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of Demon Flames RAW novel - Chapter 78
마염의 황제 078화
쉐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신의 힘을 몸에 강림시킨다니… 그런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훗. 걱정하지 마라. 아무나 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니. 미천한 녀석들이 이런 기술을 쓰면 몸이 견디지 못하고 붕괴되어 폐인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 몸께선 가능한가?”
그레이센은 콧대 높은 자세로 자신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건 바로 이 그레이센 지그프리드가 페이샨 왕가의 피가 흐르는 고귀한 혈통이시기 때문이다!”
론은 한숨을 내쉬었다.
‘걸어주는 건 난데 생색이란 생색은 저 혼자 다 내는군.’
좌우지간 승부는 신의 힘을 등에 업은 그레이센의 승기는 확실해 보였다. 그는 루파를 가리키며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자, 이제 알아들었으면 간다. 미천한 곰돌이 주제에 감히 이 왕자의 고귀한 몸을 건드린 대가를 받게 될 것이다!”
“저기, 왕자님.”
한창 기세 좋게 외치고 있는데 론이 끼어들었다. 그레이센은 불쾌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냐? 한참 분위기 좋은데.”
“저도 잘 알고 있는데요.”
론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시간… 다 지났는데요.”
“…….”
그리고 잠시 후, 광장 안엔 그레이센의 끔찍한 비명이 울려퍼졌다.
“으아악! 살려줘!”
“쿠뉴, 쿠뉴!”
“왕자님!”
쉐드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모자를 눌렀다.
“어째서 내 상대는 늘 이런 얼간이들뿐인 건지.”
한편, 엘리스를 상대하게 된 올가는 낮은 울음을 토했다. 몸 안에 흐르는 야수의 피가 그의 눈을 붉게 만들었다. 날카롭게 튀어나온 손톱은 강철이든 뭐든 다 때려부술 수 있다. 이런 여자아이 하나 박살내 버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때, 마주서 있던 엘리스가 입을 열었다.
“저기… 싸우기 전에 죄송한데요, 조금 신경 쓰이는 것이 있어서. 올가 씨는 저… 강아지 인간인가요?”
“크아아앙!”
그 말에 격렬하게 울음을 터뜨리는 올가. 어느새 곁에 나타난 쉐드가 친절히 해석해 주었다.
“‘날 뭘로 보는 거냐. 난 긍지 높은 전사다. 강아지 인간 따위가 아니야’라는군.”
“흐음… 그런가요.”
곰곰이 생각하던 엘리스가 웃으며 소리쳤다.
“멍멍아, 이리 온!”
“멍! 멍!”
꼬리를 흔들며 다가가 엘리스의 손을 핥던 올가가 흠칫했다.
뭔가 이건 아니다라는 것을 느낀 그는 재빨리 물러나며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크아앙 앙! 크앙!”
“‘날 강아지 취급하지 마’라는군.”
엘리스는 쪼그려 앉아 손을 내밀었다.
“손.”
턱.
엘리스 앞에 엎드린 올가는 엘리스의 손에 손을 턱 올리며 길게 혀를 내뺐다.
“헥헥……?”
흠칫.
올가는 깜짝 놀라며 다시 뒤로 물러났다.
“크아앙. 캉. 크아앙!”
“‘강아지 취급하지 말라니까. 정말 물어버린다’라는군.”
엘리스는 바닥의 돌멩이를 주워 던졌다.
“자! 멍멍아, 물어와!”
“왈왈!”
행복한 얼굴로 달려가 엘리스가 던진 돌을 입에 무는 올가. 돌멩이를 입에 무는 순간, 그는 또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크앙! 카아앙!(이젠 용서 못 해! 없애버릴 테다!)”
그렇게 외치며 돌아서는 순간, 금빛 화살이 그의 몸을 관통했다. 빛의 활로 만들어낸 라이트닝 애로우.
마치 감전된 것처럼 파치직, 하는 스파크와 함께 몸을 떠는 올가를 보며 엘리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여자라고 얕보지 말랬죠?”
콰앙! 쾅! 콰아앙!
반대편 하늘에서는 불의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불비는 요란한 폭발을 일으키며 주위를 폐허로 만들었다.
폭발로 인해 자욱하게 펼쳐진 먼지. 그 사이를 뚫으며 로자리아가 튀어나왔다.
