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138
137 – [4회차] 초능력의 실체( )
청단비는 진저리를 치며 샘플을 내려놓았다.
“지독하게도 여러 성분이 섞여 있는데? 분석하는 행위 자체가 무의미할 지경이야. 엑토플라즘에서 건져
낼만한 건 아무것도 없어 보여. 핵의 파편에 들어있는 성분도 마찬가지고.”
엑토플라즘 소굴에서 채취한 샘플이나 부서진 핵의 파편에도 내가 모르는 쓸모가 있을지 몰라서 가져와
봤는데, 청단비의 분석결과는 영 실망스러웠다.
본인도 아쉬움이 컸는지 따로 내게 부탁하였다. 다른 몬스터를 잡으면 꼭 소재를 가져오라는 내용이다.
“기회가 된다면.”
아무튼 이번 던전행으로 위기감이 부쩍 들었다.
지금의 인원만으로는 안 된다.
이진태에게 복수할 기회를 잡는다?
어림도 없다.
정부의 비밀연구소에게 걸리기만 해도 동료들이 죽어나간다.
인원을 늘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세력 확장을 노려야 했다.
그 일환으로 나는 미뤄두었던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송가제약의 골칫거리를 해결해준 보상을 원합니다.”
-어떤 보상을 원하지?
“자금과 설비가 필요합니다. 가능하다면 청단비 연구원이 이용할 수 있는 M 바이오 연구 및 개발 관련설
비로…”
-생각했던 것보단 빠르지만 얼추 예상범위 내로구나. 못난 아이도 신세지고 있으니 조금 신경 써서 도와
줘야겠어. 두 가지 모두 들어주마. 설비는 이번 주 내로 갈 거란다.
“예? 정말 들어주시는 겁니까?”
-멋모르고 있다가 칠대기업과 정부에 회사가 통째로 먹혀버릴 뻔했지. 그 위기를 넘긴 거에 비하면 이 정
도 보수는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란다.
“감사합니다, 송연주 사장님.”
-흠. 사장님이라……. 지금은 그걸로 만족해두마.
“??”
송연주와의 통신이 끊어졌다.
마지막에 남기는 말은 변함없이 의뭉스럽기 짝이 없는 사람이지만 차명계좌와 그 안으로 들어온 금액을
확인하고는 의뭉스러운 말 따위는 말끔히 잊혀졌다.
-계좌 잔액 : 2,500,000,000원.
한 방에 25억 원이 계좌에 꽂혔다. 회사가 망할 위기에서 구해준 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놀라운 액수임은 변함없었다.
잘못 보낸 건 아니냐고 물어보려고 했지만 선수를 치듯이 송연주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제야 나는 그녀의 뜻을 이해하였다.
이건 단순히 감사의 의미로 보내는 보상이 아니다.
송연주 나름의 투자다.
정부와 칠대기업이라는 강적을 두게 된 지금.
그들 몰래 자신들만의 길드를 만들기 위해 포석을 두었다.
내 조직을 송가제약을 위한 암중길드로 만들려는 거다.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이건 그녀에게도 득이 되고 내게도 득이 되는 제안이다.
이렇게까지 큰 투자를 받았으니 모르는 체 할 수는 없다.
이번 회차는 송가제약과 함께 간다.
자금이 생겼으니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국경지대 진출이다.
하루의 시간을 더 들여서 의뢰인 신분으로 면회를 요청했다.
다행히 면회는 받아들여졌고 한 사람과 대면할 수 있었다.
보디빌더나 인간병기에 가까운 발달된 근육.
신체능력 하나만큼은 나조차도 인정하는 B급 초능력자.
“용병중대 제2소대 제3분대장 최미나입니다. 그쪽이 저희 분대와의 고용조건을 협상하고 싶다고 말한
의뢰주입니까?”
“맞습니다.”
“흠. 꽤 어린 의뢰주군요. 게다가 강하기도 하고. 엄청나게 거절하고 싶어졌지만 일단 물어는 보죠. 왜 저
희입니까?”
2024년까지 고용시기를 미루려고 했던 분대장 최미나다.
원래는 그들을 고용할 생각이 없었다.
돈이 부족하니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기 직전에 이를 알려주어서 빼돌릴 생각이었다.
‘그것도 자금이 충분하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최미나 팀을 빨리 빼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잔뜩 있다.
베테랑 용병인 그들은 훌륭한 교관이 될 수 있다.
즉시 일선에 투입해서 전투인력으로 동원해도 무방하다.
전방요원과 후방지원, 어느 쪽이든 우수하다.
가히 만능의 인재나 다름없다.
인재 폭이 협소한 초기에 이들의 존재는 든든함 그 자체다.
삼국지에서 관우나 여포가 대단해봤자 걔들 없으면 어쩌겠나.
무명군주에게는 순우경이나 악취, 이풍 같은 장수들도 귀한 법이다.
