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288
287 – [6회차] 칠대기업의 존재이유( )
황금왕 같은 던전보스가 여섯이나 남았다는 소식은 통합사령부뿐만 아니라 회귀자인 내게도 커다란 충
격을 선사했다.
‘원작에서 그런 놈들은 하나도 나타나지 않았어.’
이진태의 이야기를 담은 원작의 11권과 12권도 탑에 대한 이야기만이 남았을 뿐,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는 남아있지 않았다.
십대세가와 칠대기업, 삼대천 중 일부를 흡수하여 군단을 만들고 탑원정에 나선 이진태가 성공하기만을
기도하는 이들만이 남았을 뿐.
‘어째서 원작에서는 거론되지 않았지?’
지금까지의 일들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원작의 내용이 잘못된 건 아니다. 이진태의 시점에서 서술된 사건
에 숨겨진 내막과 진실이 존재했을 뿐.
황금왕을 비롯한 SS급 던전보스 일곱은 원작에서도 존재했고, 탑 원정을 마치면 그들은 대한민국을 초
토화했겠지.
‘그게 원작이었나.’
이제야 이진태의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는 탑을 올라 올드 원에게 도전할 군단을 이끌고
본인 또한 뛰어난 실력을 지녔지만, 이 세계에 애착이 없었다.
나라를 뒤엎을 재앙의 전조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으며, 끝내 칠대보스에 의해 터전을 상실할 운명이었
던 것이다.
‘원작의 로리 헤더웨이도, 장규아도 그런 녀석이 좋았던 건가? 똑같이, 이 나라에 아무런 애착도 없어서?’
장규아의 동기는 이해할 수 있다. 그녀는 배양체였고, 협회로부터 이용당하는 처지였기에. 얼마 안 남은
수명이라도 유지하려면 협회가 갖춘 설비로 특수치료를 받아야 했다.
목숨을 저당 잡힌 처지에 협회와 이 나라에 반감을 품고 이진태를 따를 이유는 충분히 존재했다.
“신규 A급 던전이 발견되었다. 실력이나 한 번 보지.”
“A급이라. 이 몸에게는 너무 시시한 던전이겠군.”
다른 동료들이 이진태 일행의 실력을 확인할 기회를 갖고자 적당한 던전을 골라 공략에 들어섰다.
▷A급 던전 에 진입합니다.
▷공격대원 장규아의 고유스킬 에 의해 던전의 정보를 추가로 입수합니다.
▷죽은 자들이 돌아다니는 지하의 깊은 곳에는 사자의 안식을 허락하지 않는 망자들의 왕이 존재합니다.
거짓된 불사자에게 죽음이라는 이름의 안식을 선사하십시오.
장규아는 스킬을 통한 보조뿐만 아니라 맵핑, 정찰, 함정발견 등 던전공략에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수많
은 역할을 홀로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었다.
“쟤 뭐야. 던전탐색 전문가냐?”
“누구든 소질이 있는 분야 하나는 있기 마련이지.”
“그냥 소질이 있는 수준이 아닌데.”
한동훈은 심심하면 한 번씩 튀어나오는 천재들의 등장에 완전히 기가 꺾였다.
“그나마 애라도 하나 있어서 다행이지. 로리 헤더웨이는 우리보다도 앳되게 생겼잖아.”
그러나 바닥에는 끝이 없다는 말마따나 한동훈의 ‘쟤보단 낫겠지’라는 위안은 곧 깨지고 말았다.
벽에서 튀어나온 의 습격에 한동훈이 불시에 기습을 당해 꼼짝도 못하는 순
간, 작은 체구에 소심한 성격이 무색하게 로리 헤더웨이의 검격이 빗발쳤다.
카카캉!
덜컹!
이음매가 쪼개지며 한동훈의 몸에서 떨어진 리빙 아머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괜찮으세요?”
