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11
011 – [2회차] 사람이 다섯이 모이면( )
충격적인 타임어택 감점엔딩을 맞이한 것이 한 달도 더 전의 일이 되었다. 본격적인 분기수업이 시작되며
생도들의 체력과 암기력은 마구 갈려나가기 시작했다.
“미, 미쳤어…”
“저놈, 지치지도 않는 건가?”
그런 생도들이 하나 둘 체력테스트 기기에서 떨어져나가는 와중에도 나는 처음과 동일한 속도로 중력슈
트를 장착한 상태로 복합지면 러닝머신 위를 달렸다.
경사는 45도에 불규칙적으로 돌출물이 튀어나오고, 지면이 사출되는 속도는 산악용 자전거를 밟는 속도
에 육박한다.
“후욱. 후욱.”
당장 나가떨어지라고 작정한 것처럼 흉악한 머신이지만 그래도 나는 버티고 또 버텼다.
[Running Time Rank 1. 15:00:00] [New Record!]이미 신기록마저 돌파했다. 맷집으로는 누구에게도 꿇리지 않던 철괴조차도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13분에 떨어져나간 지 오래.
이미 시험장에 내 경쟁자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멈출 수 없었다.
‘고작 B반 따위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아카데미를 완벽하게 졸업했노라 자신하고자 한다면 A반에 도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도 언제 다시 B반으로 강등될지 모를 하위권이 아닌, 결코 흔들리지 않을 절대부동의 상위권에. 원작
소설의 아카데미 편에서도 압도적인 출현빈도를 지녔던 TOP10에.
명문 오성아카데미의 정점에 군림하는 십 인의 생도들 중에 당당히 내 이름 한도령 석자를 새길 것이다.
‘원작 주인공의 기록은 1시간 25분.’
레드프린스 이진태의 체력은 살인적이다. 그마저도 체력적 한계가 아니라 뛰기 지겨워서 가뿐히 내려왔
다. 헌데 그것조차도 A반 1위의 기록이 아니다.
진정한 체력괴물은 따로 있다. 그 녀석은 머신의 가동이 정지될 때까지 [완주]를 마쳤다. 공식기록은 3시
간, 비공식기록은 무려 [Unlimited]이다.
철퍽 철퍽
진흙길로 변한 경사로에서 듣기에도 괴로운 소리가 울린다. 급격한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의 연속이 이어
지며 페이스를 무너뜨리기 위한 시도가 끊이질 않았다.
견디고 또 견딘 끝에 마침내 [훈련속행]과 [정신무장]으로도 견딜 수 없는 신체의 한계에 도달했다.
1위, 1시간 11분 25초 09.
2위, 13분과는 아득할 정도의 차이를 벌렸다.
“후욱… 이런 거지같은….”
기쁜 마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이 정도로 부족했다.
내 전력을 다한 결과는 레드프린스 이진태의 ‘심심풀이’에도 닿지 못했다.
원작주인공과 나 사이의 격차는 그만큼 막대했다.
이래서는 A반의 TOP10조차도 진입할 수 없다.
“우와아아!”
“쩔어. 한 시간을 넘겼다고!”
“이게 사람이야? 어딜 봐서 초능력이 없다는 거야?”
“한도령 대박…”
“완전 근성의 아이콘이잖아.”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며 언제나 날이 곤두서있는 B반 생도들조차도 한 목소리로 내 기록을 경이로이 여
겼다. 나는 그저 무뚝뚝한 표정으로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았다.
“후… 지치는군.”
피로를 핑계로 귀찮게 달라붙는 놈들을 모두 떨쳐냈다. 이걸로 개인전 실전시험은 모두 치렀다. 남은 건
내일 치르게 될 조별과제 실기시험뿐이다.
***
조별과제 실기시험을 치르는 장소는 당연히 던전이다.
단, 이번에는 연습용 던전이 아니다.
“실제 던전이라…. 왠지 긴장되는데.”
“나 손 떨리는 거 봐.”
“푸하하. 이 자식 진짜 떨잖아. 쫄았냐?”
김아준이 폭소하며 박성현의 어깨를 툭 쳤다.
“당연히 떨리지. 타임어택 감점 당할까봐.”
