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265
264 – [6회차] 아카데미 생도( )
“월반해라.”
“싫습니다.”
다른 회차라면 내 월반시험을 어떻게든 훼방 놓지 못해서 안달인 F반 담임교수 변금수가 지 멋대로 찾아
와서 요청하지도 않은 월반을 강요했다.
“야 인마, 너 같은 놈이 F반에 있는 건 재능낭비야. 너처럼 빠르게 강해지는 녀석은 내 난생 처음 본다고.”
“월반시험은 때가 되거든 치를 겁니다. 지금은 F반에서 배워야 할 점이 있습니다.”
“배워? 니가? F반에서? 도대체 뭘?”
F반 담임이라는 양반이 이 똥통에서 니가 뭘 배우는데, 하는 표정을 지어도 되는 건가 싶지만 막상 변명
을 둘러대려고 해도 나도 할 말이 없었다.
“어, 음. 인간의 나약함과 밑바닥에 대해서?”
“…….”
“…….”
변금수가 주춤거리며 두 걸음 거리를 벌렸다.
“아, 그래. 편히 있다 가라.”
이미지가 좀 쓰레기가 된 거 아닌가 싶지만 아무튼 귀찮은 인간은 떨쳐냈다. 이후로는 적당한 때를 봐서
외출권을 사용해 마씨세가 가주를 찾아 나섰다.
엄중한 경호가 오가는 구씨세가 본가나 마법적인 결계가 쳐져있는 하씨세가와 달리, 마씨세가는 출입이
간단했다.
“기업형 빌딩이라…”
무심코 중얼거린 혼잣말에 초능력의 대꾸가 돌아오지 않았다.
아, 그놈 내가 없앴지.
싫은 녀석이었지만 알게 모르게 적응이 됐던 모양이다.
‘그딴 놈한테 적응해서 좋을 건 없지.’
독재자한테 적응하는 시민이나 민생경제의 위기와 파탄에 무기력해진 서민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
을 어찌 해결할 수 없기에 성립하는 적응도 존재한다.
그런 적응은 애초에 하지 않는 편이 최상이고, 적응하더라도 반드시 의식적으로 벗어나야 한다.
‘잠자코 포기했으면 이번 회차에서도 지 멋대로 목적은 전부 달성했으니 죽으라고 페널티나 줬겠지. 개
같은 놈.’
초능력을 고통스럽게 지우는 방법이 없는 게 천추의 한이다.
자아도 있는 놈이니 고문까지 했으면 좋았을 텐데.
“마진성컴퍼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마진성 어르신을 만나 뵈러 왔습니다.”
“마회장님과의 대면일정을 잡으셨습니까, 고객님?”
사소하지만 신경 써야 할 선택의 기로가 찾아왔다.
실력을 드러내면 대면일정 정도야 잡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대신 실력이 외부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겠지.’
‘반면에 몰래 잠입했다가는…’
마진성 본인의 적의를 살 가능성이 높다. 어느 쪽이든 위험이 따르는 행위임은 명백했고, 검왕의 한국 밀
입국까지는 며칠 남지도 않았기에 이쯤에서 세이브를 활용했다.
▷세이브슬롯2에 현재시점(2021년 2월 13일 14h 05m)의 데이터가 저장되었습니다.
▷세이브슬롯2의 이름이 ‘현재시점(2021년 2월 13일 14h 05m)’에서 ‘마진성 대면직전(2021년 2월
13일 14h 05m)’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검왕의 강함은 구룡마나 하창엽처럼 십대세가 내에서도 격이 다른 실력자들보다도 한층 더 위에 있다.
기존의 가주 둘로는 상대가 안 되니 마진성의 영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 솔직히 그 셋을 포함해서 나까지
넷으로 상대가 가능한건지도 의문이다.
그래도 제갈민이 계책을 냈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터. 나는 그를 믿고 전력노출을 감수하기로 결정했다.
-가주에게 전해주십시오. 어린 나이에 절정고수의 경지에 접어든 SS급 초능력자가 찾아왔다고.
