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157
156 – [4회차] 혁명의 날( )
보통의 경우라면 백만 명이나 되는 시민들의 움직임을 온 힘을 다해 막았을 군과 경찰도 이번만큼은 감히
그 행렬을 막고자 나설 엄두조차도 내지 못했다.
앞서 4월 혁명군 보스를 치고자 나섰던 제 32보병사단의 살인소장의 최후가 생중계로 고스란히 전해졌
기 때문이다.
“헬기 띄워. 저놈들 카메라 앞에서는 아무것도 못한다고. 위에서도 헛짓거리 못하게 감시하란 말이다!”
“간신히 찾아온 칠대기업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다. 우리가 기레기라고는 해도 대한민국의
기자이지, 칠대기업의 기자여서는 안 돼!”
행렬 근처까지 모여들었던 경찰과 군 병력은 당장이라도 폭도로 돌변해버릴 것 같은 시위행렬의 기세와
방송헬기를 보며 사태를 방관하기로 결정했다.
자연스레 시위행렬은 성진그룹 본사와 수도권 주요시설을 향해서 갈라졌다.
“수도시설이나 발전시설을 전부 파괴해서는 안 된다. 성진그룹이라면 그러고도 남겠지만 그 시설들이 없
으면 수도권 전역의 수도와 전기가 마비될 테니까.”
“알고 있다. 그쪽이나 주의해라, 쾌검술사. 본부에는 강력한 초능력자들이 대거 포진해있을 테니까.”
쾌유천과 빙결술사는 각각 4월 혁명군의 기존단원과 신규단원, 각지에서 찾아온 빌런과 히어로를 나누
어 수도발전시설과 성진그룹 본부를 향해 이동했다.
‘한도령 보스. 역량이 대단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국가 전체를 뒤엎을 대소동을 일으킬 줄이야.’
쾌유천의 입가에는 은근한 미소가 지어졌다. 검왕과 맞설 조력자로 그를 골랐을 때에는 여동생을 위해 안
전한 근거지를 마련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 큰 기대는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한도령은 여타의 빌런들과 달리 정의구현을 위해 음지를 선택한 인물이었다. 세간에서는 이미 그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다크히어로라는 이명이 붙기까지 했다.
“쾌유천님. 성진길드가 본부 앞으로 집결했다는 소식이 들어왔는데 그쪽은 지원 안 해도 될까요?”
“문제없다. 빙결술사는 아군의 백업이 강력할수록 더욱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정통메이지 타입이다.
백만을 반으로 나눈 오십 만, 그중 전투인원만 추려내더라도 오만은 넘는다.”
“오, 오만… 확실히 대단하기는 하네요. 최전선 국경지대에서도 그만큼의 초능력자가 모이는 일은 없었
을 텐데.”
쾌유천은 주아름의 감탄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의 얘기가 당연하다는 건 둘째 치고 심기가 불편했기 때
문이다.
최고실력자들은 해외원정대로, 유망한 이들은 칠대기업 산하길드로, 꿈 많은 이들은 히어로사무소로 향
하지만 대다수의 약해빠진 초능력자들은 빌런이 된다.
혁명군의 머릿수는 많을지언정 대다수는 그저 그런 쭉정이들이다. 진짜배기는 빌런조직의 간부급 이상
밖에 없다.
‘목숨을 걸고 선두에 나서서 적과 교전을 치를 작자들은 아니지. 정예만 추려낸다면 알짜배기는 100명도
안 된다.’
백만 시위행렬이니 오만 전투인력이니 하는 허상에 빠져있다간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죽어나가면서 혁
명은 대량학살과 칠대기업의 저력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종결될지 모른다.
“각지에서 모인 원군은 수도시설의 습격을 부탁하지. 우리 4월 혁명군 쾌검대는 가장 강력한 저항이 예
상되는 마나발전소를 직접 습격하겠다.”
