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115
114 – [3회차] 오성의 비밀연구소( )
신진수와 함께 물고기와 잡다한 몬스터를 낚으며 연명하다가 공간이동 쿨타임이 회복되었다.
“그냥 그 능력으로 도령이 친구한테 쓰면 되지 않아?”
“적진 한복판에 떨어져서 개싸움하고 싶냐? 나야 그것도 나쁘진 않다만 너희 셋은 확실히 전멸하겠지.”
“…전라도에 있는 김일식 앞으로 부탁합니다.”
묘하게 공손해진 김아준의 말에 이진태가 지루해하며 예의 공간이동 마법을 발동했다.
덜컥!
아득한 낙하감각이 사라지자 우리는 김일식의 안가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와우.”
라이언의 손에서 머그컵이 굴러 떨어졌다. 용케도 깨지지 않은 머그컵을 보며 정수기 앞에서 물을 넣기
전이라서 다행이라는 실없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단 일찍 왔네. 어, 음… 굉장히 개성적인 방법으로.”
“운이 좋아서요.”
“그쪽의 잘생긴 남자는 누구?”
“새로운 협력자인 이진태입니다. 일단은 아카데미 동기죠.”
“하하. 역시 미남 옆엔 미남이 곧잘 모여서 좋다니깐? 젊은 소령님보다 더 잘생겼네. 잘 부탁해.”
라이언이 애써 털털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탁!
그녀의 손을 쳐낸 이진태가 경멸어린 시선을 보냈다.
“하찮은 놈이 어디서 나와 맞먹으려 드는 것이냐.”
“……레알? 나 인사했는데 이게 맞는 반응이야?”
역시 이 자식 싸가지 없어.
그보다 라이언이 언제 불타죽을지 모르겠어서 신경 쓰인다.
“보다시피 성격은 이런 놈이니 사적인 관계를 쌓을 생각은 마세요. 지극히 비즈니스적인 관계입니다.”
“참내. 그걸 미리 말했어야지. 그럼 한 대 패도 돼?”
“은퇴한 SS급 빌런인데 원하시면 싸워보셔도 좋습니다. 유서를 쓴 다음이라면요.”
라이언이 무진장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손을 털었다.
“이진태… 빌런이 됐던 거 아니었나?”
김일식이 휠체어에 앉은 채 힘겹게 물었다.
또 무슨 살벌한 소리를 할지 몰라서 내가 대신 대답했다.
“여차저차 임시동료가 됐다. 그리고 다연이의 본가 주소지는 몬스터의 점령지역이어서 진즉에 이사한 모
양이다. 그 대신, 오성아카데미에서 사귄 F반 친구의 행방을 찾으려고 하고.”
“그런가. 신진수 선생을 만난 모양이군. 쿨럭.”
“괜찮냐?”
“아직은. 그 F반 친구의 행방을 찾을 방법은 마련했나?”
“오성의 비밀시설 주소 다섯 개를 얻었다. 이 중에 몬스터랜드나 점령지역이 아닌 곳은 두 개가 남았지.”
김일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출발하자.”
“정말로 괜찮겠냐? 이번 작전의 위험성은 몬스터 웨이브에 필적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사망자가 나올 확
률도 있다.”
“…좀 더 자세히 얘기해라. 정확히 무슨 말을 듣고 왔는지.”
나는 신진수와 나누었던 대화를 복기하며 들려주었다. 그가 밝혔던 오성 아카데미의 어둠과 낙제생들의
최후를 모두 전하자 분위기가 절로 가라앉았다.
원래도 이진태의 만행으로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곱절 이상 어두워진 것 같다.
“한도령. 동번시 시가지 전투에서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그 빚은 지난 4년 간 충분히 갚았다고 생각
한다. 몬스터 웨이브의 저지에는 실패했지만 함께 사지를 헤쳐 왔지.”
“으음. 부정할 생각은 없다. 너흰 기대한 것 이상으로 열심히 노력해줬어. 인정해.”
“그럼 나나 아준이가 돕지 않더라도 이해하겠지?”
어렴풋이 각오는 했던 일이지만 막상 면전에서 들으니 괴로워지는 이야기였다.
“물론.”
“그럼 그렇게 알아줘.”
“자, 잠깐!”
