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117
116 – [3회차] 최종병기( )
오성의 두 번째 비밀거점은 최전선에 훨씬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잠입난이도는 훨씬 높았고, 우
리는 칠대기업 소속 초능력자들을 피해 신중하게 길을 돌아갔다.
“정말로 이걸 올라가야해?”
“여기가 제일 안전합니다.”
“500m도 넘는 절벽을 오르는 게 제일 안전하다니.”
최미나는 울상을 지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거점으로 향하는 다른 길에는 초능력자들이 다수 보였다.
“그나마 거점이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위안으로 삼죠.”
“으하핫, 우릴 쳐죽일 적이 잔뜩 기다리고 있다는 걸 위안거리로 삼으란 말이냐? 젊은 소령님도 참 은근
히 담력이 좋아. 전부터 생각했지만 꼭 전쟁이라도 겪은 사람 같다니깐.”
“물론 겪었습니다.”
절벽을 오르던 최미나뿐만 아니라 구속구로 안전하게 등에 맨 히미코, 1인용 마법이라는 핑계로 혼자만
둥실둥실 허공을 떠오르던 이진태까지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몬스터와의 전쟁 말입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전쟁세대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쳇.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가기는.”
슬슬 고도가 높아졌다 싶을 즈음에는 경계를 높이며 잡담도 중지하였다.
탁!
등반을 마치자 우리는 비밀거점 후면에 도착했다. 최미나가 손에 묻은 피를 털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
다.
“여긴… 시체라도 버리는 곳인가?”
“그렇겠죠.”
절벽을 오르면서 굳은 피나 살점 따위를 몇 번이고 발견했다. 먹이를 노리고 달려드는 비행형 몬스터의
습격에 시달리기까지 했으니 좋은 감정이 들기는 무리였다.
“사람일까?”
“그럴 수도 있겠죠.”
“아니면 좋겠지만 맞을 가능성이 높아서 슬프네.”
“히미코, 결계는?”
“있어.”
“종류는 전이랑 같아?”
“같아. 출입문을 열면 침입사실이 전해질 거야.”
이진태가 커다란 파이프를 가리켰다.
“저기에도 그게 있냐?”
“없어.”
“그럼 저기로 가면 되겠네.”
최미나가 죽을상을 지었다.
이진태가 가리킨 파이프 주변에는 핏자국이 가득했다.
“피에 살점에 온갖 생체실험의 부산물을 쏟아내는 것 같은 꺼림칙한 배출구로?”
“싫으면 시작부터 전면전으로 들어가던가. 다 뒤져도 내 한 몸은 건사할 자신 있으니 상관없다. 어느 쪽
이든 환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화끈하게 싸우는 편이 마음에 드는데.”
나는 그냥 문짝을 걷어찼다.
뻥 하고 문이 열리며 곧바로 시설 전체에 경보가 울렸다.
“와.”
“화끈하게 뒤지는 길을 골랐네.”
최미나가 넋을 놓고 이진태가 감탄했다.
나는 빠르게 말했다.
“피냄새가 베면 우리가 들키는 것도 시간문제다. 시설 내부정보를 빼돌려야 하니 서둘러라.”
우리는 곧장 시설 내부로 침투했다. 총을 든 경비들이 우리를 보자마자 총구를 겨눴지만, 그보다 빠르게
내 손가락이 그들을 겨누었다.
▷부가스킬 발동
▷부가스킬 발동
경비들은 총한 번 쏘지 못하고 즉사했다.
“내부관계자 중에서도 직급 있는 연구원 찾기 전까진 보이는 족족 다 쓸어버려.”
마주치는 경비를 닥치는 대로 죽이며 보이는 문은 모조리 발로 걷어차 열었다.
출입문 입구마다 키패드와 철문이 놓여있었지만 A+급 초능력자의 신체능력을 지닌 나나 최미나 앞에서
는 무의미했다. 일곱 번째 문을 걷어차자 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즉시 을 발동해서 상대의 힘을 가늠해보았다. 근원요소가 감지되기는 해도 미미한 수준
이었다.
“널 살려야 할 이유를 말해라.”
