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225
224 – [5회차] 재회( )
2023년 1월 1일.
마침내 오성아카데미 3년차 교육과정이 시작되었다. 물론 다른 기수와는 다르게 23기 생도들은 1년 교
육과정을 앞당겨서 사실상 4년차 교육과정이다.
그마저도 본래는 히어로사무소나 길드, 히어로협회 지부 따위에서 현장실무를 경험하는 것과는 과정이
달라졌다.
“특별강의 대상자는 상위 20명 한정이다. 21위부터는 예년의 4년차 교육과정을 수행하니 무능했던 과거
의 자신을 탓하도록. 특별강의 대상자들은 따라와라.”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을 거라고 여겼던 생각과 달리, 양범호는 교무처에서 한 사람 당 명함 한 장과 서
류철 하나를 넘겨주고 짧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오. 이거 운수가 좋은데?”
“뭐 받았냐?”
이신이 자랑스레 명함을 들어보였다.
[마씨세가 가주] [마진성]“마진성?”
“구대세가 가주들과 협약 끝에 교육을 맡기로 약속받았다더라. 1년짜리지만 현역 SS급 초능력자 밑에서
의 특훈이라니, 운이 아주 좋아. 도령이 너도 기대해도 좋을 걸?”
“가주급 스승이라… 크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는데.”
가주급에서 그나마 강한 축에 속하는 건 구씨세가의 구룡마, 하씨세가의 하창엽 두 사람이다. 하나는 특
별격리구역에 감금당했고 다른 하나는 한국 마법계열의 종주나 다름없다.
그들보다도 강한 사람이 딱 한 명 있기는 하다. 강반검. 3회차의 스승이자 불살루트의 가능성을 알려준
인물이다.
‘그래봤자 강반검은 무리겠지.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그 인간은 탑 공략을 하러 갈 테니깐.’
애초에 이번 회차는 강진혁과의 관계가 파탄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단단히 박살났다. 설령 강반검이 귀국
한다고 한들 예전처럼 온건한 사제지간이 되지는 못할 거다.
“다음. Rank 10 강유아.”
양범호의 부름에 귀찮다는 기색이 역력한 투로 미적미적 걸음을 옮긴 유아가 이내 명함과 서류를 들고 돌
아왔다.
“유아 넌 누구 수업 받는데?”
“한초린.”
“누구야 그건?”
“몰라. 특별계열 초능력자랬어.”
“…등급은?”
“S+급.”
나라고 이 나라의 랭커를 전부 아는 건 아니지만, 그만한 실력자를 이름조차도 들어보지 못했다는 건 어
딘지 모르게 찝찝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제갈민한테 뒷조사를 부탁해야겠어.”
“어째서?”
“앞으로 1년을 함께 지낼 인간이야. 수준도 안 맞는 놈이 잘못된 가르침으로 경지를 퇴보시킬 수도 있고,
생도의 목숨을 노리는 빌런이 섞여있을지도 몰라.”
“오성이 커리큘럼을 바꾸면서 엄선한 전담선생인데.”
“난 오성 안 믿어.”
대놓고 불신을 드러내자 옆에서 훔쳐듣던 이브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끼어들었다.
“솔직히 형편없긴 하지! 칠대기업의 교육시설 따위, 결국 돈 말고는 아무것도 볼 것 없잖아?”
“…….”
“왜, 왜! 왜 니가 끼어드는 거냐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건데! 같은 반 생도끼리 말 정도는 섞을 수 있지!”
틀린 말은 아닌데 이브이나 다른 초상그룹 실력자들과는 별로 교류가 없어서 왠지 어색하다. 친하지도 않
은 놈이 멋대로 친한 척 하는 그런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단지 그런 이유만으로 명확한 거부감이 드는 것에는 의아했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니 짐작 가는 구석이
있었다.
‘지난 행적들을 떠올리면 그럴만도 하지.’
중요한 국면마다 초상그룹은 언제나 앞으로 나서는 대신, 물러서는 모습만을 보여주었다.
중국공안과의 친선대련에도, 심지어는 제갈민에게 전해들은 호텔 폭파사건에서마저도 초상그룹은 위험
이 닥치면 상황을 방관하며 철저하게 몸을 사렸다.