“아.”
“…….”
잡담으로 긴장을 풀려던 두 사람은 쓸데없이 침울해졌다.
“제길, 열 받아. 이번엔 저래 감점 안 당하겠어.”
김철괴는 양 주먹을 맞대며 단단히 벼르기까지 했다.
그에 비해 나는 그냥 심드렁했다.
“왜 그렇게 태연해? 흐음… 그거, B반 체력순위 1위 했다고 생기는 자신감이야?”
“비슷하지.”
김다연의 물음에 대충 대답하니 부러워죽겠다는 표정으로 양어깨를 앙탈부리듯 흔든다. 이게 어디서 끼
를 부려.
“던전 건으로 이 멤버를 다시 보는 건 한 달 만이군.”
“…….”
덤으로 이번 시험의 감독관도 신진수 선생이다.
당연히 우리들의 표정은 와장창 구겨졌다.
“던전탐사 실기시험에 앞서서 간략한 브리핑을 해주겠다. 해당 던전은 중소형 규모의 E랭크 던전. 타입
은 광산형이다. 주 서식 몬스터는 코볼트.”
박성현이 죽을상을 지었다.
스포일러를 당하니 아는 척을 못해서 화가 난 모습이다.
“시험통과 조건은 이전과 같다. 던전 어딘가에 숨겨둔 귀환플래그를 회수하거나, 보스룸을 돌파하거나,
전원 무사히 입구까지 퇴각하거나. 출발 전에 공략목표를 선택해라.”
던전탐사에도 여러 가지 분류가 있다. 던전 내부의 완전파악을 목적으로 한 맵핑, 토벌을 목적으로 하는
보스공략, 본대 투입에 앞서 정보를 얻고자 나서는 선발공략.
전자일수록 난이도는 높고, 불의의 사고에 휘말릴 가능성도 높다. 물론 우리는 맵핑에는 눈길도 주지 않
았다.
“타임어택은 한 번 당한 걸로도 충분하지.”
“맞아.”
선발공략으로 그치기에는 우리들의 전력이 결코 낮은 편이 아니었다. 이 파티라면 충분히 보스전 토벌을
성공시킬 자신이 넘쳤다.
“보스공략으로 하겠어요.”
“철회는 불가능하다. 확실하냐?”
“넵!”
김다연의 당돌한 외침에 신진수 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감독관 신진수. 현 시각부로 숨막힘 팀의 던전공략 실전시험 감독을 시작하겠다. 탐사 제한시간은
4시간. 시간을 초과할 시, 매 1시간마다 1점씩 감점이 더해진다.”
“……!”
“탐사 도중 돌발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감독관의 재량에 따라 시험은 속행된다. 던전탐사는 상정할 수 있
는 모든 돌발사태에 대처하는 위기대처능력이 필수적이지.”
안전을 우선시하는 교사라면 부상에 대한 병적인 체크를 실시했겠지만 신진수는 그런 쪼잔한 교사가 아
니었다. 그는 어떤 경우라도, 무조건 최우선적으로 [시간]을 중시했다.
삐이익!
호령이 울리기가 무섭게 우리는 준비된 대열을 유지하며 던전에 진입했다. 광산형 던전이라는 말마따나
내부는 광차가 지나다니는 선로가 놓여있었다.
레버나 스위치, 낡은 전선이 구불구불 이어져서 깜빡이는 전구가 한정적인 시야와 불길한 분위기를 더했
다.
“무, 무슨 분위기가 이래…”
김다연의 말대로 이 분위기는 임시던전에서 경험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바닥에는 검붉은 피가 깔려있고, 뒤집힌 광차에서 쏟아진 흙더미와 광석들이 마구잡이로 널려있기도 했
다. 박성현이 핏자국을 만지더니 인상을 구겼다.
“진짜 피야. 게다가 이 뼈… 씹힌 자국이 있어. 몬스터가 만든 핏자국……. 엎어진 광차로 미루어보면 실
제 광부들이 코볼트에게 습격을 당한 거겠지.”
“어, 어떡해?”
“어떡하고 자시고 다 끝난 일이야. 광부들은 진즉에 죽거나 다 도망쳤겠지. 우린 빈 광산을 장악한 코볼
트들에게 복수를 하러 가는 셈이고.”
