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145
144 – [4회차] 활동개시( )
공작조가 묶어둔 줄을 끊자 대량의 철골더미가 폐건물 위에서 쏟아져 내렸다. 수사관들이 탄 차량의 퇴로
와 진로가 동시에 가로막힘과 동시에 우리 유인조가 투석구를 겨냥했다.
“투석 개시.”
B+급 무투계 초능력자 둘과 A+급 무투계 초능력자 한 명의 힘이 실린 돌멩이는 숫제 로켓포마냥 날아가
차량 주변 지형을 폭격했다.
쾅 쾅 쾅!
근원요소를 얼마나 많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근력 자체가 일반인의 수십 배를 넘나들 수 있는
무투계열 초능력자에게 투석은 저렴하면서도 막강한 공격수단이었다.
“여기까지다. 공격중지!”
“응? 조금만 더 하면 확실하게 죽일 수 있을 텐데…”
“추격의지를 상실하면 어떤 기묘한 능력으로 도주해버릴지 모른다. 작전대로 지금 물러난다!”
투석공격으로 차량 주변의 지면이 파괴되며 한쪽 문짝까지 떨어져나갔다. 마무리 일격을 욕심내기에 충
분한 상황이지만 나는 냉정하게 작전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정부에는 초능력수사기관이 존재한다. 그들이 현 정권의 어둠을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는 관심 없
다.
‘중요한 놈들이 정부의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다는 거지.’
‘수사관 개개인의 성향이 어떠하던 수사기관 자체가 검은 손에 좌우되고 있어.’
살려두었다간 언젠가 반드시 정부의 개가 되어서 앞을 가로막게 될 존재들이다.
‘공간이동 같은 수작을 부린다면 우리의 얼굴을 보기도 전에 가버리는 편이 낫다.’
‘만일 그런 능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십중팔구 우리를 추격하려 시도할 거다.’
예상은 적중했다. 수사관들은 저등급 애송이들이 아니었고, 멀쩡히 붙은 차량 문짝까지 걷어차며 육중한
걸음을 차량 밖으로 내딛었다.
육안으로의 확인은 거기까지로 충분했다. 바로 등 뒤에서 따라붙는 무시무시한 기세가 느껴지기 때문이
다.
‘경지에 오른 A급 초능력자!’
A급 빙결술사를 쫓는 수사관이라는 사실에서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상대는 상당한 실력자다. 대놓고
살해위협을 받으면 달아나는 대신 추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았다.
문제는 추격속도가 예상 이상으로 굉장히 빠르다는 사실이다. 라이언과 주아름의 기동력이 부족했다.
“무, 무슨 기운이 이렇게 살벌하죠!”
“이거 따라잡히겠는데, 보스!?”
“먼저 가라. 인사치례 한 번만 하고 오겠다.”
라이언과 주아름이 달아날 시간을 벌고자 손에 쥐고 있던 슬링에 투석용 돌을 끼워 넣고 맹렬하게 회전시
켰다. 어찌나 빠른 속도인지 슬링에 불까지 붙었다.
‘총 아우라의 10%를 불어넣는다.’
조잡한 투석공격이라며 무시할 마음을 품지 못할, 직격으로 맞으면 몸통이 뜯겨져 나가고도 남을 정도의
아우라를 가득히 실어서 날렸다.
콰아앙!
용케도 차량에 들어갔구나 싶은 190cm를 넘는 거한이 한 손으로 돌멩이를 움켜쥐며 공격을 막아냈다.
대신, 그 반동으로 추적을 멈추면서 15m는 넘게 뒤로 떠밀렸다.
‘한 놈은 저지했다.’
허나 다른 두 명은 조금도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는 것처럼 내게 달려들었다. 원거
리 공격수에게 거리를 허락하지 않는 건 초능력 전투교본의 기본이었다.
‘공격수단이 하나일 때라면 그렇겠지.’
‘하나가 아니라면 어떨까.’
나는 그 답을 알려주기 위해서 손을 들었다. 손끝이 자신들을 가리키자 두 명이 동시에 좌우로 산개했지
만, 손동작은 처음부터 페이크였다.
▷초능력 발동
마음속으로 발동을 선언하자마자 무형의 에너지파장이 반원형으로 날아가 두 명에게 동시에 적중했다.
“속임수!?”
