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2
002 – [1회차] Dead End
친구의 장례식을 마친 뒤, 나는 간부를 찾아갔다.
“미안하다, 도령아.”
“왜 죽었습니까?”
“모르겠다. 다른 조직원도 많이 죽었다. 아무튼 우리 잘못이 아니다.”
간부의 지껄임은 믿을 수 없었다.
은퇴자금을 털어서 정보상에게 의뢰를 맡겼다.
“아카데미에 이송되는 보급품 차량을 습격하는 작전이라고 했었나? 그거 처음부터 다 들켰던데. 아카데
미에 작전을 유출한 밀고자가 있었다. 너희 조직에 배신자가 있었군.”
“…그놈의 이름은?”
“이미 아카데미 측에서 신분세탁에 들어갔다. 더는 추적도 불가능해. 명문 오성아카데미의 영향력을 고
려하면 이 이상 파고들었다간 이쪽 목까지 날아간다고.”
정보상은 손을 땠다.
허나 무의미한 정보구매는 아니었다.
“어, 어째서 오성 아카데미가 여기까지!”
“크아악!”
조직의 지부가 불타올랐다.
오성아카데미 소속 생도들과 현역 히어로의 습격이다.
정보 덕분에 보복을 예측했던 나는 미리 몸을 빼낼 수 있었다.
“개 같은 녀석들.”
조직이야 망해도 싼 놈들이다.
나도 적잖이 손을 더럽혔다.
그건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너희가 떠밀었잖아.”
하지만 우리가 아카데미에 진 빚은 너무나도 막대했다.
정상적인 사회생활로 다 갚으려면 평생이 걸린다.
빨간 줄까지 그였으니 암흑가의 생활밖에 답이 없었다.
“멋대로 기대하게 하고, 멋대로 내던졌잖아!”
그런 아카데미가 이제는 친구도, 조직도 없앴다.
더는 생계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내 복수심이 저들을 죽이길 원했다.
“뭐냐 너. 살기가 충만한데. 조직의 인간이냐?”
“……!”
무너져가는 지부를 노려보던 내 뒤로 흥미어린 소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돌아본 내 눈에 소설 속
에서 튀어나온 것만 같은 붉은 머리칼의 소년이 보였다.
나른한 눈매, 심드렁한 표정, 비죽 치켜 올라간 입까지 모든 게 소설 속에서 갓 튀어나온 [주인공]이었다.
“오해입니다. 저는… 조직에 원한이 있었습니다.”
“아닌 것 같은데.”
별 다른 노력도 없이, 간단하게 힘을 얻고 지 맘대로 휘두르면서 인생의 행복을 누려왔을 주인공. 그런 녀
석의 시선에 조금씩 살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상대방의 정신방어력에 대한 돌파체크
▷돌파실패
▷초능력의 발동에 대한 은폐체크
▷은폐실패
▷반발형 정신공격에 대한 정신방어체크
▷방어성공
파지직!
내 정수리부근에서 샛노란 스파크가 일다가 픽 꺼졌다.
하마터면 일순간에 뇌가 타버려 죽을 뻔했다.
목숨은 건졌으나 초능력으로 수작질을 부린 것을 들켰다.
“네놈… 감히 겁도 없이 본좌에게 정신공격을 시도해?”
죽었다.
빼도 박도 못할 위기의 순간인데 공포보다 분노가 앞섰다.
친구의 복수를 하지도 못하고 개죽음을 당한다.
‘망할.’
그보다 더 분한 일은 없었다.
원통함에 두 주먹만 단단히 움켜쥘 때였다.
“저런. 모처럼 좋은 능력을 달고도 그게 뭐니?”
“뭣…! 누구냐. 어떻게 내 결계를 뚫었지!?”
“데빌메이커. 세간에서는 메인빌런이라고도 불린단다.”
옥상 맞은편에서 홀연히 나타난 괴인의 존재감에 주인공이 흠칫하며 물러섰다.
아무리 강력한 주인공이라도 18살의 나이가, 고작 4년의 성장기간이 발목을 잡았다. 아직 성장이 끝나지
않은 주인공에게 메인 빌런은 승리를 장담 못할 강적이었다.
“아카데미의 기대주, 레드프린스 이진태. 그쪽도 탐나는 싹이지만… 지금 갖고 싶은 건 다른 쪽이야.”
데빌메이커가 망토를 흩날리며 손을 뻗었다.
바로 나를 향해서.