‘뭣보다 히미코의 성장력이 독보적이지.’
3회차 말, 히미코는 상당한 성장세를 보였다.
2024년부터 2028년까지 4년여의 시간동안 S급에 도달했다.
만일 합류시기를 앞당겨 그때의 수련법을 알릴 수 있다면.
히미코의 성장속도가 전보다 더 빨라질지 모른다.
S급 마안능력자의 가세는 조직의 성장에도 크게 기여할 거다.
최미나와 라이온의 성장세도 나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A+급과 A급은 도달할 수 있는 실력자들이다.
“제 조직에 여성조직원이 많습니다. 경험 있는 여성 실력자를 구하고 싶었는데 마침 국경지대에 베테랑
여성용병들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우리 부대의 일이 외부에 그리 쉽게 전해졌다고는 믿을 수가 없는데. 뭐하는 조직입니까?”
생각보다 돌아오는 반응이 까칠했다. 왜 이렇게까지 경계하는지 의아했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곧 그
녀가 까칠해질법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최미나는 용병 중에서도 유독 위험한 임무를 도맡아왔다. 특히 몬스터랜드가 된 북한의 버려진 지하철에
서 엘더 자이언트 웜(Elder Giant Worm)을 감시하는 일이 압권이다.
별 다른 이변이 없더라도 S급, 혹은 S+급으로 분류되는 몬스터 웨이브의 원인을 감시해왔다.
‘그런 중요임무를 맡는 용병에 대한 정보가 함부로 유출될 리는 없지. 생각해보니 군에서 그녀를 쉽게 보
내줄 리도 없겠군. 이런 내막이 있으니까.’
조금 더 머리를 굴릴 필요를 느꼈다.
“제약업으로 유명한 송문기업을 아십니까?”
“압니다. 그쪽 의약품은 전선에서도 종종 쓰곤 하니까.”
“송문의 계열사인 송가제약에서 길드를 창설하려는 중입니다.”
“새로운 길드…!”
“저는 최미나씨의 팀을 일선전투원 및 훈련교관으로 초빙할 생각입니다. 물론 정식길드원으로 받겠다는
뜻이죠.”
최미나의 얼굴에서 빠르게 경계심이 옅어졌다.
“어린 의뢰주라고 만만하게 볼 게 아니었군요. 이런 굉장한 건을 들고 오다니. 보수는 어떻게 됩니까? 고
용기간이나 그밖의 상세조건은?”
“진정하시죠. 길드는 아직 설립단계입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인재를 포섭하고 바닥부터 착실히 성장
시킬 계획이죠. 계약은 3년 단위로 갱신하며 초기계약금은 낮습니다.”
“바닥부터 성장한다는 건… 어느 정도를 말합니까?”
“솔직히 말씀드리죠. F급부터 시작해서 A급까지 끌어올릴 작정입니다. 대신, 송가제약에서 연구중인 M
바이오 의약품의 서포트를 누구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받을 수 있죠.”
“으음… 다른 길드와는 성향이 좀 다르군요. 저희 말고는 어떤 초능력자들을 고용했습니까?”
“직접 고용제의를 한 실력자는 최미나씨 팀이 처음입니다.”
최미나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자신들이 유일한 경력자라는 사실을 못 마땅히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뿌듯하다는 이율배반적인 감정을 느끼는 모양이다.
“국경지대에서 용병 일을 하는 게 얼마나 큰 위험을 감수하는 일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여기서 받
는 보수가 그 위험에 걸맞은 보수라고 하기는 어렵죠.”
“송가제약의 길드는 충분한 보수를 지급해준다는 말입니까?”
“선수금을 드리죠. 여러분이 어떤 사정을 지니고 있든 일인당 1억을 선 계약금으로 지급해드리겠습니다.
첫해에는 1개월 당 1000만원의 월급을 선 지급액에서 차감하도록 하죠.”
선 지급액 1억 원에 월급 1200만원. 급한 불을 끄고 주기적으로 돈을 벌어들이기에 부족함이 없는 액수
이다.
솔직히 이 정도라면 최미나에게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 되리라고 내심 확신했다. 그랬기에 그녀가 고개
를 저었을 때의 충격은 실로 대단했다.
“죄송하지만 제게 그 금액은 어려운 제안입니다.”
“진심이십니까?”
“제 팀원들이라면 가능할지 몰라도 저는 무리입니다.”
최미나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저절로 오기가 생겼다.
“얼마를 원하십니까?”
“선금 10억 원.”
“10억…!”
“저는 어떻게든 3년 내로 10억을 모아야 합니다.”
“이유가 뭡니까?”
“정부에 빚을 졌습니다.”
“도박입니까?”
“살인죄를 무마하기 위한 금액입니다.”
일이 한층 더 커졌다.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살인죄는 강력범죄자로 낙인찍히는 지름길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살인범을 용서하는 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내용도 충격적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걸 사실대로 털어놓은 것이 더 이상했다.
