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287
286 – [6회차] 칠대기업의 존재이유( )
한도령과 연합공격대가 황금왕의 토벌에 성공했다. 추정등급 SS급을 뛰어넘은 SSS급 일체형 던전보스
가 출몰하고도 사망자가 둘뿐인 점은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칠대기업은 이런 괴물을 살찌우고 있었던 건가? 미쳤군. 칠대기업의 주주총회나 오너일가 속에 올드 원
의 수족이 대거 깔린 게 틀림없어.”
파면 팔수록 올드 원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더해졌다. 이만한 괴물이 지금껏 대한민국의 암중에서 군림해
왔다는 사실은 가히 공포심마저 느껴질 지경이었다.
히어로협회 전술지휘실 출신 상급책사들과 십대세가 출신 지략가들도 두려움을 느끼기는 마찬가지였다.
“칠대기업이 계속 잠자코 있는 것도 수상합니다. 정예병력을 잃었다고 이렇게 멈춰 설 놈들이 아닌데 말
이죠.”
“기회를 노리고 있는 거겠지. 히어로협회 전술지휘실에서는 그 정도 판단도 못하는 건가?”
“뭐가 어째!? 그러는 당신들은 황금왕에 대한 정보조사에 실패해서 사달을 일으킬 뻔했으면서 어딜 감히
빈정거려!”
날이 선 책사와 지략가들은 모처럼 여러 세력에서 차출한 인재들을 모아 만든 통합전술사령부를 제대로
굴려보기도 전에 숱한 언쟁을 벌이며 다툼을 이어나갔다.
제갈민은 그들을 말리는데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며 감정을 상하느니, 표씨세가 가주 표용연을 찾아갔다.
“탄핵은 성공할 것 같습니까?”
표양연은 영역을 펼쳐 막사외부로 소리와 전파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차단한 뒤, 냉혹한 어조로 답했다.
“국무총리가 배신의 낌새를 보였네. 일이 수틀리기 전에 급히 손을 써서 자살시켰네.”
“그건… 한도령이 들으면 좋아할 소식은 아니군요.”
“그러니 자네만 알고 있게. 십대세가 내에서도 받아들일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을 테니. 대리인을 내세
우는 어설픈 방식으로는 국정장악이 어려워 보이니 직접 나서야겠네.”
“계획이 있으십니까?”
“내가 직접 선거에 나서겠네. 공적인 일에 묶이는 건 그리 달갑지 않지만 달리 인선이 없으니 어쩔 수 없
지.”
제갈민은 속으로 욕지기를 내뱉었다. 정치력 만렙을 찍은 이 노회한 가주가 실권을 쥐고 제 뜻대로 휘두
를 마음이 차고도 넘치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처럼 매번 대리인을 세우고 수틀리면 제거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편이 나았
다.
마인성에 이어 표용연이라는 걸물의 등장은 올드 원이 새로운 하수인을 만들 수밖에 없도록 압박을 넣는
데에는 유효한 수단이기도 했기에.
“국무총리가 죽었으니 정식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뒷말이 무성해집니다. EIO의 수사는 어떻게 할 겁
니까?”
“자네 쪽 라인으로 설득해주게. 내 압력이나 십대세가의 영향력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듯하니.”
“아. 점심이나 먹으러 갈 걸 괜히 일하러 와가지고.”
제갈민은 한숨을 내쉬고는 스마트워치를 두드렸다.
교신대상은 EIO의 외부고문 한초린이었다.
“접니다. HBO물질 시제품 제작은 어떻게 됐습니까?”
-꽤 그럴싸한 초기작이 완성되었단다. 후후. 유아가 재능이 넘치는 친구를 사귀어서 안심이구나. 설마 송
가제약 따위에서 HBO물질의 양산화 계획을 추진할 수 있다니.
“그거 다행이군요. 그럼 그쪽 일은 송가제약 오너 송연주에게 맡기고 EIO에 압력 좀 넣어주시죠. 시급히
총리자살사건을 묻어야 됩니다.”
한초린과의 접촉 및 교섭은 제갈민이 한도령의 기억을 전송받은 뒤, 가장 먼저 실행에 옮긴 단독작전이었
다.
유아와의 친분을 앞세워 주변인을 조사하던 도중 한초린을 발견한 척 행세하고, 구씨세가와 얽힌 내막을
언급하며 HBO물질 양산을 돕겠다는 제안을 제시했다.