김아준이 당황하며 끼어들었다.
“뭘 멋대로 결정하는 거야? 도령이는 우리 동료잖아. 동료가 어려워할 때에 돕지 않으면 뭐하러 함께 다
니는데!”
“김다연을 구하는 일이라면 도울 수 있다. 그녀는 이 그룹과도 안면이 있는 인원이었던 모양이니까. 하지
만 F반의 친구, 그 이민지라는 여자는 한도령의 옛 여자친구였을 텐데?”
“여, 여자친구…! 너 진짜냐!? 쓰시마시에서는 신쌤이 농담한 거 아니었어?”
김일식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오해다.
“여자친구는 아니다. 여자인 친구였지.”
“그 사이가 여자친구가 아니었다고? 하, 그래. 썸 타는 사이라고 해두지. 쿨럭, 쿨럭… 김아준. 한도령의
썸녀를 구하기 위해서 나서는 것도 동료의 의무라고 생각하나?”
“그건 좀 아니지…”
나는 곧바로 안가에 남겨둔 짐을 챙겼다.
“자, 잠깐! 우리는 어떡하라고?”
“여러분이 직접 정할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가면 죽을 수도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 이거지?”
라이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최미나가 히미코에게 물었다.
“우리 애기귀신은 어떻게 하고 싶냐?”
“한도령을 돕겠어. 그리고 애기 아니야.”
“으하핫. 역시 그렇지? 그럼 나도 따라간다.”
호쾌하기 짝이 없는 웃음에 라이언이 앓는 소리를 냈다.
“대장. 언제나 생각하지만 너무 단순하게 결정하는 거 아니야? 죽을 수도 있다고.”
“그거야 몬스터 웨이브 때부터 그랬지. 우린 거기서 젊은 소령님 못 만났으면 다 죽을 신세였어. 이후로
도 스펙터 에어리어에서 거액의 빚을 짊어지기도 했고.”
“그건… 빚을 진 건 맞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김철괴한테, 대장은 비실이한테 진 거야. 젊은 소령님한
테 빚을 진 건 히미코 뿐이라고.”
최미나가 물었다.
“그래서? 라이언은 어떻게 하고 싶은데?”
“김철괴와 재회하기 전까지 목숨이 위태로운 일에 나서고 싶지는 않아.”
“그럼 그렇게 해.”
“대장은?”
“비실이를 지키는 일은 솔직히 재미가 없다고? 너랑 다르게 비실이가 내 몫까지 돈을 내준 건 순수한 자
비심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비실이를 들춰 매고 다닌 답례였고.”
김아준에 대한 채무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최미나가 씨익 웃으며 라이언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울지는 말고.”
“바보 같은 소리 말고 돌아와.”
“으하하. 이거 가기도 전에 낯간지러워서 죽겠네.”
그렇게 팀은 두 개로 나뉘어졌다.
“작별선물이다.”
“키카드?”
“인질들의 소지품 중 하나다. 오성의 비밀시설이면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지.”
“고맙다, 김일식.”
“죽지 마라.”
언제나 함께였던 것은 아니지만 피치 못하게 떨어져있던 것과 의견차이로 갈라진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했다. 원망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강하게 마음먹었다.
이건 오직 내 복수를 위해 이루어지는 계획이다. 동료들에게 개죽음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
***
전라도 안가에 김아준과 김일식, 라이언을 남겨둔 채 우리는 오성의 비밀거점을 향해 이동했다.
애써 빌런협회 영역에 내려왔다가 다시 최전선이나 다름없는 충청북도까지 올라가야 하는 건 꺼림칙했
지만, 지금이 아니면 이 영역마저 몬스터랜드에 함락될지 모른다.
새로운 차로 영역을 넘나들면서 우리를 노려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심심찮게 느낄 수 있었다.
“노려만 보고 덤비지는 않네. 왜 저러지?”
최미나가 의아해하였다.
나는 그 이유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인간끼리 영역다툼이나 할 때가 아니니까요.”
“하긴. 바로 위에서 칠대기업도 셋으로 줄어든 마당이니.”
마법협회는 더 이상 빌런들이 자신들의 영역에 넘어오는 것을 경계하지 않았다.
마법협회 간부이자 빌런조직의 간부이기도 한 구룡환의 입김도 없잖아 있겠지만, 그보다는 전력이 될 사
람이 하나라도 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기 때문이리라.
