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116
115 – [3회차] 오성의 비밀연구소( )
우리는 거대한 출입문을 완력으로 찢어 부수며 난입했다. 조명의 일부가 꺼진 기다란 복도 저편에서 발걸
음 소리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다섯, 심장파괴로. 되겠냐?”
“얕보지 마라. 너 정도는 아니어도 이쪽도 충분히 강하다.”
“실력 한 번 보여주자고, 젊은 소령님!”
이진태를 뒤로한 채 우리는 조명 아래에서 상대가 접근하기만을 기다렸다.
“크아아,”
느리다. 정교한 무투기술을 전수받은 지금의 나는 다른 어느 회차와 비교하더라도 가장 뛰어난 기술력과
안전성을 겸비하고 있다. 이 정도에는 당하지 않는다.
파워와 근원요소의 출력한계, 공격 시 사거리는 부족하더라도 그 외의 모든 점이 뛰어나다.
단순 육탄전에서는 다년간 전문적인 훈련을 받아온 한 단계 위의 무투계열 초능력자보다 강하다고 확신
할 수 있다. 심장을 뽑힌 놈 뒤의 녀석이 손을 뻗자 곧바로 마주잡았다.
꽈드득!
이미 들켰으니 가식 떨 생각조차도 없어졌나보다.
괴인의 옆구리가 찢어지며 두 개의 팔이 더 생겨났다.
쿵, 쿵.
두 팔을 맞잡은 손 위로 다른 두 팔이 더해졌다. 목을 졸랐으면 차라리 데미지라도 들어갔을 것을 이성적
인 판단도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 시점에서 승부는 결정되었다.
꽈드드드득!
놈의 손아귀를 하나씩 우그러뜨리고 고통에 비명을 내지르는 사이에 가슴에 직격타를 먹였다. 피를 토하
며 쓰러진 녀석의 입에서 위액과 피, 살점이 뒤섞여 나왔다.
“우랴아아아!!”
최미나도 근육강화 초능력을 적극 활용해서 괴인들을 완력으로 압도하고 개박살을 냈다. 다섯의 괴인들
이 전멸하기까지는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속행.”
괴인들이 나온 복도를 이번에는 우리가 가로질렀다. 경비원들의 [관리구역]이라는 표식이 벽면 가득히
쓰여 있었는데, 정작 숙직실이나 휴게실, 식당에는 경비들이 없었다.
수색을 계속하던 도중에 무기창고 앞에서 지독한 피비린내를 맡았다. 문을 열자 신장 2m급 괴인이 우리
를 반겨주었다.
“크아,”
더러운 주둥이를 벌리며 포효를 끝마치기도 전에 내 주먹이 놈의 이빨을 산산조각 냈다. 기이하게도 놈의
이마에는 작은 더듬이와 짐승의 눈이 달려있었다.
꿈틀거리며 홱 하고 나를 돌아보는 눈을 후려갈기고는 연달아 경추와 늑골, 심장 위를 난타했다.
퍼버벅!
쿵!
괴인은 공격 한 번 못해보고 허망하게 쓰러졌지만, 주먹에 전해지는 욱신거림을 느끼며 미간을 찌푸렸
다.
“특수개체. 내구도 A.”
“추정등급은?”
“B+”
약점만을 공격했기에 망정이지 다른 신체부위의 내구도는 장난이 아니었다. 그런 것치고는 등급을 낮게
평가했는데, 놈들에게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자, 잠깐만! 나 이 녀석 알아!”
“괴인을 본 적 있습니까?”
“그게 아니라 이놈, 초능력 각성해서 격투기대회 출전자격 박탈된 선수라고!”
“그게 정말입니까?”
“확실해. 군부대에 있을 때 가끔 취미생활 삼아서 TV로 본 적 있어. 여기 목옆의 상처를 봐. 이런 이상한
모양의 상처를 가진 사람이 둘이나 될 것 같아?”
