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206
205 – [5회차] 검왕지보( )
“다음 시간에는 폭주상태의 빌런을 상대하는 히어로의 대처법에 대해 배울 거다. 관심 있는 생도들은 미
리 관련사례를 알아보고 오도록. 이상.”
여느 때와 다름없이 히어로수업이 끝난 뒤, 대다수의 생도들이 외부교수의 이야기는 깔끔하게 무시하고
훈련이나 휴식을 위해 저마다의 장소로 흩어졌다.
“한도령이, 요즘 많이 바쁜가보다?”
“할 일이 생겨서.”
“네가? 어느 조직에 스카우트 되기라도 했냐?”
이신의 물음에 주변 생도들의 시선이 쏠리자 나는 능청스레 그에게 반문했다.
“한가하게 나랑 대화를 나눠도 되는 거냐? 이러는 사이에도 널 따라잡을 놈들이 있을 텐데.”
“으윽. 잠깐 쉬는 정도로 그리 간단히 따라잡힐 리가 없잖아.”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냐?”
대놓고 실망이라는 표정을 짓자 이신이 이를 뿌득 갈며 ‘아, 한다고. 수련 하면 될 거 아니야.’라며 돌아섰
다. 자연스레 내게 향했던 시선들도 빠르게 걷혔다.
“늦어.”
“미안. 중간에 이신한테 잡혀서.”
“그런 이상한 놈 친구로 두지 마.”
“하하..”
이신을 이상하다고 하기엔 강유아 너도 만만치 않아.
그런 내심은 애써 감추었다.
“제갈민한테서의 연락은?”
“처분은 끝냈다고 말했어. 검증결과도 확실하대.”
화이트킬러즈의 임무수행에 성공한 것과는 별개로 우리는 생포한 암살자의 처우와 쉬앤랑이 훔친 검귀
대의 재산을 어찌할지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 내린 결론은 보물은 취하고 암살자는 처분하는 것으로 끝났다. 구태여 화근의 싹을 남기거나 귀한
보물을 남에게 넘겨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암살자는 정말로 검귀대 출신이라고 했어. 우리가 회수한 검은 검왕지보라는 검왕의 보검형 아티팩트
중 하나래.”
“진짜냐…”
“이 검, 그렇게 쓸모 있지는 않아. 요리할 때는 잘 모르겠어. 도마랑 식탁까지 자르는 애물단지야.”
보검으로 왜 요리를 하고 자빠졌냐.
“요리하라고 있는 칼이 아니니까 그렇지. 불안해서 못 맡기겠다. 그냥 나한테 넘겨.”
“알았어.”
검왕이 아끼는 보검이라도 강유아의 손에서는 요리하기 불편한 칼에 불과하다. 일단 넘겨받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나한테도 쓸모가 있는 검은 아니었다.
“후우. 무슨 소유주를 타락시키는 마검이라도 지닌 기분이군. 오래 가지고 다닐 물건이 아니야.”
“기분이 나빠져?”
“그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지. 이거 계속 가지고 다니면 죽어.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검왕이 아끼던 보물이다. 십대세가의 가주 두 명을 동시에 해치운 SS급 내에서는
최강자일지도 모르는, 어쩌면 그 너머의 경지까지 도달했을 실력자의 보물.
쉬앤랑에게도 암살자를 파견한 마당에 아예 외국인에게 검이 넘어갔음을 알게 된다면 무슨 수를 쓸지 모
른다.
라지는데.] [Message(제갈민) : 내가 못쓰는 보물은 남도 못 써야지. 이왕 녹이는 김에 아예 수천 개로 나눠서 다른
단검이나 암기에 섞어 팔아치우면 복원조차도 불가능하겠지.]
제갈민은 검왕지보의 존재 자체를 없애버리라고 권했다.
그 또한 나쁜 조언은 아니다.
하지만 모처럼 손에 넣은 보물을 날린다는 게 싫었다.
“귀물을 처분할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싶단 말이죠? 어려울 것 없군요. 다만 독한 마음이 필요할 거예
요.”
혹시나 싶어서 마리왕비에게도 상담을 요청했는데 이게 정답이었다. 그녀는 제갈민보다 짧은 시간 고민
하고 더욱 흉험한 답을 들려주었다.
“그 검을 원수의 손에 들어가도록 꾸민 뒤에 소문을 흘리세요. 그가 검왕지보를 습득했음을 알게 된다면
검왕과 은원이 얽힌 십대세가와 검왕 모두가 원수를 죽이려고 들 거랍니다.”
