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279
278 – [6회차] 미로에서의 사투( )
칠대길드의 분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격해졌고, 사상자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패닉에 빠진 길드원들
이 폭주상태에 돌입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이 개시팔놈들! 다 죽어버려!!”
“안 돼! 멈춰, 김민식!!”
붕괴 직전의 대열을 지키던 길드원 한 명이 출력한계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이판사판으로 몬스터무리
에 뛰어들었다.
다음 순간, 혈류속도에 비례하는 위력으로 매직미사일을 쏘아내는 사출계열 능력자 김민식의 몸이 산채
로 폭발했다. 한계를 아득히 넘어선 출력에 신체가 붕괴해버린 것이다.
쏴아아
쏟아지는 피분수 아래에서 남은 길드원들이 망연자실하며 그 광경을 바라보았지만, 피냄새를 맡은 몬스
터들이 한층 더 몰려들면서 사태는 악화되었다.
근대그룹, 정성그룹, 장양그룹.
칠대길드에 속한 기업형 길드들이 연쇄적으로 붕괴하였고, 끝내 한도령과 마주치기도 전에 세 개 길드에
속한 60명 이상의 길드원들이 전멸하였다.
“허억! 허억! 겨, 겨우 뚫었나. 우리 산 거 맞지?”
“맞아. 근대쪽 녀석들이 연달아 폭주에 돌입한 덕분에 몬스터 어그로를 전부 떠넘길 수 있었어.”
“남은 건 겨우 네 명 뿐인가… 이래서야 임무속행은커녕 살아남기도 힘들겠어. 하하. 이게 어딜 봐서
S+급 던전이야.”
성진길드 부길드장의 헛웃음에 직속 길드원들도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칠대길드가 동시에 공략을 시
도하고도 대부분이 죽어나간 최악의 던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초에 이딴 던전을 공략대상으로 삼은 한도령 공격대가 미치도록 증오스러웠다.
“내버려뒀으면 알아서 죽었을 놈들을 괜히 길동무로 삼게 생겼군. 아니, 지금쯤이면 이미 다 죽었으려
나?”
“미적거릴 시간 없다. 죽은 놈들 시체가 다 뜯어 먹히면 몬스터들도 다시 움직일 거다. 서둘러.”
부길드장의 재촉에 길드원들도 지친 걸음을 재차 옮겼다.
“어이, 발소리가 줄었잖아. 한 놈은 뒤에서 뭐하는 거야?”
“양재! 너 아직도 엎어져있나? 부길드장이 부르잖아. 냉큼 대답 안 해?”
윽박지르던 길드원은 미동도 않는 동료의 모습에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동료 한 명도 같은 기분이
들었는지 조심스레 다가 창대로 몸을 뒤집었다.
“주, 죽었, 그르륵!”
비명을 지르려던 동료의 목덜미를 뚫고 단검이 튀어나왔다. 식겁한 길드원이 냅다 한 팔을 반대 손으로
지탱하며 강력한 에어브레스트를 사출했다.
그런 그의 발치에서 나는 두 손을 뻗어 양발을 지면 아래로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으아아아악! 뭐야, 뭐야, 뭐야뭐야뭐야뭐냐고!!”
“시끄럽다. 조용히 죽어.”
아무리 발버둥을 쳐보아도 지면에 상반신의 대부분까지 박혀버린 길드원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수직으
로 곤두세운 두 팔로 마구 초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전부였다.
천장을 향해 쏘아진 능력은 암반의 추락으로 이어졌고, 바로 밑에 있던 길드원은 속수무책으로 암반에 깔
려죽었다.
“웬 놈들이냐!!”
순식간에 부하들이 전부 죽어버리자 부길드장은 기겁하며 주변을 노려보았다.
▷부가스킬 발동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물체를 볼 수 있게 된 뒤에야 부길드장은 갑작스러운 기습이 어떻게 이루어졌는
지 이해했다.
“매직미러…!”
“오호. 이 양반, 생도 시절에 공부 좀 했나보네.”
“빛의 비가시성을 이용해서 거울속성을 역이용해 던전 한복판에 매복하다니… 제법이군. 단단히 당했
어.”
