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1
001 – [1회차] 하나뿐인 친구
현실세계의 지구와 닮은 듯 다른 유사지구의 세계.
나는 그런 소설을 읽다가 책 속 세계관에 빨려 들어왔다.
“자장면 먹을까? 짬뽕 먹을까?”
“알아서 해.”
“탕수육 시킬까? 시키지 말까?”
“시키든가.”
“10분 만에 먹을까? 천천히 먹을까?”
그리고 내 친구는 선택장애다.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을 참다못해 그만 능력을 발동했다.
▷상대방의 정신방어력에 대한 돌파체크
▷돌파성공
내 초능력은 남들과는 다르게 좀 이상하다.
“역시 자장면이 낫겠다.”
“탕수육은?”
“시켜야지. 빨리 먹고 커피도 마시러 가자.”
망설임을 없애는 능력.
소위 말하는 선택장애가 선택을 하게 하는 능력이다.
***
내가 읽던 소설의 제목은 『SSS급 초능력자가 판타지계에서 전생한 마왕군 사천왕인 건에 대하여』였
다.
너무나도 노골적으로 클리셰가 범벅이 되어버렸기에 오히려 얼마나 막장인가 싶어서 봤던 것이 인생에
다시없을 최악의 실수가 되었다.
덕분에 영어유치원 2년,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에 걸친 공부가 전부 무가
치해졌다.
‘아니. 그래도 여기 일단은 지구 비슷하잖아.’
필사적으로 쌓은 학력이 무가치해진 건 억울하지만 대신 이쪽 세상에서는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한도령] [오성아카데미 1년차 생도(남, 15세)]심지어 주인공 특전인지 시작부터 뛰어난 잠재력을 지닌 초능력자들만 입학할 수 있다는 아카데미에, 그
런 아카데미 중에서도 명문으로 손꼽히는 오성아카데미에 입학했다.
‘가진 건 초능력뿐인 애송이들에게 현대기술과 과학, 아이폰과 맥북의 힘을 보여준다면??’
그런 야심찬 꿈을 꾸며 컴퓨터를 뒤적거리던 나는 이쪽 세상에 아이폰도, 맥북도, 그보다 더한 스마트워
치와 통합사념컴퓨터라는 기괴한 무언가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술혁신은커녕 혁신 당했다. 지구보다 소설 속 세계관의 문명 수준이 더 뛰어나다.
‘…뭐, SSS급 초능력자라도 되는 게 어디야.’
첫날까지만 해도 당연히 내가 주인공인줄 알았다.
그런데 배정받은 반이 A반이 아니라 F반이다.
“???”
모르는 이름의 선생님이 모르는 이름의 동급생들을 부르며 자기소개를 시킨다.
“한도령 생도. 초능력을 펼쳐라.”
“헬파이어!!”
“!?”
“…응? 왜 아무것도 안 나가지?”
“이 자식이 선생을 놀려? 너 감점 3점.”
덤으로 SSS급 초능력도 마왕군 사천왕의 마법도 없다.
“쟤 봤어? 헬파이어래. 큭큭.”
“바보 같긴. 그보다 화염계 초능력이 맞기나 해?”
“맞겠지. 흑염룡도 불은 불이잖아? 킥킥.”
동급생한테는 중2병으로 찍혔고.
“벌써 한 달 지났잖아. 넌 언제 각성 하냐?”
“몰라.”
능력은 뒤지게 뜨질 않는다. 각성이 늦을수록 좋은 능력이 뜬다는 막연한 속설만 떠올리며 밤마다 명상을
거듭했지만 그렇게 1년이 지나버릴 줄은 몰랐다.
심지어 진짜 주인공은 면상도 한 번 못 봤다. 잘 나가는 A반과 밑바닥 F반의 클라스 차이 때문이었다.
“시발.”
“왜 욕해. 짜증나게. 나도 능력 없어서 그지 같다고.”