별 모양이다. 예방주사를 맞은 어깨와 상완 사이라면 모를까 흔히 목 앞에 날만한 모양의 상처는 아니었
다.
“이 사람 언제부터 TV에서 사라졌습니까?”
“2023년 5월!”
“망할. 5년도 더 전부터….”
오성은 최소 5년, 어쩌면 10년 이상의 시간을 괴인연구에 몰두해왔을 가능성이 있다. 세간의 주목이 떨
어져나간 초능력자를 모아다가 강제로 생체실험에 사용한다.
상상만 해도 치가 떨리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잔혹한 범죄행위가 이루어졌다.
“속행.”
“저 사람 팬이었는데…….”
최미나가 눈시울을 붉히며 손등으로 눈가를 문질렀다.
이내 성난 표정을 지으며 옆으로 따라붙었다.
경비구역이 끝나자 커다란 격벽이 앞을 가로막았다.
꽈앙!
격벽은 분노한 최미나의 핵펀치에 주먹 모양으로 박살났다.
연달아 몇 번의 주먹질을 더하자 길이 뚫렸다.
후두둑 하고 흘러내리는 잔해를 거두며 내부로 진입했다.
위잉, 위잉…….
경보와 함께 붉은 조명이 이어진다.
격벽 앞에는 뼈 무더기가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었다.
“사람 뼈야. 적어도 열 명 이상의.”
히미코가 경고했다.
“여기 놈들은 좀 더 화끈한 모양인데?”
이진태가 휘파람을 불며 우리가 통과한 격벽의 안쪽을 가리켰다. 녹아내린 흔적을 보자마자 미간이 구겨
졌다.
독을 던진 흔적이다.
혹은 독 능력을 쓴 흔적이거나.
시설은 오래 전에 통제불능 상태가 된 것으로 보였다. 인력부족이든 뭐든 오성이 제 시설도 통제하지 못
할 정도로 무너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뭐든 간에 제대로 된 걸 건지기에는 한 발 늦었다.’
벽면에 적힌 [격리구역]이라는 글자 옆으로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하는 피로 새긴 글자도 적혀있다. 여
기서부터 마주칠 괴인은 불안정하게나마 이성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잠깐.”
거침없이 전진하던 우리를 히미코가 만류했다.
슬쩍 돌아보니 천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태연하게 지나치는 척 전진했다.
덜컹! 캉!
천장을 뚫고 기습을 가하려던 괴인의 머리를 후려쳤다.
괴인의 고개가 홱 꺾였는데 둔기도 휘어버렸다.
“아파아파아파!!”
“미친.”
괴인의 모습을 보자마자 일순간 아연함을 금치 못했다.
여덟 개의 다리에 커다란 독침이 달린 몸체.
그 모습이 지네 같기도 하고 전갈처럼 보이기도 했다.
상체에 이르러서는 인간여성의 몸체를 지니고 있다.
그 점이 기괴함을 한층 더 강화시켰다.
여자의 팔은 아예 인간도 아닌 괴물의 팔이 달려있었다.
“으악 씨발 이게 뭐야!”
이진태가 식겁하며 손을 튕기자 불이 붙었다. 흑염 속에서 발버둥 치며 절규하던 전갈괴인이 한층 더 커
다란 불길에 휩싸이더니 불과 30초 만에 잿더미가 되었다.
“역겨운 녀석들. 어디서 저딴 조잡한 키메라를 만들어대?”
“…….”
“뭐해? 안 가고. 이런 곳에서 미적거리고 싶냐?”
나는 부러진 둔기를 내던지고는 예비둔기를 꺼내며 앞장섰다.
이진태와 내 실력차이가 한층 더 실감되었다.
초기에는 비빌 구석이라도 있었는데 이젠 천외천이다.
정말 저런 녀석을 해치우는 게 가능한가?
왠지 모를 절망감을 뒤로한 채 수색을 속행했다.