“당했다는 것 치고는 꽤 여유 부리시는데? 실력에 자신 좀 있으신가?”
“너희가 한도령 공격대냐?”
제갈민은 반투명거울을 밀고 당당하게 정면으로 나섰다.
“그래. 나쁜 소리는 말라고. 그쪽도 우릴 죽이려고 들어왔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
“그걸 알면서도 내게 모습을 드러내다니, 실로 어리석구나. 생환은 불가능할지라도 애송이 하나의 목을
비트는 것쯤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성진길드 부길드장이 노호성을 지르며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에 당황한 제갈민이 뒷
걸음질 치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한동훈!”
“그러게 병신같이 앞에는 왜 나섰어!”
“일이 계획대로 풀리면 앞에 나가서 자랑하고 싶어지는 게 당연하잖아!”
끝까지 매직미러 뒤에 숨어있던 한동훈이 냅다 거울을 밀치며 망치를 휘둘렀다. 부길드장은 손날로 망치
를 두 번 자르고, 연달아 망치자루마저 세 토막을 내었다.
“와, 돌겠네.”
“다음은 팔을 날려주,”
위압적으로 손날에 기세를 싣던 부길드장이 앞으로 쿵 하고 쓰러졌다. 뒤통수에 박은 단검을 뽑으며 강유
아가 피투성이가 된 단검을 내려다보다 부길드장의 옷에 슥슥 닦았다.
“도령이는?”
“저기.”
나는 천장에서 떨어진 암반을 뚫고 밖으로 나왔다.
매복 작전은 계획대로 완벽하게 성공했다.
“다른 길드는 셋이 동시에 전멸했다고 했지?”
“어. 성진은 지금 끝냈고 삼환은 그 전에 끝냈으니 이제 둘만 남았네.”
“한 번 더 매복할까? 장소만 옮겨서.”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다.
그렇기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안으로 이동하자. 같은 작전을 너무 많이 써먹었어. 슬슬 꼬리를 밟힐지도 몰라.”
“아깝네. 전부 쓸어버릴 수도 있었는데.”
제갈민의 작전으로 칠대길드 중 둘을 묻어버리고 셋의 궤멸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일곱이었던 적 세력을
둘로 줄인 것만으로도 커다란 소득이다.
“정찰결과는 어땠어?”
서브공략조가 기다리는 대기지점으로 향하자 장명훈이 대뜸 결과를 물었다.
“똑같지. 교전이 있었는데 그리 힘들진 않았다.”
“몬스터만 있었냐?”
“그래. 몬스터만.”
최상수의 물음에도 가벼이 대답했다. 두 사람은 특별히 의심을 하거나 추궁을 하지는 않았다. 워낙 빠르
게 처리한데다 우리가 없던 사이에 느끼던 불안감이 사라진 덕분이리라.
▷제 5 미로지대에 진입합니다.
▷5차 미로속성 : [정예]
▷던전에 등장하는 몬스터의 개체수가 격감하는 대신, 개체별 위험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그리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자잘한 몬스터들이 등장하지 않는 대신, 그것들을 전부 합친 것보다 강력한
고등급 몬스터들이 출몰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추정난이도 SS급에 달하는 이 던전에서라면 SS급의 몬스터도 등장할지 몰랐다.
‘2025년 무렵에 몬스터웨이브를 일으키는 금천역의 엘더 자이언트 웜도 등급 자체는 S+급에 불과했지.’
이동만으로 재해를 일으킬 수 있는 재해급 몬스터보다 윗줄에 속한 존재. 그것이 바로 SS급 몬스터다. 연
습용 던전에서 줄곧 상대했던 OP몬스터보다도 강할 터.
B반에서 함께 특훈을 받았던 서브공략조의 동료들이나 제갈민은 그 위험성을 깨닫고 금방 사색이 되었
다.
“정찰은 이제 나가지 않아도 돼. 단독행동은 중지. 다들 기세 줄이고 영역 전개도 하지 마. 여기서부터는
최대한 신중하게 전진하겠어.”
나름 몬스터를 피하면서도 심심찮게 실력발휘를 해야 했던 지금까지와 달리, 제 5 미로지대부터는 교전
횟수가 극단적으로 줄어들다 못해 제로가 되었다.
