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13
013 – [2회차] 돌발사고( )
다시 눈을 떴을 때.
3회차가 시작되었다는 알림을 보게 된다면.
그게 너무 두려워서 도저히 눈을 뜰 수 없었다.
죽은 듯이 눈을 감고 기도했다.
제발 살아남았기를, 여기가 광산이기만을 바랬다.
암중기도를 거듭하기만을 얼마나 지났을까.
훌쩍이는 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다.
“으윽.”
“도, 도령아! 정신이 들어!?”
“귀, 아파…”
죽지 않았다. 여기는 아직 2회차다.
마음 속 깊이 안도했다.
“정신 좀 드냐?”
“…너한테 들을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그, 그땐 뭐 그게, 그거였잖아.”
당황해서 주절거리는 김아준의 목소리조차도 반가웠다.
죽을 고비를 넘긴다는 건 이런 느낌인가.
“으윽… 온 몸이 괴롭군. 나 많이 다쳤냐?”
“어. 엄청 많이. 아얏!”
“김아준. 내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지!”
김다연의 앙칼진 외침에 꾸중 듣는 개처럼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모르게 소리 내서 웃다가 찡
하고 울리는 고통에 숨이 턱 막혔다.
“크윽…”
“움직이면 안 돼! 정말 많이 다쳤단 말야.”
“뭐야. 지도 결국 말할 거였으면서…”
철컥.
어디선가 서늘한 소리가 들렸다.
“명심해. 도령이 죽으면 너도 죽고 나도 죽는 거야.”
“사, 살려줘…”
…장난 아니네.
죽을 위기를 변했더니 얘도 사람이 좀 변한 것 같다.
어쩌면 저게 내숭 1그램도 없는 본색일지 모르지만…
그만두자.
그런 상상은 조금 무섭다.
“철괴 녀석은?”
“도령이 너보단 나아.”
“아아…”
아주 헛고생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짓눌릴 때에는 당장 죽을 것처럼 끔찍한 고통이었지만.
그마저도 이제는 승리의 훈장처럼 느껴졌다.
“출구는?”
“못 찾았어. 더는 멀리 움직일 여력도 없고.”
침묵이 찾아왔다.
신기하게도 어색함보다는 편안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더 궁금한 건 없어?”
“신진수 선생은… 뭐, 없겠지.”
“그러게.”
근데 우리가 그 양반 걱정이나 할 정도로 형편 좋은 상황도 아니다. 솔직히 우리보다 그 양반이 더 멀쩡하
게 살아있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실전시험 도중에 지진이라니… 지독한 경험을 했어.”
“그러게… 정말, 큰일이었어…”
그렇게 울고도 아직도 흐를 눈물이 남아있는 게 놀랍다.
나는 욱신거리는 팔을 들어올렸다.
덜덜덜.
애처롭게 떨리는 손으로 머리를 툭 덮었다.
김다연이 깜짝 놀라 움츠러들었다.
“시끄러. 그만 울어.”
“…응.”
신기할 정도로 빠르게 평정을 되찾은 김다연이 내 손에 자기 손을 얹더니 눈을 감았다. 눈물을 그친 건 좋
은데 손을 놔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놔. 팔 아파.”
“앗! 미, 미안해. 괜찮아!?”
전혀 안 괜찮다.
그래도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조금만 더 자고 있어. 이 멍청이랑 어떻게든 출구를 찾아보고 올게.”
“누가 멍청이라는… 히익! 머, 멍청이야. 나 멍청이라고. 인정했으니까 그 총 좀 저리 치우고 말하자. 응?
아악, 허리에 갖다 대지 말라고. 제, 제발…….”
멍청이. 넌 좀 당해도 싸다.
만족스레 눈을 감으니 곧바로 졸음이 몰려왔다.
***
다시 눈을 떴을 때, 몸 상태가 더 나빠지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운신이 가능할 정도로는 회복한 모양이다.
“후욱…”
상반신을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땀이 비 오듯이 쏟아졌지만 운신이 가능한 것조차도 기적이었다. 전신근
육을 걸레짝처럼 쪼갰다가 다시 회복했던 경험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좀 더 누워있지?”
“멀쩡하다.”
“허세부리기는.”
철괴가 한 손가락으로 내 어깨를 쿡 찔렀다. 찌르르 퍼지는 고통이 온 몸을 타고 흘렀지만 끝내 나는 비명
한 번 흘리지 않고 참아냈다.
“봐라. 아무렇지도 않다.”
“독한 녀석. 눈물이나 닦고 말하지 그러냐?”
진짜로 눈물이 찔끔 새어나왔다.
솔직히 더럽게 아팠다.
“생명의 은인한테 하는 대접이 엉망진창이군.”
“신세 갚기는 제대로 해주마.”
“그래서… 다연이랑 김아준 그놈은 어디에 갔지?”
철괴가 팔굽혀펴기를 하며 대답했다.
“식량수색 겸 출구 찾기.”
“던전에 먹을 게 있냐? 원래는 폐광산이기까지 했는데.”
“코볼트들이 뭐라도 가져왔나 싶어서.”
