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멀쩡해? 그 공격을 모두 받고도?”
“그럴 수가…….”
녀석들은 무적이란 말인가?
우뚝 선 성기사 중 하나가 이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 이단의 무리가… 큭!”
털썩.
그의 몸이 휘청이더니 한 쪽 무릎을 꿇었다. 놀란 건 이터 일행 쪽이었다.
“무릎을 꿇었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타격이 전해진 건가? 하지만 갑옷엔 작은 상처 하나 남아 있지 않은데 어떻게?”
갑옷에는 상처가 없다?
곰곰이 생각하던 로자리아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서, 설마?”
이터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움직이지 않는. 아니, 움직일 수 없게 되어버린 성기사들을 보며 말했다.
“확실히 너희의 갑옷은 튼튼하다. 하지만 생각대로 몸은 그리 튼튼하지 않은 모양이군.”
“이놈…….”
성기사들은 이를 갈았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팔과 다리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로자리아가 소리쳤다.
“알았어. 홀리 실드가 이터의 불꽃을 막아냈지만 폭발로 일어난 충격은 녀석들에게 그대로 전달된 거야. 외적인 데미지는 받지 않았지만 내적인 데미지가 쌓인 거지.”
아무리 강한 껍질 속에 숨어도 강력한 힘을 가하면 안에 있는 것은 압사 당한다. 겉은 성령의 힘에 의해 무사했지만 그 안의 기사들은 폭발의 충격에 보이지 않는 데미지를 쌓아두고 있었던 것이다. 이터는 그걸 노렸다.
“이런 제기…….”
퍼억!
내뱉던 욕을 끝낼 틈도 없이 이터의 발차기가 날아들었다. 무릎을 꿇고 있던 성기사는 그 일격을 얻어맞고 그대로 바닥에 처박혀 버렸다. 이터의 시선이 그 옆에 있는 성기사를 향했다. 이터가 주먹을 움켜쥐고 달려들자 그는 허겁지겁 빛의 방패를 만들었다.
“크윽! 홀리 실드!”
콰앙!
하지만 이터의 주먹은 평범한 주먹이 아니었다. 타이탄 브레이커를 장착한 이터는 인정사정없이 빛의 방패를 후려쳤다. 묵직한 주먹 너머로 전해지는 충격에 성기사는 견디지 못하고 나가 떨어져 버렸다.
“크아악!”
자신의 동료 둘이 당한 것을 본 마지막 성기사는 황급히 빛의 날개를 펼쳐 날아올랐다. 자신은 움직이지 못하지만 이 날개를 이용한다면 피할 수 있다.
이터는 그를 향해 두 개의 부메랑을 꺼내 들었다.
“소환, 문 크레센트(Moon Crescent).”
촤아악! 촤악!
하늘을 나는 부메랑이 거의 동시에 성기사의 두 날개를 찢었다. 그 기세로 하늘로 솟구친 두 부메랑은 하나로 합해져 허공에 곡선을 그렸다. 그리고 무서운 속도로 성기사의 가슴에 작렬했다.
“합일, 월영참(月影斬).”
“우아악!”
공중에서 월영참에 직격당한 성기사는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지상으로 추락했다. 마지막 성기사까지 바닥을 굴렀다. 갑옷에 새겨진 신성마법 덕에 죽거나 하진 않았지만 바닥에 늘어진 성기사들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레이센이 주위를 둘러보며 짧게 휘파람을 불었다.
“일단 상황은 끝난 모양이군.”
관문은 폐허가 따로 없을 정도로 박살이 나 있었다. 그런 격돌이 일어났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로자리아는 성기사들이 한 말을 떠올렸다. 그들은 로자리아가 마을을 파괴하며 사람들을 해쳤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은 마녀라고는 하나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은 모두 아트일 뿐, 사람을 해치는 일 따위는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도대체 어째서 그런 소문이 돌게 된 걸까?”
하지만 그녀가 원인을 생각할 시간은 많지 않았다.
“게 섰거라, 이단의 무리이여!”
“앗, 저기 또 몰려와요.”
선봉대를 먼저 보내고 뒤늦게 합류한 본대가 지금 도착했다. 이번은 방금처럼 세 명이 아니었다. 순백의 갑주를 걸친 수십 명의 기사들이 일행을 향해 달려왔다.
“이번에는 떼거진데?”
“쳐라! 놈들을 없애고 동료를 구한다!”
달려오는 성기사들의 무리를 보며 로자리아는 울상이 되었다.
“어째서 또 일이 이렇게 되는 거야.”
말로 해서 씨알이 먹힐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이대로 싸운다면 오해의 골만 깊어질 뿐이다. 그래, 도망! 도망치는 거다.
“이터, 다들 도망치…….”
그때, 허공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로자리아님, 조심하십시오!]“……?”
로자리아님?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성기사들의 대열 한복판에 거대한 불덩어리가 내리꽂히며 요란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앙!
“크아아악!”
예상치도 못한 방향에서, 예상치도 못한 위력을 가진 공격에 얻어맞은 성기사들의 대열은 단번에 흐트러져 버렸다.
“뭐야, 이 불덩어리는?”
“어디서 날아온 거지?”
몸에 붙은 불길을 끄며 허둥지둥하는 성기사들. 그들을 보며 로자리아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또 무슨 일…….”
처척. 척.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일행의 앞으로 누군가가 내려섰다. 붉은 가운으로 아슬아슬하게 몸을 가린 여마법사가 부채를 거두며 안도의 표정으로 가슴을 쓸었다.
