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ire of the Warm Sea RAW novel - Chapter 1
* 1화 *
0. 프롤로그
대한민국 해군 구축함 강감찬함은 포항 동쪽 해상에서 신형 대잠미사일 발사 시험에 참가하고 있었다. 전투정보실에서 함장이 대잠미사일 발사절차를 지휘하는 동안 부장은 함교에서 해상상태를 살폈다.
함교에는 해군 장병들 말고도 민간인들이 많이 있었다. 신형 대잠미사일 개발을 주도한 한국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들과 각 파트별 실제 제작에 참가한 방위산업체 5개 사의 직원들이 최종 테스트를 앞두고 다들 바짝 긴장했다.
“쳇! 경어뢰 이름이 까치상어가 뭐야? 까치상어가. 뭐 같이 말이야.”
강감찬함의 부장은 뭐가 그리 불만이 많은지 연신 투덜거렸다. 부장이 왜 신경질을 부리는지 다들 알고 있기 때문에 연구원들은 못 들은 척했다. 결국 참지 못한 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형산강 물수리! 일본 잠수함을 시험수역 바깥으로 좀 더 내몰아. 대잠미사일 입수 위치에 딱 달라붙어 있다가 얻어맞으면, 탄두 없는 시험탄인데도 우리가 선제공격했다고 우기려고 그러나? 쪽바리 놈들이 한국 영해 안에서 뭐하는 건지 모르겠어.”
강감찬함의 부장이 일본 잠수함에게 경고해서 내쫓으라고 대잠헬기에 지시했다. 일본 잠수함은 제 딴에는 한국 해군 몰래 신형 무기 테스트를 훔쳐본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부장 말고도 강감찬함 승조원들 모두 대잠미사일 시험발사보다는 일본 잠수함 때문에 아침부터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부장이 쌍안경을 들고 함교창을 통해 대잠헬기의 움직임을 살폈다. 강감찬함 탑재 대잠헬기는 수면 위를 빠르게 비행하다가 정지비행을 했다. 그리고 디핑 소나를 내린 후 수면 아래에 탐신음을 때렸다.
그러나 잠수함은 그 시끄러운 소리를 못 들은 척 제 자리에 버티고 있었다. 대잠헬기에서 수류탄을 떨어뜨려 수중 폭발시키거나 강감찬함이 액티브 소나를 작동한다거나 하는 잠수함 강제부상 절차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저걸 그냥 확! 쪽발이 새끼들, 들켰으면 창피한 줄 알고 물러서야지! 저 놈들은 우리가 강제부상절차에 들어가도 못 들은 척 도망가는 뻔뻔한 놈들이야! 이래서 서해에서 시험하자니까요!”
“서해는 수심이 너무 낮지 않습니까? 까치상어는 원잠을 잡을 수 있는 심도까지 내려가서 시험해야 하니까 서해나 남해에서는 시험이 불가능합니다. 영해 바깥에서 시험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입니다.”
“뭐, 접속수역이나 EEZ에서 테스트하면 러시아와 중국, 미국 원잠들까지 좋다고 달려들겠지요. 놈들이 물속에 있는 걸 빤히 아는데도 내버려두니까 이젠 우리가 아예 호구인 줄 알아요. 그래서 우리 영해에서 시험해도 그 놈들이 겁도 없이 대가리를 들이미는 겁니다. 쳇! 높은 분들은 외국과 문제가 안 생기길 바라니 어쩔 수 없죠. 아! 전정실에서 대잠미사일 발사절차에 들어갑니다.”
테스트를 위해 을지문덕함에서 발사된 수중 표적이 15마일 밖에서 강감찬함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본 잠수함이 표적이 진행하는 경로 가까이 있어서 골치 아팠다.
그러나 배짱이 두둑한 함장은 영해를 침범한 일본 잠수함 승조원들을 엿 먹이기 위해서인지 그대로 대잠미사일 발사절차를 시작했다. 일본 잠수함이 놀라서 꽁지 빠지게 도망가는 꼴을 지켜볼 수 있다는 생각에 승조원들이 잔뜩 기대하며 발사 절차를 지켜보았다.
그러나 대잠미사일 발사시험에는 어뢰에 탄두가 장입되어 있지 않아 그다지 위험할 일은 없었다. 그리고 대잠어뢰를 시험하는 심도도 일본 잠수함보다 훨씬 깊어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일은 없었다.
– 쿠웅!
구축함에 진동이 오자 연구원들이 화들짝 놀랐다. 그 사이 강감찬함의 수직발사관이 열리며 대잠미사일이 회색 연기 사이로 오렌지빛 화염을 뿜으며 하늘로 치솟았다. 적정 고도에 다다른 대잠미사일은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날아갔다.
