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226
225 – [5회차] 재회( )
강반검을 배척할 것을 경고한 이후, 제갈민은 본격적인 계책을 내주었다.
“다른 리스트는 제대로 챙겨왔네. 강유아를 지목한 선생후보자 한초린을 가져온 건 아주 잘한 일이야.”
“한초린을 3년차 담당교수로 선택하라는 말인가?”
“그래.”
“이유는?”
“널 지목한 인간들과 달리, 유일하게 강유아를 선택했으니까. 네 약점을 노리고 접근한 칠대길드 인물이
라면 그만큼 실력 있고 아는 것도 많은 핵심인사겠지.”
“그런 위험인물을 곁에 두어 감시하라는 말인가?”
“강유아 혼자 당하도록 내버려두느니 밀착감시를 하는 편이 낫지. 무엇보다도 스펙터 기술을 이용한 스
마트워치 해킹이 수월해진다.”
제갈민은 한초린의 모든 것을 파헤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어차피 너와 강유아를 목표로 접근한 이상, 특훈 도중에 다소의 억지를 부려도 한초린은 거부할 수 없겠
지. 네가 할 일은 최대한 꼬장을 부리고 훼방을 놓는 거다.”
“뭐…!? 그런 짓을 하면 의심을 받을 텐데?”
“꼬우면 뭐 어쩔 건데? 네가 수업을 듣지 못한다면 유아도 수업을 듣지 않겠다고 엄포해둬. 그것만으로도
한초린은 너희에게 끌려 다닐 수밖에 없어.”
한초린은 평범한 교수가 아니고, 어떻게든 우리에게 접근해야 할 목적이 있을 거라고 추정되는 인물이
다.
“과연… 그 방법으로 하겠어.”
우리는 기꺼운 마음으로 한초린의 명함에 적힌 연락처로 연락을 보냈다. 첫 수업장소는 당일 저녁, 아카
데미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시내의 카페 테라스로 잡혔다.
“정말 뭐하는 인간인지 모르겠군.”
“커피, 맛있어?”
“난 모르겠던데. 이참에 한 번 마셔봐.”
커피에 호기심을 보이는 유아와 함께 귀에 제갈민과의 상시연락이 가능한 무선이어폰을 장착하고 카페
에 들어섰다.
‘카페라…’
카페와 관련된 좋은 기억은 없다. 내게 있어서 카페란 메인빌런 정용인과 처음으로 마주친 재수 없는 장
소일 뿐이다.
「재능, 네 안에 있는 것. 그걸 봤다.」
「빌런의 재능.」
「망설이는 건가? 네게 주어진 일상이, 사이드킥으로 성공할 미래가, 복수보다도 소중한 것이었나?」
타락으로의 권유에 이어 김다연을 납치하고 거부할 수 없는 권유를 제시했다. 녀석의 수작질에 놀아난 기
억은 그리 간단히 용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만. 정용인이 메인빌런이 된 시기가 언제였지?’
강유아와 함께 한초린을 찾아 2층으로 올라서며 사고가 팽팽하게 돌아갔다. 분명 이 무렵, 2023년 초반
이었다.
높은 지능수치가 제공하는 기억력 보정이 어렴풋이 과거의 기억을 재조명하였다. 2회차 시절, 김다연과
함께 카르멜 히어로사무소에서 사건일지를 열람하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2023년 1월 15일.
정용인이 빌런 사미철을 사살하고 히어로 활동에 회의감을 느꼈을 무렵이었다.
그 날을 전후로 정용인의 심상은 크게 뒤틀렸다. 그로부터 머지않은 시일 내에 모종의 루트로 접근한 의
문의 인물에 의해 S급 각성환을 복용했다.
‘메인빌런 정용인이라. 이번에야말로 적기일지 모르겠군.’
4회차에서는 우여곡절 탓에 우선순위에서 밀려 자연스럽게 미뤄두었지만 그와 조기결착을 내는 것도 나
쁘진 않으리라.
“어머. 프로필로 보던 거랑 똑같이 생겼네.”