“당했,”
▷(Hidden) 도전난이도 : 보통
▷상대방의 정신방어력에 대한 돌파체크
▷돌파성공
걸렸다. 초능력 [정신교란]에 적중한 두 명이 동시에 기겁하며 뒤로 훌쩍 뛰어올랐다.
▷A급 초능력자 둘이 당신의 속임수에 당했습니다.
▷이번 작전이 지속되는 동안 특수버프 가 유지됩니다.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고작 1초 만에 한 명이 정신을 차렸다.
“환상이다!”
연이어 다시 1초 뒤에 다른 한 명도 정신을 차렸다. 보기 좋게 속임수에 놀아났다는 사실을 깨달은 두 놈
이 뒤로 밀려난 녀석과 함께 이를 악물고 추격을 재개했다.
A급 초능력자 수사관이 셋. 경험은 숙련된 용병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정신의 견고함이 예상 이상으로 뛰
어났다.
“들어왔어!”
아슬아슬하게 앞서 매복지점에 도달한 라이언이 무전을 보냈다. 뒤따라 주아름과 나도 동시에 매복지점
에 도착했다. 우리가 도착한 장소는 방수포가 쳐진 공사장 한복판이었다.
“잔재주는 다 부렸냐?”
“아니. 아직 덜 부렸다.”
“뭐?”
당황한 놈들이 경계심을 품었지만 그들도 대뜸 자신들이 딛고 있던 땅이 주저앉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
한 모양이다. 돌연 지면이 푹 꺼지며 세 놈 모두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녀석들은 깨닫지 못했겠지만 방금은 내가 한쪽 발로만 의도적으로 진각을 밟아 싱크홀을 유발한 거다.
느닷없이 육지에서 물에 빠진 녀석들은 혼비백산한 심정일 거다. 이곳의 부실공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
었는지, 어디에서 싱크홀이 발생하는지를 조사한 건 김일식뿐이다.
‘아무리 유능한 수사관이라도 빙결술사를 쫓고자 단기간에 쫓아왔을 때 곧바로 위화감을 깨닫는 건 불가
능하겠지.’
초능력으로 깽판이나 저지르는 고등급 범죄자나 쫓던 초능력수사관들이 지방행정기관의 국책사업에서
생긴 비리와 그 잔재를 알고 있을 리 만무했다.
이로써 작전은 두 번째 단계까지 온전히 이행되었다. 유인과 수몰이 모두 성공한 이상, 다음계획은 정해
졌다.
“플랜 A 개시!”
인접한 안전지대에 매복해있던 매복조가 기둥에 묶어둔 로프를 싱크홀 수몰지대에 내려뜨렸다. 아래에
빠진 놈들에게는 동아줄 마냥 귀한 로프이다.
송지애가 자신 쪽 로프에 신호가 왔다며 무전을 보냈다. 사전에 배치해둔 대형조명기가 켜지며 수면을 환
히 밝혔다.
“저기다!”
엄청난 속도로 로프를 반쯤 밟아 오르던 녀석이 갑작스레 밝혀진 빛에 움츠러들었다. 그와 동시에 석궁사
격이 빗발치듯이 쏟아져내렸다.
피픽! 피피피픽! 피픽!
대부분의 석궁볼트는 벽면에 들어박혔지만 개중 하나가 수사관의 어깨에 정통으로 박혔다. 놈은 비명을
지르지도 않고 더욱 빠르게 지면으로 올라왔다.
“다 죽여주겠…”
“끝났다.”
“!?”
놈의 손에서 일순간 조명기의 광량을 능가하는 태양처럼 환한 빛의 구가 뭉쳐졌다가 흩어졌다. 매복해있
던 쾌유천이 다가와 기회를 잡고 삽시간에 수급을 베어버렸다.
어찌나 빠른 일격이었는지 초능력이 해제되고 비틀거리던 놈의 목에서 핏줄기가 솟구친 뒤에야 그의 목
이 이미 베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저 개자식들이!!”
싱크홀 아래에서 커다란 함성이 울리더니 별안간 무너진 구멍이 저절로 솟구치며 멀쩡하게 수복되었다.
“복원계열 초능력!?”
싱크홀에 빠졌던 두 남자가 다시금 온전해진 지면 위에서 우리들과 마주섰다.
-커헉
그와 동시에 조명기 뒤에 숨어있던 김일식이 피를 토했다.
-다, 당장 여기서 도망쳐!
“위기감지냐!?”