부장과 연구원들이 쌍안경으로 대잠미사일의 궤적을 살폈다. 전탐선임하사가 레이더에 포착된 대잠미사일의 위치 정보를 불렀다.
“13마일부터 고도를 낮추며 비행하고 있습니다. 표적 위치 상공에 도달, 대잠미사일에서 어뢰 분리! 낙하산이 펼쳐졌습니다. 어뢰가 수면에 접촉하며 전탐 전시기에서 소실됐습니다.”
“정상적인 어뢰 입수인 것 같습니다. 어뢰가 나선형으로 돌면서 탐신음을 쏘고 있습니다. 심도 100미터! 120! 150!”
대잠미사일에서 분리된 경어뢰가 물속에 들어가자 전탐선임하사에 이어 음탐선임하사가 보고했다. 심도는 피트도 야드도 패덤도 아닌 미터로 정했다.
음탐선임하사의 들뜬 목소리로 미루어 대잠미사일 시험발사는 성공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직 경어뢰의 탐지장치와 유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남았다.
“심도 300! 350! 어뢰가 표적을 물었습니다. 표적 회피운동 시작! 어뢰 직주! 가속 중! 상대 거리 100야드, 50, 20, 15, 30! 1차 회피했습니다. 어뢰 선회해서 80! 50!”
“꿀꺽!”
강감찬함의 부장이 침을 삼켰다. 표적이 실제 잠수함이 아닌 중어뢰 사이즈라 이 정도면 사실 명중이나 다름없었다. 실제 상황이라면 수중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 수면 위에 물기둥이 치솟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시험 발사이므로 경어뢰에서 탄두를 빼고 그 자리에 탄두 무게와 비슷하게 만든 데이터 백업장치를 달아 명중해도 폭발하지는 않았다. 일단 지금은 구축함 소나로 확인하고 나중에 경어뢰를 회수해 데이터 백업장치 기록을 살펴보면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표적이 작아서 사실 더 잘 됐다. 오늘 테스트에서 중요한 것은 만에 하나 표적이 어뢰를 피하더라도 어뢰가 다시 표적을 찾아 추적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어뢰는 물속에서 한 바퀴 돌면서 사방으로 탐신음을 쏘아 표적을 찾았다.
“다시 표적에 접근 중. 상대 거리 50, 10, 영! 표적과 어뢰, 물리적 접촉 후 부상 중입니다. 심도 250! 200! 150!”
“와아! 정말 좋은 무기를 만들어주셨군요. 이 정도 정확도라면 어뢰로 어뢰를 잡는 요격 어뢰로 써도 되겠습니다. 아다다 영감님들, 방산업체 여러분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저희 백치 아니니 제발 아다다라고 부르지 마세요. 하하!”
부장이 활짝 웃으며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들에게 악수를 신청하자 그 동안 바짝 긴장했던 선임연구원이 파안대소했다. 늙거나 젊은 연구원들이 지난 몇 년 간 밤잠을 잊으며 연구한 것이 드디어 성공으로 끝났다. 해군 장교들과 ADD 연구원들이 환호를 지르며 자축하는 사이 선임연구원이 젊은 연구원을 불렀다.
“강민호 연구원, 자네 정말 고생했네. 이제 다음 달부터는 정직원으로 마음 편하게 연구에 몰입할 수 있을 거야.”
“감사합니다.”
신형 대잠미사일에서 유도 장치 개발을 주도한 국방과학연구소 강민호 연구원은 다른 젊은 연구원들 대다수가 그렇듯이 정직원이 아닌 저임금에 혹사당하는 계약직 연구원이었다. 국내 유수의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국방과학연구소에서 8년째 근무 중이었지만 공돌이를 갈아 넣을 줄만 아는 높으신 분들은 쉽게 정직원 TO를 늘려주지 않았다.
그리고 간신히 정직원이 되더라도 국방과학연구소의 연봉은 민간 기업 연구소에 비해 엄청나게 짰다. 대기업에 취직한 동기들이나 선후배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서 연구하는 강민호는 그래도 대한민국의 국방력을 키우는 데 일조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살았다.
강민호는 기뻐하는 연구원들 사이에서 부장과 음탐선임하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둘이 뭔가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전투 배치! 전투 배치! 실전 전투 배치! 실전!
“총원 전투 배치!”
스피커를 통해 함장 목소리가 들리자 강감찬함에 배치된 승조원들이 일제히 복창하며 전투위치로 뛰어갔다. 함교 바깥에서는 수병들이 당가리와 셈브레이에 바로 카포크를 걸치고 뛰어다녔다.
강민호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부장과 음탐선임하사가 뭔가 긴박하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 스피커에서 다시 함장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총원 그대로 들어! 함장이다.
