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194
193 – [5회차] 단체전( )
재능의 한계와 노력의 한계를 느꼈던 3회차와 달리, 이번 5회차의 조별수업의 경과는 무척 뛰어났다.
“헉, 헉… 저놈들은 왜 저렇게 터프하지?”
“입 열지 마. 지쳐서 못 따라가.”
제갈민과 한동훈이 얼굴이 벌게지도록 악착같이 달리며 안간힘을 썼다. 이전에는 저 두 사람에게도 뒤처
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역으로 내가 앞장서는 위치가 되었다.
옆에서 뛰는 최상수가 저런 시시한 놈들이랑 팀원이 되다니, 하는 뚱한 표정을 짓기에 바로 말을 걸었다.
“체력이 튼튼한데? 무투최강자에 걸맞은 기본실력이야.”
최강이라는 말만 붙이면 표정이 풀어지는 바보답게 금방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이 돌아온다.
“음. 그러는 너도 나쁘지 않다. 강유아도 생긴 거랑 다르게 기본체력이 확실하군.”
“지루해.”
“조금만 참아. 전술훈련강의에서는 개인유격으로 개별활동 가능해지니까.”
원래세계의 군대에서라면 치를 떨고 기피했을 유격이지만 초능력자들이 실전에 필요한 체력을 기르고자
실행해왔던 극기훈련에 비하면 애교나 다름없다.
강유아는 벌써부터 기대된다는 표정이다. 치킨을 그렇게나 잔뜩 먹고도 살이 안찔 만했다.
“이 팀이면 1등은 따 놓은 당상이겠네. 마음이 아주 편해.”
훈련을 마치고 대기실에서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제갈민이 엉뚱한 소리를 했다.
“뭐? 우린 1등하면 안 돼.”
“어?”
“너 몰랐냐? 나 마법그룹이랑 초상그룹하고 거래했다고. 1등이랑 2등 팀은 무조건 걔네들이다.”
“아니 진짜로?”
“그래 진짜로.”
악을 써가면서 1등을 해봤자 그 두 그룹을 적으로 돌린다면 원작 이진태와 마찬가지로 온갖 개고생을 다
해가면서 십대세가와 투닥거리게 된다.
가주급 강자의 저력을 몸소 체험했던 4회차의 기억이 있는 이상, 그런 경험은 두 번 다시 되풀이하고 싶
지 않았다.
‘초상계열 TOP10의 일원 마인성. 그가 속한 마씨세가의 가주 마진성만 해도 아찔했지.’
뒤늦게 십대세가와 손을 잡은 이진태가 원작에서 얼마나 잘나갔는지를 생각하면 저들은 결코 적으로 두
어선 안 된다.
인재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명문 중의 명문이라 손꼽히는 십대세가의 반열에 오른다는 건 그만큼 엄청난
저력을 지닌 가문임을 의미한다.
정치력과는 별개로 순수한 전투력의 측면에서도 일개사단 정도는 우습게 박살낼 괴물들이다.
‘다 죽이고 가문도 초토화당할 작정이 아닌 이상에야 섣불리 군부와 싸우려 들지는 않겠지만.’
흑막의 영향력이 없다시피 한 십대세가와 달리, 군부는 이미 썩을 대로 썩었다. 당장 15년 전까지만 해도
군부에 의한 독재정치로 암흑시대가 열린 게 이쪽세계 대한민국이다.
“이진태 강진혁 팀을 이기지 못하면 크게 손해 보겠네.”
“그런 셈이지. 그러니 우린 그 팀을 이길 준비만 철저하게 하면 된다.”
“납득은 가지 않지만 일단 알았다.”
이따금 외출을 하는 걸로 봐서 제갈민은 생도시절에도 스펙터 에어리어를 드나드는 게 틀림없다. 정신이
그쪽에 팔린 나머지 나와 TOP10간의 거래에 대한 소문을 흘려들은 모양이다.
그래도 이진태 팀만 무너뜨리면 상위권 성적은 가뿐이 거둘 수 있으니 팀워크를 해칠 균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김이 샐 정도로 무난하네.’