데스크 직원이 화들짝 놀라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날 보고 나서야 전음을 받았음을 깨달았다. 무슨 연예인
이라도 보는 사람처럼 허둥거리더니 수화기를 들었다.
“가주님께서 대면요청을 수락했습니다. 안쪽의 엘리베이터로..”
이건 조금 의외로군. 마진성의 거처는 어째 블랙매지션즈 본부처럼 기업물을 먹은 느낌이 든다.
마인성이 어린 나이부터 자기 회사를 차리고 젊은 사장으로 이름을 날린 것도 이런 부모 밑에서 먹고 자
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인가 싶을 정도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엘리베이터에서 대기 중이던 직원이 7층, 13층, 닫힘, 19층, 18층, 17층을 누르고 비상호출을 누르더니
“회장실”이라고 말하고 17층, 닫힘, 7층을 다시 눌렀다.
겉보기에는 만만했던 보안체계에 이런 숨겨진 대비책이 있었다니 절로 기가 막힌다.
“원래 그렇게 복잡하게 눌러야 합니까?”
“회장님의 취미입니다.”
“아.”
취미면 어쩔 수 없지.
그 아저씨, 생긴 것처럼 취미도 좀 고풍스럽네.
“그래, 자네가 느닷없이 나타난 신진고수라지?”
“먼저 갑작스러운 방문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은 그 실력을 시험해보고 싶군.”
마진성이 심심풀이 삼아 잘 걸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젓가락을 들었다.
“자네는 삼대계열 중 어느 쪽인가?”
“무투입니다.”
“그럼 세 번만 몸으로 견뎌보게.”
냅다 나무젓가락 하나를 던지는데 거기에 실린 기세가 예사롭지가 않았다. 염동계열 초능력자인 마진성
과는 직접 결전까지 벌인 경험 때문에 위험성이 곧바로 예측됐다.
‘몸으로 견디려 하다간 그대로 폭발하겠지.’
하지만 그냥 피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마진성의 눈에 띄어 빠르게 명성을 쌓을 작정이라면 회피만 해도 시험은 충분히 합격하겠지만, 지금의 방
문목적은 마진성을 죽을 자리에 동참하게 하는 것.
높은 확률로 사망이나 패배, 살아남더라도 중상이나 치명상이 예정된 자리이니 그의 진심어린 ‘인정’을
받아야한다.
“!!”
마진성이 두 눈을 부릅떴다. 젓가락을 낚아챈 내가 그대로 두 손으로 젓가락을 덮어버리며 그 안에 실린
염동폭발의 충격을 가두어 없앴기 때문이다.
“첫 수는 까마득한 후배를 위한 양보였다고 생각하죠.”
“예삿 놈이 아니구나. 이 마진성의 진심을 끌어내보겠다 이건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단, 이번에도 손으
로 막으려 들다가는 신체부위가 찢겨져나갈 게다.”
마진성이 반으로 쪼갠 나무젓가락의 반대쪽을 던졌다. 좀 전과 달리 속도는 느렸지만 느껴지는 기운은 더
했다.
‘허세가 아니군. 진짜로 15살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독한 수작을 부리다니. 나이를 떠나서 한 사람의 실력
자로서 나를 경계하고 있는 건가.’
회차 초기부터 가주급 초능력자에게 진심을 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은 감개무량하지만 감탄이나 하고 있
으면 진짜 당하는 수가 있다. 아직 내 신체도 완성된 수준은 아니다.
‘어쩔 수 없군.’
이쪽도 조금은 진심을 발휘하는 수밖에.
▷부가스킬 발동
▷부가스킬 발동
▷부가스킬 발동
나무젓가락을 휘감으며 회전하는 극한의 정교함으로 완성된 염력폭탄이 두 눈에 선명하게 포착되었다.
언뜻 보기에는 하나뿐인 폭탄의 안에 숨겨진 기운에 이를 악물었다.
모르고 덤비면 손목은 가볍게 날아가는데, 알고도 손을 대는 건 더 미친 짓이지. 그 미친 짓을 지금 시도한
다.
‘크윽…!’
