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of Demon Flames RAW novel - Chapter 86
마염의 황제 086화
“지워라, 불!”
콰아아.
밀려나는 베가스의 몸에 이터의 폭염이 작렬했다. 요란한 폭발과 함께 피어오르는 먼지 구름. 바닥에 꽂은 펜릴을 낚아챈 이터는 먼지 구름을 찢으며 베가스를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3단계로 벌어진 블레이드에서 백색의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받아라-!”
콰앙!
불꽃에 휘말린 베가스를 향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날아든 창. 백색의 블레이드가 작렬하며 다시 한 번 폭발을 일으켰다.
성공인가? 판정이 들려왔다.
[베가스 3% 데미지.]“……!”
이터는 물론 로자리아들도 깜짝 놀랐다. 3% 데미지라니…….
“설마…….”
뚝. 뚝.
바닥에 검은 핏방울이 떨어져 내린다. 걷혀가는 먼지 사이로 베가스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목 앞까지 날아든 펜릴을 맨손으로 움켜잡고 있었다. 일행들은 경악했다.
“펜릴의 블레이드를 맨손으로 잡아냈어?”
일전에 이터가 소류의 블레이드를 잡아낸 적은 있다. 하지만 펜릴은 주인의 힘에 따라 그 위력이 달라지는 마창. 이터가 만들어내는 블레이드와 소류가 만들어내는 블레이드에는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한 손으로 잡아낼 수 있다니…….
이터 역시 의외라는 얼굴이었다. 그 표정이 마음에 들었는지 베가스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짜릿한 일격. 감사한다, 이터. 이걸로 알 수 있을 것 같아.”
휘익.
한 손으로 펜릴을 움켜쥔 베가스는 이터를 끌어당기며 반대편 주먹을 힘차게 내질렀다.
“파워에서는 너에게 지지 않는다는 걸!”
이터는 재빨리 무구를 소환했다.
“소환. 타이탄 브레이커.”
콰앙!
베가스의 주먹과 이터의 타이탄 브레이커. 두 개의 주먹이 서로 작렬하며 굉음을 내뿜었다. 다시 한 번 펼쳐진 두 힘의 격돌! 마주한 이터의 주먹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던 베가스가 씨익 웃었다.
“하압!”
“……!”
맞대고 있는 주먹에서 폭발하듯이 터져 나오는 검은 투기. 휘몰아치는 검은 기류가 이터와 타이탄 브레이커를 뒤로 튕겨냈다. 로자리아는 눈을 크게 떴다.
“마, 말도 안 돼. 타이탄 브레이커를 정면에서 밀어냈어?”
하지만 놀라고 있을 틈도 없었다. 주먹을 거둔 베가스가 어디새 대검, 디바이더를 꺼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디바이더에는 방금 베가스의 주먹에 맺혀 있던 것과 같은 검은 투기가 타오르고 있었다. 검게 타오르는 대검을 움켜쥔 베가스는 뒤로 밀려나는 이터를 향해 바닥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꺼져버려라!”
베가스는 이터를 향해 있는 힘껏 검을 내리쳤다. 투기를 폭사하며 대기를 찢어발기는 검은 검풍! 그것이 이터의 몸을 집어삼키며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이터!”
“훗. 베가스가 한 건 했군.”
이조르네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대단한 일격이긴 하지만 아마 이터는 저 정도에 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충격은 분명히 받았을 터.
“이걸로 데미지 없이 모두 쓰러뜨리겠다는 약속은 깨어졌군.”
일단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이터의 오만함을 꺾었다는 것만으로도. 이조르네는 흩어지는 먼지를 바라보며 이터가 얼마나 데미지를 입었을지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판정이 들렸다.
[이터. 0% 데미지.]“뭐야?”
먼지가 걷혔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작은 상처 하나 남지 않은 이터가 서 있었다. 오른손으로는 거대한 대검, 기간틱 블레이드를 움켜쥐고 왼손에는 새하얀 빛을 뿜어내는 이터가. 베가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네 녀석…….”
방어주문으로 위력을 최소화하고 검으로 투기를 날려버린 것인가? 각기 다른 두 가지의 행동을 동시에 취하다니…….
“말했을 터다. 너희들은…….”
