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230
229 – [5회차] S급 각성환( )
헬라컴퍼니에 대한 추가정보를 위해 제갈민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어째서인지 이번에도 제갈민과는 연
락이 닿지 않았다. 이 정도의 장기연락불가는 처음 있는 상황이다.
아니, 다른 회차를 포함하자면 딱 한 번 이런 적이 있었다. 3회차의 제갈민이 영원히 실종될 때의 일이다.
‘안드로이드 정보상에게 확답까지 받았었지.’
「칠대기업 중 하나, 성진기업의 수자원발전소 던전에서 감지되는 고에너지 반응을 조사하던 도중 성진
의 결계마법에 걸렸다. 그는 탈출에 실패하고 의뢰수행 도중 사망하였다」
하지만 그때와는 다르다.
지금의 제갈민은 느닷없이 성진기업을 조사할 이유가 없다.
곁에는 그를 지키는 전속호위 한동훈도 있다.
뭐, 실력은 그리 믿음직스럽지 않지만…….
적어도 개죽음을 당할 놈은 아니다.
“스무고개 수색 발동.”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을 해보았다.
“제갈민은 한국 내에 있다.”
▷Yes
능력에 감지되었다면 그가 죽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이대로 제갈민의 정확한 위치를 추려볼까 하다가 그만뒀다.
‘제약회사 헬라컴퍼니라…….’
송가제약 출신의 송지애와 손을 잡았다면 한번쯤 파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이번 5회차
에서는 송지애와 어떤 접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정아와 하씨가문이야 실력 면에서 송가제약보다는 월등히 우수하다만 특화분야의 정보력에는 밀릴 수
밖에 없지.
▷당신의 초능력이 송지애와의 만남을 피할 것을 경고합니다.
▷당신의 초능력이 정신력의 흔들림을 경계합니다.
선택능력이 저렇게까지 경계를 하는 마음도 이해는 간다.
송지애의 죽음은 5회차의 나를 크게 뒤흔들었다.
어설픈 동지애, 어설픈 호의가 그녀를 죽였다.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도 없었다.
그때와 같은 파국이 송지애로부터 시작될 것을 우려한 거다.
‘이제… 어떻게 하지?’
제갈민과의 연락이 불가능한 이상, 한초린에게 발견된 두 개의 꼬리를 어떻게 잡아당길지는 내 선택에 달
렸다.
어차피 제갈민이 없을 때는 모든 선택을 스스로 해온 몸. 거부감 따위는 없다. 그저 이 꼬리를 건드는 순
간, 더는 평온한 일상이 없을 거라는 예감에 슬퍼졌을 뿐이다.
“유아야. 넌 한초린을 어떻게 하고 싶어?”
“때리고 싶어.”
“…그건 나도 그런데. 그 인간을 때리면 이후가 곤란해져.”
“?”
“아마도 지금까지의 일상으로는 돌아오지 못할 거야.”
유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죽이고 감옥에 들어갈 셈?”
“그런 문제가 아니야. S급 각성환은 빌런을 양산하는 M바이오 물질이라고. 그런 물건을 건네주는 인물
의 배후에 있는 세력은 삼대천 수준으로 끝날 리가 없어.”
“다른 조직이 있다고 생각해?”
“그래. 훨씬 더 거대한 조직이.”
“그럼 양범호한테 물어보면 될 텐데.”
“그러게. 양범호라면…”
하도 태연하게 말해서 뭐가 문제인지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 화들짝 놀랐다.
“너, 양범호의 정체를 알아?”
“미행했어. 도령이를.”
“양범호가?”
“내가.”
“아니, 대체 언제?”
귀신에라도 홀린 기분이다.
유아는 대답해주는 대신, 혀만 비죽 내밀고는 입을 다물었다.
어쩐지 조금은 의기양양하게 보인다.
‘김다연도 그렇고 나랑 연관된 애들은 뭐 이리 은신이나 미행실력이 뛰어나?’
하기야 3회차만 해도 유아는 김다연의 은신영역에 내 은폐의 장막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원래부터 은
신과 잠행, 괴도활동 관련 쪽으로 흥미와 소질이 있었다는 뜻이다.
“말 나온 김에 한 번 찾아가보자.”
“응.”
양범호는 이른 시간에 아카데미에 출근하지 않는다.
그의 출몰시간은 대체로 늦은 오후 내지 저녁이었다.
까악 까악
주홍빛 석양 아래, 까마귀들이 지저귀는 시간.
부쩍 생도들 수가 줄어든 아카데미로 발을 들였다.
“평소보다 한가해.”
“그러게.”
“다른 반도 특별수업 있어?”
그런 건 아니고.
“이런저런 사고로 하위 반에서 전학한 생도들이 있겠지.”