“카드, 카드키가 있어요! 저 객원연구원이에요!!”
“객원연구원은 이 시설에서 뭘 하지?”
“실험대상의 혈류속도 변화에 따른 내출혈 발생 및 혈관파손 시기를 측정하고 진단결과를 내리고 있어
요!”
“실험대상의 정체는?”
객원연구원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나는 곧바로 연구원의 한쪽 손을 붙잡아 손가락채로 모조리 짓뭉개버렸다.
“끄아아아악!”
“다음은 왼손까지 못써먹게 만들어주지.”
“말, 말할, 말할 게요! 아흐흑!”
객원연구원이 눈물콧물을 흘려가면서 힘겹게 말했다.
“죄수에요! 분명 죄를 지은 범죄자들을 모아서 실험재료로 쓴다고 들었어요!”
“정말로 그게 다라고 생각하냐?”
“전 위에서 그렇게 듣고 일했다고요! 인체실험은 나쁘지만 어차피 죽어도 될 놈들만..”
변명을 듣고 있을 시간이 없다.
“연구자료는 어디에 있지?”
“USB가 있어요. 평소에 가지고 다니는 건 이것뿐이지만 C구역에 있는 분석실로 가면..”
“패스워드.”
“제, 제가 열 수 있어요.”
“패스워드.”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연구원의 왼손을 우그러뜨렸다.
“끄아아악!”
“다음은 두 발이다. 사지를 못 가누는 상태로 비참하게 살고 싶지는 않겠지?”
“000XD114#2… 어흐흑. 000XD114#25에요.”
“중요자료.”
“분석파일 모음 폴더에…”
뽑아낼 정보는 충분히 뽑아내었다. 연구원의 머리를 둔기로 후려쳐 단숨에 터뜨렸다.
시체에서 꺼낸 키카드는 C구역까지의 출입권한을 지니고 있었다. 키카드를 보자마자 주머니에 넣어두었
던 다른 키카드가 떠올랐다. 김일식에게 받은 카드와 똑같이 생겼다.
나도 모르게 욕지기가 나왔다. 이걸 가지고 있다는 건 그때 인질로 잡았던 녀석도 이 시설을 알고 있다는
뜻.
‘우릴 실험재료로 써먹으려고 했던 건가.’
썩었다.
이놈들은 근본부터 단단히 썩어있었다.
“카드키를 찾았어!”
“그것도 C급입니까?”
“아니, D급인데?”
“더 높은 걸 찾았습니다. 따라오세요.”
“오오.”
C구역 진입문에 카드키를 긁어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김일식에게 받은 카드키는 이미 막힌 모양이다.
새로 구한 객원연구원의 카드키를 긁으니 문이 개방됐다.
“일제사격!”
“1열, 사격 개시!”
빗발치는 총탄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최미나가 무소처럼 거칠게 달려들었다. 강화된 근육은 모든 총탄을
막아내면서 경비들의 대열을 무너뜨렸다.
몇 보 뒤에서 자리 잡은 초능력자들의 초능력이 최미나를 향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어림없다아아아!!”
그녀는 기합만으로 발을 묶는 속박기를 끊고 이형의 점액질 소환물을 때려죽이며 날뛰었다. 전장의 모든
이목이 최미나 한 명에게 쏠리는 사이, 나는 재빨리 초능력자들에게 접근했다.
“헛! 양동공ㄱ,”
손을 뻗어 목을 분지르고는 재빨리 다른 초능력자들을 일수에 잡히는 족족 즉사시켰다.
다섯 명이 쓰러지고 나서야 남은 세 명이 날 돌아보며 괴성을 내질렀다. 괴인으로 변신이라도 하나 싶었
는데 난데없이 동시에 일인당 두 개 이상의 초능력을 발산했다.
그림자로 가라앉는 속박능력을 시작으로 전격이 도사리는 물 회오리, 각기 다른 무기를 든 소환수들이 달
려들었다.
“죽어어어!”
“잘도 미네를!”
“용서하지 않겠어!”
복합능력은 생각 이상으로 까다롭다.
그러나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고등급 능력은 아니었다.
파지직!
