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207
206 – [5회차] 검왕지보( )
이진태와 검왕의 무기를 가지고 다니기 시작하자 생도들의 관심이 잔뜩 쏠렸다.
“장난 아니잖아. 저런 무기는 어디서 구했지?”
“대충 보기에도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치 않은데.”
“이진태. 그 검 한 번 빌려줘 봐라. 한 번만 써보자.”
슬쩍 다가와서 손을 내미는 강진혁에게 이진태는 차갑게 손을 후려치며 대꾸했다.
“미쳤냐? 꺼져라.”
“뭐 이 새끼가? 너 따라 나와. 건방지게 누구한테 막말을 지껄여? 오늘 본때를 보여주마!”
단단히 열 받은 강진혁과 이진태가 비공식대련을 한다는 소식에 생도들이 구경에 나섰다. 나 역시 구경행
렬에 끼어들어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았다.
“정면으로 쳐부숴주마!!”
“지금의 내게 근거리는 더 이상 약점이 아님을 보여주지.”
이진태는 만근지력을 내세우며 달려드는 강진혁에게 정면으로 맞상대하였다. 힘과 힘의 격돌은 놀랍게
도 검왕지보의 존재 하나로 인해 이진태의 미세한 우위로 기울어졌다.
“내 힘이, 따라잡혔다고…!?”
“만근지력이네 뭐네 지껄여봤자 고작 6톤의 무게에 불과한 힘. 그딴 조잡한 능력으로 허세를 부리는 것
도 오늘까지다!”
“크윽…! 내 힘이, 이 초능력이, 조잡하다고…!”
힘 대결에서 강진혁의 발이 점점 뒤로 밀려나기 시작하자 생도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정면에서 강진혁
을 이기는 건 최상수와 나를 제외하면 이진태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검 하나 쥐었다고 강진혁과 호각이 될 수 있지?”
“마력전도율을 봐. 검에 뚜렷하게 맺힌 기운만 봐도 0.7은 넘었어. 저 정도면 지닌 근원요소가 고스란히
검을 강화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해. 저만하면 0.9는 되겠어.”
“이진태의 초능력이 저 검에도 고스란히 담기는 거나 다름없잖아?”
탁재윤의 의문을 신세연이 특유의 눈썰미를 발휘하여 해소해주었다. 두 사람의 대화를 훔쳐들은 다른 생
도들도 검왕지보를 보는 눈이 한결 달라졌다.
“까불지, 마라!!”
단단히 열 받은 강진혁이 순간적으로 허실을 섞은 힘겨루기로 이진태의 검왕지보를 흘리고 그의 복부를
강타했다. 자신만만하게 굴던 이진태가 일격을 맞고 20m를 나뒹굴었다.
‘한심하기는.’
결국 내 눈에는 그저 애들 싸움이다. 제 잘난 맛에 사는 놈 둘이 서로 다투고 있으니 누가 덜 방심하느냐로
승패가 갈리게 생겼다. 이런 수준 낮은 대결은 오래 볼 것도 못 된다.
그래도 이날의 대결을 통해서 이진태의 검왕지보에 대한 소문이 아카데미 바깥까지 퍼져나갔다.
“글쎄 우리 반에 이진태라는 생도가 그 검으로…”
“반에서 세 번째로 강한 무투계열 초능력자를 정면에서…”
“그 검 하나만 가지면…”
급기야 칠대기업에서 아카데미로 대리인을 보내기까지 했다.
“이진태 생도. 그 검을 저희 성진그룹에 매각하실 의향이 있다면 이 정도의 금액을 챙겨드리겠습니다. 건
물 몇 십 채를 구매하고도 남을 거금입니다.”
“그딴 푼돈에는 관심 없다. 꺼져라.”
“돈에 관심이 없다면 기업의 후원은 어떻습니까? 저희 기업에서 운영하는 길드의 신설 공격대장 자리
를…”
이진태는 제안이 들어오는 족족 모조리 걷어찼다. 어찌나 호쾌하게 거절하는지 지켜보는 쪽이 다 미안해
질 정도였다.