몬스터 식량을 삥 뜯어서라도 살아남아야 하는 처지다.
새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물은?”
“사일치는 남았다.”
“힘 빼지마라. 탈수 온다.”
“멀쩡해.”
“허세부리기는.”
발을 들어서 허리에 툭 얹었다.
부들부들 떨던 철괴가 바닥에 까강하고 떨어졌다.
“…….”
진짜 쇳덩어리 같은 새끼네.
초능력 한 번 더럽게 단단한 걸로 걸렸다.
“희소식이 몇 개 있다.”
“그걸 먼저 말해 인마.”
“공기가 통한다. 어딘가에 출구가 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그거 말고는?”
“코볼트들과 마주쳤다. 최소한 잡아먹을 고기는 생겼지.”
“…맛있냐?”
“역겹다.”
“다시 기절해버리고 싶군.”
울적한 기분도 잠시.
나는 몸을 일으켰다.
“너… 그러다 진짜 쓰러진다.”
“버틸만..”
말을 끝내기도 전에 앞으로 고꾸라졌다.
“…….”
“…….”
철괴도 나도 더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용히 몸을 돌아 천장을 보고 누웠다.
‘쓸까?’
정 여기서 나갈 방법이 없다면 비장의 수단도 있다.
포인트 상점.
혹여나 죽을 때를 대비해 아껴둔 포인트를 쓰면 된다.
수련도 할 수 없고, 모처럼 좋은 기회다.
뭔가 쓸만한 게 있지 않을까 싶어서 상점을 둘러보았다.
시선이 닿는 곳으로 상품창이 따라가며 열고 닫혔다.
편리한 아이쇼핑을 만끽하던 도중.
어느 상품을 발견하고는 그만 사고가 멎었다.
가 차감되는 직업을 지녔을 시에는 점수감수를 무효로 한다.
-가격 : 10P
점수를 얻기 위해서 대량의 민간인을 학살하려고 작정한 게 아니고서야 절대로 살 수 없는 기능이다.
‘비인외도…!’
저걸 구매하면 무고한 이들의 주검을 산더미처럼 쌓게 된다. 손에 피가 마를 날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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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궁지에 몰리더라도 저딴 기능에 의지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인류 전체를 적으로 돌릴 날이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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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포인트상점을 닫고는 명상에 빠졌다.
망가진 근육을 한 올 한 올 그리고.
덧붙이며, 수복되는 상상을 이어나간다.
그렇게 팔 하나를 고치고 어깨에 도달할 즈음.
“꺄아아! 대박이야!”
“와하하, 잔뜩 건졌다고! 이것 좀 봐봐!”
덜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수색에 나선 두 사람이 돌아왔다. 짙은 아쉬움을 느끼며 명상에서 깨어나자 오
른팔이 한결 가벼워졌음을 느꼈다.
단순한 심리적 위안으로 그친 게 아니라 정말로 근육이 수복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앗! 도령아!”
“뭘 구해왔기에 그리 난리냐.”
“봐봐. 광차 가득 챙겼어!”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는 광차를 짚어 안을 들여다봤다. 놀랍게도 토끼나 다람쥐, 청설모 등 온갖 소형동
물들의 시체가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코볼트의 식량창고라도 털었냐?”
“그게… 잘 모르겠어. 이유는 모르겠는데 막다른길에 잔뜩 있더라고.”
정말 영문을 모르겠다.
독이 든 건 아닌지 의심되었기에 조금만 뜯어먹기로 했다.
“왜 내가 이런 짓까지…”
“…”
“아, 알았어! 하면 되잖아, 하면…”
김다연이 엄청난 눈으로 째려보자 완전히 기가 죽은 김아준이 힘없이 구운 고기를 집었다. 두 눈을 꼭 감
고 사약이라도 마시는 것처럼 고기를 씹지도 않고 삼켰다.
“어때?”
“어, 어떠냐니… 뜨거운데?”
“피를 토하고 싶다거나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느낌은?”
“그런 기분이 들면 곤란하지! 죽일 작정이냐!?”
“농담이야. 웃어.”
아무도 농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심 100%가 느껴졌다.
아무튼 결과는 좋았다.
김아준은 피를 토하지도, 오장육부가 뒤틀리지도 않았다.
우리는 안심하고 고기로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배를 채운 뒤에는 쥐 죽은 듯이 잠들었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삼일이 지나자 전투가 가능할 정도로 기력을 되찾았다.
“도령아… 너무 무리하면 안 돼. 알았지?”
“적당히 할 거야. 너나 쉬어.”
“콜록. 하필이면 이럴 때 감기라니… 너무 억울해.”
그 난리를 겪으면서 남자들이 죄다 쓰러지거나 맛탱이가 가있을 때, 유일하게 제정신을 지키면서 파티를
유지시켰던 김다연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멀쩡했던 모습이 놀랍다. 정신력 하나는 철괴나 김아준보다도 훨씬 위라고 인정할만했
다.
“…제대로 지킬 수 있냐?”
“존심 상하게 이럴래? 이래 뵈도 남자라고! 일단은…”
“이상한 생각 안 할 거지?”