덕분에 능력을 각성하지 못한 친구 한 명과 함께 아카데미 공인 낙오자로 찍혔다. 유치하게 왕따니 괴롭
힘 같은 건 없었지만 그보다 더한 현실의 무게가 우리를 짓눌렀다.
“너흰 졸업하면 뭐해먹고 살 거냐?”
수업시간 선생이 툭 던진 물음.
다른 생도들은 신나서 마구 입을 열었다.
“현역 히어로 해야지.”
“히어로를 보조하는 사이드킥도 나쁘지 않다고 봐.”
“현장에서 힘쓰긴 싫으니까 기상캐스터?”
나랑 내 친구는 그냥 구석에 처박혀서 입 다물었다.
히어로건 뭐건 초능력도 각성 못하면 당연히 무리다.
“분명 잠재력 계측기는 둘 다 최소 A급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삼 년이 지나자 보다 못한 아카데미 측에서 특단의 대책을 내세웠다.
“능력 강제각성 당하면 성장기대치 급감하고 구려지는데 받을 테냐?”
“해주세요!!”
“당장!!”
우리는 당연히 강제각성을 받았다.
그리고 3년 만에 감춰진 초능력이 뭔지 깨달았다.
“한도령군. 잘 듣게. 자네의 초능력은…”
“먼데요?”
“선택장애가 선택을 하게 하는 초능력.”
개쓰레기가 걸렸다.
“덤으로 이민지양의 초능력은…”
“제가 왜 덤인데요! 누가 봐도 도령이가 덤이죠!”
“헷갈리는 기분이 들게 만드는 초능력.”
“…….”
“최대등급은 둘 다 B-급. 강제각성의 여파로 강등됐네.”
그나마 내 친구의 초능력이 나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의 개쓰레기라는 사실이 위안거리였다.
“그런고로 올해부터 자네들에 대한 아카데미 지원금은 일절 없네. 덤으로 강제각성에 대한 요금명세서를
보낼 테니 3년 안으로 갚도록. 그 뒤로는 연 10% 이자가 붙네.”
“얼만데요.”
“10억.”
“시바.”
우리는 비싼 돈 내면서 쓰레기 같은 능력을 덜 쓰레기처럼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느니, 그냥 이딴 아카데
미 때려 치고 18살의 어린 나이에 사회로 나왔다.
일반학교에서 정규교육과정을 거치지도 않고 초능력아카데미에서도 자퇴한 자퇴생의 미래는 어두컴컴
했다.
“너희 같은 사회의 쓰레기들을 심부름꾼으로라도 써주는 게 어디라고 생각해? 주제파악을 하면서 살란
말이야. 어? 머리 때리고 엉덩이 좀 쓰다듬어도 그러려니 하라고!”
간신히 취직한 심부름센터에서 너무나도 당당하게 쓰레기 같은 소리를 지껄이는 정직원 때문에 열이 받
은 나머지, 재떨이로 머리통을 깨부수고 빨간줄이 그어졌다.
“…바보야? 그걸 왜 건드려. 참으면 되는걸.”
“초능력 썼더니 그냥 꼴리는 대로 하고 싶어지더라.”
“풋. 뭐야 그게.”
멀쩡한 사회인의 길이 닫혔으니 이제 다른 방도는 없다. 소설의 기억을 떠올리며 암흑가에 찾아가 그나마
건전한 조직에 투신했다.
적당히 무미건조하고 적당히 더러운 수금 일이 반복되었지만 우리 같은 잔챙이한테는 이 정도가 딱 어울
렸다.
“오늘부터 임시조직원 중에서 정식조직원 두 명을 뽑겠다.”
근 1년 사이에 있던 가장 커다란 일을 손에 꼽자면 정식조직원 채용이었지.
“우리가 너희 같은 놈들을 왜 정식조직원으로 써야 하지? 널리고 널린 게 임시조직원인데.”
“저희 자퇴생이긴 해도 명문아카데미 출신이에요.”
“평화로운 아카데미 생활도 못 견딘 애송이들이 본격적인 암흑가 생활은 견딜 수 있겠냐? 영 안 내키는
데.”