-저놈들, 둘 중 하나가 폭주한다!
이런 시발.
“그만둬. 죽을 셈이냐!”
“이미 늦었다. 쿨럭. 너라도 살아라.”
입에서 피를 흘리던 말라깽이 남자가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나와 라이언은 사방에서 우리를 겨냥하는 조
명과 당혹스러워하며 쳐다보는 동료들의 시선을 느꼈다.
위치가 변했다. 그 사실을 깨닫기도 전에 다시금 따악, 하는 소리가 들리며 내 앞에 쾌유천의 검기가 날아
들었다.
“!?”
수백 번도 넘게 대련을 해오지 않았다면 감히 막을 엄두도 내지 못했을 기습이었다.
-위치변환이다! 발동조건은,
무전을 이어나가던 김일식의 말이 멎었다.
대형조명 쪽에서 폭발이 일더니 무전이 뚝 끊겼다.
딱, 딱, 따악,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한 번 들릴 때마다 수백kg도 넘을 법한 폐자재가 머리 위에서 나타나거나 그를
저지하려는 아군의 공격이 다른 아군 앞으로 나타났다.
김일식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걱정이지만 당장 저 녀석부터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정수!!”
그가 내 외침을 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들었으리라고 믿는 수밖에 없다. 나는 곧장 복원된 지형 정중앙
에서 연신 손을 튕기는 녀석을 향해 [정신교란]을 발동했다.
▷(Hidden)도전난이도 : 절망
▷상대방의 정신방어력에 대한 돌파체크
▷돌파실패
잠깐의 틈이라도 만들고자 사용한 능력이 실패했다.
그와 동시에 내 눈앞이 핑 돌았다.
▷정신교란의 발동실패 페널티가 발동합니다.
▷상대가 당신이 [정신교란]의 주체임을 자각했습니다. 심층페널티로 [강화된 트라우마]가 발동합니다.
“……!!”
세상의 색체가 흑백으로 물들었다. 곧 깨질 것처럼 불안하게 흔들리는 모자이크 더미가 만물을 뒤덮었
다.
-네가 날 죽였어.
김아준의 원망에 가득 찬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형체를 식별할 수도 없이 망가진 살점이 꿈틀거렸다.
-한도령. 이런 짓을 한다고 네 잘못이 없던 일이 될 것 같나?
김철괴의 목소리와 함께 발목이 무언가에 붙잡혔다. 피투성이가 된 김철괴가 실험관에서 기어 나와 내게
매달렸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뒷걸음질 치는 등에 부드러운 촉감이 닿았다.
-한 번도 잊지 않았어.
“강유아…?”
-넌 한 번이라도 날 기억하고 있었니?
등 뒤에서부터 껴안으며 가슴 앞으로 깍지 낀 손이 피투성이로 물들어있었다.
자박. 자박.
그 손을 뿌리칠 용기를 내기도 전에 물에 젖은 지친 발소리가 다가왔다. 더 이상은 안 돼. 정신이 무너질
것만 같은 공포가 역으로 내가 뭘 해야 할지를 알려주었다.
▷부속스킬 발동.
나를 껴안던 강유아의 존재도, 발치를 붙잡던 김철괴의 존재도, 망가진 살점이 되었던 김아준도 모두 사
라졌다. 정신착란의 심층 페널티에서 해방되었지만 상황은 더욱 위급했다.
아직 온전히 되돌아오지 못해 반쯤 마비된 감각 저편에서 날 향해 날아드는 철근이 보였다.
늦었다.
이대로는 치이고 만다.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몸이 떠밀렸다.
“안 돼!”
민지가 나를 밀침과 동시에 정면에서 날아들던 철근더미에 치였다. 팔이 부러지며 장난감처럼 튕겨져 나
가는 모습이 두 눈에 똑똑히 들어왔다.
“어…?”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작전은 분명, 작전대로 되고 있었던 게, 민지가 왜 저기에.
정리되지 않은 사고의 저편에서 폭음이 울렸다.
콰콰쾅!
누가 누구랑 싸우는지도 모르겠다.
돌아가는 상황을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곧 혼란이 가라앉았다.
‘민지가 입은 부상은 보기처럼 심한 건 아니다.’
‘부상은 나중에 봐줘도 돼.’
‘그보다 심각한 건 적 한 명이 폭주를 시작했다는 사실.’