“잠깐! 마나발전소는 제일 알짜배기 시설이잖아. 가장 규모가 큰 조직이 공략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싱글벙글 웃으며 끼어드는 삐에로 분장의 남자의 말에 각 조직의 실력자들도 탐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처음부터 잿밥을 노리고 끼어든 이들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좋다. 가장 죽을 확률이 높은 전장을 극복하고 결실을 맺겠다면 말릴 이유가 없지. 그럼 우리는 수자원
확보를 위해 댐과 보의 관리제어시설로 향하겠다.”
“어? 아, 아니 잠깐만. 역시 큰일을 치를 때 갑작스레 계획을 바꾸는 건 좀 그렇지. 예정대로 하자고, 예정
대로.”
마음 같아서는 이런 쓰레기 같은 놈들의 목을 단번에 쳐버리고 싶었지만 그거야말로 혁명군의 몰락과 직
결되는 사태다.
“네놈들이 부린 억지에 몇 번이고 어울려줄 만큼 혁명군이 만만해보이나? 욕심을 부렸다면 책임도 함께
짊어져라!”
쾌유천의 단호한 외침에 다른 조직들도 덤터기를 자신이 쓰는 건 아니었기에 옹호의 목소리를 높혔다. 삐
에로남의 조직은 졸지에 가장 위험한 격전지를 맡게 되었다.
“이 자식들… 나중에 두고보자.”
일부 조직에는 원한을 사게 되었지만 그나마 삼대천 급 거대조직이 개입하지 않은 게 어딘가. 그들이 끼
어들었으면 주도권 자체가 빼앗기고도 남았다.
“C02팀은 이대로 한강홍수통제소를 확보하라. A04부터 C09까지는 한강대교를 거슬러 올라가 한강하
구 및 임진강합류 방면을, 쾌검대 본대는 퇴계원 수중던전 방면을 확보한다.”
“퇴계원이라… 괜찮을까요? 거긴 난이도도 높다고 들었는데.”
“상관없다. 어떤 저항이 들어오든 전부 장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상대는 그 악명 높은 칠대기업의 일축.
단 하나의 시설도 남김없이 전부 확보하지 않으면 안심할 수 없다.”
쾌유천의 단호한 발언에 주아름을 비롯한 측근들은 순순히 동의하였다. 그들도 불안한 마음을 드러냈을
뿐, 쾌유천의 지시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점령지역은 큰 저항도 없이 입수하였고, 몇몇 교전지역은 특공대 주력이 도착하면 금방 정리가
됐다.
‘그래도 이곳만큼은 다른 거점들과는 성격이 다르지.’
이는 맨스카인드가 직접 연락을 취해서 몇 번이고 엄히 경고한 사실이었다.
-퇴계원 수중던전은 이계의 강과 이어지는 던전입니다. 수중몬스터가 쏟아지는 걸 막기 위해서 2010년
무렵에 퇴계원 댐이 신축되었다지만 그 점이 도리어 위험할 겁니다.
-궁지에 몰린 성진그룹에서 댐을 파괴하면 한강으로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올 겁니다. 크크.
-정수처리시설까지 파괴되면 강동, 강남, 서울이남 신도시의 수도시설은……. 이크. 잡담이 너무 길어졌
군요. 모쪼록 주의하시길. 적도 퇴계원 댐의 중요성은 알고 있을 테니 말입니다.
쾌유천은 망설이지 않고 퇴계원 댐에 직행했다. 제어시설은 댐 상류 바깥에 존재했는데, 역시나 중무장
한 초능력자 수십여 명이 진형을 이루고 있었다.
“다가오지 마라! 한 놈이라도 이 앞으로 접근하면 댐을 개방해버리겠다!”
“전국민이 보는 앞에서 범죄자가 되겠다는 말이냐?”
쾌유천이 능청스럽게 말을 걸며 도발을 시도했다.
상대측에서도 지휘관이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이미 성진그룹은 끝장난 거나 다름없지. 그딴 악명이 조금 더 늘건 말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
“알겠나? 접근하지 마라. 접근하지만 않으면 댐을 개방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어디든 다른 곳으로
꺼져라!”
주아름이 걱정스레 말을 건넸다.