“훔쳐버리고 싶어.”
“…그건 아니지. 저거 가지고 있기 위험해서 우리가 떠넘겼는데 다시 훔쳐오면 어떡해?”
“쟤 표정 재수 없어. 뭔가 아니꼬워.”
마이페이스인 강유아는 전혀 다른 감상을 품었지만 그거야말로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이진태가 기
세등등하건 말건 우리는 화이트킬러즈에서 꾸준히 괴도미션을 수행했다.
예고장을 보내고 정치가나 길드간부에게 수탈당한 하급 아티팩트를 다섯 번쯤 훔쳐내자 세간에 소문이
퍼졌다.
조금씩 늘어나는 괴도의 인지도 덕분에 강유아는 요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지를 않았다.
돌려줄 주인이 이미 몇 년 전에 홧병으로 죽어서 갖게 된 아티팩트를 만지작거리다가 훗 하고 웃고. 식당
으로 가다가 갑자기 훗 하고 웃고, 시도 때도 없이 웃는다.
이제는 메시지로도 웃는다.
나는 졸린 눈으로 현재시각을 확인해보았다.
“…….”
[Message 시간별 차단 설정 – 24시~06시 사이에 강유아 님이 전송하는 메시지를 차단합니다.]
그래도 꼴에 원작주인공인 이진태에게 검왕지보라는 최상급 아티팩트까지 더해졌으니 가속화되는
TOP10의 성장세를 무서운 기세로 따라붙기는 했다.
훈련 도중 아카데미에 침입한 빌런을 이진태가 홀로 격퇴하기도 하고, 강진혁을 이겼다는 소문도 들렸
다.
2022년 8월 22일.
오성아카데미 2년차 3분기 도중.
검왕지보의 존재가 이진태의 덜미를 잡기 시작한 건 그 무렵부터였다.
“중국 공안의 초능력특무부대가 오성아카데미와 친선교류를 위한 대련을 제안했다고?”
“말이 좋아 친선대련이지 실력 한 번 보자는 거네.”
“하, 건방진 짱깨들 같으니라고. 한국 최고의 인재들만 모인 오성아카데미 생도들이 우습게 보였나?”
어이가 없어서 실소하는 탁재윤에게 신세연이 핀잔을 주었다.
“너무 깔보지 마. 중국 공안도 제 나라의 인재들을 모은 건 피차 마찬가지야. 머릿수가 많으니 실력 있는
초능력자들은 그쪽에도 많겠지. 특히 무투계열 성장세는 한국보다 높아.”
“그래봤자 짱개들인데 뭘 그리 옹호하지? 아니면 뭐야. 신세연 설마 너 쫄았냐?”
탁재윤의 경박한 언동에 신세연은 인상을 쓰며 입을 닫았다.
더는 이 바보와 연관되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한도령! 이렇게까지 거하게 도발당했는데 너도 이번에는 힘 좀 써야지.”
“그건 상황을 봐가면서 나서도록 하지. 내 선까지 오기 전에 너희가 다 끝내버릴 수도 있는 거니까. 탁재
윤이나 강진혁이나 다른 TOP10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적당히 탁재윤과 다른 오만한 TOP10들의 마음에 드는 말을 내뱉으니 괜히 나까지 귀찮게 굴려던 놈들이
태도를 180도 뒤집어서 으름장을 놓았다.
“당연하지! 우리가 누군데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냐? 조금 강하다고 우쭐대지 말라고. 네 차례
가 오기 전에 짱깨들은 우리가 모조리 쓰러뜨릴 거니깐!”
“흥. 지난 번 대결이나 시험에서는 졌지만 이번 한중 친선대련에서는 그간의 오명을 한 번에 갚아주지.”
친선대련은 양측에서 각자 선수를 내어 승자는 계속해서 대련을 치르고 패자는 다음 선수를 내보내는 승
자전 대결방식이 채택되었다.
“본 중화인민공화국의 최정예 인재들은 공안의 초능력특무부 직속대원 50인을 차출했습니다.”
“저희 대한민국은 오성아카데미 23기 A반 50인으로 친선대련에 참가하겠습니다.”