이터는 기간틱 블레이드로 먼지구름을 날려버리며 말했다.
“노 데미지로 쓰러뜨리겠다고.”
“재미있군.”
훗.
베가스의 입가에 짧은 미소가 스친다. 대검, 디바이더를 두 개의 검으로 나눈 베가스는 맹렬한 기세로 바닥을 박차며 나아갔다. 그를 마주한 이터는 오른손에는 기간틱 블레이드를, 왼손에는 펜릴을 꺼내들었다.
“타앗!”
이터는 있는 힘을 다해 펜릴을 던졌다. 예리한 창날이 무서운 속도로 베가스를 향해 뻗어나갔다. 베가스는 코웃음을 쳤다.
“이까짓 것쯤이야.”
카아앙!
검에 맞은 펜릴이 튕겨난다. 이런 공격은 투기가 실린 검을 가볍게 돌리는 것만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그가 창을 튕겨내기가 무섭게 고속으로 접근한 이터가 양손으로 기간틱 블레이드를 내리찍는다. 전광석화처럼 이어지는 연계공격!
하지만 베가스는 균형을 흐트러뜨리지 않은 채 침착하게 마주 검을 휘둘렀다. 둘의 참격이 격돌한다.
쿠오오오!
흑빛의 투기와 순백의 투기가 처절하게 터져나가고 사방으로 튀어나가는 돌덩어리들을 피해 둘은 동시에 물러난다. 물러서며 허공에서 몸을 튼 이터는 막 아래로 추락하고 있는 펜릴을 돌려 찼다. 이터의 발에 정확히 맞은 펜릴은 다시 베가스의 안면을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나갔다.
“큭.”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베가스는 급히 몸을 비틀며 검으로 펜릴을 막았다. 하지만 그것이 한계. 막아낸 충격으로 검도 튕겨나가 버렸다. 베가스가 주춤하는 틈을 놓치지 않은 이터는 연이어 기간틱 블레이드를 던졌다. 베가스는 재빨리 균형을 잡으며 막았지만 남은 검 역시 기간틱 블레이드와 함께 하늘로 튕겨나가 버렸다. 그와 함께 이터는 베가스의 품을 파고들었다.
“하앗!”
안으로 들어오기가 무섭게 번개처럼 주먹을 내지르는 이터. 베가스는 그것은 손으로 막으며 이터를 돌려 찼다. 빠르게 권각을 교환하는 둘. 단순히 주먹과 발이 부딪히는 것인데 그 충격은 땅이 짧게 울릴 정도였다.
베가스가 번개를 불렀다.
“헬 라이트닝(Hell Lightning)!”
“극렬폭염장!”
콰아아!
불과 번개의 두 기운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거센 열기. 그 열기와 함께 물러난 둘은 허공에서 떨어지는 각자의 무기를 잡으며 다시 맞붙었다. 부딪히고 빗나가는 투기들이 콜로세움을 부수고 바닥을 갈랐다.
“괴, 굉장해요. 두 사람 다.”
“이터랑 저 정도나 호각으로 싸울 수 있다니.”
로자리아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이것이 봉인을 풀어난 루시펠 나이츠의 힘인가. 그렇게 엄청난 차이를 보이던 이터와 호각의 경지까지 올라갈 수 있다니. 그렇다면 이들이 본체라는 루시펠의 실력은 대체…….
가즈 블레이드가 투덜거렸다.
“그게 문제가 아니야. 내 몸이 먼지구덩이로 변해가고 있다고. 어떻게 좀 해봐!”
[베가스 데미지 3%, 이터 데미지 0%]격전 중에서도 데미지 판정은 계속되었다. 저런 막상막하의 승부 속에서도 이터는 용케 아직 데미지 0을 유지하고 있었다.
‘좋아, 아직까지는 이기고 있어. 이 기세를 유지하기만 하면…….’
그때, 일행들 앞을 이조르네가 가로막았다. 그녀는 이글거리는 부채를 펼치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우리만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것도 지겹지? 저치들은 저렇게 놀게 내버려두고 우리들은 우리끼리 신나게 놀아보는 게 어때?”
화르륵!
이조르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의 주위로 강력한 열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닿기만 해도 부스러져 재가 될 것 같은 폭염.
