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19
019 – [2회차] 되다만 것들( )
김다연이 이상한 환약을 들이밀었다.
“이거 먹어.”
“뭔데?”
“몸에 좋은 거.”
나는 군말 없이 받아먹었다.
“…써.”
“물마시면 안 돼. 침으로 다 삼켜.”
이건 신종 고문인가?
힘겹게 커다란 막대사탕만한 크기의 단약을 모두 삼켰다.
뭔가 간질거리는 기분이 든다.
“자, 이제 눈감고 명상해.”
“……?”
“아이 참. 얼른 해봐.”
적당히 자리를 잡고 눈을 감았다.
슬며시 눈을 뜨자 김다연과 눈을 마주쳤다.
째릿하고 노려보는 시선에 기가 죽어서 다시 눈을 감았다.
“느껴져?”
“어.”
“응? 이렇게 빨리? 그럴 리가 없는데…”
“쓴맛이 느껴져.”
“…그거 말고 복부 중앙 안쪽, 혈관의 흐름을 의식해봐.”
몸에 좋은 보약이라도 먹었겠거니, 적당히 장단에 어울려줬다. 근데 정말로 뭔가 느껴진다.
“사람에 따라서 의식하는 시간은 다른데 보통 C급 초능력자라면 10분 정도는…”
김다연의 목소리가 점점 멀게 느껴졌다. 졸음에 빠지는 감각과는 다르다. 마치 무언가에 집중해서 주변
의 소리가 멀어지는 명상 본연의 감각에 가깝다.
청명하면서도 푸르른 숲, 정기를 듬뿍 머금은 나무가 맑은 바람을 보내주는 기분이 복부에서 들었다.
‘와… 진짜 좋네. 뭐지 이거.’
바람에 온 몸을 맡기는 이미지를 그리며 명상 속에서 재차 명상을 하고 있자니, 사지백해가 맑아지고 맑
은 피가 뇌로 공급되는 것 같았다.
기분 탓이더라도 이런 즐거운 착각은 얼마든지 더 하고 싶다.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즐거움을 누리고 있
으니 점점 의식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안 되는데……. 꿈에서 깨는 걸 아쉬워하듯이 안타까움에 어쩔 줄 몰라 했지만 명상은 매몰차게 깨지고
말았다.
▷특수한 단약을 복용했습니다.
▷단약과의 상성이 매우 뛰어나 를 뛰어넘은 의 명상영역에 진입합니다.
▷단약에 내제된 이미지 을 마주하여 손상된 원기가 급속도로 회복됩니다.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나타나지 않는 시스템 알림까지 등장했다. 잘은 몰라도 무언가 원작소설에나 등장
할법한 대단한 기연을 경험한 것은 틀림없었다.
“다연아. 나한테 뭘 먹였냐?”
“마, 말도 안 돼. 자발적으로 기의 인도와 수발, 혈맥의 정화까지 끝마치다니.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
이야!”
“어… 나 뭔가 실수했냐?”
“실수라니! 전혀, 전혀 실수 안했어. 완전 대박이야!”
“나 방금 도대체 뭘 먹은 거냐?”
김다연이 흐뭇해하며 대답했다.
“좋은 거.”
“이거 하나 더 없어?”
“없어. 정말정말 저엉말 귀한거야.”
“으음… 아깝네. 맛은 없어도 대단한 약이었는데.”
“후후. 당연하지. 십 년에 한 알밖에 못 만드는 귀한 건데.”
갑자기 걱정이 됐다.
“얼마 주고 샀어?”
“걱정 마. 돈 안 들었어. 운 좋게 구한 거야.”
“그래…? 아무튼 고맙다. 큰 도움이 됐어.”
김다연이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완치까지 어느 정도 걸릴 것 같아?”
“길면 석 달. 짧으면 삼주일.”
“잘됐네. 그거 끝나면 같이 무기나 구하러 가자.”
묘하게 적극적으로 변했다.
