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ire of the Warm Sea RAW novel - Chapter 345
* 345화 *
우에스기 켄신의 영지인 에치고 주민들이 다른 영지로 가서 약탈하고 사람들을 납치해 노예로 팔아먹은 대표적인 사례였으나 다른 지역에서도 그런 일이 자주 발생했다. 전국시대에 상인들이 각 지방의 경계인 관소나 해적들의 영역 경계선을 지날 때마다 세금을 내기 때문에 물건 값이 비싸진다고 불만을 품을 이유가 없었다. 상인이 운반하는 화물을 무장한 농민들이 약탈하는 것보다는 싸게 먹혔으니까.
“그러면 농촌 마을이 아니라 도적놈들의 산채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하하하! 어이가 없군요. 이곳이 고산국이나 조선이 아니라 왜인들의 땅이라는 사실이 실감납니다.”
“마을 단위로 서로가 그런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데도 공권력이 완벽하게 막아주지 못해요. 그러니 가타나가리나 폐도령을 내리더라도 지켜질 리가 없어요. 무장을 해제하면 당장 다른 마을에게 공격받을 텐데 누가 칼을 내려놓겠소? 지켜지지 않을 명령을 내리면 권위만 깎아먹는다오.”
“큐슈에 사는 일본인 백성들이 칼을 차고 다니지 않아도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노예 시장도 몇 년 안에 반드시 없애겠습니다.”
정문부가 주먹을 불끈 쥐며 다짐했다. 필리핀 북부 지역을 단시간에 바꾼 능력을 봤을 때 정문부는 이민호에게 반드시 필요한 행정가였다. 그래서 이민호가 음흉하게 웃었다.
“잠깐! 정 총독의 임기는 오늘부터 3년이오. 명심하시오.”
“아주 좋습니다. 앞으로 무척 바빠지겠지만 3년만 열심히 일하면 당분간 쉴 수 있겠군요. 사쓰마의 휴양 시설을 이용할 자격이 제게도 있습니까?”
“풋! 휴양 시설을 이용할 자격은 주겠소. 하지만 임기를 마치자마자 다른 곳 총독으로 부임하게 될 것이오. 그러니 임기 중에 가끔 휴가를 내서 미리 이용하시오.”
“전하! 제발 저를 적당히 부려 먹으십시오 차라리 지금 총독 직책을 거둬주시옵소서!”
“이미 늦었소. 여기 임명장에 국새가 찍혀 있지 않소?”
망연자실한 정문부를 보면서 이민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여차하면 정문부가 조선으로 도망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
“이게 다 고산국이 건국 초기라서 인재가 부족한 탓이오. 정 총독이 조선에서 인재를 납치, 아니 유인해오면 총독의 업무 부담도 줄어들 것이오.”
“저도 젊은이 몇 사람을 데려오긴 했는데 그 친구들은 다른 사람을 데려오지 않습니다. 너무 고생이 심하다고 욕먹을까봐 차마 친구들을 데려오지 못한다고 합니다.”
“사람이 많을수록 총독의 일이 줄어들 것이오. 사기를 쳐서라도 데려오시오.”
정문부가 고산국에 온 직후부터 일을 시켰더니 다단계 인재유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민호는 정문부가 가진 인적 네트워크를 모두 흡수하고 싶었다.
“전하! 혹시 장가를 못 가거나 홀아비가 된 사람에게 일본인 처녀를 붙여줄 수 있습니까?”
“여자가 포로나 노예 신분으로 있더라도 강제로 결혼시키는 것은 내가 용납하지 못하오. 하지만 고산국에서 관리로 일한다고 하면 사내의 용모가 추하거나 나이가 많더라도 일본 출신 처녀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들었소. 재혼 여부는 전혀 문제가 아니오. 큐슈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오.”
큐슈에서 화약 값으로 고산국에 노예로 팔려간 일본인 처녀들은 고산국에 정착하고 나서 고향에 남은 가족들과 편지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았다. 고산국이 여자 혼자서도 살기 좋다는 소문이 나서 노예로 팔려가는 딸이나, 그 딸을 노예로 파는 부모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이번 원정 직전에 나가사키에 팔려온 처녀들도 대부분 고향에 돌아가기보다는 안전한 고산국행을 택했다. 고산국 국적은 일본에서도 인기가 아주 좋았고, 지금까지는 가족 단위로 이주하기 어려워서 노예로 팔려가는 것이 가장 쉽게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데려올 만한 사람들이 좀 있습니다.”
“아! 처녀란 시집을 안 간 젊은 여자요. 일본에서 처녀(處女)는 말 그대로 평소에 지내는 처소가 일정한 여자를 뜻하오. 일본 평민 계층의 젊은 여자들 중에서 숫처녀가 흔하지 않다는 뜻이오.”