“빌런협회에서 들은 정보 같은 건 없나?”
최미나의 물음에 이진태가 귀찮음이 역력한 어조로 대답했다.
“모른다.”
“뭐? 모른다니, 댁이 모르면 그걸 누가 알아?”
“넌 너보다 약한 놈들이 하는 돈도 안 되는 말을 기억하냐?”
어이가 없어진 최미나가 입을 다물었다.
“흠. 너 정도면 투사급으로는 쓸 만하겠군.”
심지어 최미나를 보고 품평까지 한다.
기분이 확 나빠진 얼굴로 최미나가 나를 돌아보았다.
“정말로 이런 놈을 믿고 함께 할 수 있는 건가?”
“그만큼 실력이 확실합니다.”
애초에 싫다고 어떻게 떼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SS급 초능력자가 된 이진태는 지금의 우리로서는 죽
었다 깨어나도 이길 수 없다. 그 정도의 절대적인 실력 차이가 존재한다.
“쳇…”
마법협회의 방관 속에서 우리는 그들의 영역을 가로질렀다. 이제는 셋으로 줄어든 칠대기업의 영역에 진
입할 때에는 검문소가 보였는데 어떻게 통과할지가 고민이었다.
“그냥 가.”
“응?”
“가도 된다고.”
이진태가 자신만만하게 말하기에 영문은 모르겠지만 일단 대리기사가 차를 몰았다. 놀랍게도 검문소 병
력은 우리가 다가오는 모습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다.
무슨 마법을 썼는지 소리도 형체도 기척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와. 이게 무슨 개사기 능력이야?”
“그러게요.”
나와 최미나는 어딘지 모르게 허탈함을 느꼈다.
히미코마저도 작게 소리죽여 한숨을 내쉬었다.
“저, 앞에 칠대기업 쪽 검문소는 어떻게 할까요? 바리게이트가 설치되어져 있는데…”
“기다려.”
이진태가 초소까지 천천히 걸어가서 바리게이트를 열고, 다시금 유유히 걸어서 돌아왔다. 경비병이나 경
비대장 격인 초능력자도 이진태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했다.
“어어? 이거 문이 왜 혼자 열려?”
“망할. 버튼이 부서졌잖아.”
“허참. 귀신이라도 나타났나.”
동요하는 이들의 옆을 천천히 차를 몰며 지나쳤다. 충분히 멀어졌다 싶을 즈음, 최미나가 꾹 참던 숨을 들
이쉬며 호들갑을 떨었다.
“뭐였지 그건? 은폐계열 초능력 중에도 이렇게 형편 좋은 은폐능력은 본 적이 없는데.”
“그놈들이 이 몸처럼 SS급이냐?”
“…그건 아닌데.”
“그럼 아무 말 마라. SS급 초능력은 원래 다 이렇다.”
“거 할 말 없어지네…….”
산비탈을 타고 어느 정도 올라간 뒤에는 차를 주차했다.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야 한다.”
내 말에 모두가 차에서 내렸다.
대리기사가 초조해하며 물었다.
“전 돌아가도 됩니까?”
“차만 지키고 계세요. 만일 혼자 도망치시면… 저희가 사람 찾는 일에 얼마나 독한 놈들인지 아시죠?”
“아, 알죠, 당연히! 내 생전 당신들처럼 독한 사람들은 처음 봅니다. 빚 받으러 가는 사람도 그 정도는 아
니겠어.”
떨리는 목소리를 들으면 도망칠 마음을 품다 깜짝 놀란 것 같은데. 저러다 심장마비라도 올까봐 추궁은
하지 않았다.
“지형 한 번 더럽게 험하네.”
굽이치는 산비탈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체력을 혹사하다시피 하는 고된 수색을 2년간 거듭했던
우리에게 그리 힘든 길은 아니다.
특히 천재적인 체력을 지닌 나는 히미코를 짊어지고도 호흡에 일말의 흔들림도 생기지 않았다.
“터프하네.”
이진태가 알아서 걷기를 대신해주는 마법신발을 신은 채 날 보며 그리 감탄하였다. 혼자만 편히 가는 모
습이 부럽기도 하고 띠겁기도 해서 일부로 대꾸하지 않았다.
