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118
117 – [3회차] 최종병기( )
하부 동력실을 파괴했지만 키카드는 여전히 작동했다. 상부 동력실이 전원을 대신 공급해주는 모양이다.
사실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더 이상 친구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자료수색은
다음 회차를 위한 정보수집에 지나지 않는다.
그 외에는 그저… 보이는 생명체는 전부 죽이고 파괴할 뿐이다. 이제는 정말 복수뿐이다.
“크아악!”
자료를 들고 달아나려던 연구원이 벽에 꽂힌 채 피를 토했다.
놈의 복부를 관통한 의자다리를 크게 비틀어 뽑았다.
뚫린 구멍에서 쏟아지는 피는 딱 봐도 치사량까지 직행이다.
“막아! 내 연구실에는 누구도 멋대로 들어올 수 없어!!”
“크크. 이거 보너스 수당으로 끝날 적이 아닌데.”
“돈이라면 얼마든지 줄 테니까 서둘러!!”
연이어 C구역 연구동 분석실로 가던 도중, 한 무리의 연구원들을 발견해 쫓아가니 알짜배기를 건졌다. 수
석연구원이라는 녀석과 그를 지키는 경호원들이다.
이런 쓰레기 같은 시설의 수석연구원이라면 사실상 범죄조직의 매드 사이언티스트나 다름없다.
“최미나. 히미코. 힘조절은 필요 없다.”
서로 마주보기만 해도 상대의 경지가 가늠되었다. A급 셋. 나와 최미나보다 약간 아래인 수준이다.
‘하이브리드 특유의 의외성과 능력 간 시너지 효과를 감안하면 사실상 동급.’
전력을 파악하자마자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부속스킬
▷부가스킬
정면으로 쇄도하며 모여드는 집중공격을 은폐의 장막으로 넘겼다. 초전부터 필살기를 사용해 집중공격
을 모조리 투과시켜버리자 적들의 코앞으로 길이 뚫렸다.
“초, 초능력이 통하지 않아!?”
“무적능력인가!?”
경비들이 다급히 후속공격을 펼치려 시도했지만 그보다 빠르게 내 손이 가장 위협적인 공격을 펼친 경비
의 팔을 붙잡았다. 한 번 잡았다면 녀석에게 허락할 다음 기회는 없다.
휘리릭!
몸을 뒤돌아 후방으로 빼며 녀석의 팔을 비틀었다. 당황한 녀석이 어떻게든 걸음을 맞추며 마주 몸을 회
전했다. 그 틈을 노려 한층 빠르게 무릎을 걷어차고 목젖을 강타했다.
“컥!”
자세가 무너진 직후에 연속해서 두 번의 회전으로 팔을 쥐어짜듯이 틀어버렸다.
우드득! 팔이 뒤로 꺾인 채 완전히 제압당한 자세로 끌려온 동료를 보며 다른 경비들이 이를 악물었다.
“끝났어.”
그 망설임을 놓치지 않고 히미코의 공포의 마안이 적중했다. 경비 둘이 이성을 놓은 1.5초 남짓한 사이에
최미나가 두 명의 목을 연달아 분질렀다.
“마, 말도 안..”
팔이 꺾인 채 제압당한 경비도 내 손으로 목을 분질렀다. 동급의 전투력을 지닌 적들이 순식간에 손도 못
쓰고 무력화되자 수석연구원은 넋이 나간 기색이었다.
“잠깐, 날 살려주면..”
“네게 듣고 싶은 이야기 따위는 아무것도 없다.”
제압한 경비에게서 뺏어든 컴뱃나이프로 목을 베었다.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제 목을 더듬던 수석연구
원이 쓰러졌다.
생각해보니 다른 연구결과를 굳이 찾아볼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이딴 쓰레기 같은 장소에서 하는 실험이
야 실험체를 어떻게 가지고 놀았는지, 어떻게 성과를 내었는지가 전부다.
내가 그 실험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보고서를 그대로 베껴서 제보해봤자 칠대기업의 영향력 아래 정보검
열이 된다.
‘여기서 이런 실험이 일어났다는 사실.’
