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137
136 – [4회차] 초능력의 실체( )
선택장애가 선택을 하게 하는 초능력.
이 초능력을 얻게 된 뒤로 스스로를 원망하던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어째서 나는 SSS급 잠재력을 지닌 흑염룡이나 역대급 사기스러운 초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걸까. 고작
남의 마음을 충동질하는 능력을 어디다 써먹으란 말인가.
‘데빌메이커를 만나서 그나마 실전가능성이 생겼지만.’
그조차도 강반검 스승의 가르침으로 인해 온전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데빌메이커의 방식을 온전히 따랐다면 SS급 초능력자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그 반대급부로 인간성을 상
실한 괴물 같은 존재로 탈바꿈이 되었을 것이다.
결국 데빌메이커 또한 어쩔 수 없는 메인빌런이었다. 그 가르침은 나를 파멸시키는 가르침이다.
‘그래도 이제는 내 힘이라고 생각했다.’
‘충분히 익숙해졌어.’
‘이진태만 아니었다면 평생 가져갈 힘이라고 생각했는데.’
애초에 나는 내 초능력을 잘못 인지하고 있었다.
내 힘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깨닫지 못해왔던 것이다.
▷새로운 초능력을 각성했습니다.
▷이 생성됩니다.
▷초상분야 하위능력치 [ERROR]였던 [감응]을 각성합니다.
선택을 강요하는 능력. 언뜻 보기에는 선택장애가 선택을 하게 하는 능력과 비슷해 보이지만 그 실상은
지금껏 착각했던 능력과 전혀 달랐다.
실행된다.
-대상의 정신적 약점을 알고 있을 시, 추가효과 [쫓기는 선택] 발동. 연속적으로 빠르게 선택을 할 확률 상
승.
-대상의 행동원리 및 심리적 상태를 알고 있을 시, 추가효과 [연속선택] 발동. 시전자가 원하는 특정선택
에 도달하기까지 부차적인 선택을 연속해서 강제발동.
[히든옵션] -지정대상이 시전자에게 의심을 품고 있을 시, 대상이 특정선택 외의 선택을 저지를 확률 상승.
-시전자가 스스로에게 초능력을 발동할 시, 초능력의 에고(Ego)수치가 증가한다. 초능력의 에고는 에고
수치를 소모해서 시전자에게 선택을 강요할 수 있다.
-초능력의 에고는 시전자의 지난 선택에 크게 영향 받는다.
무작위로 선택을 저지르게 하는 초능력이 아니다. 분명하게 원하는 특정선택을 강요하는 초능력이다.
그런데도 간혹 자신의 뜻대로 초능력이 발동하지 않은 이유. 그건 히든옵션에서 거론된 ‘특정선택 외의
선택’을 저지를 확률에 당첨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히든옵션에는 초능력의 자아(Ego)가 내게 직접 선택을 강요할 때도 있다.
‘오성이 의도적으로 정보를 속였다!’
그것 외에는 달리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내 능력은 생각했던 것만큼 개쓰레기가 아니었다.
엄연히 발전의 여지가 있었다.
그저 적절한 대상에게 적절한 선택을 강요하면 됐다.
허나 오성이 숨겼기에 그럴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제는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놈들은 내 능력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내게 선택을 강제 당할까봐.’
‘내 존재를 밑바닥으로 떨어뜨렸어.’
‘두 번 다시 마주치는 일조차도 없게 만들려고.’
데빌메이커의 가르침도 뜻밖의 부작용과 직결됐다. 스스로에게 초능력을 사용할 때의 반동으로 에고수
치가 쌓였다. 초능력이 스스로 폭주할 수 있는 힘이 누적됐다.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횟수를 스스로에게 초능력을 사용했는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나는 강해지는 만큼 초능력의 뜻대로 끌려 다니고 있었다. 강반검 스승님의 말이 옳았다. 훈련속행이나
정신무장에 의지하는 건 내 인생을 초능력에게 떠넘기는 짓이었다.
‘그럼 민지의 초능력도 헷갈리는 기분이 들게 하는 초능력이 아닐지도 모르는 건가?’
절망의 뒤에는 희망도 있었다.
쓰레기 같은 능력을 각성했다며 좌절했던 1회차와 달리, 4회차의 민지는 좌절하지 않고 강해질 수 있다.
‘분명 민지의 초능력도 오성에게 위협이 되어서 거짓으로 속였을 거야. 놈들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
아.’
민지는 더 이상 무능하지 않다.
혼자 뒤처진 상태로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
나는 일행들에게 던전에서 일어난 일을 대략적으로 전했다.
“히든보스가 있었다고!?”
“대단해. 그걸 또 해치워버리다니…….”
“후우. 실력으로 따라잡기엔 아직 먼 것 같네요.”
