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123
122 – [4회차] 아카데미 생도( )
정규교육시간이 끝난 뒤, 나는 다시금 이민지를 찾아갔다.
“이민지.”
“몇 번을 말해. 난 이제 너랑 할 말 없다고!”
“나 혼자라면 그렇겠지.”
“혼자가 아니라고…?”
“그래. 뜻을 함께 할 동료를 늘렸다.”
반대쪽 복도에서 도도한 공주님 스타일의 주아름과 트윈드릴 머리를 한 송지애가 자신만만하게 걸어 나
왔다. 퇴로를 막힌 이민지가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뭐, 뭐야. 주아름에 송지애? 왜 저 두 사람이…”
“후후. 제가 동료가 되어서 의외인가요? 하긴 저 스스로도 놀라기는 했답니다. 설마 한도령이 이 정도로
수완이 좋은 능구렁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까요.”
“그보다 이민지 넌 뭐가 아쉬워서 이걸 거절하는 거야? 평생 빚이나 갚다가 비밀시설에 끌려가고 싶어?”
혼란스러워하던 이민지가 이내 정신을 차리더니 두 눈을 가늘게 좁히며 두 사람을 째려보았다.
“날 속이려고 한도령을 돕고 있는 거 맞지?”
“하아?”
“이 상황이 되고도 그 소리가 나와?”
이민지는 굴하지 않고 언성을 높였다.
“말이 안 되잖아! 명품을 두르는 아가씨나 송가제약의 외동딸이 장학생이라는 건!”
“자비로 벌어서 구매했습니다만?”
“집에서 지원을 안 해줘서 장학금 지원이랑 용돈 다 털어서 다니는 건데…….”
이민지는 기가 막혀서 말문을 잇지 못했다. 솔직히 같이 듣던 나도 어이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주아름의 사정이야 저번에 들어서 대충 알고 있지만 송지애의 용돈으로 재학비용을 대신하고 있다는 말
때문이다. 오성의 4년 재학비용은 도합 5억에 달한다.
입학금 1억, 분기별 종합수강비 1000만원, 분기별 시설이용료 1000만원, 분기별 기숙사 입주비가 500
만원이다.
‘아니 시발 무슨 용돈으로 월 2500만원씩 내고 있어?’
아무리 몬스터가 나오고 제약 쪽이 떡상을 했다 한들 울화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놈의 10억 때문에 1회차에서 친구랑 개고생을 하거나 3회차에서 악착같이 돈을 긁어모으던 기억을 떠
올리면 더욱 그러했다. 이래서 부잣집 애들이 무섭다.
“자신과 처지가 다른 생도들이라서 이해가 안 되나?”
“꺄악!”
“이런. 놀래켜버렸네.”
옆의 훈련실 문을 열고 나온 김일식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가 벽 뒤에 숨어있던 이정수를 끌고 나왔다.
“자, 보라고. 이런 겁쟁이도 있다.”
“으, 으으, 안, 안녕.”
“뭐야 저게… 기분 나빠.”
이민지의 말에 말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며 땀만 뻘뻘 흘리던 이정수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보다 이놈은 왜 이리 얼어있어?
남자랑은 멀쩡하게 대화할 수 있으면서 여자 앞에만 서면 주눅이 드는 영구적 동정 타입인가.
“이 네 명이 내가 모은 동료들이다. 그리고 오늘이 네게 제안하는 마지막 날이 될 거야.”
“…정말로?”
“그래. 우린 다음주에 아카데미를 자퇴하고 바깥에서 활동할 거니까. 1년차 1분기 성적발표와 동시에.”
이 타이밍은 김일식이 직접 정해주었다. 이왕 오성의 눈을 속일 거라면 각자의 성적에 만족하지 못하고
제 발로 나가는 형태를 띠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나나 김일식은 실력이 나쁘지 않고, 주아름과 송지애는 구태여 초능력자가 되지 않아도 생계수단이 존재
한다.