“진짜 화낸다?”
“…그래. 너한테도 여러모로 신세를 졌지. 믿으마.”
김다연의 호위를 김아준에게 맡긴 뒤, 이번에는 나와 김철괴가 수색에 나섰다. 식량은 충분히 모았으니
이번에는 출구를 찾을 차례였다.
하는 김에 신진수 선생도 찾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거기까지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여기서 앞으로 가면 동물들 건졌던 곳이라는군.”
“가보자.”
“막다른길이라니깐. 까먹었냐?”
“이유가 있다.”
“…이상한 녀석.”
온 몸이 쇳덩어리보다 단단한 놈에게 이상한 녀석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막다른길에 도착했다.
“풀 한 쪼가리도 안 보이는군.”
“있겠냐? 광산에서.”
“이어져있을지도 모르지. 그 많은 동물이 어디서 왔겠냐.”
철괴의 두 눈에 식욕이 넘쳐흘렀다.
“이 위에 식량창고가 있는 건가? 천장을 파면 되냐?”
“…출구가 있을지도 모른다.”
“뭔 헛소리냐.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쓸데없이 단호한 어조로 부정한다.
식량창고는 있어도 되지만 출구는 안 되는 거냐.
“코볼트들의 사냥감이라면 모를까, 그것들이 지상에서 제 발로 여기까지 내려오기라도 했겠냐? 무조건
식량창고에서 쏟아진 동물이다. 다른 상상은 할 수 없어.”
“아니. 그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코볼트들은 원형갱로 안쪽, 광산의 보다 깊은 곳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식량을 쟁여두더라도 안쪽에 쟁여뒀겠지.”
“너는 집밥을 안방에서 먹냐? 주방에서 먹지.”
“이게 안방이랑 주방 거리로 퉁칠 거리냐? 아무리 못해도 걸어서 한 시간은 걸릴 거리인데. 넌 밥 먹으려
고 한 시간이나 걸어 다니고 싶냐?”
“아. 그건 좀.”
치열한 설전 끝에 나는 철괴의 고집을 꺾는 데 성공했다.
동물들은 식량창고에 비축된 식량이 아니다.
“그게 제 발로 왔다면… 확실히 근처에 출입구가 있겠지.”
“그래. 그걸 찾는 거다.”
“근데 짐승들이 뭐 하러 죽을 자리에 들어오냐?”
그건 나도 영문을 모르겠다. 네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동물들은 지진에 민감해서 미리 안전한 곳으로 도망
친다는 소리는 들어봤는데.
폐광산 안쪽은 아무리 저능한 동물이라도 지들이 떼죽음을 당할 자리임을 능히 짐작할 법한 장소였다.
“뭐, 달리 도망칠 곳이 없었겠지.”
“그런가.‘
철괴의 말에 그러려니 대꾸하며 벽이나 천장을 쳐다보거나 눌러보았다.
후둑…
움찔.
돌가루와 함께 흙먼지가 떨어지자 우리는 곧바로 막다른길에서 멀어졌다. 토사에 깔리는 경험은 인생 살
면서 한 번만으로도 충분했다.
“도령. 공기가 느껴진다는 곳이나 찾자.”
“…그래. 그러는 게 낫겠다.”
탐색은 제법 길어졌다.
너무 멀어지면 왔던 길을 돌아가는 것도 고역이다.
슬슬 돌아갈 채비를 갖추는데 철괴가 손을 들어 막았다.
말없이 그가 손짓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흙투성이 코볼트들이 벽에 나란히 앉아 쉬고 있었다.
이걸 왜 진즉에 눈치 채지 못했지?
육체는 회복되었어도 기감까지 살아나지는 못한 모양이다.
철괴의 관찰력이 아니면 미처 놓칠 뻔했다.
‘어쩌지?’
‘덮치자.’
우리는 소리 죽여 거리를 좁히다가 충분히 가까워졌다 싶을 즈음, 단숨에 정면에서 달려들었다.
“Kieee…”
“kiek, kiek…”
놈들은 우리의 등장에 적벽대전에서 대군을 잃고 도주하다가 유비군을 만난 조조처럼 경악했다.
불행하게도 녀석들에게는 그때의 조조처럼 위기의 순간에 패잔병 아군이 나타나 가세한다는 기적 같은
행운이 일어나지 않았다.
설령 나타나더라도 다같이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갔을 거다. 본인들도 그 사실을 아는지 변변찮은 저항도
없었다.
“뭔가 기분 나쁘군. 분명 몬스터가 상대인데도 비저항의 민간인을 살해하는 기분이 든다.”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워. 나까지 이상한 기분 들잖아.”
“원래 기분 나쁜 일은 같이 나눠야 한다. 혼자만 기분 더러우면 짜증난다.”
“그럼 나까지 짜증나잖아.”
“그러라고 하는 거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배은망덕한 녀석이었다. 철괴의 잔혹한 인성질에 이 자식 머리통을 내리치면 이놈 머
리가 아플지, 내 손이 아플지 고민했다.
“…….”
역시 내 손이 더 아플 것 같다.
그만두자.
[2회차] 돌발사고
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