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22
022 – [2회차] 되고 싶은 자신( )
마침내 첫 실전투입의 시간이 되었다.
“와하하하핫, 아하하하핳!”
지금 우리를 두고 지 혼자 쪼개고 있는 녀석이 오늘 우리가 보조해야 할 담당히어로 허상준이다.
“너무 좋아. 신나. 행복해. 막내가 생긴다는 게 이런 기분이었나? 아하하하핳!”
“저… 선배님?”
“아참, 내 정신 좀 봐. 이름은 하상준. 1년차 히어로. 얼굴은 알고 있지? 가끔 사무실에서 대화도 했잖아.”
“아, 네.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리 딱딱하게 굴지 않아도 돼. 곽선배랑 다르게 나야 오픈마인드거든. 좋게 좋게, 편하게 편하게 가자
고. 응?”
나쁜 사람이 아닌 건 알겠지만 이런 녀석을 믿고 같이 출동해도 되는지 걱정된다. 김다연도 같은 심정인
지 시선을 마주치고는 소리 없이 한숨 쉬는 시늉을 했다.
“오늘의 업무는 순찰! 뭐, 순찰이라고 해봤자 보통은 별 일 없이 시청에서 의뢰받아서 사무실 차타고 시
내 드라이브나 하는 거야. 너네 운전면허증은 땄니? 아, 미성년자였지?”
“그럼 저희는 뭘 하면 됩니까?”
“한 명은 조수석에, 한 명은 뒷자석에 앉을 것!”
“넵!”
“그리고 안전벨트를 맬 것!”
“넵!”
“이제 나 심심하지 않게 아무 얘기나 할 것!”
“…….”
시답잖다.
이런 게 평화라는 거겠지만.
“현장출동영상에서 보았습니다만, 선배는 감속계열 초능력자시던데요.”
“으으, 내 것도 봤냐? 왠지 쪽팔리는데.”
“부끄러워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실전에서 1대 10으로 근접전을 벌이던 모습, 훌륭한 솜씨였습니다.”
솔직히 영상을 보면서 내심 감탄했었다. 감속계열 초능력은 다루기가 까다롭다고 정평났기 때문이다.
감속계열이라고 하면 돌멩이 날아오는 거나 느리게 받아치는 수준이지, 총알은 조금 느려져봐야 티도 안
나서 몸에 푹 박히고, 검은 감속시키려다가 부지불식간에 썰려버린다.
그런 초능력을 지니고 허상준은 과감하게 열 명의 적을 상대로 근접전에 돌입, 신체접촉으로 그들을 감속
시켰다.
“아니야 그거 전혀 아니야.”
“네?”
“그때 경찰지원이 늦어서 시간 때우다가 먼저 들킨 거야.”
“…네?”
“진짜 죽는 줄 알았지. 갑자기 들켜서 적은 막 달려오고. 뇌보다 몸이 먼저 움직여서 살았어.”
요행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그나마 있던 기대치마저 바닥으로 떨어졌다.
-치직. 여기는 동번지구 패트롤 P05. 동번구 북부강변 진입 전 13로에서 무장한 강도 한 명 도주 중. 근방
인원에 지원 요청한다 오버.
차량에서 갑자기 무전이 울렸다.
허상준이 능숙하게 버튼을 눌러 응답했다.
“아아. 여기는 카르멜 헌터사무소 순찰차량. 강도생포에 도움이 필요한가? 오버.”
-치직. 카르멜 순찰차량에 지원을 요청한다 오버.
“현재 출동 중. 범인의 상세위치와 무장내역에 대해 전달 바란다 오버.”
-치직. 범인의 목적지는 정해지지 않음. 패닉 상태로 보이는 길을 따라 도주하고 있음. 무장은 가게에서
강탈한 16인치 구형 모니터다 오버.
“엉? 구형 모니터?”