양측의 대표가 나와서 대련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는 가운데, 나는 그 대표라는 작자나 중국 측 인재들을
훑어보았다.
원작에서 중국의 초능력자들은 후반부에도 드문드문 나왔기에 지문에서 묘사로만 보았던 일부 인물들을
직접 보며 쏙 닮았다는 생각도 하고, 쟨 몇 달 뒤에 죽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주요인물은 저 셋인가.’
검귀대 부대장이랍시고 나온 놈은 기억하고 있는 이름과 다른 걸로 봐서 머지않아 죽을 변변찮은 놈이다.
알짜배기는 검귀대 직속대원 중 세 명이었다.
혈검구사자 챵오웨이.
무당괴인 장공도.
천마지체 소영린.
모두 다가올 다음 10년간 중국 초능력계의 정점을 노리는 차세대 인재들 중 선두주자였다. 중국 식 별칭
인 별호만 봐도 알겠지만 하나같이 무협에서 사파에 가까운 놈들이다.
‘공산당이 득세하고 있는 와중에 정파가 뿌리나마 남겨둘 수 있을 리가 없지. 무협처럼 정부가 구경하는
것도 아닌데.’
하나 된 심상을 공유하며 집단연구로 점차 개량해나가는 중국의 문파 단위의 초능력단체들은 자연스레
정부 아래에서 수탈하는 자의 입장이 될 것을 강요받았다.
정의로운 정도문파를 세우겠다며 의와 협을 주장한 참된 중국인들은 공산파의 무림개혁에 휩쓸려 다 죽
어나갔다.
‘그나마 목숨 건진 것들도 앞장서서 설치지 않고 중립을 내세운 놈들이고, 그런 놈들은 실력자가 위험한
전선에 내몰려서 하나씩 죽어나가고 세가 줄었지.’
원작 10권에 이르렀을 때에는 중국의 정도문파는 씨가 마르다시피 했고, 남은 이들도 영향력이 변변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어느 나라든 정부가 글러먹은 건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제 1 시합 양 선수 입장. 중화인민공화국의 선수는 멸악대원, 혈옥수 링랑! 대한민국의 선수는 오성아카
데미 A반생도, 신속의 이유성!”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무대 위에 선 두 선수가 서로를 경계어린 눈으로 쳐다본다. 그래봤자 저놈들은 전
부 중국 측의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
대련이 시작되고 나름 팽팽한 접전이 벌어졌다.
생도들은 누가 이기고 지는지에 따라 환호와 야유, 응원과 격려, 저주와 폭언 따위를 일삼았지만 나는 어
느 쪽이 이기고 지든 승부에 관심조차도 없었다.
‘이 타이밍에 중국정부가 친선대련을 제안한 건 원작에 존재하지 않는 이벤트였어. 이건 이진태가 지닌
검왕지보를 회수하기 위한 검왕과 공안의 수작이 틀림없어.’
평균적인 실력은 한국 측이 앞서는 덕분에 초전에서는 미세하게 한국이 우세를 점했지만, 중국의 수많은
인재를 기반으로 한 상위권 실력자들이 하나씩 등장하며 승패가 뒤집혔다.
연달아 3연패를 당한 뒤에는 참다못한 강진혁이 앞장서서 승기를 되찾겠다며 나섰다.
[16차전 : 한국 승(강진혁 1승) 중국 패(위요호안 3승1패)] [17차전 : 한국 승(강진혁 2승) 중국 패(뤄웨이 1패)] [18차전 : 한국 승(강진혁 3승) 중국 패(왕슈잉 1패)] 뛰어난 기교와 현묘한 기술로 승부를 보는 중국측 공안대원들에게 막강한 힘과 나름대로의 기술을 겸비한 강진혁은 예상치 못한 강적이었다.
물론 그 또한 19차전의 네 번째 시합에 이르러서는 중국 측 실력자가 나서며 상황이 달라졌다.
“笨!我会毁了你的⼒量.(Bèn! Wǒ huì ǐhu le nǐ de ì àl li ng.)”
“쟤 뭐라는 거야?”