오성이 우리들의 자퇴를 납득하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정수와 이민지 두 사람은 실력도 생계수
단도 없는 전도막막한 젊은이들이지만 그들을 위한 핑계도 있다.
‘멋모르고 분위기에 휩쓸린 철부지들.’
‘민지가 그런 이미지로 자퇴하는 건 조금 가엾지만.’
써먹는다면 이보다 확실한 수단도 없다.
모든 준비는 끝마쳤다.
남은 건 이민지가 우리의 손을 붙잡을지의 유무뿐이다.
“왜, 대체 왜 이렇게까지 나를 도와주려는 거야?”
“그거야 이놈이 너한테 반했으니까.”
“뭐어!?”
깜짝 놀라 두 눈을 깜빡거리는 이민지의 모습에 나는 다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니거든!”
“흐음…”
“아니긴 뭐가 아니야? 얼굴만 봐도 답이 다 나와 있는데.”
김일식의 가차 없는 지적에 주아름과 송지애가 형편 좋은 소리를 늘여놓았다.
“청춘이네요.”
“우와. 우와아…….”
묘한 분위기 속에서 이민지가 다시 나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에 실린 경계심은 눈 녹은 듯이 사라져있었다.
“정말로 나로 괜찮겠어? 나 같은 건 한도령 네가 모은 생도들에 비하면 아무런 능력도 없는데…”
“그렇지 않아. 우린 모두 능력도 각성하지 못한 미각성자야. 누구든 지금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있어. 설
령 쓰레기 같은 능력을 얻더라도 모든 능력은 소유자가 사용하기 나름이고.”
“풋. 정말 달변이구나? 주아름이나 송지애도 그 말솜씨로 동료로 만든 건가?”
이민지는 설득을 위해 한 말로 여기지만 이건 진심이다.
‘3회차의 SS급 하이브리드 완성자. 녀석도 본래는 [심신의 벨런스가 흔들리지 않는 초능력] 같은 쓰레기
능력을 지녔다. 초기각성등급도 F급인 쓰레기 능력 그 자체였어.’
그런 인물도 오성의 개입이 있었다고는 하나 고등급 능력의 습득에 의한 강제적인 상향평준화라는 방법
으로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 실력을 손에 넣었다.
데빌메이커나 강반검이 내게 가르침을 주었듯이 그런 힘을 손에 넣는 방법도 하나의 길만 있는 게 아니
다.
민지에게도 분명 [헷갈리는 마음이 들게 하는 초능력]을 발전시킬 방법이 존재한다. 그저 오성이 그 방법
을 찾지 못했고, 그녀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자퇴한 뒤에는 뭐하려고?”
“오성의 어둠을 파헤치고도 무사할 정도로 힘을 길러야겠지. 그때까지의 자금은 내가 마련할 수 있다.”
“어떻게?”
“힘으로.”
“이해가 되지 않아.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용기가 나오는지.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지금은 그걸로 됐다.
대가를 바라고 시작한 일이 아니니까.
“믿을 수 있는 동료로 있어주기만 해도 충분하다.”
“응…….”
김일식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혀를 차거나 주아름과 송지애가 소리 죽여 웃는 모습은 신경 쓰이지만.
아무튼 이걸로 첫 단추는 꿰었다. 나는 1분기 시험을 치를 때까지 상태창을 보며 단련에 공을 들였다.
*신분 : 오성아카데미 1년차 생도
*직업 : 없음
*성향 : 진지한 사랑꾼, 양심적인 암살자, 조심스러운 회귀자
*종합등급 : C+급(442/480)
*무투 : D급(77/90)
[근력] D+(27) [체질] C-(31) [민첩] E(19)
*마법 : A-급(153/180)
[지능] C-(32) [정신] S(64) [통찰] A+(57)
*초상 : D-급(64/90)
[근원] D-(22) [응용] B-(42) [ERROR] ?(미적용)
*지휘 : B+급(148/150)
[통솔] D+(30) [위압] S(65) [매력] A-(53)
*보유 초능력 : 스무고개 수색(초상F), 정신교란(초상F)
*보유특성
1. 심폐지구력 상승(Rank S) : 당신의 심폐지구력이 태어날 때부터 천부적 자질을 지닌 천재(S)급으로
상승합니다.