허상준이 맥빠진 소리를 내며 얼을 탔지만, 나와 김다연은 어설퍼보여도 히어로는 히어로구나, 하고 납
득했다. 무전을 주고받는 폼이 제법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범인이 모니터를 들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 바란다, 오버.”
-치직. 범인은 환상계열 구현능력을 지닌 초능력자로 추정 중. TV 속 괴물을 소환하고 있다, 오버.
“이런 미친. 그걸 먼저 설명했어야지! 오른쪽 위에 손잡이 있거든? 둘 다 꽉 잡아라!”
허상준이 경보등을 키며 엑셀을 밟기 시작했다.
도로 위의 차량들이 신속하게 길을 텄다.
괴물과 히어로, 빌런이 등장한지 300년도 더 되는 세상.
히어로들의 순찰차량을 방해하는 시민은 없다.
재수 없게 휘말리면 보험이 적용되더라도 시간을 날린다.
지구라면 히어로고 나발이고 쌍욕부터 오갔겠지만.
여기 소설 속 세계에서 그럴 일은 절대로 없다.
‘빡치면 뛰어서 차도 따라잡아서 냅다 집어던질 수도 있는데 미쳤다고 히어로한테 깝치겠어?’
물론 그 히어로는 여론의 질타를 받아 던전노동형 5년을 선고받았다. 길드가 관리하는 던전이 아닌 정부
가 범죄자로 낙인 찍인 히어로들을 투입하는 위험지역의 던전에.
무보수 노동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더 악착같이 굴리고, 투입된 히어로들은 마구 갈려나간다.
“저놈이군!”
손에는 TV를 들고, 등에는 배낭을 짊어지고 뒤뚱거리며 달아나는 이상한 놈이 둘이나 있다면 그건 뭔가
잘못된 세상임이 틀림없다.
무조건 저 녀석이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추측이 확신으로 변하였다.
“저, 저게 그 괴물인가?”
우리는 무전으로만 들었던 TV 속에서 갓 튀어나온 온갖 종류의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환상의 저편에서
실체로 구현되었을 공포의 실체와 마주하였다.
“오 이런 미친. 맙소사.”
“저, 저거 크툴루신화에 나오는 그거 아니에요!?”
허상준이 탄식하고 김다연이 식겁했다.
나만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촉수덩어리가 뭔데?”
“크툴루잖아, 크툴루!”
“신이라고, 신!”
두 사람은 완전히 겁에 질렸지만 사전정보가 전혀 없었던 다는 냉정하게 그것을 대할 수 있었다.
“크툴루가 원래 10cm 크기에요?”
“크건 작건 크툴루인 게 문제라고!! 이성이 날아가버리면 어쩌지? 미치광이가 돼서 초능력 폭주를 일으
켜버릴지도 몰라! 오, 이런 맙소사!”
“이, 일단 차부터 세워요. 아니, 도망가죠! 경찰에, 아니 군에, 군도 부족해요. 히어로협회 본부에 연락
을!”
허상준의 걱정과 달리 그의 이성은 10cm 크툴루를 목격한 순간부터 이미 날아가 버린 것 같다. 그런데도
폭주가 일어나지는 않았으니 완전히 헛걱정이었다.
“하아. 차 세워봐요.”
나는 차에서 내려 걸어갔다. 뒤에서 허상준과 김다연의 겁에 질린 목소리가 들렸지만 깔끔하게 무시하고
강도에게 말을 걸었다.
“야. 니가 강도냐?”
“오, 오지마! 이게 뭔지 알아? 크툴루라고! 이 옆에 있는 건 서양의 전설적인 괴물 펜릴이다! 나, 날 공격
하면 크툴루와 펜릴이 널 파멸시킬 거다!”
“10cm잖아.”
“이놈이 감히 날 무시해? 가라, 펜릴! 너로 정했다!”
“…….”
포켓몬이냐고. 황당해하면서도 일단 전투준비는 했다.
