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150
149 – [4회차] 맨스카인드( )
2023년 9월 27일.
4-29 혁명 선언으로부터 어느덧 150일이 경과했다.
지난 5개월 중 1개월은 움직이지 않는 정부를 경계하며 숨죽여 보냈다면, 그 뒤의 4개월은 정부가 움직
이지 않는 틈을 타서 조직을 정비하고 신규 빌런들을 훈련시켰다.
처음에는 키워야 할 햇병아리에 쩌리들 취급이었던 F반 출신 동료들도 어느덧 누군가를 가르치고 이끄
는 팀장급으로 계급이 뛰어올랐다.
“조직을 꾸리는 방식이 꽤 익숙하군.”
“이래저래 보아온 것들이 있어서.”
“그 나이에 다른 조직에 소속되기라도 한 거냐?”
쾌유천은 나이에 맞지 않는 내 발언에 어처구니없어 했지만 정말로 그게 사실이었다.
“진실임다!!”
“…훈련교관 이효인. 지금은 업무시간 아니었나?”
“히미코 언니가 건방진 훈련생들한테 화나서 추가훈련을 시키고 있슴다!!”
봉성군 출신 조직원을 백 명 남짓 굴리는 것과 별개로 빌런조무래기는 약 30명가량을 새로 받아들였다.
E급에서 C급까지 다양한 등급만큼 초능력도 아주 이색적이다.
“온 김에 조무래기들 실력이나 듣자. ‘야매 소환술사’는 아직도 소환물에 팔다리가 하나씩 없냐?”
“구현방식을 바꾸도록 훈련 시켰슴다! 이제 팔다리 대신 가지고 나오는 무기가 조잡하거나 특수능력을
약화시키거나 소환지속시간을 줄이는 등 다양성이 넓어졌슴다!”
“다른 놈들은 어떻지?”
“자기 초능력에 적응이 된 D급부터 삼류인 C급 수준으로는 올라왔슴다! 아하하, 기본기가 원체 없어서
이것도 어찌나 힘들던지. 보너스 같은 건 안주심까?”
“조무래기들이 실전에서 기대 이상의 전력이 되면 생각해보지. 그쪽은 그렇다고 치고, 강한 놈들은?”
24시간 해맑고 기운찬 이효인이 대뜸 뭣 씹은 표정을 지으며 진저리를 쳤다.
“최악임다.”
“무언가 문제가 생겼나보군.”
“쾌검술사나 빙결술사, 대장이 없을 때에는 같은 B급이라며 우리 자리를 노리고 시비를 걸거나 음담패설
을 늘여놓슴다. 얼른 실전에 내보내서 콱 죽어버렸으면 함다!!”
“조만간 실전에 나설 거다. 그때 놈들에게 단단히 본보기를 보여줘라. 대충 굴러먹고 살던 놈들과는 실력
이 다르다는 걸.”
“알겠슴다!!”
휘파람을 불며 돌아가는 이효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쾌유천이 입을 열었다.
“경쟁을 붙일 생각인가?”
“필요하다면.”
“신규들도 전부 적당히 굴러먹다 들어온 건 아니다.”
“알고 있다.”
“서열이 뒤집히는 놈들이 생길 거다.”
지금까지는 일찍부터 함께 해왔던 동료들을 측근처럼 두고 지내왔다. 허나 조직이 성장한 지금부터는 모
두가 같은 위치에서 동등한 취급을 받으며 있을 수는 없다.
쾌유천의 말마따나 신규로 들어온 빌런들보다 전투력에서 밀리거나 서열이 뒤집힐지도 모른다.
“안전장치를 생각해뒀으니 문제없다.”
“안전장치?”
“간부급에 올라서기 위한 신용을 쌓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시간이 지나야 한다. 개인별 임무달성수준에
따라 차등적인 진급이 이루어질 것도 염두에 두고 있지.”
“김일식과 조직 내 승진체제를 꾸린 건가.”
“그렇다.”