쿠웅 쿠웅
높이 치솟은 미로의 벽을 아득히 웃도는 크기의 거대한 무언가가 지나다니는 광경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
었다.
정신 나간 크기의 골렘이 돌아다닐 수 있도록 확장된 필드로 미로가 이어졌다. 우리가 들어온 통로는 대
략 여덟 방향으로 뚫린 길 중에 하나였다.
“저 중에 하나가 최심부로 이어지는 길이겠군.”
“한 번에 찾지 못하면 저 괴물자식이 돌아다니는 통로를 몇 번이고 얼쩡거려야 한다 이거지?”
최상수의 무덤덤한 발언에 기가 질린 김아준이 자신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한도령. 될 것 같냐?”
“나 혼자서 싸운다면 어떻게든 이길 자신은 있는데, 어떤 식으로든 너희가 휘말리게 될 걸.”
“잠깐만 기다려봐.”
나는 제갈민과 짧게 대화를 나누었다.
“이건 기회일지도 몰라. 내가 저 괴물과 싸우는 사이에 칠대길드가 소란을 듣고 모이겠지. 그 틈에 덤벼
드는 놈들이 있으면 최상수를 이용해서 해치워줘.”
“생각처럼 쉽게 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는데. 아무튼 알았다. 임기응변으로 어떻게든 해보지.”
순진하게 보스를 해치울 생각에 신이 난 동료들과 달리, 나와 제갈민은 적을 끌어내고자 갈라섰다.
정작 중요한 보스전에서 동료들이 모두 피난을 가버리는 상황은 입맛이 씁쓸했지만, 아직 전성기에 진입
하기는커녕 한참 성장기인 동료들을 위험한 전투에 가세시킬 수는 없었다.
저만치 멀리 떨어진 동료들로부터 응원 아닌 응원을 받으며 나는 홀로 필드에 진입했다.
***
제갈민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보스룸만 쳐다보던 동료들을 향해 손뼉을 쳤다.
“자, 주목. 구경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후방에서 언제 적이 나올지 모른다고. 저쪽 동향은 김아준
한 명만 관찰하고 나머지는 지나온 통로나 벽 쪽을 주시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어? 어차피 여긴 정예들밖에 없고 우리가 지나온 길에는 다른 통로도 거의 없었잖
아. 저렇게 큰 놈이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정예몬스터가 죄다 저렇게 무식하게 크지는 않아. 알 만한 놈이 이거 왜 이래? 장명훈 너도 구경하고 싶
었냐?”
장명훈이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제갈민은 썩소를 지으며 짧게 대꾸했다.
“안 돼.”
얼떨결에 유일한 승리자가 된 김아준만이 희색을 띠며 대놓고 관람태세에 돌입하는 사이, 아무도 없는 통
로를 경계하던 제갈민과 강유아에게 장명훈이 물었다.
“그런데 탐사 도중에 한 번씩 계속 어딜 갔던 거야?”
“어딜 가다니, 정찰하러 갔지.”
“그런 것치고는 매번 몬스터의 체액이나 냄새가 나질 않았어.”
묘하게 날카로운 장명훈의 말에 제갈민이 내심 혀를 찼다.
귀찮은 녀석이 눈치 하나는 귀신같이 빨랐다.
“잠깐, 저거 적 아니야?”
“어디?”
제갈민의 말 돌리기에 일행들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경계하였다. 그리고는 힐난하는 눈초리로 그를 돌
아보았다.
“아무것도 없잖아.”
“은신을 했을지도 몰라.”
한도령이 환생자라는 비밀을 공유하는 극소수의 인물로서 동지애라도 느낀 것인지, 강유아가 제갈민을
비호하는 의견을 내었다.
지금껏 그녀의 도움으로 많은 습격을 막았던 동료들은 의심을 접고 경계를 강화했다.
“비가시성 몬스터인가? 이상한 막이 보이는데.”
그리고 가장 먼저 탐지안을 발동했던 최상수가 하는 소리에 강유아도 탐지안을 켰고, 근원요소를 감지하
는 두 눈에 무척이나 익숙한 형태의 ‘매직미러’가 보였다.
