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ing Maker RAW novel - Chapter (136)
엔딩메이커-136화(136/473)
< 제50장 – 생명의 신전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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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전기1편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들은 대체로 생기발랄한 한창 때의 젊은이들이었다.
하지만 대체로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딱 한 명, 평균 연령을 끌어올리는 노인이 하나 있었으니 그게 바로 사령술사 벨키안이었다.
‘다들 이십대 전후인데 혼자서 칠십대 노인이니······.’
비쩍 마르고 신경질적으로 생긴 백발의 노인.
때문에 영웅전기담에서는 그가 2편에 나오지 않는 이유가 노령으로 인한 자연사 때문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았다.
1편에서 10여년 후인 2편 시점에는 거의 90에 육박한 80대 노인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유더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이만 70대지, 20대인 카마엘 못잖은 체력을 자랑한 것이 바로 벨키안이었으니 말이다. 노익장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정정한 노인이었다.
‘거기다 사령술사니까.’
플레이아데스의 사령술사들은 생명의 힘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었다.
그들이 다루는 죽음의 마법은 생명의 마법으로부터 발전한, 굳이 따지자면 생명의 마법의 일파였으니 말이다.
‘절대 곱게 죽을 양반이 아냐.’
1편에서도 툭하면 생명연장에 대해 푸념처럼 떠들던 양반이니 뭐가 되었든 연명법을 찾아 목숨을 이어갔으리라.
‘하다못해 리치가 돼서라도 살 양반이니.’
사령술사답지 않게, 아니, 어쩌면 사령술사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유독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한 것이 바로 벨키안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공백의 넉 달 사이에 생명의 신전을 공략한 게 벨키안인 거 같다구?”
“어, 아마도. 무척이나 높은 확률로.”
유더는 그렇게 생각하게 된 근거들을 하나하나 늘어놓았고, 코델리아는 몇 번 고개를 끄덕이다 말했다.
“음, 좋아. 아무튼 그럼 벨키안은 생명의 관을 원하고, 그게 생명의 신전에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는 거네?”
코델리아의 말에 유더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와, 우리 공주님 똑똑해!”
“뒤진다?”
바로 욕설을 토한 코델리아였지만 그래도 얼굴을 보니 은근 또 기분이 좋아보였다.
어찌되었든 코델리아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흠··· 그럼 벨키안을 우리쪽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이야기네? 벨키안은 생명의 관을 원할 테니까.”
“맞아, 그리고 그로 인해 어쩌면-.”
“벨키안의 목숨도 구할 수 있고?”
“빙고.”
벨키안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의 행적을 완전히 뒤튼다면 죽음의 원인이 된 사건을 피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몰랐다.
“문제는 벨키안에게 우리가 생명의 관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릴 방법인데.”
“응? 그거야 쉽잖아.”
“쉽다고?”
“아니, 그냥 편지 써서 상자 안에 넣어두면 되지 않아? ‘우리는 누구누구인데 선수쳤지롱. 메롱, 약오르지롱.’ 뭐 이런 식으로 써서 넣어두면 벨키안 성격상 바로 달려오지 않을까?”
무릎을 탁 칠만한 아이디어였지만 유더는 그보다 다른 것에 반응했다.
“서, 선수쳤지롱······.”
메롱, 약오르지롱.
유더의 헛기침에 순간 민망해진 코델리아였지만 계속 뻔뻔함을 유지했다.
“약 올려야 하니까 어쩔 수 없잖아.”
“음음, 그러시겠죠.”
“우씨, 아무튼 편지 써서 넣어두면 문제 해결?”
“뭐··· 아무래도 우리가 생명의 관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을 흘리는 것보다는 낫겠지.”
생명의 관은 굳이 생명 마법에 종사하는 자가 아니더라도 탐낼만한 보물이었다.
벨키안 외에도 보물을 탐하는 무뢰배들이 잔뜩 몰려들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도 일단 본명은 숨기고, 가명으로 적자. 수도에 와서 괴도 핑크폭탄을 찾아라- 든가.”
“잠깐, 핑크폭탄?”
“어, 핑크폭탄.”
유더는 생긋 웃었고, 코델리아도 빙긋 웃었다. 양손 가득 마력을 끌어 모았지만 말이다.
“아무튼 편지는 내가 작성할게. 넌 함정을 다시 좀 설치해줘.”
“어중이떠중이가 손에 못 넣게?”
“어, 벨키안 말고도 다른 이가 노리고 찾아올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사실 유더의 예상과 달리 애당초 벨키안은 생명의 관과 무관할 가능성 역시 존재하기는 했다.
‘그래서 가명을 쓰는 거지만.’
중요한 것은 벨키안을 수도로 불러들이는 것.