A급 초능력자가 폭주 상태에 돌입하면 S+급 전투력도 발휘할 수 있다. 위치변환 초능력자의 변환은 이미
사람과 사물, 물리력과 근원요소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이동시켰다.
당장 적을 찾아서 제거하지 않으면 아군이 전멸한다. 곧바로 내가 지닌 아우라의 반절 이상을 사방에 확
산시켰다.
‘저 자식…!!’
건물에서 떨어진 곳에서 등판에 이정수의 단검이 박힌 위치변환술사가 눈코입귀를 가리지 않고 마구 검
은 피를 쏟아내면서 손을 튕겼다.
건물 옥상이 불길한 파열음을 내며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 자식, 건물을 통째로 위치변환으로
날려버릴 작정이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휘말려서 통째로 죽을 판이다.
‘거리가 너무 멀다!!’
지금부터 달리더라도 제때 닿을지 모르겠다. 반면에 건물 중턱에 틀어박힌 크레인의 난간 쪽으로는 다른
한 명의 수사관이 한손에 주아름을 인질로 붙잡아 달리고 있었다.
그의 뒤를 바짝 따라붙으며 쾌유천이 연신 자세를 취했지만 인질까지 베일 각이어서 좀처럼 공격에 나서
지 못했다.
‘전력을 오판했어.’
‘적이 폭주할 걸 고려해야만 했는데.’
‘하필이면 위치변환과 복원계열 초능력을 지닌 놈들이라니.’
후회가 막심했지만 지금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더 큰 후회를 해야 할지 모른다.
이럴 때 순간이동 초능력으로 적의 배후를 점해야 할 이정수 녀석은 싸우던 놈 등판에 단검만 꽂고 엉뚱
한 길바닥에 위치변환을 당해 사거리를 잡고자 달리기 급급했다.
‘아니 저 개새끼가 어디로 가는 거야!!’
이정수는 위치변환술사를 끝장내기 위해 달리는 게 아니었다.
크레인에서 내려오는 복원술사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오직 주아름만을 향하고 있음은 금방 눈치 챘다.
녀석의 눈에는 더 큰 위기에 처한 동료들이 보이지 않았다.
다 뒤지건 말건 주아름 한 명 구할 생각에 시야가 좁아졌다.
드드드드득!!
건물이 미친 듯이 요동치며 마구 흔들렸다.
뭐가 됐든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안 돼.’
거리가 너무 멀었다.
폭주상태의 적은 [정신교란]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정신력이 급증한 상태이기까지 했다. 어떤 기술이 필
요하지? 어떤 초능력을 써야 하지? 어떻게, 무슨 수로! 그래, 강제하는 선택!
어떻게든 놈에게 폭주를 중지할 선택을 강제하려 마음 먹었을 때,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타앙!
위치변환술사가 무릎을 꿇고 정면으로 쓰러졌다. 건물 안에서 이효인이 소총을 겨냥한 자세로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 보였다.
적은 일망타진을 할 작정으로 모든 집중력을 쏟아 부은 탓에 자신에게 날아든 총알을 다른 위치로 날리지
못했다.
이효인이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을 골라서 저격에 성공했다. 그녀가 주무장으로 총을 다루기는 해도
150m 사거리에서의 적중은 운도 따라주지 않으면 힘든 일이었다.
“컥,”
“주아름을 돌려줘!”
크레인 위에서도 배후암습에 성공한 이정수가 주아름을 빼돌리며 쾌유천의 등 뒤로 순간이동 함과 동시
에, 쾌유천이 검이 복원술사를 향해 번뜩였다.
슈우욱!
별안간 무너진 크레인이 제멋대로 움직이며 ‘건물에 처박히지 않았을 때의 상태’로 복원되지만 않았으면
유효했을 공격이었다. 복원술사는 간발의 차이로 목숨을 건졌다.
“교전 중지!”
쾌유천이 뒤늦게 이쪽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도망간 녀석은?”
“죽을 작정으로 폭주를 일으킬 독기가 있는 놈들이다. 저런 녀석들을 추적했다가 잘못 걸리면 서너 명씩
죽어나가는 건 일도 아니야. 이번만 해도 운이 좋았어.”
결국 우리는 수사관 두 명을 죽이고 한 명의 도주를 허락하고 말았다. 당장 쫓아가는 건 포기했다. 민지와
주아름이 중상을 입었고 김일식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파악해야 했다.
[4회차] 활동개시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