연습 때에는 투머치토커로서의 역량 외에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던 박성현이지만 막상 실전이 시작
되자 가장 먼저 던전의 상황을 파악해내었다.
“문제는… 갱로가 너무 많다는 건데.”
박성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사방에 뚫린 갱로를 돌아보았다. 갈림길 너머에 또 다른 갈림길이, 보이지는
않아도 그 너머에는 또 다시 갈림길이 널려있겠지.
중소형 규모라는 말이 얼마나 커다란 규모를 뜻하는 말이었는지 이제야 비로소 실감이 났다.
“까딱 잘못 진입하면 한 시간 단위로 시간이 썰려나가는 건 순식간이야.”
몬스터와의 전투보다도 올바른 길을 찾아내는 길잡이 능력이 더욱 중요시되는 상황. 막중한 책임만큼이
나 실패했을 때의 부진함 또한 돋보이는 임무다.
박성현이 선뜻 자처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사이, 김다연이 눈에 불을 켜며 앞으로 나섰다.
“내가 할게.”
“괘, 괜찮겠어? 길잡이가 실패하면 이번 실전시험은…”
“둘 중 한 명은 해야 하는 일이야. 나라도 해야지.”
김다연이 가장 어려운 책임을 떠안았다.
박성현은 미안해하면서도 조금은 안도하는 기색이었다.
“미안해. 보조라도 최선을 다해서 해볼게.”
“응. 던전기초학 1위의 서포팅, 믿고 있다구?”
김다연과 박성현의 적극적인 안내에 따라 우리는 몇 번의 갈림길을 지나치고 광산의 보다 깊은 곳으로 진
입했다. 다행히도 길은 적중한 모양이었다.
“왔다.”
“코볼트 무리. 숫자는 셋. 필드형 배틀이야.”
정해진 던전룸에서의 배틀이 주류를 이었던 유적형 던전에서의 전투와 달리, 광산형 던전에서는 적과 마
주치는 곳이 즉시 전장이었다.
“선제공격은?”
“파이어볼은 나중에. 폭발소리는 너무 커.”
김아준은 운이 좋지 않았다.
애초에 광산에서 화기의 사용은 썩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번 시험에서도 그가 나설 기회는 극도로 드물겠지.
그래도 참고 견뎌야만 한다.
주특기가 봉인된 상태로 제 몫을 할 필요가 있다.
만일 참지 못하고 경솔하게 파이어볼을 사용한다면…
위치노출은 기본이다.
예상치 못한 대폭발에 이은 통로붕괴의 위험마저 있다.
“저놈들 족치고 나면 곡괭이 하나만 갖다줘.”
“오케이.”
나와 철괴가 동시에 자세를 취했다.
신호를 받은 김다연이 즉각 단검을 날렸다.
퍼퍽!
코볼트 둘이 쓰러지고 연달아 통로 안쪽의 벽에서 깡 하고 광석 튕기는 소리가 들렸다. 습격방향을 오해
한 놈들이 허둥지둥하는 사이, 나와 철괴는 간격을 좁혔다.
“Krrr!?”
“Kiekk!”
빠악! 퍼엉!
몽둥이와 무쇠주먹에 직격당한 코볼트들이 머리가 터진 채로 갱로 바닥에 허물어졌다. 열 명 남짓한 무리
는 순식간에 여섯으로 줄었다.
“절대 놓치지 마라.”
“그쪽이나 잘하셔!”
통로 안쪽으로 달아나려던 남은 코볼트들을 폭발적인 추적속도로 따라잡아 분쇄했다. 교전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신속하게 종료되었다.
“좋아. 놓친 놈 없어!”
“휴우…”
“봤어? 내 순간이동 능력으로 교란 펼친 거! 크으,”
자신의 활약에 취한 박성현이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지만 일행들의 무덤덤한 끄덕거림에 머쓱해하며 평
정을 되찾았다. 나쁘진 않았지만 마구 칭찬을 해줄 정도도 아니었다.
“자루가 왜 이래? 이놈들 광석 캐고 다니는 몬스터 아니었나? 든 게 없잖아.”