재능이 부족한 사람은 하나도 없어서 그런지 무슨 수련을 하더라도 진도가 팍팍 나갔다. 오죽하면 책사타
입인 제갈민이 계책이 필요한가 싶다며 앓는 소리를 낼 정도다.
“한도령 생도. 방어술 실력이 나쁘지 않군. 어디서 전문적인 교육이라도 받았나?”
물론 그 중에서도 단연 발군으로 손꼽히는 사람은 나였다. 칭찬에 인색한 신진수마저 방어술 교수로 수업
을 진행하다가 그리 물을 정도로 나를 높이 평가했다.
근데 뭐라 대답하기가 곤란하다. 다른 회차에서 댁한테 직접 배웠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했습니다.”
“…….”
생도들뿐만 아니라 신진수까지 뭐 이런 띠거운 놈이 다 있냐는 투로 나를 째려보았다. 조금 민망하기는
한데 아예 이렇게 뻔뻔하게 나와 버리면 의심을 살 일도 없다.
“납득할 수 없다! 세상이 재능만 있으면 뭐든지 다 되는 줄 알아!? 한도령, 방어술 실력에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나와 방어술로 대결을 하자!!”
열받은 생도 한 명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중위권에서는 그나마 쓸 만한 생도라고 평가받는 배근혁이
라는 놈인데 그거 말고는 뭐 하나 아는 게 없다.
“쟤 뭐하는 놈이냐? 방어술 잘해?”
“괴력맨 초능력을 지녔지. 힘만 센 게 아니라 방패를 다루는 솜씨가 좋은데다가 작년에는 캡틴아메리카
코스프레도 했고, 방패에 스티커도 붙이고 다닌다던데.”
“아, 아니거든!? 누구 멋대로 음해를 하는 거야!!”
배근혁이 빽 소리치자 정보통인 제갈민이 이걸 더 괴롭힐지 말지 고민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됐다. 애 괴롭히려고 물어본 거 아니야.”
“사람 좋기는.”
“방어술 대결을 원한다고 했지? 받아주마. 한번 해보자.”
아직 정신적으로 미숙한 생도간의 대결에서는 사상자가 나올 가능성 때문에 가상필드에서 대결을 진행
했다.
“심판은 방어술 교수인 내가 봐줘야겠군.”
신진수는 선뜻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만큼 배근혁의 방어술이 뛰어나고 내가 깨지는 모습을 한 번쯤은 보
고 싶다는 사적욕망도 있어서 귀찮은 일을 자진해서 맡은 것 같다.
“방어술대결의 승패는 열 페이즈의 공격을 누가 더 많이 견뎌내고, 더 많은 충격을 흘리고, 더 많은 완전
방어에 성공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해서 점수로 환산하여 평가한다.”
“준비 됐습니다.”
“시작해주세요, 신교수님!”
“페이즈 1 개시. 다른 생도들은 관전가능, 개입불가. 시합을 치르는 두 생도는 방패 이외로 공격불가, 소
모품 사용불가, 아티펙트 사용금지를 부여하지. 카운트 10 센다.”
“…….”
“…….”
“10.”
신진수가 입을 열기 무섭게 대뜸 가상필드 저편에서 독침이 날아왔다. 반사적으로 막아내기는 했는데 어
이가 없어서 쳐다보니 신진수가 띠거운 표정을 지었다.
“이거 룰 위반 아닙니까?”
“페이즈 개시선언은 먼저 했다. 전장에서 친절하게 카운트를 기다려주는 적이 있겠냐? 제 1 페이즈는 기
습방어다.”
말이야 맞는 말이다.
그래도 부정시합은 아닌지 당황한 건 배근혁도 마찬가지였다.
독침 페이즈가 끝나자 다음은 화살비가 쏟아졌다.
비 오듯이 쏟아지기는 하는데 특별한 힘이 실린 건 아니다.
방패 위로 아우라를 덧씌워서 방어면적을 늘려 막았다.
“제 3 페이즈 개시.”