수상한 제안이긴 했지만 저만의 별난 이유로 멸망을 막으려는 한초린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
었다.
-어머. 스펙터 친구들은 도움이 안 되나 보구나?
“기여도 소모를 아끼고자 우선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확인차 연락했습니다.”
물론 신용이 없으면 협력도 없으니, 지저에어리어나 스펙터와의 관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허나
기억전송으로 보았던 모습과 달리, 한초린은 더욱 까다로운 상대였다.
-S급 코어 3개에 A급 코어 25개.
“이번 분기의 수익을 전부 내놓으란 말입니까?”
-그 정도로 수습할 수 있다면 아직은 양호한 편 아니니?
이진태나 한도령이라는 강력한 초능력자들과 달리 올드 원을 죽일 일말의 가능성조차도 없기 때문인지,
한초린은 협력에 나설 때마다 막대한 대가를 요구했다.
겨우 회수한 코어를 데빌메이커에게 주었다간 그대로 올드 원에게 상납되고, 새로운 던전이 열릴 것은 불
보듯 뻔했다.
‘한도령이가 매번 맞이해야 했을 선택이 이런 느낌이었군.’
제갈민은 기억했다. 매번 중요한 기로를 앞두고 장고 끝에 터무니없는 실수를 저지르던 한도령의 모습
을. 기억으로 보았을 때에는 그저 바보 같은 모습이지만 직접 겪으니 알겠다.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도 올드 원을 저지하지 못해 국가가 멸망할지 모른다는 부담감에 가슴이 오싹했
다.
“알겠습니다. 장소와 시간은 이틀 내로 연락드리도록 하죠.”
-좋은 거래가 될 거야. 답례로 이쪽에서도 하나 서비스를 해줄게. 내 입지를 신경써주는 배려심이 아주 마
음에 들었거든. 후후. 황금왕 퇴치, 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지?
“예, 운이 좋았죠. 한도령이 아니었다면 초동대처에 성공해도 초능력자 수백에 민간인 수만 명은 죽었을
겁니다.”
제갈민의 질린듯한 발언에 한초린이 웃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럼 더 준비해야 할 거야. 아직 여섯이 더 남았거든.
“예? 여섯이라니…”
등골에서부터 정수리까지 소름이 일었다.
-칠대기업이 틀어막고 있던 던전보스. 원래 일곱이었거든.
교신을 마친 제갈민이 뛰쳐나가고 비상회의가 소집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겨우 숨 돌리고 휴식을 하기 무섭게 들려온 소식에 나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황금왕 같은 놈이 여섯이나 더 남았다고?”
“확실하다. 한초린의 정보라면 의심할 여지도 없어.”
“명목상이라고는 해도 그녀는 올드 원의 하수인이야. 완전히 신용하는 건 위험하지 않아?”
“이번 거래로 건네준 마석은 한초린이 올드 원의 하수인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생명줄이나 다름없어. 그
녀도 그 사실을 내가 눈치 챘다는 걸 알고 답례를 한 거다.”
“제기랄, 그럼 진짜 황금왕 같은 놈이 여섯 있다는 거네.”
검왕을 여섯 명 상대하라는 말을 들은 것처럼 시야가 절로 까마득해졌다.
“동향이 파악된 던전보스는?”
“아직까지는 없어. 언제든지 소재지가 파악되거든 선발대를 투입하고 정보를 얻어낼 거다. 그 뒤에는 곧
바로 요격용 공격대를 투입해야겠지.”
“기존 전력으로는 무리다. 나도 수명 10년을 소모했어. 이런 전투를 여섯 번이나 했다간 수명고갈로 단명
할 수박에 없어.”
제갈민이 인상을 찌푸렸다.
“멸섬은 쓰지 마. 수명이 줄면 올드 원을 잡기 어려워져.”
“나도 알아. 어쩔 수 없을 때만 쓰는 거야.”
올드 원이 머무르는 거처는 세월의 탑 40층.
[최상의 가능성(Boss Stage)].
그곳에서는 남은 수명이 허락하는 하에 도달할 수 있는 최상의 전투력을 지닌다.
당장 멸섬을 쓰면 눈앞의 전투는 이길 수 있겠지.
하지만 최종전투에서 올드 원을 무찌를 가능성은 낮아진다.
현재를 담보로 미래를 잃는 기술인 셈이다.
“아무래도 여기서부터는 두 번째 단계에 돌입해야 할 것 같다. 탁재윤을 설득한 지금이라면 한결 더 쉽겠
지.”