“강해지고 싶니?”
“나? 나한테? 도대체 왜?”
“너는 강해질 수 있어. 지금보다 훨씬, 훨씬 더.”
무수한 빌런 중에서도 수배순위 상위 100명에 속하는 범국가적인 범죄자, 메인빌런. 그 중에서도 서열
20위권 내에 속하는 거물수배자 데빌메이커가 나를 원한다.
“거짓말.”
“진짜야.”
아카데미도 포기한 내게서 재능을 보았다.
“내가 점찍은 아이의 성장기대치는 최저 S급.”
그녀는 메인빌런을 양산하는 메인빌런. 데빌메이커의 선택을 받은 자는 십중팔구 메인빌런으로 성장을
끝마쳤다.
‘원작에서는 달랐어.’
원작에서 그녀가 탐낸 예비 메인빌런은 주인공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내가 있다.
또한 이곳은 더 이상 소설이 아닌 현실이다.
“일생일대의 기회란다. 두 번은 없어.”
“…….”
“따라오겠니?”
나는 데빌메이커의 손을 붙잡았다.
첫 번째 삶의 최대분기점이라 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
데빌메이커는 내게 신세계를 열어주었다.
“네 능력은 타인에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야. 스스로에게 사용하는 능력이지.”
“스스로에게?”
“아, 물론 치킨이냐 피자냐 같은 시시한 선택에 쓰라는 건 아니야. 그건 잘못된 사용법이지.”
그녀는 대뜸 헬스기구를 가리켰다.
“앉아.”
“그리고요?”
“당겨.”
“…….”
나는 묵묵히 기구를 당기며 쇠질을 했다.
잠시 후, 체력이 달리며 피로를 느끼기 시작할 무렵.
“슬슬 버겁지? 그만두고 싶지?”
“후욱… 후욱…”
“네 능력은 바로 여기에 쓰는 거야.”
“??”
“훈련을 그만두고 싶은 망설임을 없애는 선택.”
“…!”
“일명 [훈련속행]. 이것이 네게 알려줄 첫 번째 사용법.”
데빌메이커의 가르침은 내게 커다란 혁신을 일으켰다. 선택장애가 선택을 하게 하는 초능력 따위, 채용
인지 탈락인지 고민하는 면접심사관한테나 쓰는 능력이라고 여겼다.
그런 시시한 능력을 스스로의 의지가 꺾일 때마다 사용하자, 내 신체의 수련강도와 수련효율이 급격히 상
승했다.
“사람을 죽인 경험은 있니?”
“있죠.”
“죽여야 할 사람도?”
“…있죠.”
“그런 사람에게 가족이 있고, 죽여서 안 될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된다면?”
나는 얼마간의 망설임 끝에 대답했다.
“……그래도 죽일 겁니다.”
데빌메이커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죽이겠지. 하지만 대답이 늦었어. 그 시간은 네가 지닌 망설임의 크기야. 실전에서는 네 목숨이 날
아가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시간이지.”
“크윽…”
“그런 망설임에 만약 네 능력을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본 적 있니?”
“!!”
“그래. 이것이 네 능력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두 번째 방법. 바로 [정신무장]이란다.”
수 있는 지름길을 찾았다.
“바위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드니?”
“단단하다?”
“그걸 주먹으로 때리라고 하면 무슨 생각이 드니?”
“미쳤다?”
“그렇지. 근데 강해지려면 가끔은 미친 짓도 저질러야 해.”
설마 진짜로 바위를 후려치라는 건가 긴장했지만 다행히도 데빌메이커는 싱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에 대한 망설임, 저항을 뚫고 그걸 ‘저질러버리는 선택’을 하게 만드는 능력발
동. 이것이 네 능력의 세 번째 사용법, [상식돌파]란다.”
“……!”
“이 사용법은 앞으로의 네 사고의 한계를 크게 확장시킬 있단다. 수가 없거나 벽에 막혔다 싶을 때마다 써
보렴.”
그녀의 세 번째 가르침은 단순한 성장에 머무르지 않았다. 내 안의 두려움과 망설임, 얽매임을 무시하고
과감하게 저지를 수 있는 행동력과 의외성을 만들어냈다.
세 번째 가르침 이후로 그녀는 몇 차례의 실전에 나를 투입시켰고, 나는 몇 번의 시설파괴와 요인암살에
성공했다.
