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160
159 – [4회차] 오성과의 결착( )
4월 혁명군의 주력부대는 나를 따르던 직속부대와 이효인의 부대, 신규 간부급 인재 마태식의 부대가 전
부였다. 나머지는 각 부대의 생존자들을 모은 것에 불과했다.
“이효인과 마태식 부대는 김일식과 함께 양동에 나선다.”
“진심이세요? 그나마 유효한 전력을 양동에 넘기다니, 그럼 본대인 이쪽이 힘들어질 텐데.”
“부대궤멸을 경험한 이들의 원한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주아름, 너만 해도 복수를 위해 한시도 몸
에서 검을 멀리하지 않고 있지 않나.”
주아름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이해했어요. 그래도 아직 이해가 안 되는 게 남아있어요. 어째서 민지를 데려가는 거죠?”
“불만인가?”
“그쪽은 민지를 지키려고 저희를 포섭하고 조직까지 만들 정도로 애지중지 해왔잖아요. 아지트에 남겨둬
서 작전에 참여시키지 않는 편이 가장 안전한 거 아닌가요?”
지금까지는 그랬을지 모르지.
앞으로는 아니다.
“내 곁에 두는 편이 가장 안전하다. 이번 작전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돌아갈 곳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
아.”
“…알겠어요.”
주아름이 납득하자 더 이상 설득해야 할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곧장 오성의 비밀시설로 향했다.
3회차에서는 SS급 완성자가 있던 그 시설이었다.
‘이진태가 없이도 공략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때만큼 어렵지는 않을 거야.’
3회차는 지금보다도 신속하게, 그리고 철저하게 망했다.
던전이 대규모로 개방되고 몬스터웨이브도 심각했다.
모든 거대조직이 서로 칼부림을 하며 죽어나갔다.
S급 실력자가 실종되더라도 얘깃거리조차 되지 못했지.
지금은 다르다.
서울에 한해서 실종자가 다수 발생하기는 했지만.
그때처럼 몇 년이나 걸려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완성자의 ‘재료’가 보급되었을지라도 적응할 시간이 없다.
‘김일식의 말도 이런 점에서는 옳았군.’
‘완성자가 강해질 시간을 주어서는 안 돼.’
‘지금이 아니면 이 시설의 공략은 불가능했다.’
오성의 대비를 뛰어넘어서 허를 찌를 단 한 번의 기회.
그 기회를 향해 우리는 시설에 침투했다.
“적이다!”
“저, 저 녀석들은 4월 혁명군이잖아!?”
“검귀에 다크히어로까지 떴어!”
혼비백산한 오성 측 경비들이 어떻게든 우리를 막아서고자 커다란 방패를 들고 버텨보았지만 부질없는
저항이었다.
“쓰레기 같은 칠대기업 녀석들이 또 비열한 짓을 꾸미고 있었구나! 살려둘 가치도 없어!”
“다 죽여버려!”
주아름이나 내가 나설 것도 없이 동료를 잃은 조직원들이 격분하며 달려들었다. 방패는 1초 만에 형체를
잃고 우그러졌으며 경비들은 피떡이 되어 쓰러졌다.
콰앙!
당당하게 정문으로 쳐들어가자 곧장 비상경보가 울렸지만 넷이서 쳐들어갔던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무
려 250명이 우르르 몰려들어온 상황이다.
전에도 상대해본 하이브리드 초능력자들이 튀어나왔지만 이 정도로 수가 많으면 능력 몇 개를 지녔건 의
미가 없다.
“공격당하기 전에 먼저 해치워!”
“은신이다!”
“범위기로 조져!”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몸을 투명하게 만들고 달아나려던 하이브리드 능력자 한 명이 초능력 폭격을 맞고
즉사했다. D급이나 C급 능력자도 힘을 합치면 매서운 법이다.
“미, 미친 자식들. 여기서 뭘 한 거야?”
“이쪽 실험대에 묶인 사람… 장기가 하나도 없어.”
생체실험의 흔적을 확인한 조직원들은 한층 더 격분했으며 거칠어진 걸음으로 내부를 향해 나아갔다.
퍽!