“마염의 인페르노!”
쿠오오오!
5서클의 마력을 받아 환하게 타오른 불꽃이 허리케인처럼 일어나 이조르네가 선 자리를 뒤덮었다.
하지만 이조르네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오늘따라 더 앙탈이 심해진 것 같은데.”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 로자리아는 재빨리 물러서려고 했지만 이미 그녀의 팔은 이조르네의 손에 잡혀 있었다. 이조르네는 다른 손으로 이조르네의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미소 지었다.
“안녕히, 로자리아님.”
그녀가 로자리아의 뺨에 살짝 키스했다. 그와 함께 거대한 불기둥이 로자리아의 몸을 삼키며 치솟아 올랐다. 살짝 물러난 이조르네는 그 광경을 느긋이 구경하며 살짝 부채를 부쳤다.
“아아, 좀 더 놀려먹을 거리가 많았을 텐데. 내가 너무 쉽게 끝내버렸나?”
촤악!
그녀가 그렇게 웃고 있을 때 불기둥을 뚫고 얼음창이 튀어나왔다. 이조르네는 재빨리 옆으로 물러났지만 펼친 그녀의 부채엔 구멍이 뚫렸다.
흠칫하는 이조르네의 앞으로 로자리아가 불기둥을 헤치며 모습을 드러냈다.
“뚫고 나왔어? 내 주문을?”
“흥. 너한테 한 번 당하지 두 번 당할 것 같아? 너랑 싸울 걸 예상하고 빙계 주문을 잔뜩 메모라이즈해 두었다고!”
로자리아는 자신의 옷가지를 가리키며 외쳤다. 화염이 자신을 덮치는 순간, 몸, 옷, 그리고 주변에 3중으로 빙계 주문을 쳐서 막아낸 것이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로자리아는 데어서 후끈거리는 등을 느끼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3중으로 쳐놓은 빙계 주문으로도 간신히 목숨을 건지는 게 고작이라니, 정말 무식한 불꽃이다.
로자리아는 가즈 블레이드를 겨누며 말했다.
“마법사는 선천적으로 체력이 약하지. 서로의 마법이 통하지 않는 승부라면 누가 이길까?”
로자리아는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이조르네에게 돌진했다.
이조르네는 불의 장막을 펼쳤다. 로자리아는 정면으로 치고 들어갔다.
“소용없어!”
콰아아아!
3중으로 친 빙계 주문이 이조르네의 불길과 상쇄되며 사라져간다. 하지만 이번에도 완벽하게 막는 것은 무리. 로자리아의 어깨가 불에 데었다.
‘큭.’
“트웰브 섀도 소드!”
보이지 않는 열두 개의 검. 이조르네는 뒤로 물러나며 마주 불꽃의 검을 날렸다. 보이지는 않지만 바람의 기척으로 검의 이동 경로를 읽어낸 그녀는 로자리아의 검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 요격해 냈다. 그녀는 피식 웃었다.
“재미있네요, 로자리아님. 하지만 이걸 사용하면 어떨까요? 가라, 프리야. 네 차례야!”
“내한테 명령하지 말라 케도!”
투덜거리면서도 프리야는 힘차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거대한 불길이 그의 몸을 휘감았고 이내 프리야는 불새가 되어 비상했다. 그리고 그것은 다음 순간, 로자리아를 향해 일직선으로 쏘아져 나갔다.
이조르네는 미소 지었다.
“피닉스가 된 프리야는 초고온의 폭염으로 변하지. 내 주문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말이야. 네 3중 얼음방패로 막아낼 수 있을까?”
하지만 로자리아는 고속으로 날아드는 불의 새를 보면서도 당황하지 않았다. 대신 가즈 블레이드를 뒤로 젖혔다.
“착각하지 마. 내가 주문을 걸어놓은 건 내 몸만이 아니라고.”
그리고는 있는 힘을 다해 가즈 블레이드를 날렸다.
“가라, 가즈 블레이드 미사일!”
“꺄아악! 무슨 짓이야?”
퍼어엉!