TV속에서 구현된 환상이라고는 해도 일단 초능력자의 초능력으로 탄생했으니, 전투력이 아주 없지는 않
을 것이기 때문이다.
펜릴은 과감하게 정면에서 달려오며 그 신화적인 이름에 걸맞은 돌진을 선보였다.
“깨갱!”
만일 내가 1cm의 소인이었다면 거대한 펜릴의 위용에 오줌을 지리다 발톱에 찢겨 한 줌 핏물로 화했겠
지. 하지만 나는 소인도 아니었고, 펜릴보다 훨씬 큰 176cm였다.
퐁!
거인이나 다름없는 내 발에 직격으로 채인 펜릴은 푸른 연기로 화해 흩어졌다. 강도는 두려움에 질린 얼
굴로 날 바라보며 물었다.
“이, 이 잔혹한 괴물 녀석! 이제야 네놈의 정체를 알았다. 신화생물조차 두려워마지않는 태초의 거인, 거
인 중의 거인이라 일컫는 거인왕 오딘이었구나!”
“사이드킥인데.”
그보다 오딘이 그런 존재였었냐.
현실이나 가상의 신화에는 약해서 잘 모르겠다.
“후, 후후! 인정하지. 오딘, 네놈의 포악한 발길질은 신화생물 펜릴조차 일격에 해치울 수 있음을. 허나 내
게는 신화생물들의 위에 군림하는 그레이트 올드 원, 크툴루가…”
다 듣고 있기가 지겨워서 냅다 달려가 크툴루를 걷어찼다.
펑!
믿었던 외신마저 소멸하자 강도가 뒤로 자빠졌다.
“허억!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거인이 그레이트 올드 원을, 옛 지배자를 이길 수가 있단 말이냐!”
“아오. 이놈은 아까부터 자꾸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미친놈이신가.”
“아, 안 돼! 내 보구는 건드릴 수 없다. 이 환상왕의 보구를 내줄 수는 없단 말이다!”
무장강도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치자 TV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야. 전원 안 꽂았잖아.”
“아. 맞다.”
강도는 뒤지게 내 발에 밟혔다.
여기선 강경진압 소리 들을 걱정도 없다.
과잉진압이니 강경진압이니 개소리 하다가 히어로들이 단체파업으로 참교육을 시킨 전례가 있었던 덕분
이다.
“그 정도면 됐어!”
허상준이 냅다 달려와 끔찍한 흉기를 다루듯 TV부터 멀찍이 옮겨놓았다. 이윽고 무장강도의 손을 뒤로
돌려 수갑을 채우고, 무전으로 경찰을 불러 넘겨주었다.
경찰은 16인치 TV와 배낭까지 빼놓지 않고 착실하게 경찰차에 싣고 떠났다.
“정말 대단했어! 어떻게 크툴루를 걷어 찰 용기가 나왔는지 모르겠군. 자네는 인류의 구원자야!”
“나참. 크툴루가 대체 뭔데 그리 호들갑이에요?”
“도령이 너, 크툴루가 뭔지도 모르면서 그런 짓을 저질렀단 말이야!? 미쳤어, 미쳤어!”
김다연이 기겁하며 손바닥으로 내 허리를 쳤다. 얘도 생도출신에 훈련도 빼먹지 않고 해서 그런지 허리를
맞을 때마다 빠악 소리가 났다.
솔직히 미니펜릴과 미니크툴루보다 김다연한테 받은 고통이 압도적으로 더 컸다. 타격감과 고통이 엄청
난 게 나중에 파스라도 붙여둬야 할 것 같다.
“그러니까 크툴루는 태고의 존재 중의 하나인데, 아득히 먼 원시시대보다도 더 이전부터 우주를 누비며
고대 우주종족들을 멸망시키다가 지구에 정착한…”
잘은 모르겠지만 대단한 것 같다.
그래봤자 그런 환상을 구현한 초능력자는 낙제생급.
구현체의 크기나 내구도로 봐서 F급 내지는 F-급이었다.