유더는 허리춤에서 꺼낸 빈 스크롤 용지에 고어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암호까지 쓰는 거야?”
“최대한 벨키안만 알아보길 바라니까.”
그리고 무슨 내용인지 코델리아가 보면 안 되기도 하고.
“뭔가 수상한데?”
“에이, 그럴 리가.”
꿋꿋하게 암호화된 고어로 핑크폭탄이란 가명을 기입한 유더는 코델리아 쪽을 돌아보았다.
“함정은 어때?”
“어, 거의 끝났어.”
천사화한 상태로 상자 안에 신성력을 주입하고 있던 코델리아는 활짝- 하지만 어쩐지 모르게 수상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뭐지.’
미심쩍은 마음이 든 유더였지만 그렇다고 코델리아와 시선을 맞추지는 않았다.
편지에 관한 것을 들킬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자, 안에 넣어.”
“흠흠, 그럼 넣겠습니다.”
유더가 작성한 편지를 넣자 코델리아는 그대로 상자를 봉한 뒤 제단 위에 올려두었다.
“좋아, 문제 해결.”
“남은 건 벨키안이 최대한 빨리 발견해주길 바라는 건가······.”
앞으로 최대 4개월.
왕도에서 본격적인 사건들이 일어나는 건 앞으로 한 달하고 보름 정도 뒤였으니, 운이 좋으면 왕도에서의 사건 중에 벨키안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잘 될 거야.”
코델리아가 활짝 웃으며 말하자 유더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근거 따윈 없었지만, 코델리아가 저리 말하니 정말 잘 될 것 같아서였다.
“자, 그럼 다시 우리 일로 돌아가자. 생명의 구는 3층에 있는 거지?”
“어, 아마도. 그리고 내 생각이 맞다면······.”
돌연 말끝을 흐린 유더는 신전 바닥에 도면을 그리기 시작했다.
“신전 지도야?”
“어, 내 계산대로라면 생명의 구가 있는 건 여기니까······ 바로 밑이겠네.”
유더의 말에 코델리아는 새삼 놀란 눈으로 유더를 보았다.
지도를 외우는 일쯤이야 이제 놀랄 것도 아니었지만, 지도끼리 연계해서 3차원 적으로 위치를 파악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캐드라도 들었어?”
“오, 캐드 알아?”
“응, 자격증도 있어.”
코델리아가 씩 웃으며 말하자 이번에는 유더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야, 공고 나온 여자였어? 아니면 공대?”
“에헤이, 여자의 비밀을 캐려하지 마시죠?”
어깨를 으쓱한 코델리아는 후후훗 웃었고, 유더는 놀란 얼굴로 턱을 쓰다듬었다.
어쩌면 폭발을 좋아하는 것도 공고나 공대 출신이라서가 아닐까?
전국의 공대생 혹은 공고생이 들었다면 개소리하지 말라할 상상이었지만, 어찌되었든 유더는 코델리아에 대해 새로운 것을 알게 되어 만족했고, 코델리아는 유더를 놀라게 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아무튼 그러니 구멍 뚫자.”
“응응.”
코델리아는 허리춤에서 도폭선을 꺼내 바닥에 꾹꾹 붙이기 시작했다.
물론 이번에도 별 모양이었고 말이다.
“스타 익스플로전······.”
“그런 이름 아니거든요?”
하지만 딱히 다른 이름을 대지는 않은 코델리아는 그대로 손가락을 튕겨 폭발을 일으켰다.
애당초 공사에 쓰는 도폭선이었던 터라 폭발의 방향을 조종하니 원하는 형태로 바닥을 무너트리는 것이 가능했다.
“좋아, 마무리는 내가 할게.”
어느 정도 부서지긴 했지만 완전히 파괴되진 않은 바닥에 흑룡출수를 펼치자 그대로 동그란 구멍이 펑하고 뚫렸다.
“역시 던전은 날로 먹는 게 최고야.”
코델리아의 말에 적극 동의한 유더는 그대로 두 팔을 벌렸다.
“왜?”
“뛰어내려야 하니 안기시죠, 공주님.”
“혼자 갈 수 있답니다, 공자님.”
새침하게 말한 코델리아는 그대로 플라이 마법을 펼친 뒤 폴짝 구멍으로 뛰어내렸고, 유더는 아쉬운 마음을 품에 안은 채 뒤따라 구멍으로 뛰어들었다.
탁.
십여 미터에 달하는 높은 천장이었지만 사뿐히 착지한 유더는 위를 올려다보았고, 플라이 마법 덕분에 두둥실 내려오고 있는 코델리아와 눈이 마주쳤다.
“이쪽으로.”
“밟기 전에 그냥 비키세요.”
두 팔을 벌리는 유더 옆에 안전하게 착지한 코델리아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반쯤 붕괴된 신전과 부서진 여신상.