“그걸 제게 밝히고도 선금 10억 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신 겁니까?”
“으하하. 설마 받을 생각으로 말했겠습니까? 완곡한 거절의사를 밝힌 겁니다. 여기에 남아있으면 꽤 거
액의 보수를 받는 의뢰도 남아있고, 제게는 여러모로 형편이 좋습니다.”
“으음. 어쩔 수 없겠군요. 그럼 분대원 분들은…….”
“아까의 조건으로도 충분히 계약할 수 있을 겁니다. 대신 성격 면에서 조금 문제가 있는 친구들인
데…….”
“괜찮습니다. 성격이 어떻든 저희는 실력만 봅니다. 여자조직원이 많으니 성별로 곤란을 겪을 일도 없을
거고요.”
나는 송가제약의 지원이 이들이 하기에 따라서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점, 대외활동에 은밀성이 요구되니
사회에서 생긴 문제가 따라올 걱정은 덜어도 된다는 점 등을 어필했다.
이전에 라이언이 바깥에서 생긴 곤란한 문제로 인해 초능력자 특수부대에 들어갔다가 최미나의 부대로
전출된 것을 떠올리며 이점을 파고들어본 것이다.
다행히도 내 작전은 유효하게 먹혔다. 최미나는 나름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부대원들을 보내겠다
고 말했다.
‘역시 최미나에게 10억을 쓰는 건 무리지.’
‘계약금으로 돈을 쏟아 부으면 군에서도 우릴 경계할 거야.’
10억 원은 갚으라고 둔 제약이 아니다. 돈을 미끼로 삼아서 최미나를 위험한 임무에 투입시키고자 만들
어둔 일종의 족쇄라고 할 수 있다.
그 족쇄를 제값 주고 덜컥 풀어버렸다가는 저 새끼들 뭐하는 놈들이냐며 당장 군에서 조사가 들어오겠지.
‘송가제약과의 관계를 되도록 표면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은 내 입장에선 군의 조사만큼은 피해야해.’
부득이하게 당장 최미나를 영입하는 건 불가능했다.
라이언과 히미코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솔직히 핵심인재는 히미코이니 최미나는 없어도 그만이다.
군부대에서 나와 인근 숙소에서 하루를 묶었다.
다음 날, 약속시간에 최미나의 분대원들이 나왔다.
“이욧, 대장 말이 맞잖아. 완전 젊은 의뢰주네.”
“정말로… 1억?”
“음. 수작부리는 것 같진 않슴다!”
근데 저 년은 뭐야.
라이언이랑 히미코 뒤에 꽁지머리를 한 여자가 따라붙었다.
빤히 나를 쳐다보다가 눈을 마주치니 당차게 웃는다.
“분대원이 세분이었습니까?”
“얼래? 대장이 다 알고 왔다고 했던데 아니었나?”
“라이언, 히미코. 두 분은 들었습니다만.”
“헉. 정말로 모르심다!”
“…….”
이 여자는 무슨 드라마로 군대를 배웠나.
말투가 왜 저래.
“아. 이쪽은 이효인이야. 진위판별 능력을 가졌는데 수상한 꿍꿍이를 지녔으면 다 까발리는 경보기지.”
“……!”
“잘 부탁드림다!”
이런 여자는 모른다.
그보다 본 적도 없다.
혼란스러운 마음도 잠시, 높은 지능 능력치 덕분에 2회차에서 라이언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히미코도 한패냐?」
「나랑 대장, 먼저 죽은 한 명만.」
「…….」
그날의 폭우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귓가에 떠오르는 것처럼 환청이 들렸다.
“괜찮으심까?”
“아. 괜찮습니다. 굉장히 좋은 능력을 지니고 계시는군요.”
“별로 좋지만은 않슴다. 멋대로 미움 받기도 함다.”
거짓말을 치는 족족 알아차리고 그걸 주변에 떠벌려왔다면 그야 미움 받기 딱 좋겠지. 경보기라는 말만
들어도 그녀가 사회에서 겪었을 어려움이 훤히 보였다.
이효인은 다루는 과정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보였다. 그래도 그녀의 능력은 나와 민지처
럼 정신계통에 가깝다. 여러모로 좋은 팁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쪽이 제가 준비해온 계약서입니다.”
“독소조항도 있슴까?”
“설마요. 없습니다. 오히려 후하게 작성한 계약서입니다.”
“거짓은 없슴다! 완전 착한 분이심다!”
“으하핫. 역시 우리 대장은 보는 눈이 있다니깐?”
“동감임다!”
라이언과 이효인이 시끌벅적 웃으며 맞장구를 치는 사이, 히미코만이 긴 머리카락에 가려진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며 경계를 내려놓지 않았다.
뭐라고 할지 고민하다가 그냥 그녀를 바라보며 웃어주었다. 당황한 히미코가 어깨를 움찔하더니 고개를
숙였다.
[4회차] 쾌검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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