일행들은 이 사건을 놀라워했지만 나는 보스의 정체에 대해서까지 말해주지는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엑
토플라즘이 출현했다는 사실 자체를 함구하도록 당부했다.
“이 일은 정부의 비밀연구소와 관련되어 있어. 잘못 건드리면 정부의 비밀요원들이 공격해올 거야.”
“인터넷에도 말하면 안 돼?”
“그건 안 될 거야. 국정원은 대기업 포탈사이트나 누적접속자 10,000명 이상의 사이트에 대한 감찰권한
을 지니고 있어.”
이정수가 재차 물었다.
“그럼 블로그에 비밀글로 혼자 써두는 건?”
“왜 굳이 인터넷에 기록을 남기려고 하지?”
기껏 해준 충고를 들어먹을 생각도 없어보이자 김일식이 인상을 쓰며 이정수를 째려봤다.
“이거 엄청난 일이잖아! 자랑은 하고 싶은데 어디 가서 말도 못하고, 그럼 혼자라도 기록을 남겨두고 싶
은 걸.”
“차라리 일기를 써라. 다이어리 같은 곳에 기록을 남겨두고 잘 간수하고 다니면 인터넷과 달리 기록이 발
각될 확률이 현저하게 적어지니까.”
“오오, 그런 방법이!”
“이 녀석이 제일 먼저 초능력을 각성했다는 게 아직도 믿겨지지가 않는군. 말도 안 되게 불합리해.”
“내가 뭐 어때서!”
초능력 각성 이후로 부쩍 자신감이 늘어난 이정수가 찌질하게 굴며 김일식을 괴롭혔다. 별로 개입하고 싶
은 마음도 안 들어서 알아서 주의를 주도록 내버려뒀다.
요지석과 패거리들을 불러다가 경고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보가 샌다면 이쪽이 제일 걱정이었다.
“명심해라. 이 던전에서 엑토플라즘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리 모두를 입막음하려고 정부의
비밀요원들이 출동하게 될 거다. 그땐 다 죽는 거야.”
“대체 엑토플라즘에 무슨 비밀이 있어서 그러는 건데?”
“이걸 말하려면 비밀엄수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실수로 누설하거나 고문을 받고 실토를 하려고 하
면 즉시 심장과 뇌가 터지는 마법계약서에 사인해야 한다. 하고 싶냐?”
“…전혀.”
“좋아. 앞으로도 그 태도를 유지하도록 해. 새어나가면 너도 죽으니까 밑에 애들 단속 잘하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고 돌아가는 길에 시스템 알림이 줄줄이 이어졌다.
▷당신의 초능력이 선택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초능력이 유혈을 원합니다.
▷당신의 초능력이 요지석에게 죽음을 안겨줄 것을 원합니다.
“…….”
4회차의 초능력은 지난 회차들보다 훨씬 더 섬뜩했다.
모든 일상에 대해서 끊임없이 자기주장을 했다.
보다 폭력적이고 무자비한 선택을 하자며 속삭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옵션을 사는 게 아니었는데.’
[기능 : 히든옵션 확인]과 [기능 : 상시알림].두 개의 기능 때문에 시스템 알림이 끊이지를 않았다.
‘영속구매를 하지 않기를 잘했군.’
‘다른 회차에서는 절대 이 기능을 구매하지 않겠어.’
일단은 ON / OFF 기능이 있기는 하다.
잠시 꺼뒀다가 킬 때마다 수북이 쌓인 초능력의 알림을 봐야 하는 게 문제이지.
어차피 이 수상한 초능력이 무어라 말하는지 확인할 필요도 있고,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여러
모로 조사를 하고 싶어서 대부분은 ON 상태로 놔두었다.
‘그럼… 이제 즉시자연각성을 구매할 차례인가.’
[도구 : 초능력 즉시자연각성]의 히든옵션에 따르면 구매자가 초능력을 각성했을 시에는 임의 대상 1명을 지정해서 대상의 초능력을 각성시킬 수 있다.
일단 대상이 더 이상 각성할 수 있는 초능력이 없거나 각성할 초능력의 초기등급이 S급 이상이면 아이템
이 즉시 소멸한다는 제약이 달려있기는 하다.
‘이 제약조건에 걸릴 확률은 지극히 낮지.’
전자는 오성 아카데미의 재능검사에서 진즉에 탈락했을 것이고, 후자는 그만한 재능충이 F반에 머무르
지 않았으리라.
초기각성등급이 높은 초능력은 각성하지 않아도 신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될성부른 싹은 떡잎부터 다르다는 말처럼 어떻게든 그 천재성의 편린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주아름은 위험해.’
그녀의 재능은 너무 비범하다. 솔직히 왜 저렇게 칼질을 잘하는지 나조차도 때때로 깜짝 놀란다. 자칫 초
기 각성등급이 S급 이상이기라도 하면 그대로 각성 기회를 날리는 꼴이다.
이민지와 송지애.
