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281
280 – [6회차] 변화( )
칠대길드의 방해를 뚫고 SS급으로 격상한 마천지하미로던전 클리어에 성공한 이후, 한도령 공격대는 정
식으로 세간의 인정을 받으며 그 명성을 널리 알렸다.
“훌륭하군. 사전에 준비한 것보다 높은 난이도의 던전을 불과 아홉 명의 인원으로 돌파하다니. 이제 자네
들의 성과는 이 나라의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걸세.”
“구룡마 어르신이 지상에서 칠대길드의 막나가는 소행을 막아주신 덕분입니다.”
“알고는 있어서 다행이군. 무슨 군사훈련 같은 헛소리를 지껄이며 폭격을 퍼부으려던 군부대를 내 부하
들의 초능력훈련을 빌미로 쓸어버렸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산이 무너질 뻔했네.”
어처구니없게도 군부는 2회차와 마찬가지로 던전을 매장시키고자 작정을 했던 모양이다.
그 규모와 준비가 2회차의 라이언이 실토한 것보다도 훨씬 컸던 모양이지만, 이쪽에서 포섭한 십대세가
의 일원이자 삼대천 보스 중 하나인 구룡회주 구룡마는 아예 메인빌런이다.
막장도나 위험도 모두 군부를 아득히 능가하는 구룡마의 심기를 건드린 결과, 군부대는 흔적도 없이 다
쓸려나갔다.
“군에서 뭐라고 안 합니까?”
“책잡힐 걸 알아서 기록매체 하나 없이 왔던 놈들이네. 다 죽어나갔다고 한들 변변찮은 변명 하나 할 수
없겠지. 신흥 공격대 묻으려다가 특수부대가 몰살당했다고 징징댈 수도 없지 않겠나?”
“하하… 어르신도 참 대단하십니다.”
“그래서, 안에서는 어땠나?”
“예상대로 칠대길드 전원이 공격대를 암살하고자 정예를 파견했고, 눈에 보이는 전원을 사살했습니다.
각 길드의 길드장급도 포함되어 있으니 전력이 대폭 감소했을 겁니다.”
사실상 칠대길드의 주축을 이루는 실력자들이 마천지하미로던전에서 모조리 뼈를 묻어버린 셈이다.
“으하하하! 좋군, 실로 좋아. 그 건방진 풋내기들이 한 방에 모조리 쓸려나가다니, 아주 잘된 일이야. 혹시
오성길드 길드장 신종필이도 죽였나?”
“신종필… 이름은 모르겠지만 오성의 길드장이라면 정황상 제 손으로 죽인 게 맞을 겁니다. 그놈이 역장
방패 비슷한 초능력을 사용했습니까?”
“정확히는 암흑역장이라는 초능력을 사용하네. 신씨세가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녀석인데, 이참에 죽었다
니 아주 잘됐어.”
구룡마를 비롯한 십대세가 가주들은 내 활약에 몹시 기뻐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한도령 공격대를 지원해
주었다.
공격대원들을 위한 아티펙트 지원부터 치유계열 초능력자 파견, 세금을 빌미로 공략의 성과를 약탈하려
는 정부에 대신 소송을 걸어주기까지 했다.
“이참에 얼른 세가등록까지 마치는 게 좋겠네. 젊은이가 한씨세가를 세우면 십대세가도 십일대세가로 늘
어나겠군.”
그 깐깐한 표용연마저도 이런 소리를 할 정도였으니 저들이 얼마나 내 활약에 기뻐하는지는 두 말할 필요
도 없었다.
“마석수급은 이걸로 완전히 해결됐다. 덕분에 본격적인 사업확장과 추가개발에 돌입할 수 있겠어.”
“칠대길드를 짓누를만큼 거대기업을 만들어야해. 나는 약속대로 성과를 냈다. 마인성, 다음은 네 차례다.