현대 일본의 오지 마을에서 총각들이 예쁜 마을 처녀를 납치해서 집단으로 어쩌고, 관광객인 유부녀에게 저쩌고 하는 것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자칫 범죄가 성립될 수준이었다. 이 시대에는 여자의 신분이 낮아 남자들이 여자를 성적으로 함부로 대하는 경향이 훨씬 심했다.
대충 알아먹은 정문부가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문부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성적으로 도착적이었다. 정문부가 진취적이라 하나 그도 조선의 유학자 출신이니 이런 문제에서 보수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민호는 그런 정문부를 충분히 이해해줄 수 있었고, 그래서 다른 당근을 제시했다.
“아직 법이 미비하고 법조문을 만들 때 실수까지 해서 고산국은 일부일처제도가 아니오. 그래서 능력이 있는 남자는 여자를 서너 명씩 거느린 모양이오. 계복 대원수처럼 말이오. 다만 기혼자가 결혼 여부를 속이면 큰 벌을 받게 되어 있소.”
“그렇다면 아주 좋습니다!”
천막에서 나온 정문부가 서둘러 임시 총독 관저로 향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노총각 또는 홀아비가 된 친구들을 불러오는 일이었다.
새해 들어서 명군과 조선군이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명나라에 주문을, 조선에 승첩장계를 올리며 의향을 물었더니 양쪽 모두 즉시 철군을 희망했다. 명군이나 조선군이나 앞으로의 전투에 별 도움이 안 되는 반면 보급 소요가 워낙 커서 이민호가 들어주기로 했다.
이는 두 나라가 주둔 비용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탓이었다. 연합군이 큐슈를 점령해 체면치례를 충분히 했다고 판단한 탓이기도 했다. 그리고 일본에서 따로 두 나라에 밀서를 보냈는지 더 이상 전쟁이 없을 거라고 잘못 믿고 있었다.
명군 병사들은 언제 어디서 약탈했는지 산더미처럼 많은 전리품을 갖고 배에 올랐다. 작고 비싼 것만 가져가면 모르겠는데 탁자와 의자, 돌절구 같은 무겁고 부피 나가는 것을 도대체 뭐하러 들고 가는지 이민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거기 남자! 일본인이지? 대열에서 나와서 저쪽으로 가!”
“저는 천군 병사님과 함께 대명에 가기로 약속했는데요?”
“경을 치기 전에 명령 들어.”
간몬 해협 서쪽 기타큐슈에 배가 도착하고 명군이 탑승할 때 고산국 병사들이 동원돼 왜인들을 데려가지 못하게 막았다. 마치 한성에서 철군하는 왜병들의 소지품을 제한했던 것과 비슷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색출하는 것은 조선의 보물이 아니라 왜인 그 자체였다.
“고산국 병사님! 이 친구는 제 양자가 되기로 약속하고 함께 명나라로 함께 귀국하는 겁니다.”
“웃기지 마! 왜인 포로에 대한 값을 치르고 모든 왜인들에 대한 권리는 고산국이 갖기로 했어. 네가 하는 짓은 남의 나라 재산을 훔쳐가는 도둑질이야.”
제독 유정과 체결한 협정에서는 큐슈에 거주하는 모든 왜인이 연합국이 공동 소유한 포로였고, 고산국은 정당한 대가를 명군에게 지불하고 왜인 전체에 대한 권리를 가졌다. 물론 고산국이 큐슈에 거주하는 모든 왜인들을 포로나 노예 취급하는 것은 아니었다.
고산국 병사들은 왜인과 떨어지지 않으려는 명군 병사를 야멸치게 쫓아내고, 울부짖는 왜인을 임시 수용소로 보냈다. 자발적으로 일본을 떠나려는 왜인들이 꽤 많아서 이민호도 좀 놀랐다.
이런 식으로 왜인을 빼돌리려는 명군, 일본에서 빠져 나가려는 왜인들이 많아 검색이 철저히 이루어졌다. 다만 중국어 통역과 일본어 통역이 동시에 필요해서 통역들이 아주 바쁘게 돌아다녀야 했다.
“이 여자는 이곳 현지에서 결혼한 제 아내입니다.”
“무슨 소리야? 강간죄로 참수당하기 싫으면 내버려두고 어서 꺼져!”
2만으로 줄어든 명군 병사들이 데리고 가려던 왜인이 3만 명에 달했다. 가급적이면 엄밀하게 색출했으나 왜인들을 남김없이 돌려받지는 못했다. 큐슈에서 전사한 가정(家丁)을 왜인으로 보충하려는 명나라 장수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줘야 했기 때문이다.