어제 나눈 대화가 떠오르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복수를 하고 싶다면 대결을 통해 승자를 겨루고, 승자의 뜻에 따르기로 한 약속…
바로 다음 날에 영약을 구해다주고 완치하면 무기를 구하자고 하는 건, 그녀가 내 뜻을 지지하겠다는 간
접적인 동의나 다름없었다.
해준 것 이상으로 받은 게 많아져버리니 몸 둘 바를 모를 것만 같았다.
“고마워. 어려운 결정이었을 텐데 날 따라줘서.”
“응?”
“어?”
“뭐가?”
“아니야?”
엇나가는 대화 속에서 김다연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오른손을 들어 내 이마를 쿡 찔렀다.
“도령이 너, 형편 좋은 착각 하는 거 아니야.”
“복수를 돕기로 결정한 거 아니었어?”
“내기에서 지면 그런다고 했지. 아직 대결 안했거든?”
“하지만… 이러면 내가 더 빨리 강해질 텐데?”
“흥. 고작 이 정도 해줬다고 내가 질 거라고 생각해? 이거라도 해주지 않으면 대결이 성립도 안 되거든?”
생도시절 같은 B반이면서 순위도 더 낮았던 그녀가 하는 말로는 조금 엉뚱하게 들렸다.
“총 맞으면 아프긴 하겠지만 권총 피하는 게 그렇게까지 어려운 건 아닌데…”
“누가 권총 쓴다고 했어?”
“응? 아니야?”
“당연히 아니지. 대결에는 저격총 쓸 거야.”
“저격총!?”
대결을 빙자한 살인예고였냐!
“농담 아니야. 대결하다가 죽고 싶지 않으면 진짜 부지런히 강해져야 할 걸?”
“…그래야겠네. 괜히 영약을 준 게 아니었어.”
“후후. 동기부여로는 충분하지?”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친다. 단순 근력트레이닝으로 끝낼 게 아니라 본격적인 체력단련과 주기적인 실전
성장을 겸비할 필요가 느껴졌다.
“각오하는 게 좋아. 오늘부턴 엄청 빠르게 강해질 거니깐.”
“후후. 기대할게? 아 맞다. 그리고.”
“…이번엔 또 뭐야.”
“점심은 뭐 먹고 싶어?”
“해주는 거 아무거나.”
“콩밥 먹고 싶어?”
“…오므라이스.”
“음음. 좋아, 훈련계획이 그려졌어. 한 시간만 기다려!”
훈련계획이 먼저 그려지는 요리법으로 겸사겸사 오무라이스를 만들지 말란 말이야…….
마음 같아선 내가 하고 싶지만 요리는 본인이 한 팔로 활동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면서 강력하게 희
망,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다.
말리고 싶은 마음도 없잖아 있지만 요리를 할 때마다 기뻐하는 얼굴을 본 탓에 이제 와서 말리기도 뭐했
다.
‘얘랑 결혼할 남자가 진짜 부럽네.’
시답잖은 생각도 잠시, 평소보다 나아진 몸 상태를 고려해 한층 철저한 훈련을 시작했다.
***
빠르면 삼주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원기의 완전회복까지는 최대기한으로 생각한 석 달을 전부 다 채웠다.
간간히 들른 병원에서 의사쌤이 제지를 했던 탓이다.
“영약 복용에 의한 회복이라. 도령군, 어디 남몰래 숨겨둔 천억 단위의 재산이라도 있었나?”
“제가 그렇게 비싼 걸 먹었습니까?”
“하하. 가치도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귀한 걸 복용했다니, 전생에 나라라도 구했나보네.”
처음엔 그냥 비싼 걸 먹었다고 부러워서 방해하는 줄 알았는데 막상 이야기를 들으니 그럴싸했다.
“원기회복을 북돋는 영약은 본래 장기적으로 천천히 약효가 작용하는 약일세. 그런 특성을 무시하고 회
복속도가 빨라지려면 필연적으로 다른 리스크가 존재하기 마련이지.”
“영약복용의 부작용이 있다는 말입니까?”