칠대길드는 무너졌어도 칠대기업은 아직 건재해. 할 수 있겠냐?”
“물론. 마석만 손에 넣으면 가장 큰 고비는 넘긴 것이나 다름없지. 마석사업의 주도권은 이제 이쪽에 넘
어왔다.”
마인성은 호언장담한대로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사업체를 성장시키며 성공한 벤처기업 수준을 아득히
넘어서 천문학적인 단위의 거금이 오가는 마석사업을 성장시켰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간 정부와 칠대길드의 주도 하에 엄중하게 단속하던 마석이 내 공격대의
활약으로 대거 보충되며 연구개발 및 생산량에 유의미한 변화를 준 덕이다.
SS급 던전 클리어 이후, 우리들의 앞을 가로막는 적은 없었고 마석수급은 갈수록 수월해졌다.
“너희들, 정말로 이런 일을 하고 싶냐? 원한다면 이제 일반인으로 자유롭게 살아갈 수도 있을 텐데.”
“수명의 한계가 있다면 짧은 인생을 조금이라도 사치스럽게 보내고 싶어요. 공격대는 제일 돈 되는 마석
과 연관된 일이고, 저희 배양체들이 하기에는 최적의 일이에요.”
배양체들은 이런 이유로 공격대에 가세했고, 인원에 여유가 생기자 따로 훈련을 봐주던 예비조 동료들도
실력이 부쩍 늘어서 1년차 4분기 안에 전원이 B반까지 승급했다.
김일식, 이민지, 주아름, 송지애, 이정수. 다섯 명 모두가 동시승급에 성공한 이상 예비대원의 준비도 성
공적이다.
“일전에 준 데이터는 잘 받았어요. 배양체들의 생체캡슐은 저희 쪽에서 어떻게든 자체 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M바이오 연구에도 도움이 되니 배양액 생산 및 연구도 착수했고요.”
송지애의 송가제약은 그런 배양체들의 전력온존 및 부상회복, 약물치료를 위한 전용캡슐 및 배양액 개발
에 착수했다. 이로써 한도령 공격대는 총원 32인에 이르는 규모로 확장됐다.
“우리라고 질 수는 없죠. 십대세가 중 마법계열 초능력자 가문이 연계하여 마법협회를 설립함과 동시에
협회전속 공격대를 결성하겠어요.”
“흥, 마법계열만 치고 나가게 둘 수는 없지. 이쪽도 마찬가지야. 초상협회와 협회전속 공격대를 만들겠
어.”
하정아가 발 빠르게 동급생들의 지지를 받아 공격대 멤버를 모으고 가문의 이해를 모아 마법협회를 결성
하자, 이에 제동을 걸고자 초상그룹도 이브이를 밀어주며 초상협회를 결성했다.
지난 회차들에서도 중반 이후에나 등장하던 협회들이 불과 1년 만에 동시에 등장한 것이다.
“이거, 어쩌면 이번에는 올드 원 토벌에 성공할지도 모르겠는데? 정세가 아주 좋게 흘러가고 있어.”
“…….”
“어이, 뭘 그리 죽상이야? 이게 다 네가 만든 결과라고. 올드 원의 견고한 정원이 무너지고 있다니깐?”
제갈민은 좋아 죽는 기색이었지만 나는 그리 솔직하게 기뻐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협회설립은 우리에게 득이 되는 일이 아니야.”
“뭐?”
“초능력자들이 사분오열로 흩어지면 득을 보는 건 올드 원밖에 없어. 이대로는 협회전쟁이 재현될 뿐이
겠지.”
히어로협회와 마법협회, 마법협회와 초상협회, 초상협회와 히어로협회. 셋 중 어느 둘이 싸우든 간에 대
단히 격한 싸움이 되리라는 것은 명백했다.
한도령공격대의 창립과 마천지하미로던전에서의 성과, 마인성의 MM코퍼레이션 설립까지는 우리들의
우세였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올드 원이 손을 쓰기 시작할 차례다.