‘낙오생들이 이런 최후를 맞이한다는 정보.’
‘실험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안 것만으로도 충분해.’
시체를 발로 뒤집어서 키카드를 회수했다. 이번 키카드는 A급이었다.
수석연구원의 키카드이니 아마도 가장 핵심시설에의 접근권한도 존재할 터. 사실상 시설 내 모든 잠금장
치를 해제할 수 있는 마스터키를 손에 넣은 것이나 다름없다.
B구역에 진입하자마자 최미나가 거세게 뒤로 튕겨져 나왔다. 강력한 초능력자의 선제공격이었다.
“S급인가. 한심하게 실험용 소재로 잡히다니. 등급 값도 못하는 머저리로군.”
이진태가 쯧쯧 혀를 차더니 발끝으로 바닥을 두 번 두들겼다. 복도 반대편 끝에 있던 초능력자가 휙 하고
이진태의 지척으로 순간이동되었다.
당황한 녀석에게 지옥불이 붙었다. 허나 지금까지의 적들과 달리 상대는 고통 속에서 절규하지 않았다.
휘리릭! 쿵!
육탄돌격을 해오는 녀석을 기겁하며 피했다.
불이라도 옮겨붙으면 낭패를 보는 건 이쪽이다.
“브리드 잡종이군. 상당히 강력한 경화계열이 섞였어. 신체를 녹는점이 꽤나 높은 레어메탈로 변화시킨
건가?”
나나 최미나라면 목숨을 걸고 상대해야 했을 상대다.
이진태는 그런 강적을 향해 지긋이 손바닥을 내밀었다.
“침투. 폭발.”
흑염이 S급 하이브리드 초능력자의 입을 따라 체내에 파고들더니 내부에서부터 장기를 불살라버렸다.
“끄아아아아!!”
아무리 단련된 초능력자라도 장기의 내구력마저 단련하기는 극도로 어렵다. 흑염의 침투를 허용한 시점
에서 최후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최미나가 시퍼렇게 부어오른 제 어깨를 만지작거리며 다가왔다. 욕을 하며 시체를 걷어차더니 제 발을 부
여잡는다.
“아오! 무슨 몸뚱아리가 그 까까머리처럼 단단해!”
“까까머리?”
“김철괴라던 젊은 소령님 동료!”
그 말을 듣자마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 층을 좀 더 수색해봐야겠습니다.”
“김철괴가 있을 것 같아?”
“일단은 찾아봐야 알겠지만 가능성은 높다고 봅니다.”
김철괴가 연락이 두절된지도 2년이 넘었다. 지금까지는 어디에든 숨어서 잘 지내고 있으리라고 믿고 있
었지만…
S급 하이브리드 초능력자가 나타나고 경화계열 초능력을 사용한 시점에서 모든 낙관이 깨져버렸다. 겹
겹이 늘어선 키패드의 잠금을 해제하며 특별격리동의 다중격벽을 개방했다.
부그르르
일곱 대의 캡슐과 그 안에 담긴 사람들.
그 모습을 보던 도중, 최미나가 비명을 질렀다.
“이, 이 사람! S급 용병 서지수야!”
“…시발.”
떨리는 손을 반대쪽 손으로 붙잡으며 캡슐 안을 하나하나 직접 확인하였다.
“진짜냐…”
찾았다.
김철괴가 S-06캡슐에 들어있었다.
캡슐 앞 기판을 조작하자 보고 싶지 않았던 문구들이 가득히 떠올랐다.
-거부반응 발생
-S06소재의 하이브리드화 연구 중단. 소재로 돌릴 것.
김철괴는 오래 전부터 다른 초능력자들을 하이브리드로 만들기 위한 재료로 이용되었다.
그의 신체 내부도를 보이는 입체영상에서는 기존장기의 65%가 다른 초능력자에게 이식되었으며, 지금
의 김철괴는 사실상 인공장기에 의지해 숨만 쉬는 인형이 되었음을 알렸다.
“…전부 죽이죠.”
“정말 괜찮겠어? 김철괴는 젊은 소령님의…”
“그래서 제 손으로 끝내줘야 합니다.”
