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102
101 – [3회차] 국경지대( )
원작소설에서는 2024년 중에 일어난 [몬스터 웨이브]를 국가가 멸망할 뻔한 위험사태라고 거론하면서
도 막상 주인공의 개입 없이 해결된 사태라고 매듭지었다.
‘강진혁이 몬스터웨이브의 구심점이 되는 S급 몬스터 중 하나를 해치우면서 전황이 급변했다고 했었지.’
그거 외에는 지닌 정보가 아무것도 없다.
내게 있어서도 몬스터 웨이브는 완전히 미지의 사건이다.
그런 나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 몇 가지 있었다.
지금의 전력은 원작의 사건이 진행될 때보다 열악하다는 것.
강진혁도 없으니 누구도 S급 몬스터를 잡지 못한다는 것.
강반검과 강진혁 부자는 영맥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몬스터웨이브를 막아내려면 내가, 나를 비롯한 동료
들이 강진혁의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
부족한 군과 협회, 십대세가의 인력은 탁씨세가가 홀로 대체해야 하고 말이다.
“이건 그다지 매력적인 일이 아니야.”
“말은 그러면서 잘도 이만한 병력을 동원해왔군?”
“매력적이진 않지만 돈은 되는 일이니까. 성공한 사업가나 가문들이 좋아하는 말이 뭔지 아냐?”
“뭔데.”
“남보다 빠르게, 남들이 모르는 사이에 진행하라. 모두가 돈 안 되는 빌런과의 전쟁에 열을 올릴 때 몬스
터 부산물을 군에게서 합법적으로 뜯어낼 기회를 놓칠 순 없지.”
놀랍게도 탁씨가문은 국가가 발칵 뒤집어진 이 난리통 속에서도 최전선에서 군을 돕는 대신, 한 달간 몬
스터부산물의 75%를 탁씨가문의 몫으로 챙긴다는 계약을 맺었다.
군의 입장에서도 큰 돈 들이지 않고 국경선을 지킬 수 있으니 나름 합리적인 거래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멍청한 녀석들이지. 계약금 제로에 몬스터부산물 75%로 거래를 체결하면 이득이라고 여기다니. 우린
이 거래로 국경지대의 왕이나 다름없는 권리를 얻었는데.”
“한 달짜리 왕이지.”
“한 달이면 이 동네 용병들을 모조리 구워삶기엔 충분해. 역시 너와 손을 잡은 건 올해 들어서 가장 잘한
선택이었어.”
탁재윤의 수완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칠대기업을 들먹이며 끌어들이려던 내 논리를 그대로 이용해서 가
문의 어르신들을 설득하고 탁씨가문 전체를 국경선에 끌어들였다.
가문 하나가 작심하고 국경선을 지키겠다고 자처하면서 계약금을 받지도 않고 한 달간 전리품만 취하겠
다고 했다.
국군은 기꺼이 이 제안을 받아들였으며 국경지대의 모든 병력에 대한 독립작전권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용병들 및 일부 군 병력의 지휘권도 할애하였다.
“육군도 자기들이 밑으로 내려가서 빌련 때려잡고 공적 좀 쌓는 사이에 국경지대에서 벌어지는 일은 전
부 우리 탓으로 떠넘기려는 수작이겠지.”
“그럼 군이 더 이득을 본 거 아니냐?”
“아니. 군처럼 수비에만 전념한다면 손해를 보는 셈이지만 우리는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설 거다. 이쪽에
서 먼저 북진하면서 몬스터 부산품을 쓸어 담는 거지.”
탁재윤은 의욕이 넘쳤다.
나는 그 사실이 불안하게 느껴졌다.
“그건 별로 현명한 생각이 아니라고 보는데.”
“오, 이런. 던전 다섯 개를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클리어한 엘리트팀이 이 정도로 겁먹는 소릴 하는 거
냐?”
“내 팀의 전력이 일반적인 히어로팀보다 높다는 건 인정하지만 국경선 너머로 진격하는 희대의 또라이
같은 짓에 참여할 정도로 대단하지는 못해.”
