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290
289 – [6회차] 도시던전( )
제갈민은 다급히 상황을 전달했다.
“전력이 부족해. 현 시점에서 SSS급으로 분류할 수 있는 실력자는 한도령 너 하나밖에 없어. 세 도시를
동시에 전부 구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아니. 하창엽과 구룡마는 SSS-급으로 분류해라. 경우에 따라서는 그 두 명도 SSS급 던전보스에게 결정
타를 먹일 수 있다. 그만큼 많은 희생이 필요하겠지만.”
“정말이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뇌 끝에 제갈민 또한 결단을 내렸다.
“연합공격대를 이끌고 부산던전으로 가. 인천은 하창엽과 구룡마, 통합사령부가 맡겠어.”
“대구는?”
“미룬다. 두 도시를 모두 해방한 뒤, 남은 전력을 모두 모아서 단번에 치겠어. 시간벌이에 사용할 방책은
있으니 걱정 마라.”
결정이 내려진 이상 신속한 행동은 필수적이다. 긴급소집령을 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법협회 마법사
들이 대규모 공간이동 마법진을 설치했다.
“정말 우리끼리 할 수 있을까? 지난번에도 단번에 떼죽음을 당할 뻔했는데.”
“이번에는 달라. 탁재윤이 배신하지 않을 테니까. 게다가 새로운 공격대원들도 늘어났고.”
쾌유천을 비롯한 배양체, F반 출신 생도들의 등장에 대원들은 반신반의하며 전의를 다잡았다.
“부산의 상황은 어떻지?”
“현장에 직접 가야 알 수 있습니다. 통신장애로 부산 전역의 교신이 불가능해졌습니다.”
마법진이 설치되기까지 30분, 대규모 공간이동마법이 발동하기까지 다시 30분. 1시간이 지난 뒤에야 우
리는 환한 빛기둥에 휩싸인 끝에 부산에 도착하였다.
▷SS+급 던전 에 진입합니다.
▷공격대원 장규아의 고유스킬 에 의해 던전의 정보를 추가로 입수합니다.
▷던전코어가 도시의 35%를 침식했습니다. 도시의 나머지 구역의 침식도에 따라 던전등급이 추가로 상
승합니다. 부산시청의 던전코어를 파괴해 도시를 해방하십시오.
눈을 뜨자마자 정면에서 달려드는 인간형 몬스터를 대원들이 각자의 무기와 마탄으로 박살냈다. 끈적하
게 튄 뇌수가 방패에 묻자 김철괴가 오만상을 찌푸렸다.
“장비지원을 받길 잘했군. 맨 몸에 묻으면 기분이 아주 더러웠겠어. 이건 어떤 몬스터지?”
“언데드 몬스터야. 죽은 자를 일으켜 세워 만든 좀비가 나타났으니 시체포식자 구울이나 원혼의 레이스,
울부짖는 밴시 따위가 나타난다고 봐야겠지.”
이진태를 슬쩍 돌아보자 아니나 다를까 썩소를 짓고 있다. 사령마법에도 일가견이 있으니 감회가 남다른
모양이다.
“자잘한 놈들을 해치워봤자 끝이 없다. 던전코어만 부숴지면 언데드몬스터는 빠르게 소멸하니 곧바로 부
산시청을 향해 전진하겠어. 그 방향에 던전코어가 있을 거다.”
“그건 어떻게 알았지?”
“SSS급 초절정고수의 경지에 도달하면 감으로 어렴풋이 알 수 있지. 동급의 적수나 동일위험도의 적의
존재를. 도시 전체를 장악하려 시도하는 바람에 기운이 바로 읽히는군.”
적당히 변명을 둘러대자 대원들은 신기나 다름없는 내 감지능력에 감탄하며 얌전히 뒤따랐다.
“앗, 저기 빌딩에 사람들이 있어요!”
“일일이 구해줄 시간이 있어 보이냐? 전부 무시해라.”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며 애타는 눈으로 바라보는 배양체 히어로들과 싸늘하게 정론을 지적하는
이진태. 당장은 이진태가 정답으로 보였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전혀 달랐다.
‘이번에는 던전보스만 있는 단독보스던전이 아니지. 시간이 지날수록 막대한 병력을 뽑아내는 군단형 던
전이다. 황금왕 때처럼 돌격만 한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야.’
신진수에게 배운 던전유형별 공략지식과 원작지식, 직접 던전을 토벌했던 경험이 더해지며 이번 부산던
전을 공략할 방침이 차차 머릿속에 정립되었다.
“도시침식도를 낮추려면 인명구조로 언데드몬스터의 발생을 미루거나 시설침식을 저지해야 한다. 사람
을 덮치는 언데드군단과 침식도를 올리는 오염체를 요격할 필요가 있어.”
“그 전에 끝내면 되지 않나?”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이 속도라면 부산시청에 도착할 때에는 침식도가 80%를 넘길 거다. 그래서는 의
미가 없어. 당장 전력을 나누겠다.”
나는 과감하게 연합공격대를 여럿으로 쪼개었다.
이진태도 못마땅한 표정을 짓긴 해도 반발하지는 않았다.