“앗! 갑자기 사람들이 나타났어!”
강유아보다 한발 앞서 반대쪽을 보던 김아준이 소리쳤고, 그 때문에 일행의 주목이 반대쪽으로 쏠렸다.
“뭐!?”
“얼른 도와야하는 거 아니야?”
“이 바보 자식들, 어딜 보는 거야! 바로 앞에 이상징후가..”
“늦었어.”
“!!”
뜨거운 열기가 덮쳐든다고 느끼기가 무섭게 커다란 폭발이 일행들의 한복판에서 터졌다. 제갈민을 밀친
한동훈이 폭발 한 방에 만신창이가 되었다.
바닥을 구르던 김철괴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적의 습격을 받는 제갈민의 앞을 막았다. 습격자는 김
철괴의 접근을 인지하자마자 공격을 제갈민이 아닌 김철괴에게 날렸다.
카앙!
팔과 검이 충돌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울림과 함께 양측 모두 한 팔을 뒤로 빼며 물러섰다.
“붐버맨! 다 터뜨려!”
“그래서는 시야확보가,”
“이자식들 생각보다 튼튼해! 대열을 완전히 찢어버려!!”
김철괴가 미처 대응을 하기도 전에 미로 벽면 사방에서 새하얀 섬광이 번쩍거렸다. 손 뻗으면 닿을 거리
에 적이 있지만 이대로는 방금 전보다 더한 폭발이 제갈민을 덮쳤다.
김철괴는 제갈민을 폭발로부터 보호했고, 다음 순간 커다란 폭발이 몇 번이고 일어나며 천장이 무너졌
다.
콰아앙!
후두두두둑! 쿠궁!
쏟아지는 토사들은 오래 전, 2회차 시절의 폐광산 던전과 마찬가지로 김철괴를 궁지에 몰아넣었지만 그
때와 달리 지금의 김철괴는 최상수와의 대련으로 강화경도가 대단히 높아졌다.
“그걸 당하고도 살아남았다고? 운 하나는 기가 막히게 뛰어난 녀석이군.”
“운인지 아닌지는 직접 겨뤄보면 알겠지.”
검객의 주의가 제갈민에게 향하지 않도록 김철괴는 선제공격을 위해 뛰쳐나갔다. 한발 늦게 의식을 회복
한 제갈민이 몸을 일으키려다 휘청거리며 주저앉았다.
‘제길, 이런 상황에서 뇌진탕이라니.’
하필이면 자신들이 사용했던 ‘매직미러’전술을 적이 사용해서 함정을 팠다는 사실에 분개하는 사이, 산
발적인 각개전투로 발생한 기파가 모래먼지를 조금씩 걷어냈다.
“제갈민. 네가 튕겨나간 방향은 주시하고 있었다.”
“!?”
“분명 이 근처였지?”
가볍게 기침을 하며 호흡을 정리하려던 제갈민이 필사적으로 기침을 참고 입을 꽉 다물었다. 상대는 제갈
민의 위치를 찾기 위해 다시금 말을 걸었다.
“광탄을 양면으로 전개해서 조명도에 차이를 두어 인위적인 매직미로를 형성하다니, 생도 치고는 머리를
아주 비상하게 썼어. 그런데 지식과 달리 지혜는 그리 뛰어나지 못했군.”
제갈민을 찾던 인물, 오성길드의 부길드장 나인주가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오성아카데미에서 가르치는 초능력자의 고급기술 중 하나인 광탄의 응용활용법을, 다른 곳도 아닌 오성
길드의 초능력자들이 구사할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다니.”
“…!!”
“나름 수를 들키지 않으려고 절제했다만 그러기엔 오성의 이름을 너무 얕잡아봤어. 같은 수를 두 번 이상
쓴다면 들키는 게 당연하잖아?”
한국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오성 아카데미. 그중에서도 각 기수의 실력자들을 엄선하여 모아온 오성길드
에서 제갈민의 수를 두 번 본 것만으로 간파하고 재현해내었다.
제갈민으로서도 그런 일이 가능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고, 방심의 대가는 난전으로 돌아왔다.
[6회차] 변화
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