“…잠깐.”
“응?”
“결계가 있어.”
마안계열 초능력자의 ‘눈’은 특수능력 외에도 근원요소를 식별하는 전반적인 안목 자체가 높아지는 공통
점도 존재한다. 히미코의 경고는 허투루 넘길 게 아니었다.
나야 은폐의 장막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쳐도 히미코나 최미나, 이진태가 문제였다.
“아까 그거 또 못 쓰냐? 안 들키고 지나가는 마법.”
“쿨타임 일주일.”
“…….”
저 새끼 마법은 뭐 죄다 저딴 식인지 모르겠다.
“굳이 몸 사리면서 갈 필요 있겠냐?”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른다. 죽음을 자처할 필요는 없지.”
“귀찮다. 서비스로 힘 좀 써줄 테니 그냥 가자.”
이진태의 말에 나는 격렬한 고민에 빠졌다.
정말 이놈을 믿어도 되는 건가?
만일 이진태의 실력이 부족하다면 개죽음을 당할 뿐인데…
고민 끝에 나는 잠입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막상 생각해보니 이진태가 실력행사를 해도 죽을 정도라면.
애초에 조심한다 한들 살아날 여지가 없는 장소다.
“너만 믿고 정면돌파로 간다.”
결계를 지나치자마자 히미코가 앗, 하고 놀랐다.
그녀의 눈에는 무언가가 보였던 모양이다.
“전해졌어. 신호가.”
“더는 속도 조절할 필요도 없겠네. 바로 달리자.”
달리기나 질주를 넘어서 쇄도에 가까운 고속으로 오성의 비밀거점을 향해 쾌속 접근했다. 산 중턱에서 내
부로 뚫린 통로를 커다란 문이 가로막은 모습을 발견했다.
“경비가 있네. 어? 이쪽 봤다.”
“증원이 오기 전에 바로 한 놈씩 해치우죠.”
최미나와 내가 좌우로 갈라지며 경비를 습격했다.
경비들이 마주 달려들며 무기를 휘둘렀다.
쩌엉!
피하지 않고 강하게 둔기를 마주 휘둘렀다.
고통을 못견디고 경비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퍽!
일격에 쓰러진 경비의 머리를 연이은 연격으로 날렸다.
최미나도 [근육강화] 초능력을 이용해 경비를 해치웠다.
눈을 마주치자 최미나가 하이파이브를 하려고 한다.
어이가 없어서 그냥 무시했다.
입구의 문을 힘으로 부숴야하나 고민하던 도중이었다.
“살아있어!”
히미코의 외침.
다급히 뒤돌아보자 충격적인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목이 떨어진 경비의 몸이 뒤틀리며 변형을 일으켰다.
적색피부에 네 개의 팔, 이목구비가 존재하지 않는 머리까지.
괴인의 형상이다.
인간형 몬스터라는 말을 들어도 이상할 게 없다.
“이, 이게 뭐야!”
“심장을 부숴보죠.”
단숨에 간격을 좁혀서 맨손으로 덤벼드는 괴인의 팔을 둔기로 후려쳤다. 둔탁한 소리를 내며 괴인의 팔이
홱 꺾였다.
‘내구도가 올랐다.’
‘이 정도라면… 못해도 B급 경화계열 능력자 수준이야.’
‘아까보다 한 단계는 더 단단해졌어.’
늘어난 팔을 모두 무력화시키고 심장을 파괴했다.
그 행위 자체에 어려움은 없었다.
예상대로 심장을 부수니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해치웠다.
문제는 괴인의 존재 그 자체였다.
이런 괴물이 비밀거점 내부도 아닌 입구에 배치되었다.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누구도 장담 못한다.
어떤 사람도 저런 참혹한 몰골의 괴인이 되기를 원치 않겠지.
강제로 사람을 변형시키는 실험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야. 이거 뭔가 더럽게 찝찝한 게 튀어나왔는데. 안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 거냐?”
이진태의 물음에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전부 죽인다.”
사람 행세를 하는 괴인에게 뒤통수를 맞는 건 사양이다. 이제부터 이 비밀거점 안에서 마주치는 사람은
전부 적이며 괴인이라고 생각해야 했다.
[3회차] 오성의 비밀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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