쉐드와 올가도 합류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지켜보고만 있는 것 좀이 쑤셔서. 그렇지, 올가?”
“크르르…….”
그레이센은 검을 움켜쥐며 눈살을 찌푸렸다.
“쳇.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쿠웅.
끝없이 타오르는 무한의 불길. 플레어 브레이져가 이조르네의 앞에 떨어져 내렸다. 이조르네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우리도 2라운드를 시작해 볼까?”
이조르네들의 움직임은 베가스와 전투 중인 이터의 눈에도 보였다.
“…….”
이터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동료들은 저 셋을 상대하기엔 위험하다는 것을. 그는 즉시 로자리아들을 향해 돌아가려 몸을 틀었다. 하지만 그 앞은 이미 베가스가 막아서고 있었다.
“어디에 한눈을 팔고 있나?”
“……!”
카앙!
디바이더와 부딪힌 기간틱 블레이드가 요란한 소음을 터트리며 으르렁거렸다. 날을 마주한 베가스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내 상대는 나다. 하지만 아무래도 네 녀석은 동료들이 신경 쓰여서 제대로 싸우지 못하는 모양이군.”
베가스는 이터의 검을 밀어내며 거리를 벌렸다. 그리곤 막 로자리아 일행과 싸우려는 동료들을 향해 소리쳤다.
“야, 너희들! 지금 너희들 리더가 최후가 될지도 모르는 싸움을 하는데 어디다가 눈을 돌리고 있는 거냐. 방해하지 말고 제대로 지켜보고 있어!”
그 한 마디에 사방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 아저씨가 누가 누구 리더라는 거야.”
쉐드의 불만 어린 목소리에 이조르네가 동조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너희들은 다 내 꼬봉이 아니었어?”
“내는 아니라카이!”
루시펠 나이츠의 분위기가 다시 산만해지기 시작한다. 베가스는 그런 동료들에게 다시 한 번 소리치며 검을 바로 잡았다.
“잔말 말고 곧 끝나니까 조금만 기다려라. 너희들 때문에 이 녀석이 집중을 못 하잖아.”
“쳇.”
화악.
이조르네의 부채에서 불길이 사라졌다. 동시에 주위를 답답하게 가로막던 열풍도 사라졌다. 원래대로 돌아온 부채를 접으며 이조르네는 투덜거렸다.
“남자들은 정말 멋대로라니까. 어쩔 수 없나. 좋아, 네 말대로 가만히 구경만 하도록 하지. 하지만 지는 날에는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고맙군.”
이제 방해될 것은 사라졌다. 베가스는 다시 무서운 기세로 바닥을 박차며 이터를 향해 뛰어들었다.
“자, 이제 네가 원하는 대로 되었다. 어디 네 실력을 마음껏 펼쳐보라고!”
촤아악!
대기를 가르며 떨어져 내리는 거대한 디바이더의 위용! 태산이라도 단숨에 갈라버릴 듯한 검의 기세를 막아선 것은 이터의 기간틱 블레이드였다.
“그러도록 하지.”
말과 함께 이터는 마주한 검을 놓았다. 힘차게 내딛는 발. 회전하는 허리. 그리고 터질듯이 뿜어져 나가는 주먹!
발경.
이터의 주먹이 대기의 흐름을 끊으며 베가스의 복부에 정확히 작렬했다. 해일처럼 밀려오는 기가 한 점에서 폭발한다.
“큭!”
저런 위력의 공격을 정면에서 허용하다니, 방심했다.
발경의 충격에 뒤로 튕겨나가던 베가스는 재빨리 몸을 돌려 바닥을 박차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리고는 재빨리 번개를 맺은 손을 이터를 향해 뻗었다. 하지만 이터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위다!’
급하게 고개를 드는 베가스. 예상대로 이터는 허공에 있었다. 양 팔로 있는 힘껏 뒤로 젖힌 기간틱 블레이드와 함께.
‘빠르다. 피할 수가 없어.’
베가스는 이를 악물고 검을 들어 이터의 참격을 막았다.
“하앗!”
콰아앙!
대륙에서 일곱 손가락 안에 든다는 대현자의 주문을 정면에서 받아내면 이런 기분이 들까. 검 자체가 폭발하는 듯한 엄청난 충격과 함께 베가스는 바닥으로 추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