“이 거점은 포기하는 게 어떤가요? 가까이 가지 않으면 댐을 개방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하고, 괜히 접
근했다가 댐이 개방되면 본말전도나 다름없으니…”
“그 점이 이상하다. 정말로 악명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 어째서 진즉 댐을 개방하지 않았지?”
“어……. 왜 그럴까요?”
“댐을 곧바로 개방하지 않으면서 누군가가 다가올 때까지 자리를 지키다가 접근하면 그제야 경고한다…
무언가 꿍꿍이가 있군. 이런 시설을 지킨다고 이득이 되는 것도 아닌데.”
“자, 잠깐만요.”
주아름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득이 안 되는 시설을 지키러 오는 건 저희처럼 이 혁명의 성공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겠죠?”
“그렇겠지.”
“저 사람들이 지금 댐을 개방하면 저희는 어떻게 되죠?”
쾌유천의 얼굴도 덩달아 굳었다.
“수중몬스터와 동시에 적 초능력자들과 교전을 치러야겠지.”
“당장 여기서 도망쳐야 해요.”
은근히 뒤로 물러나려 하자 곧장 적 지휘관이 혀를 찼다.
“쯧. 눈치가 좋은 녀석들이군.”
“네놈, 설마 동귀어진이라도 할 속셈이냐?”
“우리는 성진그룹의 장학생이다. 쓰레기 같은 놈들이라고는 생각해도 이 개 같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우리를 챙겨준 쓰레기들이란 말이지.”
“성진 아카데미 졸업생…!”
“그래. 아무리 모시는 주인이 쓰레기라도 비렁뱅이처럼 뒤질 몸을 여기까지 호사를 누리게 해줬는데 마
지막만큼은 신의를 지켜야 하지 않겠나?”
“나라를 좀먹는 역적무리들을 돕겠다는 말이냐!”
“우리에게는 성진그룹이야말로 이 나라의 전부다. 암흑시대가 종결되고 부모를 잃은 고아를 일반시민들
은 어떻게 했지? 어떻게도 하지 않았다. 그저 방치했단 말이다!”
동기가 있다. 원한도 있다. 이를 표출할 수단도 눈앞에 있고, 억지로라도 강행할 초능력까지 겸비하였다.
심지어는 성진그룹을 향한 절대적인 충성심마저 갖추었다.
막을 수 없다. 그 사실을 깨닫기가 무섭게 적 지휘관이 공중으로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소리쳤다.
“혁명군이 함정에 빠졌다! 지금 즉시 댐을 개방하라!”
댐의 문이 개방되며 몬스터의 출입과 저수량을 통제하던 댐이 완전개방상태에 도달했다. 바깥의 이변을
깨달았는지 퇴계원 수중던전이 거세게 강물을 쏟아내며 몬스터들을 배출했다.
“kikiki!”
“kuzanaraka!!”
삼지창을 든 리자드맨들이 거대한 괴어를 타고 댐 아래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개중 일부는 바깥으로
기어 나오며 성진의 특수부대와 쾌유천의 쾌검대를 향해 접근했다.
“작전변경. 현 시각부로 눈앞의 적을 모조리 섬멸한 뒤, 개방된 댐을 다시 봉쇄한다.”
“하게 둘까보냐! 혁명군을 쳐라!”
쾌유천이 자세를 낮추며 한 가닥의 영역을 뻗어내며 적 지휘관을 향해 섬전과도 같은 을 그었다.
키아앙!
그 일격을 상대는 명백하게 ‘두 눈으로’ 확인하며 커다란 방패를 만들어 막아내었다.
“레고?”
“묻는다고 순순히 대답해줄 것 같더냐!”
무너진 방패에서 레고조각이 떨어져 내리더니 총을 든 작은 병사의 형태를 이루었다.
타다당!
레고총에서 발사된 총탄을 검으로 튕겨내며 쾌유천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실제 총의 위력이나 다름없다.’
‘저 녀석… 구현계열 초능력자인가. 그것도 이 파괴력이면.’
‘A급 최상위.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동급의 실력자다!’