“훌륭해! 네 성장속도는 기대 이상이구나. 하지만 이 누나는 무지 바쁜 몸이라 언제나 수련을 봐줄 수는
없어요. 다음에 찾아올 때까지는 이 리스트를 실행하면서 독학하렴.”
데빌메이커는 무려 파괴시설명단과 암살대상명단 두 장만을 남겨둔 채, 수련시설에 날 두고 훌쩍 사라졌
다.
나는 오 년에 걸쳐서 차근차근 리스트를 수행하고, 때로는 실패하여 필사적인 도주를 감행했다. 허나 분
명한 것은 내 성장이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는 사실이다.
“확실해. 나는 강해졌다.”
1년차 즈음에는 무투계열 사이드킥인 D급 히어로 수준이었지만 2년차에는 무투계열 히어로인 C급 수준
으로, 3년차에는 숙련된 히어로인 B급으로 성장했다.
4년차에는 자신만의 히어로 사무소나 도장을 꾸릴 수 있는 A급으로 성장했으며, 5년차에는 일개 지역의
패자인 S급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절대로 약하지 않아.”
잡스러운 빌런 하나도 벌벌 떨면서 목숨을 걸고 잡아야만 했던 시절과 달리, S급 히어로와 격전도 펼칠
수 있다.
“…그런데도 부족해. 명문, 오성아카데미를 모조리 무너트리기에는.”
리스트의 수행을 거의 끝마친 뒤로 나는 오성아카데미 출신 졸업생들을 하나씩 암살해나갔다. 얼마 전에
는 A반 졸업생 중 하나인 S급 히어로 철왕과도 결전을 펼쳤다.
온 몸을 강철로 만드는 수수한 능력의 소유자였지만 5년간의 고속성장을 마친 신체로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암살이 아닌 정면승부였다면 필패였겠지.”
최초의 일격이 만든 우위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기에 얻을 수 있었던 승리였다. 이대로 1년이, 나아가
10년이 더 지난다면 S급 히어로도 우스운 절대강자가 될지 모르지만…
더는 시간이 없다.
원작에 예정된 대형사건이 잇달아 터지며 히어로들의 성장속도 또한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심지어 이대
로라면 주인공의 성장이 너무나도 미친 듯이 빨라진다.
‘5년 전에도 그놈은 데빌메이커와 동급이었어.’
그에 비하면 나는 이제야 간신히 그때의 그녀를 [암살]로나 상대할 수 있는 수준.
S급 무력을 지녔지만 초능력이 뒤를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과 조건에 막대한 제약이 달린 존재. 세간에서
흔히 말하는 S-등급이다.
“데빌메이커의 초대장…”
그런 내게 그녀의 초대장이 왔다. 원작 이벤트대로라면 이 초대장소에는 A급 빌런들이 떼거지로 모인다.
무려 히어로협회의 지부 하나를 단체로 습격하는 정신 나간 총공세의 현장에 초대받은 셈이다.
허나 이 자리에 모인 빌런들은 90% 이상이 죽는다.
“…레드프린스 이진태.”
암중에서 마왕군 사천왕의 사악한 수작질로 폭풍승진을 거듭한 주인공이 무려 [부지부장]으로 취임하고,
자신의 부하들을 떼거지로 등용한 지부이기 때문이다.
“훌륭하구나. 많이 성장했어!”
“…덕분입니다.”
“협회지부습격. 마음의 준비는 되었니?”
그런 죽을 자리에 찾아온 이유.
달리 있을 리가 없다.
내게는 은인이나 다름없는 데빌메이커를 구하기 위해서다.
“가자. 오늘부로 오성지구의 협회지부는 지도에서 사라지는 거다!”
“우오오오오오!!”
막강한 빌런들과 예상치 못한 뛰어난 수준의 히어로들. 양측의 팽팽한 접전 속에서 데빌메이커는 원작대
로 지부장을 제거하고 승기를 가져오고자 특공대를 꾸렸다.
당연히 그 안에는 나 또한 포함되어 있었고, 빌런들은 날 보고 든든함을 느꼈다.
“데스워리어! 저 정도의 빌런이 함께 한다면 전열은 믿고 맡길 수 있겠어!”
“가증스러운 협회 놈들을 쓸어버리자!”
지부장실 앞을 지키던 히어로들을 순식간에 곤죽으로 만들어버린 빌런들이 당당하게 문을 박차고 난입
했다.
“앙? 뭐야, 니들은.”