2. 기억단련(Rank S-) : 당신의 전신근육은 당신이 기억하는 최상의 형태를 향해 스스로 단련되기 시작
합니다.
3. 근지구력 상승(Rank S) : 당신의 근지구력이 태어날 때부터 천부적 자질을 지닌 천재(S)급으로 상승
합니다.
4. 신체회복력 상승(Rank B) : 당신의 신체는 일반인보다 자연치유력이 매우 우수한 준재(B)급입니다.
5. 근원요소 그릇 확장(Rank A) : 당신의 근원요소 보유한계량이 평균보다 대단히 비범한 수재(A)급으로
확장됩니다.
*잔여포인트 : 4461p
단련 초기, 나를 가장 애먹인 사항은 바로 상태창의 능력치 표기법이 굉장히 생소하다는 사실이었다.
‘시발 이게 도대체 뭐라는 거야.’
이게 솔직한 첫인상이었다. 초상계열 능력자인 내가 정작 초상계열 등급은 제일 낮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로는 진심으로 진지하게 자살충동까지 느꼈다.
물론 그런 충동은 지극히 찰나 간에 일어난 것이었고, 이내 이성을 되찾으며 냉정하게 상태창을 분석했
다.
‘적응하기는 힘들지만 훨씬 더 체계적이다.’
히어로협회의 등급평가 기준은 다섯 가지 뿐이다.
[위력] [속도] [범위] [지속] [특화]
당연히 이 기준으로는 정확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동급의 능력자 사이에서도 우열이 심한 건 기본이다.
심하면 두 단계 차이가 나는데도 승패가 뒤집힐 때도 있다.
강반검은 그런 미비함을 보완하고자 네 가지 기준을 더했다.
[경험] [기술] [장비] [정신력]
이상의 네 가지를 포함한 아홉 개가 지금까지의 기준이다.
‘정확성은 히어로협회의 것보다야 나았지만.’
‘솔직히 어느 경지까지 올라갔는지 대략적으로 참고삼을 뿐.’
‘수련에 큰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지표는 아니었지.’
반면에 시스템으로부터 구매한 상태창은 달랐다.
‘12가지의 개별항목에 대한 1차 등급평가.’
‘4가지의 상위항목에 대한 2차 등급평가.’
‘최종 종합등급에 대한 3차 등급평가.’
세 번에 걸친 등급표기로 객관적인 실력구분이 가능했다.
찬찬히 수치를 뜯어보면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무력과 초상등급이 낮은 이유는 회귀 초기이기 때문이다.
마법과 지휘등급이 높은 건 회귀 전의 경험이 이어져서다.
실제 무력이나 근원요소의 총량 자체는 저조하지만.
지금의 내 전투력은 이미 C급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C+급이라는 종합등급은 내 수준을 정확히 계측하고 있다.
‘단위도 감이 왔다.’
세부능력치는 F급은 1~10, E는 11~20, D는 21~30, C는 31~40, B는 41~50, A는 51~60, S는 61~70,
SS는 71~80, SSS는 81~90, UT는 91~100으로 측정된다.
같은 방식으로 상위항목 별 통합 능력치는 30단위로, 종합능력치는 120단위로 등급이 올라간다.
또한 세부능력치나 통합능력치, 종합능력치 모두 D급 이상부터는 마이너스와 플러스 능력치가 별도로
구분되는데 해당등급의 하위 1/3이 -, 상위 1/3이 +로 구분된다.
‘실제로 고등급에 올라갈수록 동급대비 실력격차도 커지니까.’
‘저런 구분은 중요하지.’
‘이런 것들과는 별개로 한 가지 신경 쓰이는 점은 있지만.’
초상등급의 세부능력치 중 하나에 뜬 [ERROR].
어느 모로 보아도 좋은 징조는 아니다.
3회차의 말로에 보았던 시스템 메시지를 떠올리면 더 그렇다.