그중 가장 나쁜 인상을 심어준 것은 마리 왕비의 능력으로 사라진 시간이 된 비행기 테러사건 도중이었
다.
‘하정아나 내가 목숨을 걸고 나선 것과 달리 초상그룹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지.’
형세의 유불리를 따지며 물러서던 탁재윤조차도 그들보다는 나았다. 초상그룹은 절대로 위험을 감수하
지 않았으며, 그렇기에 3회차의 재난상황을 제외하면 언제나 전력을 온존했다.
치졸하게 제 한 몸 건사하며 결국 무엇을 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의미로 저들을 동료로 여기기는
힘들다.
“다음. Rank 8 하정아.”
“어머. 두 분, 사이가 좋아지셨나 보네요? 사담도 나누고.”
“좋아지기는 무슨! 사이 나쁜 적도 없었거든!?”
하정아가 훗 하고 이브이를 비웃으며 나를 향해 윙크를 날리며 도도하게 걸어갔다. 말 한 번에 제스처 한
번으로 나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이브이를 물 먹이는 솜씨가 예술이다.
“하정아. 네 담당선생은 누구로 배정받았지?”
“조평극이라네요. 저도 모르는 경력이 쌓인 S급 마법계열 초능력자가 있다니, 깜짝 놀랐어요.”
“하씨세가의 영애인 네가 모르는 마법계열 초능력자라고?”
이제는 낌새가 좋지 않다는 수준을 넘어서 더러워졌다. 무언가 불길한 기분이 느껴진다.
하정아의 다음으로 진요한이 시기어린 눈으로 흘겨보다가 지나가거나, 이진태가 잔뜩 째려보며 지나가
는 일 따위를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다음. Rank 5 한도령.”
“누구지? 내 담당선생은.”
“우선은 설명부터 하지. 본 3년차 교육과정은 각 분야의 S급 이상 실력자들이 상위 20명의 생도들에게
가르침을 시사하고 싶은 대상을 직접 고를 기회를 주었다.”
“민간 실력자가 생도를 먼저 골랐단 말인가?”
“그래.”
“너희 조직에서도 인원을 파견했냐.”
“미쳤다고 그러겠나? 오성의 뒷조사를 뚫고 양지에 당당하게 나설 수 있는 빌런은 그리 흔한 게 아니다.”
양범호는 부정했지만 능청스레 적진 한복판에서 스파이 짓을 하는 놈이 진실을 말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됐다. 날 고른 선생후보자들의 리스트나 알려줘라.”
“까놓고 말해서 거의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너를 골랐다. 니 고르고 싶은 인물로 고르면 된다.”
“뭐야 이거. 리스트가 스무 개나 있잖아.”
“SS급 초능력자를 가르치는 선생 노릇이라니, 이 기회가 아니면 평생 못할 짓이지.”
“…….”
귀찮은 녀석들. 짜증스레 리스트를 훑어보던 눈이 이내 심각해졌다. 아까보다 모르는 이름이 더 많았다.
가주급으로 굉장히 유명한 양반들이 아니면 죄다 하다같이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인간들이다. 이건 양
범호에게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거 다 뭐하는 인간들이냐?”
“가주 외의 초능력자들 말이냐?”
“그래. 어디서 이런 S급 초능력자들이 쏟아져나왔지?”
“당연한 걸 묻는군. 칠대기업의 산하 길드다.”
“칠대길드!!”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어이. 그거 구기지 마. 다른 놈들도 봐야 된다고.”
“…미안. 조금 놀랐을 뿐이다.”
“칠대길드 소속 S급 초능력자라는 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놀랄 일이다.
애초에 그들은 인류의 적, 흑막의 수하들이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졸업 이후.
히어로협회 오성지부 부지부장이 될 이진태.
원작에서의 그가 마주친 적은 어떠했나.
초반에 마주친 적들은 빌런이었고.
중반에 마주친 적들은 칠대길드 소속이었으며.
후반에 마주친 적들은 던전과 탑의 몬스터들이었다.