피부 위로 아른거리던 전격을 손을 털어 없애고는 소환수 하나의 무기를 빼앗아 풍차처럼 휘두르며 도륙
했다.
질풍처럼 전장을 휩쓸다시피 하며 몇 번 휘두르자니 그 많던 소환수와 경비들이 전멸했다. 남은 건 묘하
게 다중능력을 사용하는 초능력자 셋뿐이었다.
“너희는 뭐냐. 이 시설에 소속된 에이전트인가?”
“틀려! 우린 실험체라고!”
이 녀석들이 그 실험체인가…….
대충 감이 왔다.
오성의 비밀거점은 각 시설마다 다른 연구를 해왔다.
전의 비밀연구소가 키메라 연구를 했다면.
이번 연구소는 다중능력자 연구를 한 셈이다.
“그럼 어째서 우리를 가로막았지?”
“너흴 죽이지 못하면 우리가 죽어. 약을 받지 않으면 우린 살 수 없어. 그러니까 제발 죽어줘!”
“죽겠냐, 바보가.”
헛소리를 하는 놈의 품에 파고들어서 단번에 목을 꺾었다.
“꺄아악!”
“시, 싫어어어어!”
남은 두 초능력자가 동시에 날 향해 능력을 전개했다.
나는 개의치 않고 그 공격을 전부 몸으로 받아내었다.
“이런 게 무슨 소용이 있지?”
“마, 말도 안 돼!”
“전혀 통하지 않아…”
초능력자 간의 싸움은 일정수준 이상부터는 실력차이가 나면 싸움이 성립되지 않는다. 하수가 고수를 해
치우는 것도 보통은 C급 밑에서, 간혹 B급까지는 일어날 수 있다.
어느 한쪽이 A급 초능력자라면 대부분은 자신보다 두 단계만 높아도 무조건 죽는다고 봐야 했다.
‘높게 쳐줘도 각 능력의 수준은 C급.’
‘시너지 효과에 상성이 맞아떨어져도 최대 B-급이 한계다.’
내 등급은 A+.
눈앞의 초능력자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나를 이길 수 없다.
“뭐야, 이 잡종들은. 얼른 끝내라고.”
“정보를 내놔라. 그럼 살려주지.”
“약이 없으면 죽는 건 마찬가지잖아!”
“그럼 평생 시설에 갇힌 채로 살다가 죽던가.”
“차라리 죽여줘!”
울부짖는 초능력자 한 명의 목을 곧바로 분질렀다.
마지막으로 남은 초능력자는 고개를 저었다.
“나, 난 살고 싶어. 복수도 하고 싶고.”
“좋다. 정보를 말해라.”
“연구원들은 우리를 하이브리드라고 불렀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해졌지?”
“다른 초능력자의 장기를 이식받았어.”
시발.
상상 이상으로 역겨운 일이 벌어졌다.
“신체에는 기억이 깃들어. 꼭 뇌가 아니라도 그런 경향이 있다고 했어. 나, 나는 그림자를 감추는 초능력
자랑 늪을 만드는 초능력자, 가속계열 초능력자의 장기를 이식받았어.”
“본래의 능력까지 포함해서 언제나 동시에 네 개의 능력을 발동할 수 있는 건가.”
“언제나는 아니야. 평상시에는 두 개, 감정적으로 흥분한 상태에서는 세 개까지는 가능해. 그래도 가속계
열 초능력은 발동하지 않았어. 상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문득 두려운 기분이 들었다.
“넌 원래 등급이 어느 정도인 초능력자였지?”
“D급.”
“그 미만의 초능력자들도 이 시설에 끌려온 적이 있나?”
“있어. 많을 거야.”
“그 사람들은 전부 어떻게 됐지?”
하이브리드 초능력자가 울면서 말했다.
“장기이식실험에 이용당해서 죽었어. 능력교배나 조합에 사용되기도 하고, 비적합자는 거부반응과 이상
반응을 일으키다가 변이를 일으켜서 다른 시설로 이송되기도 하고…”
“이민지라는 이름을 들어봤나?”
“못 들었어.”
“너는 언제부터 이 시설에 있었지?”