염동폭탄의 영향권에 손을 들이자마자 손끝을 스치는 살벌한 기세에 식은땀이 흘렀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사납게 내 기운에 몰려드는 염동폭탄을 억지로 쥐어뜯는 대신, 호신강기를 펼
치며 폭탄의 위에 내 기운을 덧씌웠다.
‘이진태와 검성도 해낸 일이다.’
어찌 감당해야할지 막막해서 혼백이 다 빨려나가는 검왕의 검이나 상상을 초월하는 이진태의 대마법과
달리, 마진성의 염동폭탄은 정교하기는 해도 그 실체를 전부 알고 있다.
초상승무학(超相承武學)
굴공투술 8성(屈空鬪術 ⼋成)
이화접목(移花接⽊)
알고 있다면, 그 힘을 받아넘기는 것도 가능하다.
꽈득!
감당할 수 없는 힘의 한계에 근육이 찢어지고 뼈가 욱신거릴지언정, 분명하게 기운을 덧씌우는 데에 성공
했다!
-미련한 놈! 당장 그만두지 못할까!!
-남 걱정할 때입니까?
-네놈, 두 손을 잃을 작정이냐!!
마진성은 대경실색했지만 나는 그의 예측을 아득히 뛰어넘는 한층 더 미친 짓을 벌였다.
이진태나 검왕이 이중 호신강기를 덧씌워 극한으로 위력을 강화한 일격을 서로에게 되돌려준 반격기에
서 위력증폭을 제외한 힘의 전달에 공간을 왜곡하는 ‘굴공’의 묘리를 섞었다.
초고수들의 극상승묘리에서 사용하기 벅찬 부분을 덜어내고 나만의 깨달음을 더한 개량식 무술을 만든
것이다.
‘발상도 사용도 실전이 지금 처음으로 펼치는 기술.’
‘위험성은 두 말할 것도 없지만…’
5회차까지의 나라면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미친 짓이지만 지금은 가주급 고수들과의 교전경험이 쌓이고
초고수들의 생사결도 견식한데 이어 데빌메이커의 응용력도 흡수했다.
이는 마진성의 파괴력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한계에도 도전하는 중대한 분기점인 것이다.
‘나도 이진태나 검왕처럼 강해지고 싶다. 아니,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반드시!!’
젓가락에 실린 힘에 저항하는 대신, 등 뒤로 지나치는 힘에 원심력을 더하며 강하게 염원을 품었다.
팔과 함께 몸을 회전하며 호신강기에 둘러싸인 젓가락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진
동하는 나무젓가락을 ‘굴공’의 출발점에 집어넣었다.
‘터지지 않는다, 터지지 않는다, 터지지 않는다!!’
위험수위로 팽창한 기운을 굴공의 출구로 내던짐과 동시에 마진성의 뒤편에서 나무젓가락이 불쑥 나타
났다.
“!!”
대경실색한 그는 바로 뒤에서 폭발하는 나무젓가락을 막고자 호신강기에 역장방패, 영역까지 동시에 전
개했다.
스으으…
격동했던 힘이 완전히 소실된 뒤에 나타난 광경은 옷자락 하나 그을리지 않고 성한 마진성의 모습이었다.
“위력을 줄여서 되돌려주었나?”
“수련이 부족해서 그랬습니다.”
“회전 도중에 폭발을 억누르느라 힘을 소모한 모양이군.”
역시나 오랜 시간 SS급에 머무른 고수답게 마진성은 내 일격에 실린 상승묘리와 부족한 점까지 전부 꿰
뚫어보았다.
“그 무술, 자네가 직접 창안했나?”
“일부는 그렇고, 일부는 다른 고수의 기술을 참조했습니다.”
“두려울 정도의 재능이군. 20년 전, 그 대영웅 강반검의 젊은 시절이 떠오를 정도로.”
천고의 기재, 지상최강에 가장 근접한 강반검에 비견되다니 1회차의 나로서는 상상도 못할 대접이다.