“아, 아… 몸이 으스러지기 전에 갑옷이 박살나서 살았네. 그런데 방금 그건 뭐야, 필살기 같은 거냐?”
“아뇨. 시간이 없어서 급한 대로 검을 내질렀어요. 혹시 저 때문에 상처를 입으셨다면 죄송해요…….”
극히 찰나의 순간에 펼친 로리 헤더웨이의 검술은 그의 초능력인 의 효과가 아닌 본연의 실력
이었다. 대검호의 영혼을 다루다보니 제 몸으로 다룬 검술을 익힌 것이다.
“그럼 난 초능력도 안 쓴 저 꼬맹이보다 약한 거잖아.”
“너도 기습당해서 초능력 못 썼어.”
한동훈의 은 타격을 입힐수록 위력이 증가하기에 대인전과 장기전에서 뛰어난 전투력을 보
이지만, 그런 팽팽한 교전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몬스터들은 온갖 기괴한 방식으로 공격하고, 초능력자들은 수틀리면 폭주까지 한다. S급에 도달하고도
한동훈은 자신감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내일부턴 팀 합쳐. 나도 제갈민 호위로 빠지겠어.”
“한동훈. 네가 약한 게 아니다.”
“나도 알아. 괴물들이 많을 뿐이지. 더는 못 따라가겠어. 저런 놈들도, 너도. 그냥 이 정도로 만족하고 살
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야문에 제갈민의 호위를 맡기기는 했지만 옆에서 직접 제갈민을 지켜줄 한동훈
의 존재도 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로리 헤더웨이. 영국 놈들은 다 너처럼 강하냐?”
“아뇨. 저희나라에는 고등급 초능력자가 적어서 한국의 인재육성법을 배우러 왔어요.”
“네 나이 또래에 너보다 강한 애는 없지?”
그는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동훈은 괜한 소리를 했다고 생각했는지 머리를 긁적거렸다.
“어쩌면 우리는 운이 좋았던 걸지도 모르겠네. 나라도 나보다 강한 한도령이나 이진태 같은 놈들이 없고
내가 제일 강하다면 기쁜 마음보다 막막함부터 앞섰겠지.”
“잡담은 그만. 휴식은 이만하면 됐어. 부상자도 없으니 계속해서 이동한다.”
싸워야 할 적이 자신보다 더 강하다면 막막할 수밖에 없지. 그런 점에서 로리 헤더웨이는 더욱 이해가 되
지 않았다.
고국을 위해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수련법을 배워가고자 유학을 왔다면 더욱 이 나라가 망해서는 안 될
텐데, 그가 작중에서나 다른 회차에서 보인 태도는 뭔가 달랐다.
장규아처럼 세상에 대한 미련이 남지 않은, 자신에게 남은 거라고는 두 동료뿐이라는 태도였다.
‘설마…….’
카타콤 던전의 보스를 이진태가 불태워 죽이고 어떠한 이변도 없이 던전클리어를 마친 뒤, 나는 제갈민에
게 한 가지 정보를 알아봐줄 것을 부탁했다.
“영국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다고?”
“그래. 로리 헤더웨이가 이진태나 장규아를 제외한 다른 무엇에도 애착이나 미련을 품지 않은 점이 마음
에 걸려. 우리가 모르는 비밀이 있을 것 같아.”
“그럼 나 말고 천시연 가주를 찾아가라. 그녀라면 유학생인 로리 헤더웨이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겠지.”
하긴 할 일도 많은 제갈민에게 이런 사소한 부탁을 하기도 미안한 일이다.
“로리 헤더웨이의 개인사와 영국에 대한 최신정보를 입수하고 싶다는 뜻입니까?”
“맞다. 뭐라도 좋으니 알아줬으면 하는데.”
“알아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평범한 생도도 아니니 당신이라면 알려줘도 괜찮
겠죠.”
천시연은 뜻밖에도 이미 내가 필요로 하던 정보를 지니고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내 예상보다 더 충격
적이었다.