“차도살인!!”
“귀물을 이용한 살인지계는 예로부터 국가를 막론하고 전세계에서 널리 쓰이던 책략이에요. 한도령. 당
신에게는 어떻게든 죽이고 싶은 대적이 있었지요?”
이진태.
그 이름을 떠올리자마자 마리 왕비의 저의를 깨달았다.
“이 검을 이진태에게 들려주라는 말이군요.”
“그래요.”
“방법은 어떤 식이면 좋겠습니까?”
“그 부분까지는 제가 신경써드릴 수 없어요. 이진태에게 의심을 받지 않고 검을 들려주는 법은 그를 적대
하고 연구해온 당신이 가장 잘 거예요.”
“일리 있는 설명이군요. 조언 감사합니다.”
마리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것과는 별개로 괴도실습은 어땠나요?”
“나쁘지 않았습니다. 유아에게는 괴도의 소질이 있습니다.”
“다행이군요. 유아는 착한 아이지만 살아온 환경이 각박해서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면모가 있어요. 앞으
로도 그 아이를 조심해서 신경써주세요.”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유아는 제가 책임지고 지키고 있습니다. 소홀해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부디 그 호언을 잊지 말아주시길.”
마리왕비의 거듭되는 우려를 달랜 뒤, 이진태에게 검을 들려줄 방법을 진지하게 모색했다.
대놓고 내가 검을 건네면 이후에 이어질 소동 속에서 이진태가 내 흉계에 빠졌음을 깨닫고 나까지 위기에
엮어버릴지도 모른다. 검의 출처가 밝혀지면 나 또한 곤란해진다.
‘다시 흑염룡을 배워서 현장에 흔적을 남겨둘까?’
얼핏 들었던 생각을 빠르게 지웠다.
초능력은 최하급인 F급 상태로 습득에 필요한 포인트만 무려 1000p에 달한다.
이번에 세이브로드를 사용하면서 설령 로드로 회귀도중 시점으로 재시작을 한다고 한들, 중간에 소모한
포인트는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막무가내로 포인트를 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계략 한 번에 1000p를 쓰는 건 너무 무책임해. 게다
가…’
흑염의 흔적을 남기는 건 이진태를 지나치게 궁지로 몰아버리는 행위였다.
검왕지보를 지닌 것과 이전 소유자를 죽이고 강탈하는 건 검왕측의 대응을 크게 변화시킨다. 이진태가 지
나치게 궁지에 몰리면 다시 로 숨어버릴지도 모른다.
‘이진태의 극의와 심상을 소모시키는 것과 궁지로 몰아서 타락루트를 밟게 하는 건 전혀 다르지.’
과유불급이라는 말마따나 지나치게 큰 이득을 노렸다간 아예 손을 대지 않았던 것만도 못한 사태에 도달
할 거다.
회귀자로서의 경험과 통찰력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막무가내로 지르고 보았겠지만, 이제는 내 행동이 어
떤 파급효과를 일으킬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절제할 수 있게 되었다.
마리왕비와 제갈민이라는 두 명의 책사 겸 조언자라는 존재 덕분에 조급함을 느끼지 않게 된 영향도 있
다.
계좌를 통해 급여를 지급해드리겠습니다.] [Message : 이쪽에서도 처분이 곤란하던 차였습니다.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Message(백의신사) : 괴도활동의 결과가 저희 측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되었습니다. 향후로는 화이트
킬러즈에서 정식으로 괴도미션을 수행하실 수 있을 겁니다.]
됐다.
본래부터 악인처단의 성향을 띄던 화이트킬러즈답게 악인의 보물이나 범죄의 증거를 회수하는 괴도는
그들의 입맛에도 딱 들어맞았던 모양이다.
강유아의 협력조직으로 화이트킬러즈를 선택한 것은 이번 5회차에서 얻은 커다란 결실 중 하나다.
“다음 괴도미션은 언제 해?”
“조금만 기다려봐. 그 전에 검왕지보부터 처분해야지.”
순간 기가 막힌 계획이 떠올랐다.