“어감이 안 좋은데. 이번에는 또 뭘 시키려고 그러지?”
“이진태를 끌어들여라. 네 가능성을 온존하면서 최후까지 살아남기 위해서는 녀석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
어. 안 그래도 너, 원래 계획과 달리 너무 외부에 노출이 많이 됐다고.”
대원들의 입을 단속해서 소문이 번지는 것은 막아냈지만 한도령은 공격대의 이름만 빌려줬을 뿐, 공격대
의 실세는 최상수라는 소문을 퍼뜨리려던 계획도 차질을 빚었다.
최상수가 죽은 이상, 한도령 공격대의 최고 실력자는 좋든 싫든 내가 될 수밖에 없다.
‘다연이는 암살자니 나보다도 외부노출에 더 민감하지. 정보가 새어나가면 죽을지도 몰라.’
결국 나보다 더 강한 초능력자를 공격대에 영입해서 대신 주목을 받게 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만한 인
재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진태 그 녀석밖에 없었다.
“오래간 만에 아카데미에 다시 들러야겠군.”
십대세가의 영향력을 이용해서 외부수업이라는 명목 하에 던전토벌 활동을 해왔지만, 이진태를 포섭하
려면 역시 아카데미만큼 적절한 장소는 없다.
제갈민도 내 의견에 동의했고, 연락을 받은 천시연 교수가 적당한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공격대 활동 도중 불운한 사건을 겪은 생도들의 정신안정 기간을 갖기 위해 몇몇 생도들이 휴식을 취하
고, 그 자리에 충분한 실력을 지닌 다른 생도들을 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이 몸의 팀이다 이거냐?”
“그렇습니다, 이진태 생도. 그리고 교수님에게는 제대로 존댓말을 사용해주세요.”
마이페이스인 이진태가 그런 부탁을 들을 리가 만무했고, 그는 삐딱하니 서서 조장을 잃은 서브공략조를
보았다.
“어떻게 딸랑 한 명이 남을 수가 있지? 이정도면 저 한 명이 내 팀에 들어오는 거나 다름없지 않나?”
장명훈과 김아준은 동료를 공격했다는 죄책감에 공격대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알렸고, 옆자리 생
도는 전장에 나서는 것이 두려워서 그만두었다.
그 대신에 이진태와 로리 헤더웨이, 장규아, 덤으로 한 명이 더 충원되었다.
“최상수만큼은 아니어도 나름 제 몫은 해왔던 몸이다. 던전공략 다섯 번 동안은 임시조장을 맡을 예정이
다.”
김철괴는 그 모든 일들을 겪고 동료들마저 모두 팀을 떠났지만 꿋꿋이 공격대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
를 밝혔다. 코드네임 철왕의 이름이 아깝지 않은 훌륭한 정신력이었다.
“이 몸보다 약한 녀석의 명령을 들으라고? 어림없는 소릴. 정 임시조장을 맡고 싶다면 대련으로 실력을
보여라.”
“좋지. 콧대를 꺾어주마, 건방진 신입.”
이진태와 김철괴의 대련이 성사되었지만 승패가 뻔한 대결이었기에 마음이 불편해졌다. 괜히 김철괴가
패배의 충격으로 정신력이 흔들리면 돌연 은퇴를 선언할지도 몰랐다.
지금까지는 강한 정신력으로 버텨왔다고는 하나, 마음이 꺾이는 순간은 언제나 돌연 찾아올 수 있었다.
“이진태는 강해. 이 대결, 질지도 모를 거야.”
“그 정도냐?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아주 강하겠군.”
“그래. 지금이라면 내가 강제로 대련을 없던 일로…”
“아니, 그럴 필요는 없다.”
“해볼 생각이냐?”
“나 역시 최상수와의 대련으로 경지에 오른 몸. SS급은 아니지만 내 경화강도는 다이아몬드보다도 단단
하다.”
능력치의 절대적인 우위로 두들겨 패는 나와 달리, 대부분의 초능력자들은 김철괴를 때리면 본인들이 더
괴로워한다. 그 정도로 김철괴의 수비력은 단언 발군이다.
“알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죽지만 말고 와라.”
“어.”
“화이팅.”
김철괴가 나와 유아의 그다지 힘이 나지 않는 응원을 받고 대련장에 올라서는 사이, 저쪽에서도 이진태가
로리 헤더웨이와 장규아의 응원을 받았다.