프리야와 가즈 블레이드가 부딪히자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흩어지는 먼지구름 사이로 새카맣게 탄 가즈 블레이드가 바닥에 떨어져 부들거렸다. 가즈 블레이드 옆에 기절해 쓰러져 있는 프리야를 보며 로자리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좋았어. 조금 걱정했는데 잘 막았네. 너도 쓸모가 있구나.”
“꺄악! 내 날이 다 그을렸잖아. 이게 무슨 짓이야, 허접 마녀!”
“괜찮아, 괜찮아. 덕분에 살았으니 됐잖아?”
“너 혼자 산 거잖아!”
가즈 블레이드에게서 시선을 돌린 로자리아는 이조르네를 바라보았다.
“내가 말했지? 그 이죽거리는 거 오늘로 끝이라고.”
이조르네는 미소를 지었다.
“재미있네. 한번 해봐.”
쿵. 쿵.
격렬한 폭발과 진동이 주변에서 울려퍼진다. 그 광장 한가운데에서 이터와 베가스는 서로를 마주본 채로 서 있었다.
베가스가 묵묵히 입을 열었다.
“저번엔 폐가 많았다. 이번엔 결코 저번 같은 실수는 하지 않는다.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보여주지.”
쿠구구구.
베가스가 힘을 모으자 그 투기에 대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단지 힘을 준 것뿐인데 대지가 흔들릴 정도라니.
그는 미소를 지으며 거대한 대검 디바이더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무서운 속도로 바닥을 박차고 나가 이터의 머리 위로 검을 내리그었다. 이터는 그의 움직임에 반응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타아아앗!”
카앙!
요란한 소음이 주위를 울렸다. 베가스의 검을 한 손가락으로 막아낸 이터는 경악하는 베가스를 보며 미소 지었다.
“나도 내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게.”
퍼억!
베가스의 복부에 이터의 펀치가 정통으로 작렬했다. 덜컹거리는 베가스의 몸. 그것을 시작으로 고속으로 움직이는 이터의 주먹이 베가스의 복부를 연달아 가격했다. 한 발 한 발 맞을 때마다 베가스의 몸이 공중으로 조금씩 떠오른다. 그렇게 두들기던 이터는 그대로 베가스를 올려찼다.
“크윽!”
허공으로 튕겨나간 베가스는 자세를 바로 했다. 하지만 이터는 지상에 없었다. 머리 위였다. 어느새 나타난 이터는 팔꿈치로 베가스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제, 제길!”
베가스는 재빨리 몸을 돌려 바닥에 착지했다. 이터는 자신을 뒤쫓아 떨어지고 있었다. 베가스는 재빨리 허공에 열 자루의 검을 띄워올렸다. 어검이다.
‘허공에서는 몸이 자유롭지 않다. 그래도 피할 수 있을까.’
“먹어라!”
베가스는 힘차게 이터를 향해 검을 날렸다. 그리고 이터는 베가스를 향해 왼손을 뻗었다.
“중압.”
쿠웅!
짧은 한마디지만 그 말에 담긴 힘은 실로 엄청났다. 거대한 중압탄이 날아오르는 검과 함께 베가스의 그대로 지상에 처박아 버렸다. 그가 쓰러진 땅은 아예 거대한 구덩이처럼 패어나갔다.
간신히 중압에서 벗어나 그가 일어났을 때는 이미 이터도 그의 곁에 내려선 뒤였다. 이터는 그를 내려다보며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넌 그리 대단치 않은 놈이다. 너랑 싸우는 건 시시해.”
“뭐, 뭐라고! 이놈이!”
베가스는 분노해서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터는 바람처럼 움직여 그의 공격을 피하고는 안면에 발차기를 먹였다. 베가스는 다시 바닥에 처박혔다.
“크윽…….”
베가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실력의 차이가 난다고 해도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믿을 수 없다. 자신이, 자신이 이렇게 진다는 건 인정할 수 없다.
“빌어먹을! 그렇다면 투기를 몽땅 폭발시켜서 이 주변을 아주 날려버려 주마!”
쿠오오오.
베가스는 가지고 있는 힘을 모조리 개방했다. 스파크의 형상을 띤 투기가 사방을 향해 터져나갔다. 그 모습을 본 쉐드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베가스!”
“크아아아아!”
베가스의 투기는 점점 팽창했다.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걸 쓰면 아무리 이터라도 가루가 되어버리고 말 것이라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