“구출조는 언데드 몬스터군단을 쫓아 군단의 진격을 저지한다. 요격조는 침식이 진행되지 않은 지역 위
아래로 퍼져 동쪽으로 전진하며 오염체만 요격해라.”
“요격조는 어느 조가 맡습니까?”
“적진을 넘나들며 엄중한 경호를 받는 오염체를 제거하는 일은 전장돌파력과 파괴력, 기동력을 동시에
요구하지. 그 조건을 모두 갖춘 부대는 셋뿐이다.”
나는 세 개의 부대를 직접 골랐다.
“쾌유천의 쾌검대, 표양서의 기동포격대, 구룡환의 생화학부대. 무리라고 생각하면 지금 바로 말해라.”
세 사람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쾌유천은 본인이 SS급이고 표양서는 초상그룹의 차세대 최고 실력자, 구
룡환은 언령에 가까운 수면마법을 구사할 수 있다.
그만한 전력을 던전보스와의 전투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침식도를 낮추는 일도 중요했다.
“구출조는 하정아의 직속부대를 제외한 마법그룹 전체, 이브이의 직속부대를 제외한 초상그룹 전체, 내
공격대에서 메인부대를 제외한 한도령공격대 전체가 가세한다.”
“지휘권은 어떻게 분배하죠?”
“마법그룹과 초상그룹은 각자 별도의 편제로 운용하며 군단저지를, 한도령공격대는 후방에 침투한 살상
력 높은 정예몬스터들을 제거해라. 후방이 정리되면 도시 내 초능력자를 규합한다.”
던전보스와의 대결에서 약자들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음을 알고 있는 이들은 괜한 객기를 부리는 대
신, 곧바로 명령에 응하며 몬스터군단의 진격저지에 나섰다.
능숙하게 병력편제를 나누고 각 부대의 공격방침 및 작전지역을 지정하는 내 모습에 하정아와 이브이가
몹시 놀랐다.
“지휘에도 일가견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너 혼자 다른 아카데미 다녔어? 그런 건 언제 배운 거야?”
배웠다기보다는 직접 지휘를 한 경험이 있었지. 그렇지만 그걸 사실대로 털어놓기는 좀 그렇다. 듣는 귀
가 너무 많을뿐더러 이진태가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
“배운 적 없다. 그냥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아으으, 또 재능이야? 역겨워 정말. 넌 못하는 게 뭐야?”
“십자말풀이.”
“진짜? 헤헹. 다음에 퀴즈잡지 가져와야지.”
“…….”
태평하기 짝이 없군.
아무튼 긴장해서 어버버하는 것보단 낫겠지. 각 그룹의 최정예만 남은 우리들은 다른 대원들이 시간을 벌
어주는 사이에 곧바로 부산시청으로 향했다.
삼백이 넘던 대원이 어느덧 삼십 가량으로 줄었지만 평균등급이 훨씬 높기에 전진속도는 더 빨랐다.
“아, 잠시만. 이 근처에 부산아카데미가 있어요. 거기에 가면 도움이 될 전력이 있을지도..”
“이미 늦었다. 교전이 벌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생존자는 없을까요?”
“있더라도 구할 수 없다. 아카데미 생존자 몇 명 구하자고 부산의 멸망을 두고 볼 수는 없지.”
“아쉽게 됐네요.”
하정아는 빠르게 감정을 추슬렀지만 그녀의 직속대원들은 우중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는 사람이라도 있나?”
“한살 터울 사촌동생이에요. 올해 부산아카데미에 입학했다고 들었지만 고집 부릴 상황이 아니네요. 운
좋게 살아남기만 기도하는 수밖에요.”
“그러길 바라지.”
부산시청에 가까워질수록 우리는 그게 얼마나 헛된 희망인지 피부로 체감하였다.
수백 년은 지난 것처럼 폐허로 변한 빌딩, 지하철 입구에서 쏟아져 나오는 좀비들, 휘몰아치는 피바람, 검
게 끓어오르는 대지, 모든 요소가 말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그 어떤 인간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존자가 있다고 한들 진즉에 죽어 언데드가 되었으리라
고.
“이건 꽤 펀하고 쿨하고 섹시한 던전이군.”
“그게 무슨 던전이야?”
“그걸 묻는 건 일단 쿨하지 않다만.”
이진태의 뜬금없는 개소리에 어이없어하는 시선이 쏟아지기도 잠시, 우리는 부산시청 바로 앞 광장에 도
열한 언데드군단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시청 전체를 뒤덮은 검은 구체 위로 커다란 눈동자가 떠오르더니 언데드군단이 일제히 우리를 향해 고개
를 들었다.
“군단은 저희가 저지하죠. 광역공격이라면 맡겨주세요.”
“최대한 빨리 끝내겠다.”
하정아의 최정예부대가 언데드군단을 향해 마법폭격을 가하며 시선을 끌었다.
태반이 죽어나갈 것만 같았던 마법폭격을 뚫고 한기를 휘감은 뼈칼을 내세운 데스나이트와 목 없는 듀라
한들이 달려나왔다. 아무래도 하정아의 부대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이브이. 너희 팀도 가세해라.”