“한초린 교수님?”
“후훗. 벌써 교수님인가요? 싫다 참. 나이 먹은 기분이네.”
테라스에 자리한 테이블에서 단아한 옷차림의 젊은 미녀가 곱게 땋은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웃었다. 하얀
이를 드러내는 그 미소에 강유아가 냅다 내 허리를 찔렀다.
“한 눈 팔지 마.”
“안 팔았어.”
“어머머. 학생커플?”
“네. 교제중입니다.”
“부럽구나. 어린 시절에 연애하는 거 요즘 사회에서는 흔치 않은 일인데.”
친근감 있는 어조에 흐릿한 거리감이 방금 만난 사이임에도 빠르게 친해지거나 익숙해졌다는 기분을 선
사했다. 사람의 경계심을 내려놓게 만드는 데 도가 튼 인물이다.
“일단 앉아도 되겠습니까?”
“부디 앉아주세요.”
정중하게 묻자 장난스러운 존댓말이 돌아온다. 내심 이런 인간이 정말 칠드길드 출신이 맞나? 하는 의문
이 들었다.
“특별계열 S+급 초능력자라고 들었습니다만, 지금까지 한초린이라는 초능력자가 있다는 사실은 어디서
도 들어본 적이 없어서요. 실례지만 어디 소속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아하. 앞으로 1년간 너희 커플의 담당교수가 될 사람의 실력을 검증하고 싶니?”
“실력도 실력이지만 소속을 알았으면 합니다.”
무례하기 짝이 없는 요청이지만 한초린은 순순히 대답했다.
“EIO 외부 고문이란다.”
“EIO라니… 설마 정부산하 초능력수사기관 말입니까?”
“오. 어떻게 알았니? 생도들에겐 생소하다 못해 연 자체가 없을 기관인데.”
EIO(Esp Investigation Organization). 이번 5회차에서도 마리왕비의 되감은 시간에서 한 차례 조우
한 적이 있던 정부산하 초능력수사기관이다.
EIO는 A급 이상 초능력자 12명에 S급 싸이코매트리 초능력자도 1명 보유하였다.
“비전투계열 S급 능력자가 있는 조직이라는 사실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외부인은 EIO의 수사관 구성내역을 알지 못할 텐데? 흐음… 수상해. 혹시 범죄 저지른 적 있니?”
“…SS급 초능력자가 되면 조직이나 기관의 내규를 무시하고 원하는 정보가 곧잘 들어옵니다.”
즉흥으로 변명을 둘러대었지만 한초린은 피식 웃으며 “농담.”이라고 일축했다.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재주가 정말 예사롭지 않았다.
꽈악.
“한 눈 팔지 마.”
“안 팔았대도.”
허리 좀 그만 꼬집어라.
나보다 네 손가락이 더 아플 텐데.
“정부기관의 Advisor 정도면 신용이 생겼니?”
“혹시 EIO에서 정확히 어떤 도움을 주는지도 알 수 있겠습니까? 외부 고문도 연구개발이나 경영 및 법률
자문을 하는 역할 등 여러 가지 있지 않습니까.”
“후후. 물론 그런 쪽의 도움은 아니란다. 사람을 수색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는 방법을 가르치는 일종
의 훈련교관이지.”
한초린의 말에는 나뿐만 아니라 유아까지 깜짝 놀랐다.
“수사관을 훈련시켜?”
“널 가르치겠다고 찾아온 교수님이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란다. 기쁘지 않니?”
“…이쁘기만 한 사람은 실력이 없어.”
“어머. 질투까지? 요즘 애들은 어쩜 이리 귀엽담. 그래도 너무 짓궂게만 굴면 교수님도 장난 쳐버린다?”
“흥. 해보던가.”
강유아가 째릿하고 한초린을 노려보자 그녀 또한 피식 웃더니 손가락을 딱 소리 나게 튕겼다. 그와 동시
에 자연스럽게 주변공간에 잠복해있던 마나가 강유아의 온 몸을 꽉 옭아매었다.