‘그마저도 칠대길드 소속 악인들의 완전소탕에 실패해서 탑에서까지 악연이 계속 이어졌지.’
본래라면 이진태의 협회지부 취임 이후, 23기 졸업생들의 활동에 의해 칠대기업과의 충돌이 잦아지며 길
드 단위로 충돌해야 할 적의 실력자들이 선생이랍시고 찾아왔다.
머릿속에 경종이 울렸다. 함정이다.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다. 흑막이 저들을 이용해 무언가를 획책하
고 있다.
“누구로 고를 거냐.”
“일단 몇 장 동시에 가져가도 되나?”
“된다. 단, 일주일 이내에는 한 명으로 확정지어야 하지. 여러 다리 걸치면서 간 보는 행위는 일절 금지.
직접 마주칠 수 있는 선생도 한명 뿐이다.”
“왜 그런 번거로운 규정을 넣어놨지?”
“선생후보자들끼리 자존심 싸움이 벌어지면 안 되니깐. 아무리 너라도 이 규정을 어기면 3년차 교육과정
은 아카데미에 남은 잔류생들과 같이 보내야 할 거다.”
리스트를 마저 보다가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예상치 못한 이름을 발견했다.
“강반검?”
“아. 그 인간. 확실히 이례적이기는 하지. 제 자식이 아카데미에서 대판 깨지며 슬럼프에 걸렸다고 찾아
온 건지, 그도 아니면 SS급 무투가의 등장에 인재포섭을 위해 찾아온 건지.”
“일단 이 세 장으로 챙겨가겠다.”
양범호는 서류를 건네주었고, 나는 강유아와 제갈민, 이신이 기다리던 테이블로 돌아왔다.
“오, 도령이. 뭔가 챙긴 게 많은데?”
“일단 이렇게 세 장을 가져왔다.”
“복수지원?”
“일주일 내로 최종 한 명만 선택해야 하지.”
“자, 잠깐. 그거 강반검이잖아!!”
이신이 기함을 내지르자 주변의 시선이 잔뜩 쏠렸다.
“강반검이라고?”
차례를 기다리던 최상수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무투계열도 아닌 이브이나 표양서, 마인성 같은 초상그룹
멤버들도 눈초리가 심상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대영웅 강반검이 한도령을 골랐어?”
“진짜로?”
“강반검이 귀국했나?”
말없이 이신을 노려보자 이신이 이크, 하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었다.
“넌 입이 싸서 안 되겠다. 우리끼리 할 얘기가 있으니 따로 놀아라.”
“아, 미안 미안. 이거 비밀로 해야했던 건가.”
정색하며 이신을 떼어내고 셋이서만 장소를 옮겼지만 실은 이신을 떼어낼 명분이 필요했을 뿐이다. 강반
검이 리스트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서 크게 곤란할 건 없었다.
“뭘 고민해? 그냥 강반검을 골라야지. 나머지 두 장은 쓰잘데기 없이 왜 가져온 거야?”
“기다려봐. 일이 그렇게 간단하게 굴러가지 않으니.”
“문제라도 생겼어?”
“아주 심각한 문제다. 세간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S급 선생후보자들이 열 명 가량 지원했는데 그거 다
칠대기업 산하 길드 소속 실력자들이야.”
“그 병적인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칠대길드에서?”
제갈민은 아직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놀라기는 했지만 그게 어쨌냐는 표정이다.
“좋은 거 아니냐? 무명의 고수들에게 비법을 전수받을 수 있으면. 괜찮은 무투가라도 있냐?”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야. 놈들을 신용할 수 없어.”
“어이. 칠대길드 소속을 신뢰할 수 없다니, 그렇게 말하면 그놈들이 빌런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되잖아.”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길어지는 침묵에 제갈민의 표정이 차츰 굳었다.
“진심이냐?”
“어.”
“미친놈. 도대체 이번엔 또 뭘 알고 있는 거야?”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오성을 비롯한 칠대기업이 수면 아래에서 진행 중인 생체실험이나 기간시설 마비
계획 같은 칠대기업의 범죄에 대한 정보를 몇 가지 공유했다.
칠대기업이 결코 공존할 수 없는 악이자 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데 성공했는지, 제갈민도 표정을 잔뜩
구겼다.