“괜찮겠어?”
“군단형 보스다. 내 공격대만으로도 충분해.”
이브이의 어빌리티즈 최정예대원들이 하정아를 도와 언데드군단을 저지하는 사이, 우리는 검은 구체 앞
에 섰다.
“이제 어떻게 들어가지?”
“징그러워.”
장규아나 유아가 멈춰서서 멀뚱멀뚱 바라보자 이진태가 질색하며 나한테 턱짓을 했다.
“생긴 것부터 건들면 저주 걸릴 것 같은데? 니가 열어라.”
“…….”
아니, 그렇게 말하면 이걸 누가 공격해. 나조차도 꺼림칙함을 느끼며 멈칫하자 다연이가 한숨을 쉬더니
혼자 걸어나가 단검으로 검은 구체를 푹 찔렀다.
부우욱
밑으로 내리그은 단검을 따라 구체가 잘리며 시청 내부로 향하는 길이 열렸다.
“안 들어가?”
“어? 어. 들어가야지.”
완전 터프하네. 나중에 집에서 바퀴벌레 나오면 다연이한테 잡아달라고 해야겠다.
그런 가벼우면서도 평화로운 미래를 어렴풋이 떠오르며 입가에 걸린 미소는, 채 열 걸음을 걷기도 전에
싹 가셨다. 부산시청 내부의 광경이 그만큼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죽여줘죽여줘죽여줘”
“너무아파너무아파너무아파”
“엄마엄마엄마”
고장난 시계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는 머리가 잔뜩 달린, 사람 수백 명이 마구잡이로 뭉친 것처럼 생긴 융
합형 언데드 몬스터, 가 사방에 널렸다.
그런 어보미네이터 하나를 커다란 손이 움켜쥐며 들어올렸다. 머리들의 절규에도 아랑곳 않고 손의 주인
은 단번에 어보미네이터를 입 안에 털어 넣었다.
“씨발, 저게 뭐야”
덤덤함으로는 나 못지않은 성격인 김철괴마저 그 혐오스러운 광경에 욕지기를 참지 못했다.
“거인?”
“느껴지는 기운이 장난이 아닌데.”
“저건가? 이번 보스는.”
모두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부산던전을 만든 원흉, SSS급 던전보스가 저 거인임을.
▷SSS급 던전보스 이 등장했습니다.
▷공격대원 이진태의 고유특성 에 의해 보스몬스터의 특성이 분석됩니다.
▷폭식왕은 언데드 몬스터를 먹어치우면 해당 몬스터를 소화하여 원하는 특성 및 초능력을 흡수할 수 있
습니다. 단, 폭식왕의 주변에서는 모든 죽은 자가 곧 언데드 몬스터가 됩니다.
느낌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이진태. 혹시 저 몬스터가 뭐하는 놈인지 알고 있나? 왠지 익숙한 기색인데.”
“알고는 있다. 저것의 열화판을 본 기억이 있으니. 맹세컨대 저렇게 역겹고 커다란 녀석은 아니었지. 전
에 상대했던 놈보다 월등히 위험해 보이는군.”
폭식왕이 걸음을 내딛자 지면이 쩌적 소리를 내며 얼어붙고, 손으로 땅을 짚자 바닥을 뚫고 10m쯤 떨어
진 곳에 기어 다니던 어보미네이터 하나를 움켜쥔다.
붙잡힌 어보미네이터와 함께 손이 지면으로 사라지는가 싶더니, 재차 폭식왕의 앞으로 나타났다.
“초능력이 있군. 몬스터의 것이 아닌 인간의 것이.”
“인신공양.”
우리 모두가 죽을상을 지었다. SS급 던전보스를 상대하기 싫다는 두려움에 칠대기업이 먹이를 바친 결
과, 수많은 초능력을 지닌 SSS급 던전보스가 여기에 나타났다.
“재생계열 능력도 있을까?”
다연이가 물었다.
“어쩌면 있겠지. 그래도 싸워야만 해. 바닥을 뚫고 주변장소로 손을 뻗을 수 있는 괴물을 무시하고 던전
코어에 접근하려 들다간 어디서 붙잡힐지 몰라.”
겁만 먹어서는 이길 싸움도 진다.
나는 없는 용기도 쥐어짜내며 검을 치켜들었다.
“가자. 저 괴물새끼 머리통을 쪼개버린 뒤에 던전코어를 부숴보자고.”
“아니, 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는 없다.”
이진태의 느닷없는 말에 모두가 돌격준비를 멈추고 그를 째려보았다.
“약점이라도 알고 있나?”
“아니, 저놈 보기보다 약해 보인단 말이지. 정신력이.”
“그래서?”
“어쩌면 가능할 것 같군. 정신지배가.”
“…….뭐?”
이진태가 폭식왕을 향해 대마법을 펼쳤다. 마법적인 기운을 감지한 폭식왕이 끔찍한 괴성을 지르자 모두
가 당장이라도 싸워야 하나 고민했지만, 이진태는 태연하게 말했다.
“앉아!”
“꾸어엉…”
그리고 폭식왕이 제자리에 앉았다.
[6회차] 도시던전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