게임에서 보았던 그대로의 모습.
“생명의 구야.”
코델리아의 말에 유더는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떼었다.
방의 중심부에 2층과 같은 제단이 놓여 있었는데, 아름다운 여신의 석상이 생명의 구를 안고 서 있었다.
“원작에서처럼 활동 중인 가디언은 없는 것 같아.”
신전 곳곳에 부서진 채로 주저앉아 있는 가디언 골렘들이 보였다.
‘역시 전투의 흔적인가.’
생명의 신전 3층에서 펼쳐진 악마들과의 전투.
벽과 바닥 곳곳에는 파괴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바닥에는 악마들에 맞서 싸우다 목숨을 잃은 성투사들의 유해들이 굴러다녔다. 입구는 무너진 기둥으로 막혀 있었고 말이다.
‘신전에 잠입한 악마 추종자들이 3층에서 악마를 소환했다는 가설이 맞는 것 같네.’
이곳은 여신인 에어리스를 잃고 몰락하기 시작한 생명의 교단의 마지막 신전으로 알려져 있었다.
마지막 신전과 그곳에 보관되어 있는 마지막 신성기.
교단의 힘이 강하던 시절에는 생명의 구나 생명의 관보다 훨씬 더 강력한 신성기들도 많았지만, 몰락하기 직전이었던 교단에는 생명의 구 이상의 보물이 존재하지 않았다.
‘목숨을 걸고 지킨 마지막 유산인가······.’
유더는 생명의 구가 놓여 있는 여신의 석상을 바라보았고, 코델리아는 천천히 석상을 향해 나아갔다.
“좋은 일에 쓸게요. 그··· 세계 평화를 위해······.”
여신상에 꾸벅 고개를 숙인 코델리아는 그리 말한 뒤 생명의 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여신이 품에 안은 동그란 틀 안에 자리한 생명의 구는 주먹보다 조금 더 큰 파란 구슬이었는데, 코델리아의 손이 닿자 강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전해지기를.’
나직한 남자의 목소리.
아마도 생명의 교단의 마지막 성투사였던 이가 남긴 최후의 바람.
‘여신의 은총이 그대와 함께하리라······.’
목소리가 흩어졌고, 눈앞을 가득 채운 빛 역시 그러했다.
신성의 불꽃에 휩싸이는 대신 강력한 생명의 힘에 감싸인 코델리아는 그대로 숨을 길게 토했다.
생명의 구를 지키기 위해, 악마의 손이 아닌 세상을 위해 써줄 누군가를 위해 마지막까지 싸우고 또 싸운 성투사들의 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프로스트 앤빌에서 백사를 가두었던 드워프들과 같았다.
후대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선대의 영웅들.
다시 한 번 그들 모두에게 감사한 코델리아는 천천히 눈을 떠 유더를 마주했다.
“생명의 구야.”
소유자에게 강한 생명력과 재생력을 부여하는 생명의 여신의 신성기.
코델리아에게 생명의 구를 건네받은 유더는 숨을 깊이 삼킨 뒤 여신상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바로 시작할게.”
“응.”
코델리아가 한 걸음 물러서자 유더는 자세를 바로한 뒤 생명의 구를 든 두 손을 단전이 있는 위치에 가져다 대었다.
생명의 구에 담긴 막대한 생명의 힘을 흡수해 오문을 여는 것이 유더의 계획이었다.
‘레벨 업이라면 충분히 했어.’
구천구문 오문을 견뎌내기 위한 육체라면 이미 만들어진 상태였다.
남은 것은 단번에 문을 열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한 생명의 힘.
‘완벽한 해피 엔딩을 위해.’
코델리아가 그러했던 것처럼 여신상에게 속삭인 유더는 그대로 눈을 감고 구천구문의 구결을 외우기 시작했다.
구천구문.
아홉 개의 하늘과 아홉 개의 세상.
유더 자신이 예상한 것처럼 구천구문은 평범한 무공이 아니었다.
필멸의 운명을 타고난 인간을 보다 높은 차원으로 이끄는, 초월의 경지로 안내하는 주술에 가까운 신공이었다.
눈을 감고 구결을 외우자 온통 새카맣던 세상에 빛이 생겼다.
순백이 번져 흑과 백의 세상이 만들어졌고, 그 사이에 선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선녀.
구천구문이니, 그녀야말로 전설 속의 구천현녀가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전설적인 영웅들과 함께 지옥의 대군주들을 쓰러트린 고대의 선인일지도.
유더가 여인을 보았고, 여인도 유더를 보았다.
오직 흑과 백으로 이루어진 세상이었기에 여인의 얼굴은 순백이었고, 무척이나 길어 바닥에 닿는 머리칼은 칠흑이었다.