“바로 보았네. 자세한 부작용은 복용하기 전의 영약을 구해 성분을 분석해보아야 알겠지만… 자네야 생
각 없이 다 먹어치웠을 테니 분석은 불가능하겠군.”
원작주인공, 레드프린스 이진태 녀석이 원작소설에서 영약 발견할 때마다 건포도 씹듯이 먹어치워서 부
작용 그딴 거 있는 줄도 몰랐다.
그놈이야 워낙에 대단한 놈이라 그런지, 마왕군 사천왕의 일원이라는 전생 때문에 그런지 눈에 띄는 부작
용이 없었던 것 같지만 일개 엑스트라인 나는 경우가 달랐다.
“일단 알고 있는 대로 열거하자면 보통 부작용은 수명감소, 정신질환, 변이, 암, 주화입마가 존재하네.”
“아니 미친 영약 먹었는데 그딴 게 왜 걸려요?”
“원기의 과도하게 급속한 회복은 몸과 뇌가 회복속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해 호르몬분비 이상을 초
래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네. 혹시 논문에 관심 있나?”
“전혀요.”
“그럼 그냥 이렇게만 알아두게. 앞으로 자네의 운이 어떤지에 따라서 방금 말한 질환들이 하나도 안 걸릴
수도, 전부 다 걸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더럽게 끔찍한 저주였다.
영약을 먹으면 보통 건강해지기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럼 부자들은 영약 뭐 하러 먹어요?”
“한 달 뒤에 죽을 양반이 일 년 뒤에 죽으려고.”
“아.”
그거 말 되네.
“게다가 그치들은 보통 재능이 없어서 자네처럼 급속도로 회복을 마치지 못한다네. 실제로는 일 년이 아
니라 십년을 더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아오. 뭐 이렇게 억울한 경우가 다 있어요?”
“그래도 영약 먹을 때 상성이 좋으면 부작용보다 긍정적인 변화가 발생하는 경우가 더 잦다고들 하지. 석
달 다 채워서 소화했으면 나머진 그냥 운에 맞기고 대충 살게.”
의사치고는 참 속편하고 무책임한 소리가 아닌가 싶었지만 사실이 그런지라 어쩔 수 없었다. 애초에 영약
이나 체력포션이 실존하는 세상에서 의사란 딱 그런 존재이다.
치유재능 초능력자나 치료포션이 없을 때 대신 의지하는, 한의사보단 비싸지만 초능력자보단 값싼 의료
인 말이다.
“에라 모르겠다.”
무진장 고민한다고 걸리려던 암이 ‘님 고생한 거 봐서 한 번만 봐드림’이러는 것도 아니다. 김다연과의 약
속대로 무기나 사러 청계천에 방문했다.
무기공방이나 무기상점, 길드상점, 대장간, 백화점에서 버젓이 무기를 파는걸 떠올리면 조금 어리둥절했
다.
“중고무기가 싸잖아.”
“중고는 하자가 있어서 내다파는 거 아니야?”
“으휴. 우리 도령이 경제관념이나 잔머리가 없어서 어뜩해~.”
김다연이 내 허리를 찰싹 때렸다.
“예산 얼마나 들고 왔어?”
“삼천만원.”
“그 돈으로 무기점 가면 뭐 사겠어?”
“공산제 전신장비.”
“공산제 제품의 성능은 좋다 안좋다?”
솔직히 미묘했다.
“그냥 그렇지.”
“그럼 쓰던 주인이 사망해서 내다팔린 희귀등급 전신장비를 같은 값에 사면 성능이 어떻겠어?”
“나쁜 거 아니야?”
“구멍 뚫리고 그런 건 나쁘겠지. 그거 피해서 사는 게 안목이고.”
“하긴 이런 건 너가 더 잘 알겠지.”
그러려니 납득하는데 김다연은 아직 안 끝났다며 갑자기 기습퀴즈를 냈다.
“공산제 제품은 일련번호가 있다 없다?”
“있다.”
“일련번호는 사건발생 시 범인추적에 쓰인다, 안 쓰인다?”