“시험은 이쯤에서 그만두도록 하지. 아무래도 자넬 더 시험하려 들다가는 손대중이 불가능해지고 둘 중
하나가 죽게 생겼으니. 당장이라도 이름을 건 세가를 꾸려도 될 실력이야.”
“감사합니다.”
“그래, 젊은이. 이름이 뭔가?”
“한도령입니다.”
“날 찾아온 이유는? 그저 실력자랑을 하려고 온 건가? 아니면 고수와의 비무나 대련을 원해서?”
지금의 그라면 내 말을 선뜻 믿고 따라줄까?
밑져야 본전이긴 하지.
망설임을 떨치고 과감하게 질러보았다.
“중국 공안의 최고실력자 검왕이 한국에 밀입국을 한다는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뭣!! 그게 정녕 사실인가!?”
“신씨세가와 천씨세가 가주에게는 따로 연락이 들어갔습니다. 그들을 떠보면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
을 겁니다.”
그가 몹시 떨떠름해하며 물었다.
“십대세가 가주인 이 나조차도 알 수 없는 고급첩보를 가져오다니… 자네 혹시 정부에서 일하나?”
“정부쪽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개입했습니다. 잠자코 지켜보면 신씨세가와 천씨세가가 가주
를 잃게 생긴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가주가 둘이나 포섭됐다면서 당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생각보다 우호적인 반응이다.
지금까지보다는 한층 안심하며 대답했다.
“검왕은 초절정고수로 SSS급에 들어섰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가주 둘로는 개죽음밖에 되
지 않는다고 봅니다. 검왕의 검을 직접 보았기에 하는 말입니다.”
“이거 참, 점점 더 놀라워지는군. 검왕의 검을 직접 보고 살아남았다고? 자네 진짜 뭐하는 사람인가?”
“가주들이 죽어나갈 판에 제 정체가 중요하지는 않죠.”
“아니, 그런 상황이기에 더욱 자네의 정체를 알아야겠네. 정부소속도 아니고 하늘에서 뚝 떨어지다시피
나타난 SS급 초능력자를 어떻게 믿는단 말인가?”
“…….”
제갈민은 다른 가주들을 전부 내버려두고 마진성을 정확히 짚어서 포섭하라고 요구했다. 그렇다면 이 싸
움에서 반드시 마진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거다.
“저는 대외적으로 오성아카데미 1년차 생도의 신분을 지니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밝힐 수 있는 정보
는 이것뿐이지만 지금은 이것으로 참아주셨으면 합니다.”
“오성의 신입생? 내 아들은 A반에 자네 같은 괴물이 있다고 알린 적이 없었네만.”
“F반입니다.”
마진성이 기가 막힌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잘도 그런 밑바닥으로 들어갔군. 실력을 감춘 건가? 허참, 오성의 교관과 교수들을 모조리 가지고 놀았
어.”
“제안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성의가 부족하다고는 생각해도 오성까지 감쪽같이 속인 마당에 재촉한다고 뭐가 나오진 않겠군. 일단
받아들이지.”
몹시 떨떠름해하기는 해도 결국 마진성은 내 연계제의를 받아들였다. 가주가 둘이나 죽으면 십대세가의
입지도 크게 낮아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천씨세가 가주에게는 여러모로 빚을 지기도 했고.”
“……?”
“십대세가 가주라면 누구든 그녀에게 한번쯤은 빚을 졌지. 자네보다는 그녀가 곤란해서 돕는 셈이지만
어쨌건 장소와 시간만 전하면 나가겠네. 그런데 미리 막진 않아도 되겠나?”
“검왕은 한국의 인재들을 죽이려고 내방한 겁니다. 사전에 개입해봤자 다른 기일을 잡거나 더욱 철저하
게 준비해서 오겠죠. 규모를 너무 키우면 이쪽의 대응을 눈치 챌 테고.”
“까다로운 상황이군. 알겠네. 외부인을 끌어들이거나 천씨세가에 미리 언질을 주는 일 없이 마음의 준비
만 해두지.”
가장 까다로운 마진성 포섭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으니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는 검왕과 조기결착
을 지을 차례다.
[6회차] 검왕습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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