“기억전송 해봐. 지금이라면 능력도 어느 정도 등급이 올랐으니 온전히 보낼 수 있겠지.”
제갈민의 말대로 기억전송 초능력의 등급은 지속적인 사용 및 응용법의 습득으로 Rank S까지 상승했다.
[갱신 전(Rank F) : 기억전송을 원할 시, 막대한 근원요소를 소모하여 극히 일부의 임의의 기억을 무작위연계정보를 포함하여 전송할 수 있다.] [갱신 후(Rank S) : 기억전송을 원할 시, ‘소량의’ 근원요소를 소모하여 ‘원하는 기억’만을 ‘대량’으로 전
송할 수 있다.]
비효율적인 능력의 효율을 극한으로 상승시키자, 제갈민은 불과 하루 만에 모든 회차의 필요한 정보를 습
득할 수 있었다. 물론 가문전쟁이나 협회전쟁에 대한 정보도 포함되었다.
“이건 생각만큼 그리 걱정할 거리는 아니야.”
“어째서?”
“십대세가 안의 하수인, 신씨세가 가주 신명섭을 죽였잖아.”
“그놈은 다른 회차에서도 언제나 죽었어.”
“대신 다른 때에는 칠대길드가 무너지지 않았지.”
제갈민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내게 확신을 더해주기 위해 설명을 이어나갔다.
“칠대길드가 건재했던 시절에는 십대세가에 있을지도 모를 두 번째 하수인이 수작을 부렸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칠대길드가 몰락한 지금은 십대세가가 이 나라에서 가장 강력해.”
“하수인이 올드 원을 따르지 않고 배신할 거라고 봐?”
“무조건 그럴 거다. 올드 원이 자유롭게 암중에서 하수인을 부려먹을 수 있는 건 막강한 권력과 무력으로
미래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었지.”
“칠대길드가 무너진 것만으로도 그게 실패할 수 있어?”
“칠대길드는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견고한 적이 아니야. 초능력이 없던 시대라면 모를까, 현 시대에
서 가장 중요한 건 초능력과 마석이지. 칠대기업은 둘을 동시에 잃었어.”
그리고 지금, 그 빈자리를 마인성과 내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먹어치웠다.
기존의 권력집단이던 십대세가 또한 각자 마법협회와 초상협회를 설립하고 전속 공격대를 만들며 칠대
그룹의 이권을 빼앗기 위한 이권쟁탈에 나섰다.
확실히 이렇게 보니 십대세가 가주 중에 하수인이 있다면 올드 원을 따를 이유가 없다.
“이대로 가만히 묻어가기만 해도 올드 원의 권력이나 재력을 제 손에 넣을 수 있는데 마다할 리가 없잖
아?”
“그러네. 협회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확실히 희박하겠어.”
“물론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야. 제일 거슬리는 ‘반년 뒤의 죽음’에 대한 예지가 이번 달 내로
일어나니까.”
2022년 1월 1일.
신년을 맞이한 지금, 반년의 유예는 이번 달 사이에서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는 확실히 위험하겠어. 대체 어떤 사건이 일어나야 이 정도로 유리한 상황에서 셋 중 한
명이 죽음에 이르는지 상상이 불가능할 지경이야.”
“솔직히 동감이다.”
“아무래도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어. 천시연 교수를 찾아가서 직접 들어보자고.”
천시연의 교무실을 찾아간 우리는 교무실의 구조가 예전과 크게 달라진 모습을 발견했다. 사무구역부터
크게 두 편으로 나뉘었는데, 십대세가와 오성측 사람이 나뉜 모양이다.
“한도령 생도랑 제갈민 생도? 교무실에는 무슨 일이지.”
“천시연 교수님을 만나뵈러 왔습니다.”