“…쓰인다.”
“풋. 아카데미에서 공부는 열심히 했네?”
거참 좋은 거 배웠네.
“대충 가리면 되는 거 아니야?”
“불심검문에서 걸리잖아.”
“희귀장비는 더 눈에 띄지 않아?”
김다연이 고개를 저었다.
“으휴. 그러니까 무기는 여러 개를 써야지. 희귀장비는 성능은 기본이고 평상시에 눈속임용으로 보여주
기도 딱이야. 장기적으로 봐서 무조건 이득이니까 그냥 사.”
“…알았어.”
“여기부터 보자.”
보통 이럴 땐 소설 속 지식을 활용해서 숨겨진 상점으로 앞장 서서 안내하고, 미감정 아이템도 잘난 체 하
면서 알아보고 그래줘야 하는데.
원작주인공 새끼가 하도 엽기적인 녀석이라서 중고장비를 산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진태 그 양아치 녀석은 그냥 무기를 삥 뜯고 다녔지.’
착한 놈은 호구로 만들고 나쁜 놈은 재산을 털어버리고 악한 놈은 영혼까지 뜯어먹는 마귀 같은 녀석.
그게 이진태다.
장비를 사더라도 구질구질하게 청계천에 오느니 백화점 가서 남의 돈으로 최고급 장비를 구매할 거다.
“거기 생도들 도검류 찾으면 일로 와봐”
“쟤네 무기에 니스칠 해! 저기 갈 바에 나한테 와!”
“아니 이자식이 상도덕도 없이 이러기야? 니넨 광검 판다면서 형광도료 칠하다가 적발됐잖아!”
“아니 이 손님을 개돼지로 보는 놈이 누구한테 말대꾸야?”
“야이 유교탈레반같은 새꺄! 지금 내로남불 하냐?”
“…….”
멍하니 구경하고 있자니 손이 홱 낚아 채였다.
김다연이 내 손을 붙잡고 앞장섰다.
“입구 근처는 시원찮아. 일로 와.”
골목 사이를 누비며 다니는 솜씨가 한두 번 온 모양새가 아니었다. 기껏해야 17~18세 사이를 오가는 나
이에 노련한 용병마냥 장비들을 훑어보며 점포들을 건너뛰었다.
“오 여기 좋네.”
“그러게. 있어 보이는 것들이 많네.”
“아저씨. 이거 얼마에요?”
주인으로 추정되는 아저씨가 문신이 새겨진 팔을 보란 듯이 보이며 말했다.
“12억 5천.”
“…너무 비싸잖아.”
잔뜩 위축된 내 모습에 김다연이 자기만 믿으라며 자신만만하게 나섰다.
“여기 주인 몇 명 잡아먹은 저주템 있어요?”
“오우. 뭘 좀 아는 손님인가?”
주인장이 곧장 피로 물든 강철메이스를 꺼냈다.
“뇌속성 인챈트까지 된 장비라네. 이거라면 1억에 해주지.”
“사용내역이 어떻게 되는데요?”
“주인 셋이 있었는데 다 자기 메이스에 맞고 죽었네. 가끔 지 멋대로 적의 손으로 날아가는 기능이 있거
든.”
“에이 그건 좀 그렇다. 인챈트까지 된 상태로 넘어가는 건 솔직히 양심 없네요.”
“으음. 솔직히 안 팔리는 무기긴 하지. 절반 퉁쳐서 오천에 내주지. 어떤가?”
“좀만 더 인심 써서 삼천 어때요? 대신 환불불가 계약서 작성할게요.”
“콜.”
70% 할인이라는 기적의 에누리를 달성한 김다연이 짐짓 자랑스레 내게 물었다.
“어때?”
“안사.”
“어째서!?”
나야말로 묻고 싶다.
지 맘대로 적한테 넘어가는 무기를 왜 사라는 건데.
[작품후기]
돈이 없어서 저주템을 구매하는 가난한 자퇴생들 ㅜㅜ
[2회차] 되다만 것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