[Message : 우리가 넘겨주고 처분했다는 암살자. 시체나 소치품 중에 뭐 남은 거 있냐?] [Message(제갈민) : 팔토시가 남기는 했는데. 왜?] [Message : 흉계를 세웠어. 스마트워치로 나눌만한 이야기는 아니야. 직접 만나서 들려줄게.]방과 후에 찻집으로 가자 한동훈을 보디가드마냥 뒤에 세운 제갈민과 마주할 수 있었다. 나름 호위 삼아
데리고 나왔나본데 한동훈은 나랑 눈도 마주치기 어려워한다.
꼭 강반검을 눈앞에 두었던 3회차의 나처럼 압도적인 강자 앞에서 자신의 나약함이 알려지길 두려워하
는 모양새다.
“계획부터 들려줘봐.”
“이진태가 조폭들 패고 다니는 건 알고 있냐?”
“알아본 적은 있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난폭한 녀석이던데.”
“그 조폭들이 감쳐둔 던전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에 암살자의 팔 토시랑 검왕지보를 던져둘 거다.”
“뭐?”
“결계마법까지 쳐두면 몬스터가 주워가는 황당한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시체는… 없는 편이 낫겠군. 대
충 중국인 하나 구해서 중국어로 대충 몇 자 적어둔 종이쪼가리도 남겨두고.”
제갈민이 흥미로움을 감추지 못했다.
“우연히 찾아온 기연을 빙자하려는 거냐?”
“사연 있는 물건이 제 던전에 굴러들어왔다고 생각하게 만들 작정이다. 그놈 성격에 함정이라고 의심하
기보단 운이 따라줬다고 믿겠지.”
“그렇게 단순하게 속아줄까?”
“속을 거야. 너 같으면 너만 아는 곳에 보물이 생겼으면 운이 좋다는 생각부터 들지 않겠냐?”
“들겠지. 알면서도 피하기 어려운 함정이야. 욕심을 자극하면 눈에 보이는 함정도 합리화하는 게 인간이
니.”
제갈민은 진심으로 내 계획의 성사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의 협조 하에 이진태만 아는 던전에 작업
을 쳐두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이진태의 기해막측한 마법으로 들킬 가능성이 있기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손을 써두
었다.
“정말로 그 값비싼 스크롤들까지 써야 되냐?”
“이진태를 상대로는 신중을 기울여서 손해 볼 거 없어.”
“알았다. 뭐, 네가 준비한 계획이니 네 말이 맞겠지.”
괴도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중 내 몫을 전부 쏟아 부어서 스크롤을 구매했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
다. 돈과 맞바꾸어 이진태를 함정에 빠뜨릴 수 있다면 무조건 이득이다.
찌익! 펑!
스크롤을 찢자 변장상태의 나와 똑같이 생긴 분신이 나타났다. 마치 몸과 정신이 두 개로 나뉜 기분이 들
었는데, 높은 정신력을 집중해서 사용하니 어떻게든 조종법을 터득했다.
망토에 후드, 모자에 가면 등등 정체를 감출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체형과 골격마저 과장되게 변
장으로 감추자 세상에 더할 나위 없이 수상한 모습이 완성됐다.
⾐冠禽兽 ī ā í ò“ (Y gu n q n sh u, 금수 같은 새끼)…….”
유사 싸이코매트리 능력에 대비해서 중국어로 욕설마저 중얼거려준 다음, 적당한 장소에서 결계스크롤
을 찢고 비틀거리며 검을 바닥에 꽂아 넣었다.
툭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미리 준비해둔 짐승의 피가 묻은 팔토시를 흘리고 몇 걸음 뒤에는 중국어가 적힌 책
장도 흘렸다.
我永远不会原谅她 ǒ ǒ ǎ ù ì á à ā“ !(W y ngyu n b hu yu nli ng t !, 나는 절대로 그년을 용서하지 않겠다!)”
그 뒤에는 어디론가 다급히 달아나는 행세를 하며 순간이동스크롤까지 찢었다. 작전 하나에 값비싼 스크
롤을 물 쓰듯이 네 개나 써버렸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다.
이진태의 추적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아는 입장에서 정체를 감추는 과정에는 돈을 아끼면 안 된다.
‘이제 결과만 지켜보면 되겠군.’
결과를 지켜본다고 했지만 그리 오래 기다릴 것도 없었다. 바로 다음 날, 아카데미에 오자마자 검왕지보
를 허리에 찬 이진태를 발견할 수 있었으니.
***
이진태는 자신의 던전에 침입자가 감지되었다는 마법알림을 인식했다. 마음 같아선 곧장 괘씸한 쥐새끼
를 잡아 죽이러 가고 싶었지만 아카데미에는 감시카메라가 많다.