엄청난 내구성을 지닌 레고를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레고 컨트롤러가 변화무쌍한 방식으로 반격에 나섰
지만, 쾌유천 또한 순순히 당할 인물은 아니었다.
정면에서의 사격, 후방에서의 투석, 방패 너머로 날아드는 창과 대포, 하나뿐인 검의 방어를 무력화시키
기 위해 각기 다른 타이밍으로 가해지는 공격을 모조리 눈에 담았다.
고급기술 – 인지가속
연계기, 삼초무량(連繫氣, 三招無量)
질풍연격이니 쾌도난마니 하는 수준을 아득히 넘어섰다.
삼초에 한해 보장되는 절대적인 공격 속도.
극도의 자기강화기술 앞에서 검격이 헤일처럼 일어났다.
카가가가강!!
두 대장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양측 부하들도 교전에 돌입했다. 머릿수는 쾌검대가 더 많지만
실력에서는 성진의 특수부대가 앞장섰다.
애초에 죽을 각오로 남은 이들이 실력조차도 남다르니 쉽게 끝날 전투가 아니었다.
“죽어라!”
“그렇게는 안 되겠어요.”
“컥! 어, 어느 틈에….”
위기에 빠진 쾌검대원들의 사이로 주아름이 신출귀몰하게 나타나며 검을 휘둘렀다. 아름다운 미모와 유
려한 검술에 조금이라도 시선이 집중된 자들이 연달아 목이 날아갔다.
“저 계집을 죽여!”
“안 돼! 부대장을 지켜라!”
각양각색의 초능력이 빗발치듯이 주아름에게 쏟아졌다. 이를 저지하고자 쾌검대 대원들도 재빨리 주아
름에게 가세하며 그녀를 위협하는 초능력을 받아치거나 몸으로 막았다.
“크아악!”
“제, 제길. 화력이 너무 강해!”
공격이 집중되기 시작하자 주아름을 돕던 쾌검대원들이 빠르게 쓰러졌다. 보유한 장비의 차이가 가뜩이
나 심한 실력차이를 한층 더 악화시켰다.
“큭, 수가 너무 많아.”
순수한 검술만으로 다른 초능력자들 사이에서 쾌검대 부대장의 자리를 유지해왔던 주아름이기에 검술만
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초능력 폭격에 큰 동요를 드러냈다.
공격수단이 유효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적들은 아예 작정하고 화력을 끌어올려 폭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만둬, 개자식들아!!”
“커헉!”
주아름을 몰아붙이던 특수대원 몇 명이 연달아 쓰러졌다.
“암습이다!”
“어디냐!”
“배후로 순간이동을 하고 있어!”
이정수가 연달아 순간이동을 사용하며 적들의 배후를 급습했다. 덕분에 초능력폭격이 중단되며 여유를
되찾은 주아름이 적들을 향해 달려들며 소리쳤다.
“지금입니다! 전원, 일제돌격!”
“우아아아아!!”
뒤늦게 대응에 나서려던 특수대원 한 명이 배후에서 나타난 이정수의 단검에 목덜미가 꿰뚫려 죽었다.
“제기랄! 별 것도 아닌 쥐새끼 주제에!”
“아, 안 돼. 대응에 늦었어!”
“으아악!”
중거리 마법폭격의 기회를 놓친 특수대원들이 쾌검대원들의 접근을 허용하고 말았다.
적들은 근거리 난전에 돌입하고도 상당한 저력을 보였지만 집단폭격에 비하면 그 위력은 그리 대단하다
고 말할 수 없었다. 승세는 완전히 쾌검대에 기울었다.
“우후후. 하려면 할 수 있는 남자였군요. 훌륭해요, 이정수!”
“허억, 허억… 이 정도쯤이야, 별 것도, 후억, 허억…”
“저기, 호흡이 완전 엉망진창이신데요…….”
C급 초능력자인 이정수로서는 한계를 넘어선 도전이었다.
허나 전장이 완전히 정리되기에는 멀었다.