탁재윤이 미간을 찌푸렸다.
“넌 우릴 속였어. 이 일에 칠대기업이 개입하지 않은 시점에서 무슨 수작을 부린 건지는 몰라도 우리가 네
뜻대로 놀아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그걸 문제삼아줄까?”
“어… 음. 그러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럼 네게 발언권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줬으면 좋겠군. 한도령, 넌 영리하지만 절대 내 머리 위에 올
라설 수는 없어. 너희는 그저 탁씨가문의 스폰을 받는 일개 팀에 불과해.”
탁재윤은 요새 망루에서 몬스터들의 영역을 살펴보던 망원경에서 시선을 떼었다. 그리고는 매섭게 몰아
치는 바람을 함께 맞고 있던 나를 돌아보았다.
“네 통찰력은 인정해. 그렇지만 가문을 끌어들인 시점에서 이건 네가 각오해야 했을 일이야. 명가는 결코
손해를 보지 않아. 한 번 움직였으면 반드시 이득을 봐야 해.”
“그렇다고 우리 모두가 탁씨가문의 이득을 위해서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어. 곧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할
거야.”
“강반검 선생님의 혁명이 실패하고 새로운 던전과 게이트가 잔뜩 열린 여파가 멸망한 북한땅에도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뭐, 그럴 수도 있지. 아닐 수도 있고.”
심드렁한 탁재윤의 태도에서 나는 한층 더 강한 불안감을 느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탁재윤이 내 말에
설득되지 않는다는 인상을 강하게 느꼈다.
“정말로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려야해?”
“이봐, 한도령. 아직 내 말을 못 알아들은 모양인데.”
탁재윤이 지휘봉으로 망루 바닥을 내리찍었다.
“이 요새. 국경선의 병력. 이 전부를 일개 가문이 휘두를 수 있는 기회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아. 이건
탁씨가문이 사활을 걸고 개시하는 사업이라고.”
“…….”
“몬스터 웨이브의 위험성은 이쪽에서도 알고 있어. 그래도 우린 저지를 거다. 왜냐고? 힘이 있고, 자신이
있으니까. 마법협회보다 탁씨가문의 이름을 더 위에 올려놓을 거니까!”
“어째서 돈과 명성에 그렇게까지 집착하지? 너흰 목숨이 아깝지도 않냐?”
“목숨이 아까웠으면 가문의 수업이니 오성 아카데미 재학이니 하는 건 진즉에 때려치웠어. 내게는 야심
이 있다. 가문의 어른들에게도 야심이 있지. 우린 절대 물러서지 않아.”
탁재윤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알아들었으면 숙소로 돌아가. 너희가 해야 할 일은 오늘 중으로 전해주지.”
탁재윤과 탁씨가문을 국경지대로 끌어들이는 일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그들은 내 통제를 벗어났다. 숙소
에 돌아와 동료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자 김일식이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애초에 일개 개인이 명문가문을 제 뜻대로 다루는 게 쉬울 리가 없잖아. 여기까지 해낸 것만으로도 충분
히 놀랄만한 일이다. 이게 우리한테 무슨 도움이 되는 건지는 몰라도.“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잖아? 난 동번 시에서 너희들의 부탁을 충분히 들어줬어. 동번 시의 시민들에게 안
전을 보장했지. 이젠 너희가 국경지대에서 전 국민에게 안전을 보장할 차례다.”
“그게 싫다는 건 아니야. 탁씨가문이 네 뜻에 따르지 않는다고 억지를 부리려고 드는 걸 포기하라는 말이
야.”
김일식은 현실적인 충고를 건넸다.
“이왕 국경지대 너머로 북진하는 거, 최대한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야 해. 병력지원을 요청해.”
“우리한테 그리 순순히 병력을 지원해줄 것 같지는 않은데.”
“골칫거리들을 넘겨받으면 되겠지. 국경지대에는 국군만 있는 게 아니잖아?”