물론 조무래기들만 모여든 건 아니다.
B급 이상의 실력자도 네 명은 새로 가세했다.
“B급 이상의 신규인재들은 어떻지?”
“여전히 골치 아프지.”
“책사 쪽이?”
“그쪽도 포함해서.”
“애 먹겠군.”
새로 들어온 빌런 중에는 두뇌파 빌런도 한 명 있었다. 그놈도 김일식처럼 책사를 자처하며 이런저런 책
략을 내놓는데 그 책략이라는 게 좀 무시무시했다.
단기적으로 각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한 전술만을 내놓았던 김일식과 달리, 큰 판을 그리는 전략에
관심이 많다.
“얼마 전에는 시의원을 구워삶아서 시청 지원금을 우리 조직으로 빼돌릴 작전을 입안했다.”
“미쳤군.”
“아주 허튼 소리로만 들리지 않는 게 더 골 때리는 점이지. 시의원을 국회까지 진출시켜서 국회에도 영향
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선거지원까지 하자더군.”
여타의 지방빌런조직들이 자신들의 지역에서 터주대감 노릇을 하며 돈 많고 힘센 깡패 짓을 해왔다면, 신
규책사는 그걸 훌쩍 뛰어넘어서 서울진출까지 노리고 있다.
야심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그만큼 비범한 능력도 겸비한 작자다. 그런 인물이 빌런 행세나 하는 데에는
사연이 있다.
“신용할 수 있겠나?”
“50% 정도는.”
“그렇겠지. 히어로협회에서 제 발로 나왔다는 놈이니.”
녀석은 히어로협회 본부의 전술지휘실 출신이었다.
고위직 중에서도 상당한 고위직이다.
남부러울 것 없이 이미 인생 다 성공한 거나 다름없다.
그런 작자가 제 발로 찾아와서 책사행세를 하려고 든다.
섣불리 맡길 수 있을 리가 없다.
세상에 수상한 놈은 많다지만 이렇게까지 수상한 놈은 없다.
“이런. 아직도 절 믿지 못하시겠다는 겁니까? 보스. 인재를 받아들임에 이렇게까지 경계가 심해서야 옹
졸하다는 평가는 면치 못할 겁니다.”
“그거야 자신의 이름 석 자도 대지 못하는 녀석에게는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겠지.”
“크크. 그건 협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요?”
“그러니까 더욱 수상한 거다.”
“그래도 당신은 절 기용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김일식. 그 꼬맹이에게는 책사로서의 ‘한계’가 보이니까.
결국엔 제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날이 올 겁니다. 크크.”
이명 [맨스카인드]. 히어로협회 본부 전술지휘실 출신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음험한 성격은
물론이거니와 한눈에 봐도 기분이 나빠지는 외모를 하고 있다.
말린 미역 같은 장발의 머리에 다크서클이 드리운 눈, 언제나 무언가를 업신여기는 표정까지 모든 게 기
분 나쁜 놈이다.
“그럴 일이 없기만을 바라지.”
“크크.”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소름끼치는 웃음소리를 내면서 맨스카인드가 식당으로 향했다. 그런 녀석의 뒷모
습을 보면서 쾌유천이 엄청나게 찝찝하다는 기색을 드러냈다.
“어째서 쫓아내지를 않는 거냐. 보스의 말대로 저놈은 너무 지나치게 수상해 보인다만.”
“오히려 그 점이 스파이처럼 보이지는 않아서 일단 조직에는 남겨두고 있는 거다. 녀석이 줄곧 말하는
‘김일식의 한계’라는 게 뭔지도 신경 쓰이고.”
“정말로 김일식에게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일단은 경험부족을 말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김일식이 녀석의 저주나 다름없는 소리를 무시하고 보란
듯이 책사로서 훌륭한 성과를 내면 그때 가서 쫓아낼 생각이다.”
“하루빨리 그랬으면 좋겠군.”