“잘됐군. 천교수는 곧 돌아올 거다. 그 전에 잠깐 시간 좀 내라. 커피 정도는 대접해주지.”
깐깐하기로는 아카데미 최고로 손꼽히는 B반 담당교수이자 방어술 교수 신진수의 제안이다. 좀처럼 남
에게 약한 소리를 하는 법이 없는 그이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코코아?”
“코코아 ‘커피’다.”
“애들 입맛이군요. 맛은 있네.”
제갈민의 태연한 소리에 신진수가 화를 낼 법도 하건만, 묘할 정도로 표정변화가 없다. 눈치껏 분위기를
읽은 우리는 농담이나 가벼운 태도를 내려놓았다.
“오성 쪽 관계자들의 행세가 심상치 않다. 조만간 큰 건 하나로 정치적인 입지를 되찾으려는 모양이다.
무력으로 깨졌으니 정치력으로 승부를 강요하면 큰 손해를 입겠지.”
“이런… 다 큰 어른들이 지저분하게 나오는군. 어느 분야로 물고 늘어지려고 하는지도 알아내셨습니까?”
제갈민의 물음에 신진수는 잠시 고민하는 기색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카데미 내부에서 뭔가를 하려는 것 같지는 않다. 공격대나 십대세가 중 한쪽을 치겠지. 그중 그나마
만만한 상대는 이제 막 이름을 알린 공격대 쪽일 확률이 높고.”
“감사합니다. 미리 대응플랜을 짤 수라도 있게 되었으니, 눈 뜨고 코 베이는 일은 없겠군요.”
“용무는 이상이다. 마침 천교수도 돌아왔군. 제일 넓은 데스크가 천교수 자리다. F반에서 올라온 예비조
도 제대로 특훈을 돌려줄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기존 아카데미의 교육방침에 큰 불만을 지니고 있었던 신진수는 십대세가의 알력행사 이후 자신의 교육
방침을 관철할 수 있어 무척 기분이 좋아보였다.
아마도 이번 6회차에서는 나라가 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신진수가 무인도로 도망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죽음의 분기’ 예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듣고 싶다고요?”
“그래. 예지가 이루어질 시기가 다가왔으니 이쯤에서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고 싶다.”
“제가 본 미래는 수많은 사람들이 합동장례식을 치르는 광경이었어요. 비석 위로 새겨진 이름이 한도령,
김다연, 제갈민. 세 사람이 번갈아가며 나타났죠.”
불길해봐야 얼마나 불길하겠냐고 생각했던 것이 무색하게 정말로 불길한 예지다. 헌데 제갈민의 표정이
묘하다.
“묘지를 보고 이름이 정해지지 않았다… 천시연 교수님. 그건 이름이 적히더라도 그 사람이 반드시 죽어
있는 상태라는 확증은 없다는 거 아닙니까?”
“그건…! 그럴 확률은 희박해요. 지금껏 제 예지가 벗어나는 일은 극히 드물었어요.”
“애초에 죽음의 예지라는 그 능력, 정해진 미래를 내다보며 고정유무를 결정하는 기존의 능력과는 성질
이 너무 다른 거 아닙니까?”
제갈민의 진지한 표정으로부터 그가 [순간모방] 초능력자로서 타인의 초능력에 대한 심도 깊은 통찰력을
발휘했음을 간파했다. 천시연은 그의 발언에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제 능력을 불신하는 건가요?”
“능력이 잘못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죽음의 분기’는 본인의 의지로 발현하는 것도, 기존의
능력과 같은 성질을 지닌 것도 아니죠. 그래서 한 가지 가정을 해볼까 합니다.”
“어떤 가정이죠?”
“동일한 계열의 능력이 서로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공명’현상일 가능성입니다.”
“!!”
그의 가정은 그저 막연하게 다가올 죽음을 피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만 생각했던 나를 단번에
바보로 만들 정도로 직관적이며 충격적이었다.
[6회차] 올드 원의 자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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