유더가 여인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동시에 생명의 구에 담겨 있던 막대한 생명의 힘이 유더에게 밀려들기 시작했다.
유더만의 힘이 아니었다.
여인이 그리하고 있었다.
유더에게 손을 뻗었고, 유더는 여인에게 다가가 손을 맞대었다.
‘아홉 개의 세상.’
그리고 그 아홉 세상을 연결하는 아홉 개의 문.
흑과 백이었던 세상이 무너졌다.
하늘은 순백이고 땅은 칠흑이었다.
그리고 다시 허공에 검고 거대한 문들이 생겨났다.
하나, 둘, 셋, 넷.
이미 만들어진 네 개의 문과 새로이 구축되는 다섯 번째 문.
‘문을 만드는 것에 그쳐서는 안 돼요.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요.’
여인이 말했다.
유더는 처음으로 여인의 얼굴을 명확히 볼 수 있었다.
‘구천구문의 진정한 의미. 아홉 세상을 연결하는 아홉 개의 문이 의미하는 것.’
거기까지였다.
막대한 생명의 힘이 유더의 영육을 집어삼켰고, 유더는 더 이상 생각을 이어갈 수 없었다.
밀려드는 힘을 이끌어 다섯 번째 문을 만드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마주할 수 있기를.’
여인의 목소리가 녹아내렸다.
흑과 백의 세상이 다시 한 번 무너졌다.
온통 칠흑으로 뒤덮이는 세상 속에서 구축되는 순백의 문.
유더는 손을 뻗었다. 다섯 번째 문을 개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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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델리아는 눈을 부릅떴다.
유더의 전신이 요동쳤고, 생명의 구로부터 방출된 기운들이 그런 유더를 휘감은 채 소용돌이 쳤다.
유더의 두 눈이 빛났다.
급기야는 바닥에 앉아 있던 유더의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기까지 하였다.
다섯 번째 문의 개방.
코델리아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유더의 영육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포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쩐지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유더가 멀리 가버릴 것 같은,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째서일까.
무엇 때문인 걸까.
유더가 포효했다. 생명의 힘이 더욱 요동쳤다.
유더의 전신에 빛으로 된 금이 번지기 시작했다.
“유더!”
무서웠다.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무언가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어 미칠 것만 같았다.
손을 대어도 되는 것일까?
이대로 방치해야 하는 것일까?
뭐라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코델리아는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느낄 수 있었다.
바닥을 통해 진동이 전해졌다. 지족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밀려들었다.
3층의 마물들.
놈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유더가 방출한 생명의 기운을 포착한 것인지, 아니면 포효 소리를 들은 것인지 마물들이 모여들었다.
무너진 기둥의 틈바구니.
검고 기괴한 거미처럼 생긴 마물들이 머리를 내밀었다. 2층의 천장을 채우고 있던 산성 슬라임들이 기둥을 녹이며 밀려들었다.
연이어 쿵쿵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코델리아는 3층의 마물들을 떠올렸고, 저 소음의 3층의 주적이라 할 수 있을 리빙 헤비 아머들의 발소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코델리아는 급히 마녀로 화했다. 두 손 가득 마력을 집중시키며 전방을 주시했고, 동시에 등 뒤에서 들려오는 유더의 포효에 몸을 움츠렸다.
일단 유더를 지켜야 했다.
동시에 유더의 상태도 살펴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마물들은 어찌 막을 수 있다지만 유더의 상태는 어떻게!
“키아아!”
사람보다 조금 큰 거미형 마물 여러 마리가 괴성을 토하며 달려들었다. 코델리아는 양 손에 거머쥔 불꽃의 구를 집어던졌다.
그리고 직후.
마물과 불꽃의 구가 충돌한 그 순간.
콰가가가가가-!
빛의 기둥이 코델리아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천장에서 쏟아진 그것이 거미형 마물들을 집어삼켜 소멸시켜 버렸다. 코델리아가 만들었던 불꽃의 구 역시 함께 휩쓸려 사라졌다.
거대한 빛의 기둥.
마법이 아니었다.
생명력.
어마어마한 투기.
그렇기에 코델리아는 알 수 있었다.
저도 모르게 환호하며 소리쳤다.
“항상 근육이 함께하기를!”
“중요한 것을 잊지 않았구나, 소녀.”
머리 위에서 들려온 목소리.
3층 천장은 물론이고 1층과 2층 천장까지 한 번에 뚫어버린 빛의 기둥을 주먹질 한 방으로 만들어낸 자.
마물은 물론이고 유더의 상태까지, 작금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단 한 사람.
“항상 근육이 함께하기를.”
철인 란디우스.
유더의 스승인 대륙 최강의 남자.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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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0장 – 생명의 신전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