“영국은 멸망했어요. 바로 저번 달에요.”
“뭐?”
“로리 헤더웨이가 한국에 파견된 것도 영국을 멸망시킨 몬스터의 공략법을 얻거나 고위 초능력자의 지원
을 얻기 위해서였죠. 이미 헛수고가 되어버렸지만요.”
“본인도 그걸 알고 있나?”
“아직은 당사자가 받을 충격을 감안해서 알리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미 눈치 챈 기색이더군요.”
조국이 멸망했다. 돌아갈 곳을 잃은 로리 헤더웨이의 입장이 어렴풋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돌아갈 고향이, 있다고, 했죠?」
「이 멍청이가, 쓸데없는 참견 하지 말라고!」
「헤헤… 어쩔 수 없어요. 이런 성격인걸.」
5회차 도중, 중국 공안의 암살자들이 이진태를 습격할 때 로리 헤더웨이가 그를 감싸 대신 죽으며 했던
말이다.
그는 고향을 잃어버린 자신과 달리, 돌아갈 곳이 남은 이진태를 지켰다. 그게 지구조차도 아닌 다른 세계
라는 사실도, 귀환수단으로 수천 만 명의 죽음이 필요하다는 것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진태는 로리 헤더웨이에게 있어서만큼은 소중한 동료였고, 이진태도 로리 헤더웨이는 동료로
대우해주었다.
“칠대기업은 여전히 정보공유를 거절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다른 예지를 봐드릴까요?”
“아니. 좀 더 결정적인 때가 올 거다. 그 때를 위해서 예지는 아껴주길 바란다.”
“좋아요. 그리고 당신에게는 감사를 표해야겠어요. 죽음의 기로를 벗어난 덕분에 제 예지능력이 전보다
더 상승했거든요. 다음에는 보다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로리 헤더웨이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이 시국에 그 하나만을 걱정하고 있을 수는 없다. 나는 천시연 가주
와 예지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하루일과를 마쳤다.
***
던전공략의 피로를 풀고자 짧은 휴식을 갖는 사이, 책임감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국무총리와 마비된 국
정을 이어나가겠다는 통합사령부의 존재로 전국이 떠들썩해졌다.
표용연은 독하게도 황금왕의 존재를 세간에 통보하고 이를 퇴치한 활약을 통합사령부의 공으로 돌렸다.
-SSS급 던전보스를 토벌할 수 있는 조직은 한국에서 오직 저희뿐입니다. 던전보스가 시가지에 진군하는
사상초유의 사태에서 정치인은 더 이상 무력한 일반인이어서는 안 됩니다.
-선거도 법 개정도 없이 비능력자 정치인들을 국회에서 퇴출이라도 하겠다는 말이오!?
-저희에게는 성진그룹이 황금왕에게 인신공양을 해왔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아참. 성진그룹을 포함한 칠
대그룹에게 정치지원금을 받은 분들도 많이 계시죠. 명단도 준비했습니다.
표양연은 그녀만의 방식으로 대중에게 공포를 심고, 분노해야 할 대상을 알려주었으며, 민심과 무력을
바탕으로 순조롭게 권력을 손에 넣기 시작했다.
이 기세라면 3개월 안에 이루어질 대통령선거에서도 그녀가 직접 출마하여 당선되기까지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칠대기업의 인신공양에 대한 소문이 격화되는 가운데, SSS급 던전보스들로부터 나라를 지킨 그들의 공
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안타깝지만 마냥 부정할 수는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힘이 없는 그들이라면 그게 최선이었을지도
모르죠. 그러나 저희는 다릅니다. 다수의 SS급 초능력자를 지닌…
황금왕과 같은 존재가 여섯이나 더 남았다는 사실은 더 이상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이 아니게 되었다. 표
용연이 공포정치를 위해 정보를 풀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은 정치적 올바름이나 개인 및 집단의 이익, 계층과 거주 지역에 따른 투표를 하는 대신에 자
신들을 지켜줄 수 있는 강력한 초능력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를 원했다.