“초능력자의 공격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신체라면 참격이나 타격은 통하지 않을 거예요. 몸체가
금속과 유사한 성질을 띤다는 점을 노리세요.”
“이진태, 당신은 강한 사람이야. 이런 자리에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거라고 믿겠어.”
두 사람이 자리에 서자 천시연이 카운트다운을 개시하였다.
[3, 2, 1] [Let’s go ahead!]경기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김철괴가 정면으로 질주했다. 그런 그를 향해서 이진태는 무려 일곱 개의
마법을 동시에 전개하며 무차별적으로 폭격을 가했다.
콰광 콰콰쾅
연거푸 터지는 굉음과 심상치 않은 시각적 효과에 초전부터 김철괴가 죽은 건 아닌지 걱정하던 나는 연기
를 뚫고 나타난 김철괴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저 자식, 멀쩡하잖아?’
저 정도면 이미 S+급에서 SS-급으로 오르기 직전, 벽에 막힌 단계다. 실전으로 무투능력치를 올리거나
깨달음을 얻어 다른 능력치가 오르거든 그대로 SS-급이 될 수 있다.
“호오, 제법 패는 맛이 있군.”
“잔재주는 다 부렸냐?”
“아니. 봐주면서 하느라 살살 때렸지. 이젠 아플 거다.”
봐줄 생각이 하나도 없는지 이진태는 허공으로 몸을 띄워 올리며 수십 개의 마법을 연속으로 발동시켰다.
“크하하, 병신아. 넌 하늘 못 날지?”
“…….”
땅에 있는 김철괴가 하늘에 있는 이진태를 떨어뜨릴 수 있을 리가 없었고, 김철괴는 그 마법을 죄다 몸으
로 받아야 했다. 들썩거리는 몸만 봐도 충격이 누적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보던 우리가 불쌍할 정도로 신나게 얻어터지는 김철괴의 모습에 유아가 괜히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거 중단시켜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 아직 결정타는 없어. 말은 저렇게 해도 이진태도 살상력 높은 마법은 절제하고 있어.”
“저게 절제하는 거야? 그보다 무슨 마법 종류가 저렇게 다양해? 저거 다 초능력 하나에서 나오는 부속스
킬 맞아?”
뒤늦게 참관하러 온 다연이가 경악할 정도로 이진태의 공격은 다채로웠다. 쿨타임 돌아오는 족족 저급마
법을 마구잡이로 갖다 던지는데 다채로울 수밖에 없겠지.
이쪽 세계의 초능력에 대한 상식을 간접적으로 전해주던 5회차와 달리, 이번엔 나와 대련할 기회가 없어
서 그런지 미친놈마냥 아낌없이 마법을 써댄다.
‘올드 원한테 들킬 만도 했군.’
상태창 마법으로 다중능력 소유자라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더라도 뒷세계에서의 무력과시로 생긴 목격담
만으로도 올드 원의 표적이 되기까지는 순식간이었으리라.
“집중해. 상황이 달라졌어.”
다만 이진태는 아직 초능력을 사용한 고위 초능력자와의 실전전투경험이 부족했고, 김철괴는 던전을 돌
면서 그런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충분히 채울 수 있었다.
무방비하게 마법으로 던진 쇠기둥을 보던 김철괴가 엄청난 괴력을 발휘해 쇠기둥을 지면에 비스듬히 박
았다.
“앗! 길이 열렸어!”
다연이의 깜짝 놀란 외침과 함께 김철괴가 쇠기둥 위를 질주하여 하늘에 떠있던 이진태에게 접근했다. 방
심하던 이진태는 생각지도 못한 접근에 깜짝 놀랐고,
“블링크!”
단거리 순간이동 마법으로 쇠기둥과 멀리 떨어진 허공에 피신했다.
“씨발. 요술쟁이 개사기네.”
김철괴는 10분을 더 마법으로 처맞고 기권했다.
그래도 아주 헛된 시합은 아니었다.
“지독한 녀석. 맷집 하나는 인정할만하군.”
김철괴의 기분은 더럽겠지만 적어도 이진태의 인정을 받아서 임시조장 자리를 유지할 수는 있었다. 농담
없이 일만 번쯤 얻어터진 김철괴는 그 사실이 하나도 기뻐 보이지 않았다.
극한직업 탱커편 ㅠㅠ
[6회차] 칠대기업의 존재이유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