“로자리아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이조르네?”
“이조르네 씨?”
자신을 보며 영문 모를 눈빛을 반짝거리는 것은 루시펠의 분신 중 하나인 이조르네였다. 난데없는 그녀의 등장에 일행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나타난 것은 이조르네뿐만이 아니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로자리아님. 별고 없으셨는지요?”
로자리아의 곁에 무릎을 꿇은 쉐드가 그녀의 손을 들어 손등에 키스했다.
“크르릉. 캉.”
옆에서는 야수 인간 올가가 로자리아의 반대쪽 손을 들어 혀로 핥았다. 이조르네는 아무것도 안 하고 뻣뻣하게 서 있는 베가스에게 물었다.
“넌 왜 안 하는 거야.”
베가스가 부끄러움에 벌게진 얼굴로 투덜거렸다.
“시끄럽다. 할 것 같으냐, 이런 유치한 장난질?”
“흠, 그래?”
이조르네는 활짝 웃는 얼굴로 로자리아를 돌아보았다.
“그럼 로자리아님, 안 한다는 애는 내버려두고 어서 이 자리를 피하십시오. 여기는 저희가…….”
쉐드가 손등에 다시 키스하며 말했다.
“맡겨만 주십시오, 로자리아님.”
올가도 로자리아의 손을 혓바닥으로 핥았다.
“캉캉. 캉.”
“도대체……?”
로자리아는 침으로 범벅된 손을 뿌리치며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너희, 여기에서 뭐 하는 짓이야?”
이조르네가 웃으면서 말했다.
“앗. 이를 어째? 로자리아님이 화나셨다.”
“말이랑 표정이랑 매치가 되지 않잖아, 이조르네.”
“크르릉. 캉!”
그때쯤 성기사들도 무너진 대열을 다시 바로 하고 있었다.
“마녀의 패거리가 더 늘어났다!”
“기습을 한 건 녀석들인가?”
“에?”
로자리아는 다급한 표정으로 성기사들을 보며 소리쳤다.
“오, 오해야! 그게 아니라, 이 녀석들은…….”
하지만 성기사들은 로자리아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들고 있는 무구에 홀리 웨폰 주문을 걸며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었다. 이조르네와 루시펠 나이츠가 그 앞을 막았다. 이조르네가 불길 먹은 부채를 휘두르며 소리쳤다.
“로자리아님, 여기는 우리에게 맡기시고 얼른 피하십시오!”
“우아악!”
콰아앙!
요란한 소음과 함께 불꽃의 폭풍이 성기사들을 쓸어버렸다. 그들의 신성주문이 주문의 위력은 막아주었지만 그 열기와 풍압만은 어쩔 수 없었다. 이조르네는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큭! 적들의 힘이 너무 강대하군.”
“다 쓸어버리면서 그런 말 하면 설득력이 없데이.”
프리야가 친절히 지적해 주었다.
콰앙! 쾅! 콰아앙!
이조르네는 플레어 브레이저를 꺼내 엄청난 수의 폭염구를 쏘아댔다. 이번에도 신성주문이 그들을 보호했지만 엄청나게 일어난 먼지가 그들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 쉐드의 소환수 루파는 성기사들을 붙잡아 신나게 주먹으로 두들겨패고 있었다. 올가와 베가스도 합류해 성기사들과 공방을 펼쳤다. 성기사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바닥을 굴렀다. 이조르네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아아, 안 돼, 우리의 힘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어.”
그 말과 함께 이조르네는 로자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고로 로자리아님, 부디 무사히 탈출하시길.”
“자, 잠깐.”
콰앙!
이조르네와 그녀 곁에 모인 루시펠 나이츠는 요란한 폭발과 함께 먼지구름을 가득 남기며 사라져 버렸다. 로자리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황망히 그들이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대답은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는 성기사들이 해주었다.
“빌어먹을 마녀의 무리… 잘도…….”
“죽여버릴 테다!”
우우우우우.
성기사들이 짙은 살기를 뿌리며 광채를 뿜었다. 그들의 악귀 같은 표정을 보며 로자리아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져 버렸다. 이제는 어떤 말과 행동도 자신의 무고함을 알리기엔 역부족이리라.
“역시 이렇게 된 이상, 피하는 게 상책이야. 다들 도망…….”
쿠우웅!
말도 끝나기 전에 이번에는 지진만큼이나 거대한 진동이 성기사들을 휩쓸었다. 지면을 뒤흔드는 울림에 성기사들은 제대로 설 수가 없었다. 이터가 타이탄 브레이커로 바닥을 내리찍고 있었다. 그리고 성기사들의 대열이 흐트러지자 이터는 바로 기간틱 블레이드를 꺼내 들었다.
“지워라, 불. 부러져라, 천풍.”
이터는 바닥을 박차며 힘차게 검을 내질렀다.
“폭마검!”
“우아아악!”
열기와 바람. 그리고 투기가 모여 엄청난 기운을 폭사했다. 그 가공할 위력에 말려든 성기사들의 갑주는 너나 할 것 없이 터져버렸다. 박살난 갑옷과 함께 폭류에 말려든 성기사들은 실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을 굴렀다. 이터가 검을 거두며 로자리아에게 말했다.
“일단 이 자리를 피하자.”
“이미 네가 다 쓰러뜨렸어.”
이제 오해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져 정상 참작의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 한두 명도 아니고 이 많은 성기사들을 떼로 날려버렸으니 자신의 목에 수만 골드가 걸려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