A반조차도 테러사건에 휘말려서 시간을 되감기 전에는 떼죽음을 당할 뻔하고, 초청받은 중국에서는 호
텔폭파사건에도 휘말렸으니 B반 이하가 겁에 질리는 게 당연하다.
23기 재학생뿐만 아니라 우리들 뒤로 들어오는 24기, 25기 생도들도 그 수가 부쩍 들었을 터.
“양범호. 잠깐 시간 좀 내라.”
“강유아를 데리고 왔군. 오늘은 무슨 볼일이지? 강유아의 시험성적을 조작해달라고 요구할 셈이라면, 아
무리 나라도 불가능한 일은 있다고 말해두지.”
“그런 찌질한 일로 찾아온 게 아니다. 한초린. 그녀에 대해 뭘 알고 있지?”
양범호가 멈칫했다.
“그건 물어보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뭘 알고는 있다는 말이군.”
“네 여자친구까지 휘말리게 할 셈이냐?”
“이미 휘말렸어. 강의 한 번 위험하게 하던데.”
“후. 한도령. 너는 만날 때마다 위험한 질문만 거듭하는군.”
양범호가 인적이 뚝 끊긴 정원벤치에 앉았다.
우리는 그를 따라 앉는 대신, 그의 앞에 우두커니 섰다.
“한초린은 이레귤러다.”
“이레귤러?”
“삼대천, 아니. 이제는 이대천인 조직의 정보망으로도 명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인물이지. 다만, 그
녀가 개인적으로 접촉한 몇몇 빌런들이 있었다.”
“그들은 누구지?”
“알 필요는 없어. 전부 죽었으니까.”
등골이 오싹해졌다.
“한초린이 그들에게 뭘 하려고 했지?”
“잠재능력은 부족하지만 소질은 있다. 모두 그런 말을 들었다고 하더군.”
“설마… S급 각성환을 복용시킨 건가?”
양범호의 고개가 나를 향해 홱 올라왔다.
“어떻게 알았지?”
“이미 한 명 마주쳤으니까. S급 각성환의 복용자와.”
“용케도 살았.. 아. 넌 SS급이었지.”
의문가득한 눈에 약간의 납득과 그 이상의 의문이 어렸다.
“붙잡은 놈한테 정보를 듣지 못했나?”
“한초린의 꼬리 하나는 찾았다. 그래도 그 이상의 정보를 원한다. 그녀를 치기 전에 하나라도 더 많은 정
보를 얻고 싶어.”
“너… 그년이 어디서 뭐하는 놈인지는 아무도 몰라. 건들 생각도 하지 마. 아무리 SS급이라도 세상 혼자
사는 게 아닌 이상에야 무조건 네가 힘들어진다.”
그의 경고에 담긴 미묘한 뉘앙스를 읽어냈다.
“유아에게 해코지를 가할 거라고 생각하나?”
“무조건.”
“우린 이미 강의를 빙자한 사고에 한 번 휩쓸렸어. 손을 쓰지 않더라도 위험해지는 건 마찬가지야.”
유아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역시… 그녀가 너희에게 흥미를 보였다는 건 상당히 위험한 사태같군. 이미 S급을 넘거나 도달하기 직
전이니 S급 각성환을 복용하진 않겠지만, 그러면 상황이 더 꺼림칙해지지.”
“짐작 가는 구석이 있다면 확실하게 말해.”
“이건 업계에서도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고, 어디까지나 나 혼자서만 추측하고 있는 일이다. 누구에게도
정보를 흘리거나 공유하려고 들지 마.”
“명심하지.”
“한초린의 행보는 가능성이 있는 빌런을 S급 빌런으로 만드는 활동에 치중되었다. 너희들의 존재로 그녀
의 행동방침이 그저 S급 빌런의 양산에 있지 않음이 증명되었고.”
양범호는 흔치 않게 두려움이 담긴 어조로 말했다.
“한초린의 정체가… 소문으로만 전해지는 그녀일지도 모른다.”
“그녀라니, 누구?”
“데빌메이커.”
세상이 정적으로 물들었다.
누구도 감히 입을 열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한초린이… 데빌메이커?’
생각지도 못한, 오래도록 잊고 있던 이름이었다.
그런 내 반응에 양범호가 도리어 놀랐다.
“데빌메이커도 알고 있었나?”
“존재 자체는. 그게 한초린이라고는 생각도 못해봤지만.”
대답을 하다 보니 어렴풋이 현실감각이 돌아왔다.
나는 애써 부정해보았다.
“그건 착각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데빌메이커는 한초린처럼 생기지 않았어.”
양범호가 더욱 당황하였다.