“!!”
순간적으로 놀란 나머지 한초린에게 살수를 쓸 뻔했지만, 그보다 빠르게 한초린의 전음이 들렸다.
-걱정 마렴. 조금 재미난 구경거리를 보여줄 테니.
-유아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겁니까?
-이런 짓?
강유아의 양팔이 삐걱삐걱 움직이더니 제 머리 위에 얹어졌다. 두 손을 쫑긋 세우고는 그녀의 입이 천천
히, 그러나 확실하게 자유의사와 무관하게 움직였다.
“냐옹냐옹”
“!?”
“아하핳하핳! 역시 어울려. 처음부터 이거 해보고 싶었다니깐. 아흐흐, 웃겨 죽겠네.”
강유아가 입만 뻐끔거리며 어떻게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수가 있냐며 충격 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
거나 말거나 한초린은 계속해서 강유아의 성대를 조종했다.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이고 된장 공장 공장장은 공 공장장이다. Chester chooses chestnuts,
cheddar cheese with chewy chives.”
“빨라!? 게다가 영어로까지!?”
“좀 더 긴 걸로도 해줄까?”
“으음.”
“으브븝 븝브,”
유아가 제대로 된 소리도 못 내면서 두 눈으로 멈추게 해달라며 의사를 표명했다.
불쌍하기는 한데 솔직히 평소의 강유아라면 하지 않을 말을 하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귀여움을 느꼈다.
한번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표정에 한초린이 씨익 웃었다.
“스위스에서 오셔서 산새들이 속삭이는 산림 숲속에서 숫사슴을 샅샅이 수색해 식사하고 산 속 샘물로
세수하며 사는 삼십 삼살 샴쌍둥이 미세스 스미스씨와 미슷,”
아. 혀 씹었다.
강유아의 눈가에 눈물이 핑 돌더니 순간적으로 영역위력이 몇 배나 증가하며 한초린의 영역을 강제로 찢
어냈다.
“아하하, 미안 미안. 교수님도 오랜만에 해보는 장난이라서 조종을 실수했네. 다른 사람의 몸을 조종하는
감각은 까다로워서 말이지. 저항하지 말고 가만히 있음 좋았을 텐데.”
“멋대로 남의 몸을 조종하지 마!”
“어때. 이걸로 교수님의 실력에 대해서는 신용이 생겼니? 몸으로 직접 경험해본 것만큼 확실한 신용은 드
물지?”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영역을 잠복시켰다가 드러내는 실력이나 상대의 몸을 둘러싸 조종하는 실
력은 S+급 초능력자답게 지금껏 본 적도 없는 최상위 기교였다.
말로만 하는 건 못 믿겠다며 저렇게 실력을 보여줬는데 실력을 인정하지 않는 건 그냥 당신이 싫다는 말
이나 다름없다.
“당신 싫어.”
“이런. 장난이 너무 짓궂었나? 미움 받아버렸네.”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합니다.”
“남 일인 것처럼 굴지 마. 도령이도 싫어.”
“나도!?”
“분명 말려달라고 했는데 전혀 말려주지 않았어.”
원망어린 시선에 양심이 콕콕 찔린다. 유아의 색다른 모습을 본다는 유혹에 넘어갔으니 변명도 못한다.
“그럼 사과의 의미로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한초린이 이번에는 나를 가리켰다.
“한도령군의 입으로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 원하는 내용으로 이 교수님이 한 번 말하게 해주기. 어
떠니?”
“!!”
“후후. 당하는 건 싫지만 역시 괴롭히는 쪽은 재밌지? 시키고 싶은 말이 있나보구나.”
강유아는 눈에 이글이글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게 만들려는 건지 두렵기까지 했다.
‘심한 말은 아니겠지?’
솔직히 작정하고 저항하면 한초린의 기술은 저항뿐만 아니라 파훼도 가능할 것 같지
만 강유아의 화풀이를 위해서라도 눈치껏 한 번은 당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음음. 좋아좋아. 리퀘스트 접수 완료!”