왱왱거리는 소리와 함께 가상필드에 벌떼가 나타났다. 이쯤에서 배근혁이 나가떨어지겠구나, 하고 돌아
봤는데 놀랍게도 나보다 먼저 벌떼를 모두 쓰러뜨렸다.
‘뭐지? 어떻게 저리 빨리 쓰러뜨릴 수가 있었지?’
일단은 시합부터 이기고 보자. 강한 힘으로 실드차징을 거듭하며 벌떼들이 달아날 새도 없이 왕창 때려잡
았다.
제 4 페이즈의 기관총을 단 전투용드론의 맹렬한 사격은 터프한 내구력으로 제 자리에서 밀려나지도 않
으며 탄환이 떨어지도록 전부 견뎠다.
5 페이즈나 6페이즈, 7페이즈도 신체능력을 기반으로 약간의 방어술 기교를 더하니 막기 자체는 성공했
다.
“이제부터는 난이도가 크게 올라간다.”
신진수의 경고대로 가상필드의 환경이 급변했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폭우가 기습적으로 쏟아지는
가운데, 어디서 암기가 날아올지 긴장하며 기감을 끌어올렸다.
예민한 기감에 뭔가가 잡히기는 했는데, 정작 그것이 무엇의 전조인지를 깨닫고는 인상을 와락 구겼다.
‘신진수 이 미친놈이 생도한테 뭘 막게 시키는 거야.’
하늘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그대로 번개가 내리쳤다. 방패를 든 손아귀에 힘을 잔뜩 실으며 원거리 공격을
튕겨내는 [반탄]의 묘리까지 섞어서 방어를 시도했다.
방어 자체는 성공했다.
그러나 완전방어라고 부르기에는 기교가 부족했다.
‘시발 현역 히어로 데려와도 이건 못 막잖아.’
세상에 번개를 막을 수 있는 초능력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S급 히어로도 방심하다가 번개 맞으면 걍 맞아야 된다.
완연한 SS급이라면 완전방어도 성공했겠지만.
내 실력이 아직 완전한 SS급이라고 할 수는 없다.
몇몇 능력치가 SS급에 도달했고 경험과 기술이 많을 뿐이다.
내가 이 정도면 저놈은 아예 기절했겠지.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돌아봤는데 어이없게도 멀쩡하다.
“너 뭐냐? 왜 그리 멀쩡해?”
옷에 그을음이 남은 나와 달리, 저쪽은 아주 뽀송뽀송한 가상필드 전용 신상 옷차림 그대로였다.
“끝나고 보던가.”
9페이즈에서는 지진, 10페이즈에서는 무슨 운석이 떨어지는 것까지 흙투성이가 되가면서 막아냈는데
다행히도 마지막에 가서 배근혁이 방어에 실패한 덕분에 체면은 살렸다.
그러나 정작 모든 페이즈를 마치고 점수를 환산한 결과, 신진수는 배근혁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대결은 배근혁의 승리다.”
“어떻게 그런 결과가!”
“한도령 생도. 네 실력은 인정한다. 확실히 나쁘지 않은 방어술이고 그를 뒷받침할 신체능력도 갖추었
지.”
“그런데도 제가 졌단 말입니까?”
“배근혁은 신체스펙에서는 널 따라잡을 수 없다. 대신 보다 신속하고 완벽한 기술로 8 페이즈까지 완전
방어만 성공했지. 그 가산점이 승패를 뒤집은 거다.”
그건 번개도 완전방어에 성공했다는 말이었다.
“아니 번개를? 그걸 어떻게 완전방어를 합니까?”
“말하지 마세요, 신교수님. 한도령, 예습복습 좀 한다고 잘난 체 하지 말라고. 한 분야에 한정된 실력이라
면 우리들도 너보다 나은 실력자가 될 잠재력을 지녔으니까.”
“…….”
대결을 끝마친 뒤, 강유아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기분 상했어?”
“전혀. 오히려 좋은 도움이 되었어.”
배근혁. 오늘까지는 주목도 안하고 관심도 없었던 한 생도와의 방어술대결이 내게 새로운 깨달음을 안겨
주었다.