광부형 몬스터들이 광물을 캐지 않았다.
뭔가 기이한 이야기였다.
“……!”
일순간, 내 개발된 육체에 신진수의 동요가 감지됐다.
그는 이 사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은 눈치였다.
다만 던전탐사를 중지하려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극복 가능한 수준의 돌발사태라는 건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그리 볼 여지는 충분하다.
허나 그렇지 않을 경우도 무시할 수 없었다.
‘심각한 돌발사태가 벌어졌지만, 목숨은 건져서 나갈 수 있는 수준의 위험이라면.’
신진수는 그런 정도의 위기가 닥치더라도 시험을 강행하고도 남을 비정상적인 선생이었다. 그만큼 만약
의 사태가 닥쳐도 제 실력으로 수습할 자신이 있다는 거다.
“이쪽이야.”
“가자.”
근심을 심중에 묻어둔 채, 파티를 따라 전진했다.
다음에 마주친 무리는 전보다 더 커다랬다.
‘…역시 이상해. 아무리 그래도 저건 너무 많잖아.’
무려 이십여 마리의 코볼트들이 지친 걸음으로 광차 한 대를 밀며 올라오고 있다. 광차에는 나름 광물이
실려 있지만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처럼 광차 안에 든 광물이 그리 많지 않음을 암시하는 증거였다.
“덮쳐?”
“…좀 더 끌어들이자.”
우리는 매복을 선택했다.
광차를 미는 코볼트들의 체력은 시시각각 떨어지고 있다.
채찍을 든 병사코볼트들이 애먼 코볼트들을 닦달했다.
“통로 입구 쪽에서 던지지는 말고 소환만 해줘.”
“그거라면 쉽지!”
김아준이 불쑥 튀어나와 파이어볼을 손에 들었다.
코볼트들은 경기를 일으키며 뒤로 나자빠졌다.
“와하하! 봤어? 저놈들 완전 겁먹었다고.”
그 말을 들은 코볼트들이 다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사람의 말을 알아들은 기색이었다.
“저 멍청이가…!”
통로 중간의 벽에 바짝 붙어있던 우리는 들키기 전에 먼저 튀어나와 코볼트 무리의 중단을 습격했다.
“Kieeek!”
“Kiee!”
가차 없는 몽둥이질과 주먹질, 소음기를 단 총질 앞에서 나약한 최하급 몬스터 코볼트들이 죽었다. 뒤늦
게 정신을 차린 코볼트 병사들이 고함을 내지르며 달려들었지만…….
퍽! 데구르르르.
철괴의 주먹질 한 방에 목이 떨어져서 즉사했다. 다른 한 명도 멈칫거리다가 내 몽둥이에 맞아 비명횡사
했다.
“바보야. 코볼트는 사람 말을 알아듣는다고! 너무 호들갑부렸잖아!”
“미, 미안…”
“으휴. 다음부터 조심해. 그래서 광차에는 뭘 실어온 걸까? 혹시 폐광에 숨겨진 금맥이라도 판 거 아닐
까?”
보물상자로 거하게 허탕을 쳤던 울분이 남아있는 걸까.
김다연이 광차에 실린 화물에 관심을 보였다.
“광석이네.”
“금광석? 은광석?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어디 보자.”
박성현이 어슬렁어슬렁 걸어와서 내용물을 뒤적거렸다.
“황동석. 돌멩이. 철광석. 돌멩이. 돌멩이. 돌멩이.”
개털이었다.
김다연이 눈물을 글썽거렸다.
“황동석 그거… 황금은 아니어도 비슷한 이름이잖아? 처, 철광석도 무기 만드는데 쓰고. 비싸게 팔리겠
지? 응?”
“환금용 전리품이라고 볼 수는 있는데… 기대하는 것처럼 비싸진 않을걸. 다 팔아봐야 우리파티 한 끼 식
사 값을 충원하는 수준이려나?”
“으앙…”
어떤 의미로는 저주받은 파티가 아닌가 싶을 지경이다. 사람이 다섯이 모이면 다섯이 다 함께 굶어죽고도
남을 실적제로의 처참한 파티였다.
[2회차] 돌발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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