“별 신기한 게 다 있네.”
내 감상은 딱 그 정도에 불과했다. 크툴루가 아무리 대단해봤자 구현실력이 못 따라준다. 애초에 SSS급
구현술사가 되더라도 온전한 크툴루를 소환하지는 못한다.
그쯤 되면 봐줄만한 인세의 재앙은 되겠지만 구현술사 본연의 능력이 크툴루라는 우주적 재앙을 온전히
만들어낼 정도로 대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SSS급 크툴루가 소환되더라도 원작주인공 레드프린스 이진태가 더 강할 것 같다.
“순찰이나 마저 하죠.”
무장강도 하나를 넘긴 이후로는 별 다른 이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덕분에 점심을 먹고 오후순찰을 마칠
때까지 나는 크툴루 신화에 대한 쓸데없는 상식만 잔뜩 생겼다.
“궁금하긴 하네요. 실력 있는 구현술사가 그 옛지배자니 외신이니 하는 거 소환하면 어떻게 될지.”
“어허! 이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등급이 낮은 녀석이었기에 망정이지, 그거 소환되면 우리 다 뒤
져! 지구멸망, 아니 은하계멸망이야!”
잔뜩 흥분한 허상준에게 옛지배자를 향한 공포와 존경, 영문 모를 외경심을 품으라는 꾸중을 듣기는 했지
만 오후 5시가 되면서 순찰은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첫 실전은 어땠나?”
“시시하네요.”
“순찰의뢰가 원래 그렇다. 시시한 게 좋지.”
곽재우의 덤덤한 말에 문득 호기심이 들었다.
“곽재우 선배님도 크툴루 아십니까?”
“…그걸 누구한테 들었냐?”
깜짝 놀랐다.
이 인간, 진심으로 긴장했다.
“그게, 오늘 순찰을 돌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 들려주자 곽재우는 헛웃음을 몇 번 짓더니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경고했다.
“환상체를 얕보면 안 된다. 5년 전 서울에서 S급 구현술사가 구현한 척준경이 벌였던 일을 떠올리면 크툴
루신화의 존재들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 다시 보게 될 거다.”
“아, 척준경 알아요. 고려시대인가? 아무튼 무사 맞죠? 엄청 강한 사람.”
“그래, 고려시대의 무신이라 불렸던 인간이지. SS급 몬스터 토벌전에 가세시키려고 소환한 그 인간이 S
급 초능력자 열 명을 참살하고 A급 초능력자 이백 명 가량을 죽였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이야기였다.
“척준경이 왜 사람을 죽입니까? 괴물 앞두고.”
“구현자가 무리해서 자신의 통제력 이상의 힘을 지닌 상태로 척준경을 소한했네. 구현자의 역량이 구현
대상보다 낮을 경우에는 적대 받는 경우도 생긴다.”
“척준경이 그 정도면 신화생물은…”
곽재우는 무거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구현자의 실력이 폐급이었기에 망정이지 D급, 하다못해 C급 상태로 무리까지 했으면 사기적인 신체능
력과 초상능력, 권능을 마구잡이로 펼치며 도시를 공격했을 거다.”
히어로나 빌런이나 아주 조금만 자신의 한계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 구현
술사 초능력자들이 경계 받는 이유였다.
“다음부턴 소환하거나 이미 소환된 소환체에 명령할 틈도 주지 않고 단숨에 제압해야겠군요.”
“명심해라. 이번 일은 정말로 운이 좋았던 거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런 느낌으로 첫 실전을 마무리하고, 얼마간 허상준 선배와 함께 순찰뺑뺑이를 더 돌았다. 정말로 사건
이라고 부를만한 사건이 일어난 건 그로부터 이주일 뒤였다.
하는 독자님들 계실까봐 쉬어가는 화를 넣었습니닷!
빅이벤트 실전은 다음화부터 시작된다구!
[2회차] 되고 싶은 자신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