녀석은 이딴 식으로 비참하게 이용되어도 좋을 놈이 아니다.
실은 그때 김철괴가 희생하지 않아도 됐었다.
히미코가 능력을 발동했으면 추적자들도 나가떨어졌다.
그런데도 히미코가 아닌 김철괴가 나섰다.
그녀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철괴는 나로 인해서 두 번이나 희생되었다.
2회차의 폐광산에서, 그리고 이번 3회차의 추격전에서.
“미안하다.”
전해지지 못할 사과였다.
영양액을 방출하고 캡슐을 개방했다.
태아처럼 웅크린 그를 내려다보다가 심장부위에 손을 얹었다.
▷부가스킬 발동
덜컥, 가슴이 뭍에 올라온 물고기처럼 펄떡거렸다.
정신없이 요동치던 그의 육체가 잠잠해지더니 축 늘어졌다.
우리는 시간을 들여서 캡슐 일곱 대에 든 실험체를 제거했다.
살아있다면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활약했을 실력자들.
그런 자들의 처참한 모습을 보는 마음은 결코 좋지 않았다.
“이런.”
이진태가 처음으로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다.
“잡종만 있는 게 아니었잖아.”
“저 괴물 같은 놈이 잡종이라고 안부를 괴물이 있다고?”
“이 시설의 최고실력자가 오는 모양이다.”
이진태는 우리가 들어온 출입구를 노려보았다.
저벅. 저벅.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소리가 천둥처럼 크게 울렸다.
온 세상을 제 발 아래에 둔 것 같은 존재감.
S급도 넘어섰다.
상대는 이진태와 마찬가지로 경지를 넘은 절정고수다.
“잘도 이 난리를 부렸구나.”
“뭐하는 놈이냐.”
“SS01. 하이브리드 프로젝트 최초의 완성자다.”
“완성자?”
“이식적합률 99%. 일곱 개의 S급 초능력과 열 개의 A급 초능력을 겸비한 최강의 하이브리드. 한반도에
서 몬스터를 절멸시키고 국가를 재건할 존재가 바로 이 몸이라는 말이다.”
완성자의 붉은 눈이 번뜩이자 좌중의 공기가 숨 막힐 정도로 차갑게 얼어붙었다.
“제 힘으로는 버틸 자신이 없으니 뭐든 닥치는 대로 집어삼켰다 이거구만. 생각보다는 별 거 없는 놈이었
는데?”
“그래, 나 역시도 한때는 별 거 없는 존재였지.”
완성자가 살벌한 미소를 지으며 이진태의 빈정거림을 받아주었다. 이어지는 그의 말에는 이진태조차도
애써 지은 조소가 얼굴에서 사라졌다.
“본래 나는 F급 초능력자였다.”
“…뭐라고?”
“[심신의 벨런스가 흔들리지 않는 초능력]. 이것이 본래 내가 지닌 초능력이지. 진가를 깨닫기 전까지는
이보다 더한 쓰레기 같은 능력도 없다고 생각했다.”
완성자가 어깨까지 떨며 흐느껴 울듯이 웃었다.
“육체를 단련하면 마음의 약함을 따라서 약해지고, 마음을 굳게 먹어도 육체를 따라 약해지는 능력. 평생
약자로 살아가기 위해 존재하는 구속처럼 느껴졌지.”
“우릴 놀리는 건가? 그런 하찮은 녀석이 열 개도 넘는 초능력을 겸비한 SS급 초능력자가 되었다고?”
“그렇다. 나는 하이브리드 프로젝트에 선택받았고, 그 날 이후로 인생이 뒤바뀌었다. 내 능력은 원래부터
노력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었지.”
그가 자신의 품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장기 하나만 이식받으면 고등급 초능력이 생긴다. 그에 맞춰서 정신도 강해지지. 처음부터 A급 초능력
을 받는다고 A급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에 준하는 강함은 얻었다.”
“…!”
“그래, 연구원들 모두가 깨달았지. 나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태어난 존재였음을. 내게 S급 장기를 이식한
다면 반드시 심신의 벨런스를 찾아서 신체가 안정상태를 이룬다.”