둘 중 한 사람의 초능력을 각성시켜야 했다. 헌데 하필이면 이 두 사람이어서 더 고민이 됐다.
‘이건 절대로 상담할 수 없어.’
‘둘 중 한 사람을 내가 고르고 버리는 꼴이 돼.’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고 나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지금까지 이상으로 심각한 불화가 생길
가능성이 존재한다. 만일 내가 고르지 않은 쪽이 다년간 미각성 상태라면…
인생을 좌지우지 할 만큼 중대한 국면에서 버림받은 꼴이 된다. 선택받은 쪽도 그 사실을 의식하며 적잖
은 죄책감에 시달리게 될 터.
모든 짐은 내가 홀로 끌어안고 결정지어야만 했다.
‘민지의 초능력은 자연각성확률이 낮다.’
‘송지애의 능력과 달리 쉽게 충족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야.’
‘그런데도 민지를 고를 수 없다면 이유는 한 가지 뿐.’
송지애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녀를 부잣집 재녀라고 부른다.
송지애가 얼마나 강해지든 그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노력해서 어디까지 강해지더라도 달라질 건 없다.
전부 부잣집 재녀니까 돈으로 때웠으리라 생각하겠지.
노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실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누구도 그녀에 대해서 알아주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1회차의 나와 민지의 처지보다 더하겠지.’
적어도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주었다.
부잣집 자식이라서, 같은 꼬리표가 달라붙지는 않았다.
송지애는 달랐다.
여기서 각성하지 못하면 실력조차 뒤처지게 된다.
알아주지 못하는 걸 넘어서 무시를 당한다.
타인의 인정을 중요시여기는 그녀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겪어보지 않은 이상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어느 쪽을 고르느냐가 아니다.’
‘어느 쪽을 포기하느냐의 선택…….’
개인실에 돌아와 홀로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당신의 초능력이 선택을 재촉합니다.
▷당신의 초능력이 송지애를 버릴 것을 강요합니다.
▷당신의 초능력이 이민지의 각성을 원합니다.
내 초능력은 그런 내 망설임을 이해하지 못했다.
[강제하는 선택]의 자아(Ego)는 초능력으로 고른 선택에 영향을 받는다.
민지를 지키기 위해 내가 능력을 사용해온 횟수.
그건 몇 번이나 될까.
최소한 나조차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해가 저물고 달이 떠올랐다.
생각을 정리하려고 주방에 나와 물을 마시는데 훈련실 바닥으로 내부조명이 켜진 것을 발견했다.
‘이 시간까지 자체훈련을 하다니.’
‘오늘은 전원 휴가를 줬을 텐데. 누구지?’
기척을 줄이며 조용히 살펴보았다.
안에는 뜻밖에도 민지와 송지애가 대련을 하고 있었다.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연습용 창을 맞부딪혔다.
“타앗!”
“에잇!”
크게 휘두르기, 멀리 찌르기, 짧게 올려치기.
창대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서로의 틈을 노려 움직였다.
십여 합이 지나자 민지의 창이 송지애의 창을 바닥에 내리찍었다.
무방비 상태가 된 송지애의 목으로 민지의 손날이 겨눠졌다.
송지애가 손에서 창을 놓고 양손을 들어 항복했다.
“좋아, 이걸로 17승이야!”
“뭐가 좋아야, 좋아는. 이거 이겨도 너가 10번은 더 졌거든?”
“칫. 그래도 이긴 건 이긴 거잖아.”
무언의 신경전만 하던 두 사람이 저렇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는 건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나는 조금
더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다.
“오늘 일, 기억하지?”
“어떻게 잊겠어.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고 쫓겨났는데.”
“우린 더 강해져야해. 더 이상 도령이에게 도움은커녕 방해만 되고 싶지는 않아.”
“알아. 그니까 야간대련에 응해준 거잖아.”
“기억해주면 됐어. 우리 사이의 일은 일단 강해지기 전까지는 미뤄두는 거야. 앞서가기도 반칙하기도 없
기!”
“알고 있대도.”
문가에 기대었던 등을 떼었다. 더 이상의 이야기를 훔쳐듣는 건 멋없는 행동이었다.
이민지와 송지애는 실로 시원스레 관계를 청산했다. 신경전과 적대관계를 뒤로한 채, 실력증진을 목표로
상대방과 손을 잡아 대련에 나섰다.
실력 면에서도 엇비슷하고 무기도 똑같은 창을 연습하고 있으니 두 사람은 서로에게 최적의 연습상대나
다름없었다.
‘여자의 우정이라…’
역시 저 두 사람에게 인위적인 각성은 필요 없겠지.
이것이 두 사람의 결정이고, 내가 존중하는 선택이기도 했다.
[작품후기]
메카물덕후님, 철의노래님, 망고택시님 후원 감사합니다!!
[4회차] 초능력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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