그런 우리를 반긴 것은 축 늘어진 뚱땡이를 한 손에 쥐고 있는 붉은 머리칼의 미남자였다.
“…응? 저거, 저놈 손에 들린 거 지부장 아니야?”
“죽었는데?”
“저런 빌런이 우리 중에 있었나?”
목표물인 지부장이 먼저 살해당한 어처구니없는 상황.
물론 상대는 원작의 주인공, 이진태다.
“레드프린스! 어째서 네가 여기에?”
당황한 데빌메이커가 그리 묻자 레드프린스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아, 짜증났다고 이 뚱땡이. 마침 조질 기회만 노리고 있었는데 빌런들의 습격이라니. 지부장이 죽어도
저언혀 이상할 거 없는 상황이잖아?”
“하. 제 입으로 약점을 내뱉다니. 우릴 다 죽일 자신이라도 있는 거냐? 아니면 빌런이라도 될 셈인가?”
“그야 자신이 있는 게 당연하잖아.”
레드프린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무서울 정도로 고농도의 마나가 전방의 빌런 몇을 집어삼켰다.
“크아아아악!”
“사, 살려..”
3초.
잿더미가 된 시체들이 흩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마, 말도 안 돼.”
“적염의 공주도 저 정도의 화력은 아니었다고.”
딱. 딱.
규칙적인 울림 속에서 초당 한 명의 빌런들이 불타죽었다.
망연자실한 데빌메이커를 향해 나는 소리쳤다.
“당장 도망쳐!”
주인공의 짜증스러운 눈이 내게 닿은 순간, 나는 곧바로 바닥을 있는 힘껏 발로 내리쳐 무너뜨렸다. 균형
을 잃은 주인공이 미처 손을 튕기지 못하고 함께 추락했다.
층 하나가 통째로 무너지면서 뿌옇게 시야가 가려지자 악몽 같던 즉사의 불길도 더는 이어지지 못했다.
“데스워리어! 이쪽으로…”
진즉에 도망쳤으리라 여긴 데빌메이커가 연기 속에서 내 옷소매를 붙잡았다. 그와 동시에 가공할만한 규
모의 에너지가 건물 전체를 짓눌러 부쉈다.
쾅!
콰과과과과!
나아가 지면이 짓눌리고, 시커먼 흑연이 깔렸다.
세상을 집어삼킬 기세의 살벌한 기운.
그 중심에서 시커먼 눈을 한 존재가 손을 뻗었다.
“너 이 자식…”
놈은 내 얼굴을 알아보지도 못했다.
아카데미 동급생들의 죽음에 분노하지도 않았다.
그저.
“어제 산 옷에 먼지가 묻었잖아.”
그딴 하찮은 이유로 말도 안 되게 분노했을 뿐이다.
어처구니없는 심정도 오래 가지 못했다.
새카만 불길이 내 몸을 집어삼켰고, 그걸로 끝이었다.
***
▷당신은 죽었습니다.
▷1회차 종료
▷사인 : 이진태의 흑염룡에 직격당해 즉사.
▷클리어점수 계산 중…
▷루트 점수(Total 512점)
-이민지 루트(애정, 진행도 D+, Dead End) : 256점
-데빌메이커 루트(호의, 진행도 C-, Dead End) : 256점
▷개인등급 점수(Total 32776점)
-히어로 등급(D-) : 8점
-메인빌런 등급(S-) : 32768점
▷사살 점수(Total 11117점)
-총 사살인원(1175명) : 117점
-C급 이상 사살인원(100명 이상): 1000점
-최대 사살등급(S-) : 10000점
▷파괴 점수(Total 1450점)
-총 파괴건물(15개) : 150점
-중요도 C 이상 파괴건물(3개) : 300점
-최대 파괴등급(B) : 1000점
▷1회차 최종 클리어점수 : 45855점
▷포인트 변환 45P
▷재시작(Save Slot 01)으로 10P를 지불합니다.
▷기억계승으로 10P를 지불합니다.
▷포인트 상점 개방!
▷2회차부터는 포인트 상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
아니, 어떤 의미로 내 삶은 이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친구의 죽음. 실패한 삶. 분노와 허망함으로 뒤섞인 최후.
‘하나도 잊지 않았어.’
그 전부를 기억하면서.
다시금 15살의 아카데미 생도로 돌아온 바로 이 순간부터.
2회차부터 회귀진행이 시작됩니다!
[2회차] 시작지점(Starting Po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