솔직히 신경 쓰이기는 해도 이 정도 소동은 근래 들어서는 차라리 귀여운 축에 속한다. 맨스카인드라는
기묘한 책사와 달리, 다른 신규 B급 빌런은 질이 더 나빴다.
조직 내에서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지니고 명백히 ‘파벌’을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잘 봐라. 라이언이 가르치는 방식은 어디까지나 신체능력이 우수한 자만이 할 수 있는 ‘곡예’다. 그에 비
해서 이 경로로 빗겨치기를 사용하면!”
VR훈련장에서 스포츠머리를 한 근육질 남자가 연습용 몬스터 셋의 합공을 동시에 어그러뜨렸다.
“오오오! 한 번에 세 마리가 동시에 가로막혔어!”
“검 한 번만 가져다대면 되잖아?”
“어렵게 피하면서 틈을 노리는 것보다 훨씬 간단해!!”
신입빌런들은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라이언은 혀를 찼다.
“인정하지. 네 방식이 저등급 빌런한테는 더 유효하겠군.”
“저등급 빌런한테? 그런 사족이 왜 붙어야 하는지 모르겠는걸. 내 방식이 명백히 모든 등급, 모든 상황에
서 더 우수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
“이 자식… 지금 뭐하자는 거냐.”
“보면 모르나? 무능한 교관에게 훈련받는 것보다 내가 가르치는 게 이놈들에게도 더 도움이 될 거라는 말
이다. 아니면 뭐냐. 4월 혁명군은 실력보다 인맥이 우선이냐?”
“그런 말은 하지도 않았어!”
“그럼 뭐가 문제냐. 보다 우수한 초능력자가 후학들을 가르친다. 문제될 건 아무것도 없다만? 이 팀은 오
늘부터 내가 가르치겠어. 위에도 그렇게 전해달라고.”
스포츠머리남 마태식의 강압스러운 행동에 빌런들은 환호하였다. 조직 내부에 단단히 알 박힌 기성 실력
자들을 꺾고 자신들처럼 신규로 들어온 실력자가 입지를 확보했다.
‘같은 신입’의 입장에서 보면 이만큼 통쾌한 일도 있을 수 없다는 동료의식이 발휘된 셈이다.
“제기랄! 못해먹겠다고, 그 쓰레기들을 가르치는 건. 기껏 해야 전투에서의 동작 하나만 가지고 추켜세우
고는 전장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가르침을 무시하기나 하고!”
“라이언. 통제불능이라고 생각하면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널 훈련교관으로 삼겠다고 한 건 그놈
들을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닌 내 사람들을 가르치기 위해서였다.”
“가르치고 싶지도 않았어! 시켜도 안 할 거야. 그딴 녀석들은 이쪽에서 사양이라고!”
억지로 가르침을 이어나가게 하는 것도, 가르침을 받게 하는 것도 갈등을 심화시킬 뿐이다.
마태식 본인의 희망뿐만 아니라 휘하 빌런들도 그에게 교육받기를 희망하고 라이언도 마음이 완전히 떠
나버렸으니 저등급 빌런들의 교육은 마태식에게 넘어갔다.
‘어중간하게 실력이 뛰어난 놈들을 받으니 골치가 아프군.’
자존심이 강한데 그럴만한 근거가 있다. 서로 충돌을 하는데 어느 한쪽이 완전히 틀린 게 아니라 강점이
되는 분야가 다를 뿐이라서 옳고 그름을 단정지을 수 없다.
감정적으로 싸움이 벌어지고 누군가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데 어느 쪽을 택해도 한쪽은 감정이 상하게 된
다.
“김일식. 뭔가 방법이 없겠냐.”
“뒷세계에서 굴러먹다 들어온 놈들은 나보단 네가 더 잘 알 거다. 내 조언을 구하는 것보단 스스로 해결하
는 편이 더 좋은 성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가. 너는 괜찮겠냐?”
“뭐가.”