기다란 복도를 앞장서서 달리던 초능력자 둘의 머리가 별안간 뚝 떨어졌다.
“저격이다!”
“어, 어쩌지!?”
“적이 보이질 않아!”
물론 머릿수로도 어찌할 수 없는 강자가 있는가 하면, 수적 우위를 살릴 수 없는 초능력도 있기 마련이다.
무리하게 돌파를 시도하다가 조직원 일곱 명이 순식간에 죽어나갔다.
“비키세요.”
“여긴 위험합니다, 주대장님!”
“두 번 말하지 않아요.”
주아름이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로 어렴풋이 기세가 흘러나오자 조직원들이 기겁하며 뒷
걸음질 쳤다. 완숙한 A급 초능력자들이나 보이는 [마나포화]현상이었다.
“전부 방어하면서 돌파해야 한다. 가능하겠냐?”
“충분해요.”
주아름이 검을 뽑아들며 빠른 걸음으로 달려 나갔다. 통로 저편에서 육안으로 잡아내기도 힘든 속도의
‘공기 탄’이 연달아 날아들었다.
티잉, 카아앙!
주아름은 저격공격을 직감으로 감지하며 제 영역에 들어오는 족족 모조리 맞받아쳤다. 당황한 상대가 몇
발의 탄환을 더 날리는 사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주아름이 통로 끝을 앞뒀다.
우우우우웅!!
위기감을 느낀 상대가 등을 돌려 달아나는 대신, 최대출력으로 공기의 벽을 만들어 밀어붙였다.
탄환 하나는 검으로 베어내어 튕겨낼 수 있지만 두꺼운 벽은 벤다고 튕겨질 만한 공격이 아니다. 이내 주
아름의 검신에도 만만찮은 기세가 밀집하였다.
촤아악!
벽과 검이 맞닿는 순간, 거짓말처럼 100mm도 넘는 두께의 공기벽이 갈라졌다. 그런 검격을 십여 차례
연달아 쏟아내며 주아름은 통로 맞은편에 도달했다.
“컥!”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누군가가 쓰러졌다.
주아름이 칼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말했다.
“진입로 확보완료. 넘어오세요.”
“응용력이 대단하군.”
나는 주아름의 응용력에 솔직하게 감탄했다. [강제정지]. 대상의 움직임을 즉각 정지시키는 초능력을 그
녀는 자신의 검 위에 코팅이라도 한 것처럼 덧씌웠다.
그녀의 검에 베인 물질은 움직이지 못했다. 한 번이라도 베이면 연달아 수어 번에서 수십 번의 참격을 받
아야 한다.
‘베지 못하면 역으로 위험해지는 건 주아름이지만.’
‘그녀가 베지 못할 상대가 몇이나 있을까?’
초능력으로 만든 공격조차도 근원요소의 변화를 정지시켜서 강제로 벨런스를 무너뜨린다. 주아름의 공
격은 비물질적인 대상에게도 통한다는 말이다.
중거리 공격조차도 그녀의 뛰어난 검술실력과 고급기술 [완전방어]가 더해져 충분히 돌파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인식조차도 할 수 없는 초장거리 공격. 베더라도 힘의 여파를 해소할 수 없는 고위력군 초능력을 제외한
다면…….’
주아름은 어떤 초능력자를 상대로도 능히 상대를 죽일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사실상 S급 초능력자로의
길이 열렸다. 그녀가 강해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경비들은 뭘 하는 거야! 침입자들이 벌써 3층까지…!?”
“호, 호출기를 눌러야… 끄아악!”
▷초능력 발동
묘한 짓을 벌이려는 연구원들은 주아름이 나서기도 전에 내가 먼저 손을 썼다.
▷(Hidden)도전난이도 : 필중
▷상대방의 정신방어력에 대한 돌파체크
▷자동성공
전국민이 생중계로 보는 와중에 살인소장을 파멸시킨 경험 덕분에 정신교란의 등급은 대폭 상승했다. S
급에 도달한 정신교란은 범위와 위력 면에서 전과는 수준부터가 달랐다.
연구원들이 흡사 지옥에서 기어 나온 악마라도 마주한 것처럼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다가 제 입에 총을 우
겨넣었다.