“인간인간인간!!”
식량저장고 안에서 돼지 코에 축 늘어진 뱃살을 겹겹이 쌓은 뚱보괴인을 발견했다.
전갈괴인의 내구력이 S급임을 떠올리며 신중하게 공격을 피했는데, 돼지괴인의 주먹이 후려친 벽이 무
슨 스티로폼마냥 퍽 하고 터져버렸다.
내가 정면에서 공격을 회피하는 사이에 측면으로 돌아간 최미나가 일격을 먹였는데, 전혀 충격이 전해지
지 않았다.
“약해약해약해!!”
돼지괴인의 뱃살 속에서 불쑥 손이 튀어나왔다. 최미나가 기겁하며 손을 뿌리쳤지만 그보다 더 많은 손이
튀어나와서 그녀를 붙잡으려고 들었다.
“거기까지야.”
히미코가 앞머리 사이로 시뻘겋게 충혈된 눈을 드러냈다.
돼지괴인이 게거품을 물며 바르르 떨었다.
힘 빠진 손을 풀어헤친 최미나가 내게 소리쳐 물었다.
“심장부위를 못 찾겠어! 어쩌지!?”
“이진태.”
“저건 별로 안 징그러운데. 니들끼리 해봐라.”
“…….”
전갈괴인은 아웃인데 돼지괴인은 괜찮은 거냐고.
어이가 없었지만 따진다고 순순히 생각을 고칠 놈이 아니다.
우리는 살을 파헤치다시피 하며 심장부위를 찾았다.
“헉, 허억… 괜찮아, 히미코?”
“아직은.”
마안계열 초능력자는 능력을 장기발동하면 극심한 페널티에 시달린다. 최미나뿐만 아니라 나도 그녀를
혹사시키다가 시신경이 파괴되어 시력을 잃는 상황을 초래하고 싶지 않았다.
다음 전투에서는 그녀에게 의지하지 않겠다고 각오했지만 특수괴인 두 개체를 상대하면서 결국 15초의
시간동안 공포의 마안 초능력에 의지하고 말았다.
“히미코, 어때?”
“괜찮아.”
그나마 그녀의 초능력 경지가 S급에 도달하며 지속시간도 조금 더 길어졌다는 점이 위안이었다.
“격벽 안에 또 격벽이라. 정말 끔찍한 곳이네. 격리구역보다 더 끔찍한 걸 가둔 구역이 있단 말이야?”
“아마도 이 안이 비밀연구소의 최심부일 겁니다. 지금까지보다 더 강한 개체가 나오겠죠.”
“괴인연구에 대한 자료는 찾을 수 없나? 이런 끔찍한 짓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려야만 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인트라넷에 저장된 모든 데이터가 초기화되었습니다. 이미 저쪽에서도 손을 쓴 모양입니다. 내부에서
발견한 단말기로는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습니다.”
“돌아가서 시체 사진이라도 찍을까?”
“언론이 놈들의 편이라는 사실을 잊었습니까? 오성은 제보한 우리를 주범으로 지목하고 현상수배를 내
려도 이상할 게 없는 녀석들입니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그런 미래의 일을, 그것도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논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슬슬 결정해야 할 때입니다. 소득은 없으리라 추정되지만 가장 위험한 곳에 진입할지, 이대로 돌아갈
지.”
“난 돌아갔으면 좋겠어.”
최미나는 곧바로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알고 있잖아. 네가 찾고 싶었던 친구가 여기에 있었다고 해도 저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지는 않았을 거라
는 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이상 위험을 자처하는 건 자기파괴적인 행동에 불과해. 복수를 돕겠다고 했지, 자살을 방조하거나 동
반자살이나 하려고 여기까지 따라온 게 아니야.”
이진태를 돌아보자 그가 피식 웃었다.
“던전에서 보스룸만 빼놓고 돌아가는 파티도 있냐? 소득이 없으면 보스라도 족쳐서 뭐든 건져야지.”