함장이 쯔압! 하는 혀 차는 소리를 냈다.
– 본 함은 현 시각 17해역에서 일백육십오도 심도 150에 있는 추정 일본 잠수함으로부터 어뢰 공격을 받고 있다. 일본 잠수함은 본 함의 대잠로켓 발사 시험을 실제 공격인 줄 착각하고 본 함에 어뢰 두 발을 발사했다. 발사 시험이 성공적으로 끝나 우리가 쏜 게 실탄이 아닌 줄을 알면서도 일본 잠수함은 유선유도어뢰의 유도를 그치지 않고 있다.
“끄응! 전쟁을 일으키려고 그냥 핑계 삼아 공격하는 것 같은데?”
부장이 신음소리를 내며 화를 참았다. 성질 같아서는 일본 잠수함을 향해 당장 대잠미사일을 발사해버리고 싶겠지만 일본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킬 수는 없었다. 사실 일본 잠수함이 어뢰를 발사했으니 당연히 대응 공격을 해도 한국 해군의 잘못은 아니었다.
그러나 높으신 분들이 원하지 않는 일을 했다가는 해군만 피곤해지니 일본 잠수함의 도발이 적대행위로 확실히 판명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일본 잠수함이 어뢰를 자폭시킨다는 실낱같은 희망에 걸린 판돈은 강감찬함에 탄 해군 장병들과 시험 발사에 참가한 연구원들의 목숨이었다.
– 본 함의 예인형 기만기가 작동 중이나 적의 어뢰는 유선유도 중이라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본 함은 을지문덕함과 함께 작전 중에 있으며 일본 잠수함의 도발이 계속된다면 실전에 들어갈 수도 있다. 함내 총원은 임전무퇴의 의지를 갖고 적을 격퇴하여 영해를 수호하자.
“필! 승! 해! 군!”
승조원들이 함성을 지른 직후 음탐선임하사가 부장에게 보고했다. 함교 아래층 전투정보실에서도 음탐관과 음탐장이 소나 스크린을 지켜보다가 함장에게 보고했을 것이다.
“어뢰 2기 위치 각 일백육십삼도와 일백오십칠도, 거리 6500야드, 속도 35노트, 본 함의 침로를 향해 미세한 각도로 회두합니다. 유선유도 맞습니다.”
“그 전에도 놈들이 가끔 위협 발사하기도 했지만 이 정도 거리면 어뢰를 자폭시키거나 방향을 틀어야 하잖아?”
음탐선임하사에게 질문했던 부장이 손톱을 물어뜯었다. 강민호도 어이가 없었다. 한국과 일본이 사이가 나쁜 건 사실이지만 실제 바다에서는 언론에 보도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쁜 것 같았다.
“해자대 놈들이 어뢰 발사 후 놀라서 기절했거나, 전쟁을 촉발시킬 의도인 것 같습니다.”
“엄청난 겁쟁이 새끼, 아니면 비열한 새끼가 잠수함 함장이 됐군. 아니! 혹시 후쿠시마 원전 때문에 일본 땅을 포기하고 한반도를 빼앗으려는 건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의 심각성을 필사적으로 은폐하고 있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었다. 한국과 중국, 편서풍을 타고 태평양 건너 미국에도 방사능 오염이 확산됐지만 각국 정부들은 입을 다물었다. 현대에는 모든 나라의 경제가 연결되어 있어 정부 차원에서 일본이 망한다고 떠들어댈 수도 없고, 북반구에 영토가 있는 한 방사능 확산을 막을 대책도 없었기 때문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몇 년 지나면서부터 일본은 물론 전 지구적으로 암 환자가 엄청나게 늘었다. 물론 일본 정부는 원전 사고와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고 둘러댔지만 원인은 후쿠시마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최근 한국인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 일본 정부에서 뭔가 무서운 음모를 진행시키고 있었다.
일본의 군비증강을 가로막았던 헌법 9조는 여전히 유효했다. 그러나 새로운 헌법해석을 통해 9조는 유명무실화되고 명백한 공격무기도 선제적 방어무기라 해서 개발과 보유가 가능해졌다.
2013년에는 해병대 창설을 위한 준비부대를 만들더니 2014년에 상륙돌격장갑차 AAV-7 서부방면대에 배속됐다. 동북아의 군사균형을 무너뜨릴 정도로 각종 신형 전투함들이 속속 건조됐다. 그 외에도 꾸준히 군비를 증강시켜 현재의 자위대는 일본 국민에게조차 조롱을 받던 예전의 자위대가 결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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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해외 진출을 중심으로 한 역사퓨전 입니다. 연재를 시작하겠습니다. 는 당분간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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