“군납비리야 새삼 놀랄 것도 없다지만 생체실험에 뭐? 전국 발전소 자폭 프로그램?”
“진위유무는 네가 검증하면 곧 알겠지.”
“엿 됐군. 네 정보가 사실이라면 이거 아주 위험한 국면에 접어들었어. 놈들이 오성 아카데미 생도들을
자기들이 먹어치울 수 있는 밥그릇이 아니라 잠재적인 적으로 규정한 거잖아.”
오성은 더 이상 생도들의 성장을 원하지 않았다.
아카데미에 들어온 생도들의 면면만 봐도 납득이 갔다.
칠대기업 소속 인재들은 하나도 없다.
최상위 실력자들은 십대세가, 아니 구대세가 소속이다.
심지어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무소속 재야인재들도 널렸다.
기껏해야 이신 정도나 친 칠대기업 인물로 분류되겠지.
오성 입장에선 자신들 교육기관으로 구대세가 좋을 짓만 하고 있는 셈이다.
‘적당히 강한 수준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스카우트를 할 작정이었겠지만.’
이번 5회차의 23기 생도들은 강해도 너무 빠르게 강해졌다. 우선 SS급 무투가인 내 존재가 오성 아카데
미 A반의 생태계를 격변시켰고, 중국과의 충돌이 생도들에게 위기감을 주었다.
모두가 수련에 박차를 가하니 전체적인 수준이 대폭 향상되고, 아카데미 이사진을 비롯한 칠대기업도 뭔
가를 느꼈다.
이대로는 중국에게 뒤처진다거나.
구대세가의 인재들이 칠대기업의 인재들을 넘어선다거나.
‘어쩌면, 흑막에 한해서라면…….’
늦지 않게, 아무리 늦어도 이번 2023년 이내에 재활불능 내지 사망상태로 만들고 싶은 생도들이 있다거
나.
아카데미 무사졸업.
당초의 목표 중 하나였던 이것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본격적으로 모략을 펼치는 흑막의 수작을 돌파해야
만 했다. 나는 그 수단으로 제갈민을 선택했다.
“제갈민. 네 도움이 필요하다.”
“난데없이 무슨 소리야? 내가 뭘 할 수 있다고.”
“신원불명의 S급 실력자들을 전원 칠대기업 산하 길드인 칠대길드 출신이라고 가정하고, 나아가 그들을
적이라고 단정 짓는다면 어떤 행동을 취해야 가장 안전하지?”
“…이건 구씨세가를 풍비박살 낼 때보다 더 심각한 문제야. 알고는 있겠지?”
“물론이다. 필요하다면 대영웅 강반검을 끌어들여서 개판을 칠 각오도 되어있어.”
제갈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책략을 내주지.”
“역시. 믿고 있었다.”
“우선 금지사항을 밝혀두지. 절대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강반검을 끌어들이지 마라.”
“어째서지? 강반검은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초능력자인데. 탑 하나를 정복하고 소원을 이루어서 EX급 실
력을 지닌 초능력자는 전 세계를 통틀어도 한 손에 꼽지 않나?”
“그런 실력자와 충돌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칠대기업이 잠자코 당할 것 같나? 지금껏 마음대로 일구고 입
맛대로 따다먹은 대한민국을 통째로 헌납하게 생겼는데.”
제갈민은 진지하게 경고했다.
“강반검을 끌어들이면 칠대기업은 대한민국을 파괴할 거다.”
“……!”
“가질 수 없다면 부순다. 놈들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아. 가장 귀중한 자산은 모조리 가지고 해외로
도피하거나 탑으로 들어가겠지. 그 뒤엔 뭐가 남을 것 같냐?”
“…아무것도.”
“그래, 아무것도 안 남는다. 이 나라도, 우리들의 안전도. 다 같이 죽을 작정이 아니면 강반검은 선생후보
군에서 제외해.”
제갈민에게 조언을 구하며 가장 먼저 돌아온 답변은 막강한 저력을 지닌 조력자에게 유혹을 느끼지 말고
단호하게 선을 그으라는 경고였다.
[5회차] 재회 – 10권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