“칠대기업을 범죄조직으로 분류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을 실패자로 낙인찍고 현 정권과 엮었으니, 대권에
서 표를 얻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거다.”
제갈민도 표용연을 못마땅하게 여기기는 했지만, 사람을 가려가며 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우리는 그
녀의 독단을 받아들였고, 그것은 예기치 못한 사태로 이어졌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우리는 강력한 초능력자가 지배하는 군사정권 아래에서 암흑시대를 맞이했습니
다. 그로부터 채 20년이 지나기도 전에 또 다른 독재자가 탄생하려 합니다.
-독재자들은 무엇을 빼앗을 것인지 말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무력을 휘둘러야 하는 이유만을 말합니다.
-초능력자들의 존재는 귀중하지만 그들이 정계를 장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몬스터를 죽이는
데 어째서 초능력자가 정치인이 될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른바 [반독재성명문]으로 알려진 이 연설은 기존 정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던 정계의 실력자들
이 영향력을 상실하기 전에 취해 단단히 벼르고 벼른 반격이었다.
표용연이 SSS급 던전보스를 이용해 공포정치를 시작했듯이, 그들은 암흑시대를 무기로 삼아 또 다른 공
포로 맞섰다.
-초능력자는 위험한 존재입니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일반인을 학살하고 지배할 수 있죠. 우리는 그
들을 통제해야 합니다. 지배해야 합니다. 군림을 허락해서는 안 됩니다.
-누군가는 우리가 또 다른 독재정권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죠. 그러나 암흑시대를 헤쳐 나왔기에 과감
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지배하지 않으면 지배당할 뿐입니다.
칠대길드가 무너지며 휘하 초능력자를 대거 상실한 칠대기업이나 정부는 비능력자와 초능력자라는 프레
임으로 민중의 공포를 부각시키고 극대화하였다.
그러한 시국 속에서 우리는 칠대기업이 방치한 던전을 찾아내고 폐쇄해야만 했다. 그건 또 다른 문제로
이어졌다.
-해양 및 공중몬스터의 등장으로 대다수의 해외무역이 중단된 지금, 마석산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
다. 주기적인 마석의 수급은 대한민국의 경제존속을 위한 생명줄이죠.
-당수 표용연을 위시로 한 통합사령당은 그런 던전을 거침없이 폐쇄하고 있습니다. 공급되는 마석의 수
를 줄이고 초능력자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독재정권이 머지않았습니다. 그들을 막아야 합니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기존 정치인들은 급변하는 정세를 따라 새로운 정당인 이능관리당으로 결집했
다.
“제갈민. 시위대의 시위행렬에 막혀서 던전공략이 지연된 경우가 오늘 하루만 13건에 달한다. 이 상황은
아무리 생각해도 위험해. 정말 괜찮은 거냐?”
결국 참다못한 내가 제갈민을 찾아가 하소연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나라가 반으로 갈라졌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라 눈에 보일 정도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아직 모르겠냐? 이거 작전 성공이야.”
“작전 성공?”
“이능관리당의 당수와 주요의원을 스펙터들을 통해서 조사해봤지. 결과가 나왔어. 전원 초능력자다.”
“원래부터 능력자였나?”
“아니. 전부 비능력자였지.”
“비능력자가 최근 석달 사이에 동시다발적으로 각성하고, 그게 전부 한 정당 소속이라… 두고 볼 것도 없
겠군. 이 정도면 확신범이겠어.”
제갈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올드 원이 마침내 새로운 하수인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정계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반격이
시작될 거다.”
올드 원을 압박해 새로운 하수인들에게 초능력을 대거 심어주며 능력을 약화시키겠다는 제갈민의 대계,
하수인 양산유도계획이 마침내 성공하였다.
[6회차] 칠대기업의 존재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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