“…뭘 시키려는 겁니까?”
“저런. 미리 알고 싶어도 이렇게 감시 받는 와중에는 곤란하단다. 직접 말하며 확인할 때의 즐거움으로
미뤄두렴!”
자연스레 한초린의 영역이 나를 짓누르는 감각을 느끼면서도 힘으로 찢어부수고 싶은 갈망을 억눌렀다.
그 파괴적인 기운을 느꼈는지 한초린이 잠시 움찔했다.
시선을 마주친 그녀가 무해한 미소를 짓기에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몸의 통제권을 넘겨주었다.
띵동
“?”
한초린은 내 몸으로 테이블의 벨을 눌러 종업원을 불렀다.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어떤 걸로 주문하시나요?”
내 손가락이 메뉴판의 좌측 제일 위를 가리켰다.
“여기서부터.”
그리고는 메뉴판의 우측 제일 하단으로 향했다.
“여기까지.”
“…네?”
“이 페이지에 있는 커피 전부 다.”
강유아가 속 시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직접 말을 꺼낸 나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저… 손님? 이거 에스프레소도 섞여있는데, 진짜 쓰거든요. 초심자가 마시기에는 좀 그러실 텐데…”
“설탕 없이, 전부 기본옵션으로 바로 주십시오.”
“이, 이걸 전부 다요? 설탕도 없이? 전부 바닐라버전으로요? 정말로요? 혹시 몰래카메라인가요?”
당황한 종업원이 카메라맨을 찾아서 두리번거렸지만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다.
이쯤이면 됐겠지, 하고 있다가 나오는 커피는 입가심만 하려고 했지만 강유아의 원한은 무진장 깊었다.
한초린은 철저하게 내 손을 조종해서 모든 커피를 원샷하게 만들었다.
“으윽.”
다행히 삼키기 전에 커피를 기운으로 식혀 먹어서 입천장이나 식도가 헐지는 않았지만 직접 경험한 미각
테러는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는 격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는 날 가지고 장난치지 마.”
“반성할게…….”
“그런 건… 해달라고 하면 평범하게 해줄 수 있어.”
“그런 거라니?”
“…야옹.”
심장이 두근거린다.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지 않았으면 얼굴이 빨개졌겠지.
“어머. 귀 빨개진 것좀 봐.”
“!?”
“아하핳. 거짓말인데. 정말 놀리는 보람이 있는 커플이구나?”
정말 시도 때도 없이 휘둘린다.
한초린을 흘겨보자 그녀가 당돌하게 웃으며 물었다.
“어떠니? 너희 수준에 평범한 수업은 필요 없을 거고, 앞으로는 이런 심리전이나 타인의 행동 및 반응을
예측하거나 조종하는 기술을 가르쳐볼 심산인데.”
“난 싫어.”
“마음은 이해하지만 커플이 같이 수업을 들으려면 다른 곳에서는 힘들 거란다? 다른 교수들은 일대일 지
도수업을 하기로 담합을 한 모양이거든.”
강유아가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다. 개인적으로는 저 말도 강유아를 은근슬쩍 휘두르기 위한 거짓말 같았
지만 한초린이라는 실력자에게는 이미 궁금증이 생겼다.
정말로 그녀가 칠대길드 출신이 아니라 EIO의 외부 고문이라면 이 수업은 향후의 생애에 큰 도움이 될지
모른다.
“장난을 당할 땐 곤란했지만 실력은 확실한 분이잖아.”
“그래도. 왠지 싫어.”
“같이 수업 들으면 가끔 조종 당해줄게.”
겸사겸사 나도 유아의 야옹 비슷한 거 몇 개 더 보면 좋고. 그런 내심을 감춘 권유에 유아의 눈동자가 격렬
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초린이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을 짓더니 은근슬쩍 내게 힘을 실어주었다.
“다음 수업은 매운 떡볶이 집에서 할 거란다.”
“먹일래. 아니, 들을래.”
결정타였다.
[5회차] 재회 – 1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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