아직 몬스터들이 쾌검대의 후방에서 교전을 벌이고 있다.
댐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은 점점 늘어나는 중이다.
“지금 돕겠습니다, 단장!”
“댐을 먼저 막아라!”
쾌유천은 초조함을 느꼈다. 삼초무량을 사용하고도 살아남은 적은 보스 이후로 처음이었다.
‘어떻게든 저 방어력을 한 번만 돌파할 수 있으면…….’
‘돌파?’
쾌유천의 시선이 이정수에게 향했다. 주아름을 보며 성취감에 젖은 표정을 짓는 모습이 한심할 정도로 무
방비했다.
오싹.
쾌유천의 영역이 일순간 이정수를 감싸며 그의 정신을 날카롭게 곤두서도록 만들었다.
‘쾌검술사 쾌유천!’
‘설마 나보고 저 괴물을 상대로 암습을 걸란 말인가?’
뒤늦게 시선을 마주친 이정수를 향해 쾌유천이 눈짓을 보내며 입을 열었다.
“뒤를 봐라. 네 부하들은 이미 전부 죽었다.”
“그런다고 물러날 것 같나? 어림없는 소릴.”
“너도 지금 당장 부하들의 곁으로 보내주지.”
엄정하게 기세를 날카롭게 곤두세우며 두 눈에 훤히 보이도록 선명한 ‘일선’을 영역으로 그렸다.
마치 보고 피하라는 것처럼 기세를 올리는 행동에 적 지휘관은 당연히 한 걸음 옆으로 물러섰다. 암습을
가하기에는 실로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상대가 어디로 향할지, 어디에 주목할지 훤히 보이는 기회를 이정수는 본능적으로 노리고 순간이동 했
다.
푸확!
피보라가 솟구치고 적 지휘관이 쓰러졌다. 쾌유천의 이중일섬이 흔들리는 방어를 뚫고 적 지휘관의 목을
날려버렸다. 허나 그 대가는 결코 값싸지만은 않았다.
“아, 아파…….”
이정수가 손을 들어서 어깨를 만지려다가 허공에 손짓을 했다. 그는 일순간에 가해진 적 지휘관의 반격으
로 오른팔이 어깨부터 날아갔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쿵.
이정수가 쓰러지고 놀란 주아름이 다급히 달려와 도움을 요청했지만, 쾌유천은 눈길조차도 주지 않았다.
‘적의 주력 특수부대를 전멸시켰다.’
‘댐의 수문을 다시 올리는 것도 시간문제로군.’
‘이걸로 큰 고비는 넘겼나.’
이정수 같은 한계가 명백한 녀석을 최적의 타이밍에 소모했다. 그의 부상에 떠올린 생각은 고작 그 정도
였다.
드드드드드.
그보다 커다란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수문을 올리면서 발생하는 소리라고 여겼다.
“멀리, 더 멀리서 들리는 소리입니다!”
“저 위에 강 상류에서 나는 소리 같은데요?”
어리둥절하던 대원 중 한 명이 망원경을 들었다.
“씨발.”
대원이 대뜸 욕을 내뱉었다.
천박한 욕설에 미간을 찌푸린 쾌유천이 망원경을 뺏었다.
“뭐가 보인다고 호들갑이냐.”
망원경 저편에서 거칠게 밀어닥치는 폭류가 보였다.
물이, 엄청난 양의 물이 이쪽으로 밀려오고 있다.
“…….”
퇴계원 수중던전 남부에서의 전투 자체가 함정이었다. 북부에 자리한 상류 댐이 열렸다. 한 개도 아닌 상
류 댐 전체가 열린 것처럼 물살이 이미 강 너머까지 거칠게 몰아닥쳤다.
휩쓸리면 끝장이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피할 방법이 전무했다. 피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정말로 동귀어진을 노리고 있었다니.’
4월 혁명군의 핵심구성원들이 대거 포함된 쾌검대를 처음부터 몰살시키기 위해 준비된 이중함정에 빠진
것이다.
—
간만에 기력을 되찾아 2참을 올립니다!
[4회차] 공멸
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