“미친 새끼.”
“유감이지만 내 이성은 지극히 멀쩡하다. 어떤 노력도 없이 유능한 초능력자들의 장기를 이식받아 최강
의 힘을 손에 넣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새로운 소재가 내 앞에 있군.”
완성자가 흉소를 짓는 순간, 온 세상이 거칠게 일그러졌다.
영역화.
일정공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역]스킬을 극도로 단련한 자들만이 만들어내는, 일정시간동안 자신만
의 법칙으로 이루어지는 광역기술이 펼쳐졌다.
“한 놈도 남김없이 전부 쓰러뜨려주마!!”
다음 3초 사이에 실로 수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먼저 이진태가 양손으로 벽력같은 뇌전을 뿜어냈지만 시설을 파괴하면서 솟아오른 거대한 얼음벽이 공
격을 모두 차단했다. 연이어 얼음벽이 우리를 향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최미나가 파편을 부수며 히미코를 지키던 도중, 벽을 뚫고 달려든 완성자의 손에 복부가 관통되었다.
“……!”
연달아 히미코를 붙잡으려던 반대손이 덜컥 멈췄다.
최미나가 자신의 복부를 관통한 손을 사력을 다해 붙잡았다.
그 틈을 노려 히미코의 [공포의 마안]이 발동했다.
키이잉!
완성자의 두 눈 위로 기묘한 문양이 떠올랐다.
히미코의 능력이 통하지 않았다.
그가 최미나의 몸을 무기처럼 휘둘렀다.
“안 돼!”
고속이동에 신속, 경량화까지 사용하면서 내가 발휘할 수 있는 최고속도로 달려가 히미코를 끌어안고 바
닥을 굴렀다.
그녀를 등 뒤에 내려놓으며 착지하기가 무섭게 건물 1층 높이의 거대한 암반이 굴러왔다. 온 힘을 다해서
양손으로 암반을 붙들며 저지하려 시도했다.
꽈득, 꽈드드드득!
한계까지 부풀어 오른 근육에서 섬유질이 끊어지고 뼈마디에 균열이 일었다. 나라는 존재 그 자체를 이
세상에서 지워버릴 것만 같은 가혹한 무게를 두 팔로, 온 몸으로 견뎠다.
피하면 히미코가 죽는다.
아직 그녀에게 졌던 빚을 다 갚지도 못했는데. 아우라를 끌어올려 덮쳐드는 암반의 내부에 힘을 쏟아 부
었다.
콰과광!
산산이 터지는 돌 파편 너머로 굵고 검은 무언가가 거칠게 휘둘러졌다.
쩌저적!
세상을 가를 기세로 휘둘러진 그 일격에 왼팔의 의수와 허리가 절단되었다.
‘아.’
끝났다. 이젠 정말로 끝이다.
망연자실하며 바닥을 나뒹굴던 몸이 잔해에 기대어 멈췄다.
최미나가 어디선가 날아든 창에 꽂혀 즉사했다.
히미코의 두 눈에서 핏빛광채가 흘러넘쳤다.
울부짖던 그녀가 폭주상태에 돌입했다.
이진태와 완성자의 격전은 육안으로 포착할 수도 없었다.
그 모든 게 이제는 시야 저편으로 멀어졌다.
아니, 멀어지는 것은 내 시야였다.
‘너무 늦었어. 모든 게, 전부…….’
2028년 10월 29일.
그것이 내 3회차의 마지막 날이었다.
***
▷당신은 죽었습니다.
▷3회차 종료
▷사인 : [이스크라의 흑색요동]에 의한 절단…
▷ERROR!
▷상위트리거의 개입에 의한 회귀지연 발생.
▷[거룩한 자의 비밀스러운 부름]에 의한 [리빙데드화] 개시
▷당신은 이진태의 소환수 [데스나이트]로 선택받아 죽음을 거슬러 되살아납니다.
***
산 자로서의 마지막 날은 그렇게 끝을 맺었다.
이제부터는 죽은 자가 살아 움직일 시간이다.
[작품후기]
예토전생!
[3회차] 최종병기
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