가정들의 국적은 여러 나라였고 남병에게는 칼싸움 실력이 좋은 왜인들이 인기가 좋았다. 북병 장수들은 기마전투 실력이 출중한 여진족과 몽골족을 선호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생존율이 높은 조선인 출신 가정이 가장 많이 살아남았다. 전투가 벌어지면 무작정 돌격해 용감히 싸우다가 죽어버리거나, 아예 처음부터 도망치는 다른 나라 가정들과 달리 조선인 가정들은 적당히 싸우고 적당히 물러설 줄 알았기 때문이다.
이 시기 명군은 병력이 얼마가 됐든 그 부대의 전투력은 장수가 거느린 가정의 수와 질로 결정될 정도로 핵심 전력이었다. 가정들이 적의 선봉을 격파하면 기세가 오른 일반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가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반대로 가정이 몰살당하면 나머지 병사들은 도망가다 다 죽는 식이었다.
“무운을 빕니다, 주애공 대인!”
“도원수 대감도 수고하셨소. 아무리 국왕전하로부터 밀지를 받았다지만 전쟁터에서 그러는 게 아니요.”
“밀지요? 저는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하하! 혹시나 그런 소문을 낸 자가 있다면 대인께 아첨하는 자일 테니 멀리 하십시오.”
도원수 이항복이 국어책 읽는 투로 변명했다. 역시 문관을 상대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항복은 왕명을 받들어 조선으로서는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냈다. 분명 전투에 여러 번 참가했고 결정적인 전공도 많이 세웠다.
그러나 조선군 전사자는 다 합해서 천 명에 못 미쳤다. 명군이 전체 병력의 절반 가까이 사상자를 낸 것에 비하면 조선군의 인명피해는 없는 거나 다름없었다.
“오 방어사는 돌아오실 거요?”
“죄송하지만 이것은 제 사직 차자입니다. 주상전하께 올려주십시오, 도원수 대감.”
함경도 방어사 오응태가 공손하게 두루마리를 두 손으로 받쳐서 이항복에게 건넸다. 이항복은 이미 예상했는지 씩 웃으며 받아들였다.
“군관이나 기병들도 아마 대부분 돌아오지 않을 것 같군요. 오 방어사와 기병들의 가족을 전라좌수영으로 보내드리겠소.”
“감사합니다. 앞으로 왜군과 싸울 일이 많을 테니 저는 계속 남아서 고산국 국왕전하를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새로 인생을 얻은 기분입니다.”
“그럴 테지요. 오 방어사의 무운을 빌겠소.”
이민호는 조선군 지휘관들인 김시민과 유숭인, 이광악과도 인사를 나눴다. 무관들은 큰 활약을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이민호는 그들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해주었다.
참전한 조선군 병사들에게 나눠줄 은을 장수들에게 챙겨주었다. 장수들이 사양했으나 병사들에게 나눠줄 돈이 없는 장수들은 결국 받아들였다. 일인당 석 냥이면 많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따로 포상을 받지 못하는 조선군 입장에서는 큰돈이었다.
얼마 안 되는 은이 효과를 발휘했는지 일본 정벌에 참전했던 조선군 병사들 중에서 고산국으로 이민을 떠난 자들이 4천 명에 달했다. 가족과 친지들을 합하면 2만 이상이었다. 이들 중에서 3천 명이 고산국 군대에 직업 군인으로 입대해 5연대를 창설했다. 여진족 기병을 통제하는 조선 기병들이 이민 수속을 마친다면 직할 기병대대를 연대로 확충할 계획이었다.
명군과 조선군이 탄 함대가 북서쪽으로 떠났다. 명군은 일단 거제도에 도착한 다음 병력과 물자를 정리해서 다시 배에 타고 떠날 계획이었다. 조선군은 부산포에 상륙해서 해산할 예정이었다. 양쪽 모두 큰 역할은 하지 못했으나 충분한 역할을 해준 셈이라서 이민호는 딱히 불만을 품지 않았다.
“드디어 탄약이 도착해서 한시름 놓았소.”
“그러게 말입니다. 저는 혹시나 왜인 닌자들이 고산국에 침투해 탄약을 폭파시킨 것이 아닌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멍청한 아군이 용감한 적보다 더 무섭소.”
이민호는 니시무라 겐타로를 만나 함께 간몬 요새의 등대에 올랐다. 동쪽 바다에는 어선 하나 떠 있지 않았다. 그 널은 바다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배는 고산국 함대 소속의 탐망선 한 척뿐이었다.
해협 북쪽 시모노세키는 초토화된 이후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이대로 두면 갈대밭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했다.
“3명의 오대로들이 연명으로 치벌(治罰)의 윤지(綸旨)를 내려달라고 천황에게 청원했습니다. 치벌의 윤지란 천황, 아니 일왕이 역적을 토벌하라고 내리는 명령서입니다. 다이묘들이 비밀리에 대규모 병력을 모아 큐슈를 칠 준비를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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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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