타앙!
누군가 말릴 새도 없이 연구원들이 그대로 자살했다. 조직원들은 갑작스러운 이변에 몹시 당황했지만 나
는 건조한 목소리로 그들의 동요를 끊었다.
“작전은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 계속해서 전진한다.”
“아, 알겠습니다.”
B급 키카드가 있는 하부동력실로 진입하면서 전에는 봤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성철이라고 했던가.’
‘본래의 능력에 그림자를 감추는 능력, 늪을 만드는 능력, 가속계열 능력까지 사중능력을 지닌 놈이 있었
는데.’
‘이번 회차에서는 시설 내에 보이질 않는군.’
어쩌면 그 모든 능력을 강제로 한 몸에 지니기 전이라서 항복하기도 전에 조직원들에게 살해당했거나, 아
직 이 시설에 잡혀오기 전일지도 모른다.
나름 판단의 근거도 있었다. 높은 지능능력치는 과거의 기억을 금방 떠올려냈다.
「하이브리드 초능력자는 수명이 짧아. 약을 복용하면 반년 씩 더 살 수 있지만 그래도 최대 5년을 넘지
못해. 시설의 3년차 이상은 전부 극비임무로 최전선에 끌려갔어.」
3회차에서 하이브리드 연구소에 진입한 시기는 극 후반이다.
2028년 10월 29일.
오늘 2024년 1월 1일보다는 제법 시간이 지난 뒤였다.
사실상 4년 10개월이 지난 뒤의 일.
지성철이 잡혀 들어온 건 당시 기준으로 3년 이내.
아무리 빨라도 2025년 10월 30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어차피 녀석은 그렇게 중요한 인물도 아니다.
그 능력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만날 일이 없으면 좋겠는데.’
지성철을 재회하려면 하이브리드 연구소의 재료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나라가 개
판이 될 만한 대형이벤트의 저지에 실패하고 멸망루트를 밟을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서 재회하게 될 지성철의 초능력 등급은 기껏해야 B+급. 기존에도 D급 능력자였으니 실력도
형편없다.
‘봉성군 빌런보스 이억금만 해도 A급 초능력자였지만 실전에서는 처참하게 깨졌지.’
협회 기준의 히어로등급은 그만큼 허실이 크다. 시스템이 제공한 내 상태창을 기준으로 등급을 예상해보
면 이억금이나 하이브리드 상태의 지성철은 B-급에 불과하다.
반면에 주아름은 내 기준으로 봐도 A+급. 초능력을 각성한 뒤로 무섭게 실력이 붙어서 이제는 전성기의
쾌검술사와도 우열을 가려볼 여지가 생겼다.
“여, 여기서 썩 나가! 동력실에 침입한 사람은 전부 죽여야 한단 말이야!”
동력실 안에서 앳된 목소리가 들렸다.
조직원들이 크게 동요했다.
“저런 어린 애까지 실험에 써먹다니… 짐승만도 못한 놈들.”
“보스. 저 애는 데려가면 안 됩니까?”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애잖아요. 잘 달래면 될 겁니다. 예?”
그런 한가한 소리를 하는 조직원들과 달리, 주아름만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검을 전방에 겨누었다.
“멍청한 소리들 하지 마세요. 저게 평범한 아이처럼 들렸다면 기세를 읽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 하니까.”
“킥킥. 뭐야. 전부 속지는 않았잖아? 그쪽의 누나 강하네.”
커다란 터빈이 뿜어내는 증기 사이로 자그마한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아름이 검을 휘두르기가 무
섭게 실루엣이 일그러지더니 무언가가 날아왔다.
퍽
벽에 꽂힌 물건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B급 키카드.
하부동력실에서 찾고자 했던 물건을 상대가 건네주었다.
“이건 무슨 뜻이지?”
“집 좀 지켜달라고 부탁을 받기는 했는데, 솔직히 귀찮단 말이지. 그쪽의 누나도 강한데 형은 더 강하잖
아? 질 것 같지는 않은데 이길 것 같지도 않고. 그니까 그냥 보내줄게.”
“…….”