「▷당신의 초능력이 희열을 느낍니다.」
「▷당신의 초능력이 금제에 호응합니다.」
「▷당신의 초능력이 당신의 의지를 무시합니다.」
다시 떠올려보아도 소름이 끼친다.
내 능력이 나를 배신했다.
마치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처럼 굴었다.
그건 능력의 상한선을 넘는 [폭주]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굳이 말하자면 [타락]에 가까운 현상이었다.
일찍이 강반검 스승님도 내게 경고한 적이 있었다.
「그래도 알만큼은 아네. 자네라면 과도한 능력사용에 의한 페널티를 겪어본 적은 없을지라도 다른 경험
은 해봤겠지. 능력이 제멋대로 폭주하는 경험, 해본 적 있겠지?」
「휘둘리지 마라!!」
「초능력자는 초능력을 사용하는 사람이지, 초능력에 끌려 다니는 사람이 아니네. 사람이 돈을 버는 이
유가 살기 위한 것이지, 돈을 벌고자 사는 게 아니듯이 말이네.」
그때의 나는 초능력에 끌려 다니는 존재였다. 이진태가 걸었던 [금제]가 어떤 식으로든 내 초능력에 영향
을 미쳤고, 그 결과로서 내 초능력이 통제를 벗어났다.
그게 산 자가 아닌 죽은 자가 되어서 그랬는지, 이진태의 소환수가 되어서 그랬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그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솔직히 좀 무섭군.’
선택장애가 선택을 하게 하는 초능력.
나는 이 초능력을 다시 각성하게 될 순간이 두려웠다.
지금까지와 달리, 더는 쓰레기 같은 능력이라도 내게는 하나뿐인 소중한 초능력이 아니다.
4회차의 나는 이미 두 개의 초능력을 지니고 있다.
정신력도 독보적으로 상승했다.
[훈련속행]과 [정신무장]의 잦은 사용으로 인내심이 올랐다.
이제는 초능력이 없더라도 고된 훈련을 이어갈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있으면 도움은 되는데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닌 계륵수준이다.
“1분기 성적표가 배부되었다. F반생도 전원은 각자 스마트워치를 확인하도록!”
그런 개인적인 두려움과는 별개로 기다리던 날이 찾아왔다.
성적발표의 날이다.
나는 성적표를 보고는 곧장 선생에게 삿대질을 했다.
“지금 나랑 장난 쳐!”
“…한도령 생도. 방금 뭐라고 했냐?”
“이딴 성적표를 납득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나는 보란 듯이 홀로그램으로 성적표를 띄워 올렸다.
주변의 생도들이 성적표를 보고 뭣 씹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E반으로 승급할 수 있는 상위 10명은 아니다.
“전부 네놈의 태도불량이 초래한 감점이다. 알겠냐?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 한들 사회에서도 네놈처럼
건방 떠는 철부지 애송이는 위로 올려주지 않는다는 거다.”
“아, 그러셔? 그럼 내가 직접 나가서 증명해주지. 이딴 꼰대 같은 아카데미의 기준이 얼마나 형편없는
지!”
책상을 박차고는 당당하게 소리쳤다.
“오늘부로 오성아카데미 자퇴한다!”
“……!”
조금 과한 감은 없잖아 있지만 자퇴선언까지 끝났다.
이제 자퇴서만 제출하면 오성아카데미 탈출도 성공이다.
나 자퇴할꼬얌 하면 자동으로 자퇴가 되는 게 아니라서 사설학원이 아닌 교육기관에서는 자퇴서 제출이
라는 추가 절차가 남아있답니다.
아르바이트나 회사에서 사직서 제출의 경우에도 서로 감정 상하면서 일한 게 아니라면 인수인계나 급여
상환 논의 등 얼굴보고 대화 나눌 일이 존재하지요. 혹여나 나도 멋있게 사퇴해버리게써!! 하는 분 나올까
봐 노파심에 후기를 늘렸네요(…)
[4회차] 새로운 거점
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