안 그래도 시험에서 한도령과 싸우면서 사용한 순간이동 마법 때문에 깜짝 놀란 양범호가 귀찮게 굴고 있
는 와중이다.
순간이동 마법을 다시 사용했다가 ‘마법 같은 트릭’이 아닌 ‘진짜 마법’임을 들키면 애로사항이 커질 건
자명했다. 이진태는 애써 인내하며 일과를 마친 뒤에 던전으로 향했다.
“이 장소에서 있었던 일을 재현하라.”
재현마법을 발동하자 이진태의 눈에 부상 입은 괴한이 들이닥쳐 얼쩡거리다가 보검을 감춘 뒤, 중국어로
욕설을 중얼거리다가 허겁지겁 달아나는 모습을 확인 했다.
“이건…! 제법이군. 설마 이런 보검이 있었다니.”
이진태는 희색을 띠며 검을 잡았다. 당장은 마법을 쓰고 다니지만 그는 검에도 일가견이 있다. 전생의 마
왕군 사천왕은 이런저런 잡다한 기술에도 능했다.
“그런데 저 괴인은 뭐라고 중얼거렸던 거지? 다른 국가의 말인가. 흐음…”
이진태는 스마트워치를 꺼내 독수리타법으로 어렵사리 메시지를 보냈다.
[Message : 외국어 번역법 무엇하다] [Message(장규아) : 진태 니가 쓰고 있는 말이 외국어잖아.] [Message : 이상하다 내말?]방대한 마왕군 사천왕의 지식과 현대지식이 혼용되며 생긴 사소한 부작용이었다. 사람 좋은 장규아는 이
진태의 웃기는 말투를 타박하는 대신, 구글번역 링크를 건네주었다.
무례한 이진태는 감사인사 대신 링크를 열고 자신이 들었던 중국어 발음을 그대로 음성 입력했다.
이진태는 혼란에 빠졌다.
“옷을 입고 짐승? 이쪽세계에도 수인족이 있는 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낯선 이국어가 중국어라는 사실과 이런 대단한 보검을 지닌 이를 패퇴시킬
정도로 강력한 수인족 여성이 있다는 사실은 알았다.
범인이라면 이쯤에서 두려움을 품고 검의 소유를 포기했을지도 모르지만 이진태는 평범한 사람과는 거
리가 멀었다.
“훗. 뭐하는 년인지는 몰라도 이 몸에 비하면 약자일 건 틀림없겠지. 한도령 그 녀석이 특별했을 뿐, 다른
놈들은 내 진짜 실력을 드러내면 전부 이길 수 있는 놈들이니.”
이진태는 TOP10급 강자들의 실력을 인정했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여기지는 않았
다. 한도령에게 패배한 이후로 나날이 거듭해온 특훈 덕분이다.
그런 그가 사연 있는 진귀한 보검까지 입수했으니 자신감이 넘칠 만도 했다. 그는 무어라고 적힌건지도
알아보기 힘든 쪽지를 내다버리고 검만 지닌 채 아카데미로 돌아갔다.
“…….”
그로부터 약 한 시간 뒤.
어둠 속에서 양범호가 걸어 나와 쪽지를 주웠다.
“한도령 못지않게 범상치 않은 생도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설마 하이브리드 초능력자였다니… 정부
의 그 실험이 벌써 이 정도로 성공한 건가? 그보다 이 쪽지는…”
중국어다. 외국어에도 일가견이 있는 양범호는 간단히 그 내용을 읽을 수 있었다.
“숙적 검왕에게 빼앗긴 가문의 보검… 피로 피를 씻으리라.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공존할 수 없다. 다
음 십년을 지배하기 위한 공안의 대계를 따를지어다…!?”
양범호의 낯이 딱딱하게 굳었다.
“정부의 능력자는 맞았지만 그게 우리나라 정부는 아니었군. 이 새끼는 중국정부에서 극비리에 만든 하
이브리드 초능력자이자 스파이였어.”
한도령이 준비해둔 안배는 양범호의 미행과 오해로 인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비틀어지기 시작했다. 그
것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현 시점에서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작품후기]
내년에 괴담동아리 볼 생각에 너무 신난 나머지
괴도를 괴담으로 잔뜩 오타낸걸 업로드 전에 발견해서 수정했습니다 >_<
[5회차] 검왕지보
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