“데빌메이커가 어떻게 생겼는지 안다고? 직접 네 앞에 나타난 적이라도 있었던 거냐?”
“아마도.”
“아마도라니, 너…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 거냐? 그 삼대천도 우습게 여기는 메
인빌런이 데빌메이커라고. 그녀가 만든 메인빌런만 일곱 명이다, 일곱 명!”
그가 당황하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지금은 도저히 맨 정신으로 또렷하게 생각을 정리할 여유가 없었다.
“이 건은 이제 됐어.”
“멋대로 용무를 꺼내고 멋대로 돌아간다는 거냐?”
“어쩌자고. 할 말이 있으면 지금 해.”
양범호가 머뭇거리다가 명함 한 장을 건넸다.
“나와 같은 블랙매지션즈 고위간부의 연락처다. 데빌메이커를 칠 계획이라면 연락해라. 녀석이라면 무
조건적으로 협력할 거라고 생각하니깐.”
“무슨 근거로 그리 확신하지?”
“놈이 아끼던 부하가 S급 각성환을 복용하고 두 달 뒤에 사망했다. 그것도 강제로 폭주를 일으키며 죽음
을 맞이했지. 아주 비참한 최후라고 들었다.”
나는 명함을 받았다.
“필요할 때가 온다면 쓰도록 하지.”
“그거면 돼.”
“아, 그리고.”
“음?”
“낮에도 좀 출근해라. 이제 아카데미로 직접 다니지는 않으니 상관없지만 담임이라는 놈이 홀로그램으로
얼굴을 비추는 건 조금 깨지 않냐?”
양범호가 멋쩍게 웃었다.
“낮잠이 많은 몸이라서.”
“다른 놈들의 특별수업은 어떻지?”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다. 이진태가 담당교수를 실력으로 때려눕히고 조기졸업 한 걸 제외하면.”
충분히 큰 문제잖아, 이 인간아. 어이가 없긴 해도 원작주인공인 그 이진태라면 충분히 그럴 만 하다고 생
각했다. 뭐가 됐건 이제는 관계없는 일이다.
이번 회차에서 이리저리 이진태를 찔러보기는 했지만 유아의 괴도루트 최종달성과 한초린의 데빌메이커
의혹 앞에서 이진태는 우선순위에 밀렸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아마도 이번 5회차에서 이진태와 다시 마주치는 일은 두 번 다시없겠지.
“그럼 다음에 보지.”
“다음엔 빈 손으로 오지 말고 뭐라도 사와라.”
“내키면.”
양범호.
처음에는 4회차 최후의 적수였기에 적의를 감추지 않고 상대했던 놈이지만, 막상 직접 교류를 트며 그에
대한 적의가 희석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가 암중에서 생도들을 위기에 몰아넣은 짓을 용서하는 건 아니지만, 이놈도 인간이긴 했구나 하는 생각
이 들었다.
그래서 하정아의 메시지를 받았을 때, 조금이지만 상실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Message : 무슨 소식?] [Message(하정아) : 양범호가 자택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대요.]한초린이 데빌메이커일 가능성을 전한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양범호의 사망소식이 전해졌
다.
유아가 스마트워치를 엿보다가 우울한 어조로 물었다.
“우리 때문에 죽은 거야?”
“어쩌면. 그러니까 더 확인해야해. 양범호는 살해당했어.”
“가서 어쩌려고?”
“단서를 찾을 거야. 양범호가 왜 죽었는지, 누가 죽였는지.”
“경찰에 맡기는 편이 나을 텐데.”
“경찰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어. 게다가… 초능력자의 사망사건을 조사하는 게 어디인지 잊은 건 아니
겠지?”
그제야 유아도 나와 같은 생각에 도달했는지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EIO. 초능력 수사기관.”
“그래. 그 한초린의 꼬리가 이어진 정부기관이지. 적어도 녀석들보다는 빨리 움직여야해. 최악의 경우에
는 놈들이 증거를 은폐할지도 몰라. 짐 챙겨.”
“어느 정도로?”
“괴도미션 실행 수준으로.”
“…알았어.”
양범호의 자택은 생각보다 넓었다. 아카데미에 침입한 스파이치고는 수익이 많은 직업을 골라서 그런지
번듯한 2층 주택에 거주했다.
주택 주변에는 이미 [접근금지 수사중] 테이프가 칭칭 감겨 있었는데, 경찰들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다행이군. 늦지는 않았어.”
“돌입은?”
“지금 바로 가자.”
경찰들이 현장을 지킨다는 건 EIO 수사관들이 현장을 인계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나와 유아는 즉시 괴도
미션으로 단련된 민첩함을 발휘해서 나무를 타고 담을 넘었다.
[5회차] 블랙매지션즈의 고위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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