“1년 전.”
“그 이전에 들어온 능력자들은?”
“대부분 죽었어. 하이브리드 초능력자는 수명이 짧아. 약을 복용하면 반년씩 더 살 수 있지만 그래도 최
대 5년을 넘지 못해. 시설의 3년차 이상은 전부 극비임무로 최전선에 끌려갔어.”
비로소 확신했다.
다른 연구소들이 어떠했을지는 몰라도 크게 다르진 않겠지.
이민지가 살아있을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신진수 선생님의 말이 옳았다.
더는 이민지가 살아있기를 바라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는 살아있는 게 죽는 것보다 더욱 괴롭다.
시체를 발견하면 오히려 안도해야 할 지경이다.
여기는… 던전보다도 더욱 처참한 일이 벌어지는 장소였다.
“너, 이름은?”
“지성철.”
“성철. 이 시설에 타격을 입히기에 가장 좋은 장소를 알고 있나? 우리에게 협력할만한 실험체들이 모인
장소는?”
“나보다 강한 하이브리드들은 협력하지 않을 거야. 이미 연구소 측에 포섭이 끝났어.”
“그런가.”
“타격을 준다면 아직 실험과 조교를 반복하는 상급실험동으로 가야 해. 4층부터는 B급 이상 출입권한이
필요하니까 B급 이상 출입권한을 지닌 키카드가 필요해.”
“그걸 가지고 있을만한 놈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시설 내부를 지나치면서 때때로 출입구가 열리며 적들이 쏟아져 나와 기습을 가했다. 대부분은 나나 최미
나 선에서 끝났으며, 지성철의 속박능력도 도움이 되었다.
히미코는 전력을 비축하고 이진태는 아직 자신이 나설 때가 아니라며 힘을 아꼈다.
문을 박차고 난입하자 커다란 터빈이 증기를 뿜어내며 시야를 차단하는 장소가 나타났다.
“동력실을 지키는 변절자가 있어. 연구소 측에 포섭된 A급 하이브리드야.”
“이 동력실은 뭘 위해서 존재하는 거지?”
“나도 몰라. 모르지만 사람을 두어 지킬 정도면 부서져서 곤란할 이유가 있다는 거지.”
지성철의 말이 옳았다.
“이진태.”
“부수는 거야 내 전문이지.”
이진태가 흑염을 일으켜 터빈을 불태웠다.
화르륵!
시커먼 흑염이 하부동력실 내부 전체로 옮겨 붙기 시작했다.
연기가 크게 흔들리더니 돌연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진태가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퉁겼다.
화르르르륵!
연기 위로 불이 붙었다.
연기가 뭉치며 커다란 사람의 손의 형상을 이뤘다.
이진태를 짓누르려던 손앞으로 복잡한 마법진이 펼쳐졌다.
“중력포.”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안개가 훅 하고 동력실 안쪽으로 밀려버렸다. 커다란 폭발이 일며 하부 동
력실 전체가 일거에 완파되었다.
꺼진 불길 사이로 이진태가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작은 보호막에 둘러싸인 키카드가 그의 손에 빨려 들어
왔다.
“자.”
휙 하고 던진 카드키를 받았다.
B급이 맞았다.
“뭐해? 안 가고.”
“…가야지.”
흑염 생성에 중력조작, 이중보호막까지. 이진태의 뛰어난 능력에 만만찮은 응용력이 더해지며 그의 본
실력의 아주 작은 편린을 보였을 뿐이다.
그런데도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거라는 막막한 절망감이 엄습했다. 적어도 이번 3회차에 이길 상대는 아니
다.
“방금 그 능력은… 당신도 하이브리드입니까!?”
“뭐라는 거냐. 되다만 잡종 녀석아.”
“…….”
지성철이 잡종이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딱히 틀린 말도 아니라는 표정을 짓는다. 저러다가 덜컥 자살이라
도 할까봐 신경 쓰이고 말았다.
“집중해라, 지성철. 복수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그렇죠… 복수. 복수를 해야죠.”
우리는 실험이 이루어지는 구역으로 달렸다.
[3회차] 최종병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