“마태식이 라이언을 꺾은 것처럼 맨스카인드도 널 꺾고 조직의 책사가 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녀석이 말한 네 한계라는 것도…”
“신경 쓰지 마라. 그런 말 자체가 맨스카인드가 변변찮은 녀석임을 증명할 뿐이다. 자신의 유능함이 아닌
타인의 무능함을 통해 스스로를 증명하는 게 올바르다고 생각하나?”
“그건 아니지. 결코 올바르다고 할 수 없다.”
“바로 그거다. 맨스카인드는 본질적으로 남의 심리를 파고들어 뒤흔드는 모략가다. 나와는 방향성부터
가 달라. 마태식도 그런 심리전에 강한 녀석이라고 할 수 있지.”
김일식은 마태식과 맨스카인드의 음험한 수작질에 대해 논하며 곧 미간을 찌푸렸다.
“입에 담기도 불쾌한 족속들이지만 지금은 힘이 필요하다. 4월 혁명군이 조직정비로 보낸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지. 정부가 움직이기를 포기했다면 우리가 다시 나설 차례가 됐다.”
“드디어 행동에 나설 때가 되었나.”
“그래. 네가 알고 있는 ‘다른 시설들’을 치고 충분히 안정적으로 공략했다는 확신이 들면 다음은 ‘오성의
시설’을 친다. 전과가 쌓일수록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늘어날 거다.”
맨스카인드의 음해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목표와 전망을 밝히는 김일식의 행동을 보며 반성했
다.
알게 모르게 맨스카인드의 말에 휘둘린 건 내 쪽이었던 모양이다. 김일식은 성과도 없이 되는대로 지껄이
는 맨스카인드의 방식에 어울리지 않고 착실하게 다음 작전을 준비했다.
시기를 기다리며 힘을 모았고, 마침내 때가 되었음을 알렸다.
“이번 작전은 세 개의 시설을 동시에 공략한다. 하나는 우연이라고 치부해도 두 번째 시설을 공격받으면
놈들도 자신들의 비밀시설이 발각되었음을 깨달을 거다.”
“그건 좀 위험하지 않나? 굳이 무리해서 동시에 공략했다가 적의 전력이 예상보다 높으면 낭패를 볼 텐
데.”
“머릿수는 예전보다 훨씬 더 늘었다. 부릴 수 있는 팀도 몇 배는 더 늘어났지. 적의 방비가 더해졌다고 한
들 이쪽의 돌파력은 그 이상으로 높아졌다.”
김일식이 자신만만하게 그리 단언할 만도 했다. 11명뿐인 우리들도 어느덧 주력 초능력자만 15명에 빌
런 조무래기가 33명, 구역을 관리하는 조직원이 100명이 넘었다.
“장비 수준이 열악한 것도 아니다. 처분하기 힘든 계약서나 집문서도 지난 5개월 간 일부는 시간을 들여
현금으로 바꾸고 시설확충이나 설비증강, 장비보급에 사용했지.”
“네가 그렇게까지 자신한다면 어쩔 수 없군. 세 팀으로 나뉘어서 도전해보도록 하지.”
“고맙다. 무리라고 생각하면서도 따라줘서.”
“힘들면 직접 부하처럼 부릴 사람을 구해봐라.”
“뭐야. 지금 나 걱정해준 거냐?”
김일식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손짓했다.
“일하는데 방해되니까 얼른 가기나 해라.”
“……그래.”
좋은 소리 해줘도 불만이야, 이놈은.
아니면 쑥스러워하는 건가.
설마.
김일식도 나처럼 꽤 무덤덤한 성격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
“잘해. 맨스카인드 따위한테 흠 잡히지 않게.”
“알았다니깐.”
한쪽 눈을 덮는 안대에 외눈안경-모노클-을 장착한 그의 모습을 얼마간 지켜보다가 방을 나갔다.
[작품후기] 조직이 성장하면 인간관계로 잡음이 생기는 걸 피할 수 없지요![4회차] 맨스카인드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