“어때? 손해 보는 제안은 아니잖아? 응? 아니면 나랑 한 판 해보려고? 그것도 나쁜 생각은 아니긴 한데.
대신 이 시설의 끝에 도달하는 건 포기해야 할 걸?”
“도령. 어떻게 할 겁니까?”
이전 회차에는 보지 못했던 놈이 나타났다.
전에는 이런 녀석을 보지 못했던 것도 하이브리드 능력자의 짧은 수명 때문에 먼저 죽어서 상대할 일이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회귀에 따른 이레귤러(Irregular, 변수)가 발생한 셈이다.
그렇다면 여길 지키는 녀석도 예전처럼 A급 하이브리드 능력자일 가능성이 높지만…….
느낌이 좋지 않다.
수라장을 수도 없이 넘나들며 단련된 위기의식이 자극받았다.
▷당신의 초능력이 ‘꺼림칙함’을 느낍니다.
▷당신의 초능력이 ‘교전회피’ 선택을 강제하고 싶어합니다.
언제나 비극을 강요하려고 들던 쓰레기 같은 초능력이 처음으로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돌아간다.”
“나중에 뒤를 공격당하기라도 하면…”
증기 너머로 쾌활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럴 걱정은 없어, 누나.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상당히 우연히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걸. 서
울이 그 지경이 되지만 않았으면 애초에 여기에 올 일도 없었다고?”
“…….”
“건들지 않으면 싸우지 않아. 계약 때문에 이곳을 지키고 있었을 뿐이니까. 이대로 돌아가면 어지간해서
는 평생 다시 볼 일은 없지 않을까 싶은걸?”
수상쩍은 녀석이 싸울 의지가 없다며 꼬리를 내리는데 구태여 목숨 걸고 위험에 직면할 이유가 없다.
“주아름.”
“…알겠어요.”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검을 회수한 주아름이 앞장서서 동력실을 걸어 나왔다. 이내 카드키를 회수한
조직원이 4층으로 향하는 출입문을 개방했다.
“영상송출은 잘되고 있는 거야?”
전투 외에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무심해 보이는 주아름과 달리, 민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전파가 차단되었다. 조직원 몇을 바깥으로 보냈으니 하층부에서 본 인체실험은 전국에 알려졌을 거다.”
“무사했으면 좋겠네. 늦지는 않았겠지?”
“그러게.”
나 또한 주아름처럼 무심한 어조로 대답하며 4층에 발을 들였다. C구역 연구동 경비를 죽여서 A급 접근
권한을 지닌 키카드를 습득했다.
저층보다 다소 강한 능력을 지닌 하이브리드 초능력자들이 다수 나타나며 조직원이 서른 명가량 죽었지
만 개의치 않았다.
‘외부연락조를 포함해도 남은 인원은 이백 명 가량.’
‘예전과 다르게 이번에는 힘도 상당히 비축했다.’
B구역에 앞장서서 진입하려던 주아름을 뒤로 물리고 통로 너머를 향해 은밀하게 영역을 전개했다.
범위에 걸린 상대가 매복을 감지 당했음을 깨닫자마자 을 걸어서 착란상태에 빠뜨렸다.
뒤늦게 진입한 주아름이 상대를 베고는 깜짝 놀랐다.
“S급 능력자야. 어떻게 매복을 알았어?”
“감으로.”
3회차에서는 이진태가 가볍게 해치운 상대였지만 이번에는 이진태가 없으니 그의 몫을 내가 대신해야
한다.
비축한 힘을 사용한 건 아깝지만 근원요소의 그릇부터가 전보다 훨씬 더 커졌다. S급 한 명의 매복에 오
십 명 가량의 조직원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혼란이 커지느니 이편이 깔끔했다.
‘양동부대는 이렇게 쉽게 일이 풀리진 않았겠지.’
‘그쪽에도 S급이 있다면…….’
거기는 김일식의 [위기감지]가 수도 없이 발동할 거다. 알고도 막을 수 없는 폭력 앞에서 양동부대는 궤멸
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확히 내가 바랐던 대로 말이다.
완성자 등장 임박!
[4회차] 오성과의 결착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