그 말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부류가 있었다.
“용병!”
“그래. 용병들을 부리고 싶다고 뜻을 밝혀. 저쪽에서 이상한 잡병들을 우리 밑으로 편제에 넣기 전에. 어
중이떠중이 군 병력보다는 초능력을 다루는 용병들이 나아.”
“용병들은 다루기 힘들 텐데? 탁씨가문에 요청하는 거랑 별개로 돈에 눈이 먼 녀석들이 우리 밑으로 들어
오겠어?”
김일식은 손가락으로 제 머리를 가리켰다.
“생각을 해봐. 용병들이 돈을 밝히지만 덜컥 죽어버리면 그 돈이 다 무슨 소용이겠어? 죽고 싶지 않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야. 심지어 그치들은 국경지대에서 몇 년간 돌아다녔지.”
“정보력이 뛰어나겠군. 어디가 위험한지, 어떤 행동을 해서는 안되는지, 몬스터의 세력권이 어떤지도 알
겠고.”
“그래. 죽을 자리 살 자리를 구분해서 우리가 최대한 안전하게 북진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길을 잡아줄 수
있단 말이야. 여차할 때는 안전하게 한몫 챙길 기회도 잡을 수 있고.”
전부터 생각했지만 김일식은 두뇌회전이 기민했다.
특히나 위기상황에서의 대응력이 뛰어났다.
“좋은 생각이야. 지금 바로 탁재윤을 만나러 가야겠어.”
나는 탁재윤을 찾아가서 고개를 숙였다.
“내가 어리석었다. 너희들의 사정을 좀 더 헤아려야 했는데.”
“으웩. 이놈이 미쳤나? 왜 갑자기 가식을 떨지?”
“…아무튼 반성의 의미로 병력편제를 바로 진행하고 싶다.”
“크크. 그럼 그렇지. 가지고 싶은 부대가 있냐?”
“용병들을 받고 싶다. 그치들은 너희에게도 골칫거리겠지?”
탁재윤이 의심어린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왜. 용병들한테 뭐 있냐?”
“이왕 일에 나선다면 너희들의 골칫거리를 덜어주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병사들은 왠지 어색
하기도 하고.”
“오, 이런. 그래서 정규훈련을 받은 최전선 병사들 대신 거칠고 흉포한 용병 나부랭이들을 부리고 싶다
고? 그거 끝내주는 발상이군. 말 잘 꺼냈다. 이참에 다 가져가라.”
“응? 그렇게 쉽게 내주는 건가?”
“그놈들은 정말 골칫거리였어. 계약이 어쩌니 지껄이면서 도주하려는 걸 억지로 붙잡아두기도 힘들었
지. 재잘재잘 지껄이는 입을 막고 족쇄를 채울 수만 있다면 마음대로 부려먹어라.”
탁씨가문은 용병들의 통제에 실패한 모양이다.
하긴 자유로이 돈벌이나 하려고 국경지대에 온 용병들이 대놓고 사지로 가는 게 뻔하다, 싶은 일에 동원
되는 걸 순순히 받아들일 리가 없지.
나 같아도 안간힘을 써서 발악한다. 2회차의 국경지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떠올린다면 더욱 그
래야지.
‘정체불명의 S급 몬스터. 그리고 보물고블린.’
국경 너머에서는 온갖 종류의 위험이 마구잡이로 뒤섞여서 도사리고 있다.
진짜 국경지대에서 몬스터 웨이브가 곧 터지는데 이거 못 막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사실을 몰랐으면? 탁
재윤 머리통에 당장 둔기부터 내리치고 동료들 데리고 죽어라 도망쳤을 거다.
장담컨대 지금 용병들 심정이 딱 그럴 거다. 그리고 나는 그런 용병들을 설득하려고 찾아갔다.
“저 새파란 애송이는 또 뭐야?”
“댁도 탁씨세가 일원이요?”
“몇 번을 말해도 소용없어. 우린 안 가!”
악을 쓰는 용병들을 둘러보다가 흠칫했다.