“강진혁의 힘을 역이용하겠다고 하는데.”
제갈민이 워낙에 자연스럽게 내 물음을 받아 번역을 해주었던 탓에 5초는 지난 뒤에야 당황했다.
“중국어는 언제 배웠냐?”
“번역 칩을 뇌에 이식했지. 스펙터 에어리어 섹터 3에 진입하면 칩으로 언어 학습에 필요한 시간을 아낄
수 있어.”
“뇌에 칩을 심었다고? 미친. 그거 나중에 터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냐.”
“어쩌긴. 그럼 터지고 죽어야지.”
“미친놈.”
뇌가 회로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칩만 심었다고 외국어를 할 수 있게 될 리가 없다. 제갈민은 뇌의 일부
에도 시술을 받았다고 보아야했다.
“커헉!”
19차전 중국 측 선수가 강진혁의 힘을 고스란히 체내에 담아 자신의 힘까지 더해 일격에 되돌려주었다.
[19차전 : 중국 승(장허핑 1승) 한국 패(강진혁 3승 1패)]⼈ ⼈[남은선수 : 중국 38 한국 43 ]
강진혁의 패배 이후로 초반의 우세가 거짓말처럼 뒤집히며 중국 측이 잇달아 승리를 거두기 시작하니, 가
벼운 마음으로 친선대결에 참가한 생도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 ⼈[남은선수 : 중국 29 한국 20 ]
“제기랄! 저 자식, 아무리 시간을 돌려도 틈이 없어!”
“놀랍네요. 제 마법을 이 정도로 완벽하게 대응하다니…….”
심지어 탁재윤과 하정아까지 1명을 이기자마자 역상성을 지닌 공안대원과 마주하며 패배하기에 이르자
한국 생도들의 분위기는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나도 나갈래.”
“잠깐. 그 전에 이진태의 시합부터 확인해. 대결이 평범한 대결로 끝나지 않을지도 몰라.”
“…알았어.”
“뭐야. 중국놈들이 무슨 수작이라도 부린다는 거냐?”
“이신…! 엿듣고 있었냐?”
“딱히 그러려던 건 아닌데. 아무튼 수상하다 이거지?”
“그래. 저놈들 뭔가 수상해.”
“알았다. 그럼 나도 시합에 참가하지 않고 힘을 아껴두마.”
얼떨결에 강유아를 말리려던 것이 이신을 필두로 몇몇 생도들의 전력을 온존하는 일이 되었다.
나를 중심으로 생도 대여섯 명이 방관태세를 유지하자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이브이가 다가왔다.
“너네 애들은 왜 시합 안 나가?”
“마지막에 나갈 거야.”
“이유라도 있어?”
“뭔가 수상하대. 한도령이가 그리 말했으면 그런 거지.”
“그래?”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신이 멋대로 그리 말하자 이브이도 미심쩍다는 시선으로 중국 측 대원들을 쳐다보
더니 초상그룹의 출전을 자제시켰다.
덕분에 경기 중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우리들의 눈치를 보며 방관만 하는 생도들이 대부분에 이르렀다.
“약해빠진 한국인들. 겁먹기라도 했냐?”
“저 새끼가 지금 날 깔본 거냐?”
어색한 한국어였지만 도발로는 더할 나위 없는 발언.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우리랑 같이 시합참여를
꺼려하던 이진태가 욱하며 나섰다.
중국 측 대원 몇 명의 눈초리가 가라앉으며 입가에 스산한 미소가 어렸다. 마침내 놈들이 본색을 드러내
기 시작했다.
‘검왕지보를 되찾으려면 역시 힘으로 뺏는 게 제일이지.’
이진태를 때려눕히고 검왕지보가 본래 검왕의 것임을 알리며 강제로 회수한다. 혹은 이진태를 죽이고 그
의 사후에 검왕지보를 자연스럽게 회수할 방책을 내세운다.
어느 쪽이든 놈들의 노림수에 이진태가 살아있을 필요는 없다. 놈들은 친선대결에서 이진태를 죽일 작정
이다.
[5회차] 얄팍한 친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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