갑자기 방어술의 묘리를 깨닫고 방어술고수가 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보다 더 값진, 초능력의 운용에
대한 심화적인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괴력맨이라는 초능력은 방어술에 특화된 초능력이 아니야. 그런데도 자연지력에 속하는 번개까지 완전
방어에 성공했다는 건 체내에 파고든 충격을 모조리 흘려냈다는 뜻.’
초능력 때문에 괴력을 내기 위해 급속도로 발달되거나 변환되는 근육을 역이용해서 체내의 신체변환으
로 충격에너지를 자연스럽게 흘려보낸 거다.
말로 해도 어렵고 실전에서 성공하기엔 더욱 어려울 정신나간 난이도의 기교가 다름없다. 원래 저렇게 쓰
라고 있는 초능력도 아니었을 거다.
그런데 그걸 해냈다. 초능력은 개발여하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꼭 데빌메이커의 방식이 아니더라도 괜찮은 거였군.’
초능력의 새로운 사용방법.
그건 내 초능력인 [강제하는 선택]에도 존재할지 모른다.
“배근혁!”
“뭐, 뭐야. 시합에서 이겼다고 해코지라도 하려는 거냐?”
“아니. 좋은 승부였다. 인상적인 실력이었어.”
솔직하게 감탄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자 당황한 배근혁이 우물쭈물하다가 대답하는 둥 마는 둥 하며 달아
났다.
“뭐야, 힘도 센 놈이 훈남인 척 하기는……. 여친 앞이라고 저러는 건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못 들을 내가 아니었지만 그 목소리에 담긴 감정이 그리 적대적이지 않음을 깨닫고는
그냥 도망치게 내버려두었다.
강하다는 건 이유 없이 누군가의 원망을 살 이유가 되기도 하는데, 처음에는 내 강함에 적의를 품고 덤볐
던 배근혁도 대결을 마치고는 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의 실력을 인정했기에 불화 없이 끝난 대결은 어떤 의미로 올바른 갈등해소나 다름없었다.
‘신진수 저 양반이 이걸 노린 건가?’
성질머리 더럽고 까다로운 양반이기는 해도 일단 선생은 맞구나, 하며 내심 감탄하는데 신진수가 대뜸 혀
를 찼다.
“생도수준에서 자연재해의 방어가 가능하다니. 이번기수 생도들은 너무 재수 없군.”
“…….”
“내년 신입들은 우주환경이나 심해 잠수정에서의 활동도 상정하고 괴롭혀줘야겠어.”
역시 신진수는 그냥 쓰레기였다.
***
한도령과 배근혁의 방어술 수업대결에 대한 이야기는 아카데미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진태의 팀이
그 소문을 듣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도령이 방어술 대결에서 패배했다고?”
“정말이야. 방금 다른 생도 몇 명한테 직접 확인했다니깐?”
이신이 물고 온 소문에 장규아가 고개를 끄덕여주자 그제야 이진태도 진지하게 고민에 빠졌다.
“방어술, 방어술이라… 왠지 이게 한도령의 약점과 이어질 것 같은데. 이번 시합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이건 파헤쳐봐야겠어.”
“방어술 따위를 전문적으로 연마해봤자 극강의 일격 앞에서는 손도 못쓰고 깨져나간다. 헛수고야, 헛수
고.”
강진혁은 별 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냥 한도령이 쉬엄쉬엄 하다가 실수라도 해서 개망신을 당한
거라고 여겼다.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성장차이는 이런 일상에서 벌어졌다.
지나치게 강한 힘을 지녀서 오만해진 것은 이진태와 강진혁 모두 마찬가지였지만, 이진태는 환경이 달랐
다.
전생의 마왕군 사천왕으로서의 지식.
그것은 반드시 승리한 과거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이진태의 전생은 패배의 기억에서도 자신을 더 높은
경지로 이끌어줄 힌트들을 놓치지 않았다.
철저한 준비성이야말로 전생자의 이점을 극대화하는 이진태 개인의 강점이었다. 그 준비성이 지금, 완전
방어라는 고급기술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
템포가 너무 느려져도 곤란하기에 다음화는 분기시험으로 넘어갑니다!
[5회차] 단체전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