‘역시 있었나…….’
보물고블린이 만든 손에 끌려들어갔던 최미나와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목을 움켜쥐었던 라이언, 과도한
페널티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던 히미코까지.
2회차의 국경지대에서 함께 활동했던 용병들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용병무리 뒤편에서 숨죽이고 있
다.
‘…역시 됐어.’
저들은 내게 있어서 생사의 고비를 함께 했던 전우이자 김철괴의 죽음을 방관한 원수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사건은 2회차의 끝과 함께 내 기억 속에만 남았다.
최미나는 붉은 게이트 너머로 빨려 들어가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으며, 라이언은 내 손으로 직접 죽였다.
더 이상 지난 일을 들먹이며 복수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죄책감이 들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히미코는 김철괴의 죽음에 관여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녀는 날 위해서 목숨을 걸기까지 했지. 그녀를 위해서 해준 건 아무것도 없었는데.’
몇 년간의 생계비 지원은 날 위해 목숨을 걸어준 그녀의 희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 히미코를 살리자.
몬스터 웨이브 저지와는 별개로 국경지대에서의 사적인 목표가 생겼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
선 용병들을 내 휘하로 받아들이고 통솔해야 한다.
“저는 탁씨세가의 가신이자 이번 북부원정을 가장 강하게 반발했던 사람입니다. 끝발이 부족해서 짬처리
나 하라고 여러분을 맡게 된 지휘관이기도 하죠.”
“우하하. 저 꼬맹이가 탁씨세가의 가신이라고? 그럼 난 오성그룹 회장이다.”
나는 스스로의 권위를 증명하고자 수많은 근거와 논리를 언급하며 헛되이 시간을 소모하는 대신, 허리춤
에서 단검을 꺼내 녀석의 미간을 향해 집어던졌다.
퍽!
용병은 단검이 지척에 이르러서야 두 눈을 부릅뜨며 피하려 시도했지만 결국 이마에 단검이 적중했다.
“으악!”
나자빠진 용병을 보며 주변의 용병들이 기겁하며 거리를 벌렸다. 나는 퉁명스레 말했다.
“엄살 부리지 말고 일어나시죠. 국경지대의 용병은 이마에 날이 아니라 손잡이를 맞아도 죽습니까?”
용병이 얼굴을 붉히며 벌떡 일어났다. 주변의 어중이떠중이들도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
었다. 솔직히 내 짬에 뜨내기들을 설득하고 있는 건 좀 아니지 않은가.
일은 편하고 신속하게 진행할수록 좋다. 동료들은 뜨악한 표정이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입을 열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죠. 여러분이 저를 따라서 작전을 진행하면 덜 위험하고 약간 돈이 되는 곳만 돌아다
니면서 최대한 몸 사리다가 귀환할 겁니다.”
“댁이 싫으면 그때는 어떤 일이 벌어지지?”
“돈에 눈이 멀어서 위험한 곳을 제 발로 찾아가 들쑤시고 사건사고에 휘말리며 개죽음당하기 딱 좋은 탁
씨세가 직계자손의 밑에서 일하다가 뒤질 겁니다.”
뭐 이딴 선택지가 다 있냐 싶지만 이게 현실이다.
이들에게 이 두 가지 외의 다른 선택지는 없다.
“둘 다 싫다고 하면?”
“탁씨세가는 시간마법의 대가입니다. 여러분이 탈출시도를 하면 그 이전으로 시간을 되감아서 머리 위로
마법폭격을 날리거나 미사일을 쏘아버리겠죠.”
“…….”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제 지휘를 받아들이고 몸 사리다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개죽음 당하시겠습니
까?”
“그걸 말이라고 하쇼? 당연히 젊은 지휘관님을 따라야지.”
용병들은 내 지휘를 받아들였다.
이걸로 나는 용병 215명이 포함된 중대를 손에 넣었다.
거기에는 최미나와 라이언, 히미코도 포함되었다.
[3회차] 국경지대 – 5권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