못마땅해 하던 간부한테 나와 친구는 초능력을 퍼부었다.
“음. 왠지 선택을 해야 할 것 같군.”
“근데 헷갈려.”
“에라 모르겠다. 너네 조직원 채용.”
정식조직원이 된 뒤로는 먹고 살 길은 해결됐다.
다만 무미건조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아, 아파! 때리지 마!”
폭력.
“안 돼요! 그 돈이 없으면 어머니 병원비가!”
갈취.
“으아아아악! 우리 집이, 우리 집이 불타고 있잖아!”
방화.
“우리 이런 일로 먹고 살아도 돼?”
“굶는 것보단 낫잖아. 재개발 끝나면 수당도 들어온다고.”
“뭔가 억울해. 학생 땐 이리 살 거라고 생각도 못했어.”
점점 웃음이 옅어지는 친구.
돈을 핑계 삼아 달랬지만 나 역시 착잡하긴 마찬가지다.
‘…그냥 크게 한 탕 저지르고 이짓 접을까?’
방법은 있다. 원작소설에서 주인공은 전생의 마왕군 사천왕답게 참으로 호쾌한 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마구 저지르고 다녔다.
문제는 주인공과 내 실력 차이다.
주인공이 쩌리 취급하면서 양학을 할 수 있는 건 초능력 성장 최대치가 SSS등급이라는 점과 마왕군 사천
왕의 전생기억을 토대로 마법을 쓸 수 있는 덕분이다.
‘작은 기연, 소박한 결실조차도 얻으려면 최소 C급 이상의 빌런을 쓰러뜨려야 해.’
아카데미에서는 나와 친구의 성장최대치가 B-등급이라고 했지만 자퇴생인 우리는 D급에서 사회로 나왔
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D급이었다.
‘…그딴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총이나 한 자루 들고 은행에 뛰어 들어가는 무모한 은행강도와 달리, 빌런들은 초능력을 사용해서 사람을
죽이고 때때로 히어로와 격전도 펼치는 악인이다.
암흑가의 영세조직에서 출세한 정식조직원 따위가 [선택장애가 선택을 하게 하는 초능력]으로 이길 상대
가 아니다.
“자살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런 내가 빌런 배때기에 칼을 꽂기까지는 친구의 우울한 중얼거림 한 번이면 충분했다.
“야. 은퇴하자.”
“뭐? 돈은 어쩌고.”
“벌었어.”
“어디서?”
“몰라도 돼.”
부자의 금고털이에 성공한 빌런을 죽여 전리품으로 루팅한 돈이다. 원작내용이 맞으면 이 돈은 자금추적
도 당하지 않는다. 양지에서 새 인생 시작하기에 충분한 돈이다.
“그만둔다고 조직이 순순히 보내줄 것 같아?”
“그건… 어떻게든 하면 되지 않을까?”
“바보 같기는.”
잠깐이지만 친구는 학창시절처럼 환히 웃었다.
그 웃음이 너무 즐거워서 흥청망청 함께 술을 마셨다.
“…….”
그로부터 일주일 뒤.
조직상부의 임무에 차출되었던 친구가 죽었다.
다. 작년에 로맨스판타지를 썼던 것 같지만 기분탓입니다. 아무튼 그렇습니다.
원래는 올해 초에 다음 작품으로 복귀하려고 했는데 비축분을 모으고 또 모으고… 그렇게 150화 가량을
쓰다보니까 혼자 재미가 떨어지고 지루해져서 연재를 안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자급자족을 해버렸군요
ㅁㄴㅇㄹ
저도 조노블로 다시 돌아올 줄은 몰랐습니다만, 오래간만에 PC로 조아라에 접속했다가 77 페스티벌이
있는 걸 발견하고 보물상자 98개를 받았다는 알림에… 격하게 상자깡(!)을 해보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려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9월 7일 오후 5시, 현재 비축분은 30화. 목표는 이번달이 끝나기 전까지 77화 연재해버리기! 그럼 연재
시작합니다!
[1회차] Dead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