“…….”
“잡으면 분명 뭐든지 나온다. 뭣보다 강한 개체일수록 이성이 더 크게 남아있다는 사실은 이미 짐작하고
있잖아?”
녀석은 내 속내를 읽은 것처럼 정곡을 찔렀다.
만일 비밀연구소의 보스괴인과 서로 대화가 통한다면.
그에게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물어볼 수도 있다.
만일 운이 더 따라준다면.
친구가 이곳에 왔는지 확인할 방법을 들을지도 모른다.
“헛된 희망이야.”
“히미코. 너는… 반대인가?”
“정하지 못했어.”
그녀는 조금 슬픈 어조로 말했다.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는 사람이 그렇게 소중해?”
“적어도 복수는 해야 하니까.”
“이 앞으로 이어질 전투에서 우리 모두가 죽더라도?”
아니, 그럴 가능성은 없다.
우리에게는 이진태가 있으니까.
그녀가 묻고자 하는 건 마음가짐의 문제다.
「어째서 내가 아닌 김다연이지?」
「…….」
「내게 없는 무언가가 김다연에게 있어서?」
불현듯 등을 돌린 강유아의 모습이 떠올랐다.
다르지 않았다.
상황은 다르지만 지금의 히미코는 그때의 강유아와 닮았다.
나는 두 눈을 감았다.
주먹을 움켜쥐었다.
내심 자문하였다.
‘이미 죽었을 가능성이 높은 친구를 위해서.’
‘최미나와 히미코가 죽을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가?’
나도 모르게 서늘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감수할 수 있다.”
그녀는 가장 힘겨웠던 1회차 시절을 함께 한 첫 번째 친구이자 첫 번째 동료이기도 했다. 지금의 나라는
존재를 이루는 가장 핵심적인 인과를 지니고 있다.
그런 친구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제대로 확인도 하지 못하고 물러선다?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좋아. 직접 확인해야만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다면…….”
“당연히 나도 찬성이다. 이걸로 찬반은 3 대 1이군.”
“하아. 어쩔 수 없지. 계속 가보자고.”
최미나도 마지못해 수긍했다.
우리는 마지막 격벽을 파괴하고자 힘을 썼다.
헌데 문제가 생겼다.
까아앙!
둔기를 휘둘러도, 주먹을 휘둘러도 격벽이 부서지지 않는다.
무슨 전설의 금속으로 만든 것 마냥 흠집만 난다.
“부술 수가 없는데 어떻게 들어가지?”
“이진태. 이럴 때 쓸 수 있는 마법은 없냐?”
“쿨타임 3일 11시간 진행 중.”
“…….”
비장했던 대화가 무색하게도 우리는 비밀연구소를 벗어났다. 괜히 마지막에 나눈 대화 때문에 감정만 상
하고 말았다.
“도대체 뭘로 만든 격벽이었지?”
“재질은 같아.”
히미코가 말했다.
“특수한 결계마법이 쳐져있었을 뿐.”
“결계라. 구속계열 초능력자를 마법협회에서 초빙해야겠군.”
“정말로 그쪽이랑 협력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최미나의 물음에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이미 마법협회의 검문대장을 인질로 붙잡았다.
정체가 들키면 바로 공격부터 당할 거다.
공들여서 위장신분을 만들고 속임수를 써서 고용한다면?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다.
다만 그렇게까지 일을 벌일 시간이 부족하다.
최전선은 나날이 내려오고 있다.
여기에 더 발목이 묶이면 다음 비밀거점은 진입도 못한다.
“여기는 이제 됐습니다. 다음 비밀거점으로 가죠.”
비밀연구소 공략을 진행하기에는 시기도 늦었고, 준비도 부족했다. 이번 공략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이제 믿을 건 마지막 거점뿐이었다.
로 사용하는 흑염은 쿨타임이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3회차] 최종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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