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299
298 – [6회차] 사다리를 걷어차는 법( )
삼대천의 보스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빌런들의 보스라고 할 일이 없는 것
도 아닐뿐더러 구룡회주 구룡마는 공식적으로 구씨세가 가주이기 때문이다.
물론 세 보스 중에서 가장 바쁜 구룡마가 먼저 회담을 열었으니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세 보스가 한 자리
에 모였다.
“구룡마. 양지에서 신선놀음하느라 바쁜 줄로만 알았더니 용케도 조직보스 노릇을 이어가고 있군.”
“선생, 당신만 하겠나. 아무튼 돌아가는 시국이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겠지. 칠대기업이 하루아침에 쓸
려나가고 히어로들의 세력이 어느 때보다도 강성해졌네.”
“빌런협회라도 만들자는 겐가?”
블랙매지션즈 조직보스, 통칭 [선생]의 물음에 구룡마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빌런협회는 안 되지. 십대세가와 히어로협회, 역대최강으로 불리는 오성아카데미 23기 생도들이 뭉쳐
만든 통합사령부의 저력은 그대의 상상을 뛰어넘네.”
“놀랍군. 우리가 한 자리에 모이면 그 즉시 파멸할 거라고 생각하다니. 잠깐 일었다 스러질 바람이 아니
었던가.”
삼대천 보스들은 기억하고 있다. 암흑시대가 끝난 이후로 지난 15년간 나타난 무수한 영웅들과 그들의
말로를. 의로운 자는 언제나 이익을 탐하는 자를 이기지 못했다.
정의나 공명심에 눈이 먼 자들은 인간을 상대함에 있어서 치밀하지 못하고, 독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세대의 영웅들은 무언가가 달랐다.
“이진태라는 놈, 그놈이 아주 걸물일세. 칠대보스 토벌전에서의 활약상과 영상기록을 봤는데 장난이 아
니야.”
“한도령은? 그 이름도 들었네만.”
“그놈도 상당하긴 한데 이진태에 비하면 두 수는 아래지. 진짜배기는 이진태네. 그놈들 공격대가 한도령
공격대인 것도 이진태가 제 존재감을 숨기려 한 게야.”
구룡마는 말하면서 스스로도 혼란을 느꼈다. 제갈민의 부탁을 받아 교란을 하긴 했지만, 막상 말을 하고
보니 이진태 생도의 저력도 상당했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신세대 영웅들이 정말로 칠대보스를 무찌를 정도로 대단했나? 칠대보스라는 것들의 수준이 소문대로
SSS급이라면 그 정도의 피해로 격퇴한 건 기적이나 다름없는데.”
“내 인천던전에서 직접 상대해봤네. 안성원이가 희생하지 않았으면 가주 몇이 뼈를 묻을 뻔했지.”
잠자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인물이 삐딱하게 고개를 들며 호기심을 드러냈다.
“5년 만에 이 나라에 새로운 SSS급 초절정고수가 탄생했다고 보는 건가?”
삼대천의 말석, 초인무투회 조직보스의 물음에 구룡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들이 강진혁이에게 붙어서 기 좀 살려주면 이진태 놈이 달아올라서 당장이라도 습격을 하려 할 걸
세. 내 직접 습격일정과 습격지점을 파악해서 알려주지.”
“그때 우리가 힘 좀 써보라 이거군. 상황은 파악했다만 그만한 후지기수와 싸울 위험을 감수해야 할 이유
가 있나?”
선생이 빙그레 웃으며 묻자 구룡마는 단호히 대답했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 기회가 오지 않을 걸세. 이 나라에 두 번째 강반검이 탄생하는 걸 저지할 기회가.”
삼대천 보스들의 얼굴에 잔악한 흉소가 떠올랐다.
***
블랙매지션즈와 초인무투회가 강진혁의 무리에 가담하겠다며 멋대로 병력을 보냈지만, 강진혁은 이를
무턱대고 거절하기가 몹시 난처했다.
자신의 가장 큰 협력자이자 조력자인 탁재윤이 반드시 이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압했기 때문이다.
“이거 안 받으면 우리 다 죽어.”
“시간을 되돌린 거냐?”
“그래. 살려면 받아들여야해. 안 받으면 곧장 통합사령부에서 모든 공격대를 급파할 거다.”
함께 SSS급 던전보스를 잡기도 했을 뿐더러 탁씨세가의 초능력자들은 위기를 피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런 이들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기에는 강진혁은 자신이 없었다.
‘힘만 얻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건 너무 무른 판단이었나? 한도령 그 자식에 비하면 인재도 세력도 너무
부족해. 못마땅하긴 해도 이놈저놈 가려가며 받을 처지는 아니지.’
강진혁은 결국 빌런조직의 원군을 받아들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 발로 찾아온 출신이 불문명한 다수의
S급 초능력자들 또한 받아들였다.
“대영웅 강반검의 직계혈족이 공격대를 꾸렸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부디 저희를 받아주십시오!”
“반드시 제 몫을 해내겠습니다. 뭐든 시켜만 주십쇼!”
“하하, 참.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아직 공격대에 자리가 비었으니 예비대원 자리를 드리겠
습니다.”
처음에는 수상하게 여겼지만 연신 들리는 강반검에 대한 찬양과 그 아들인 자신의 활약에 대한 감탄에 강
진혁의 경계심이 흐릿하게 풀어졌다.
듣기 좋은 말은 감언이설이며 독을 품었을 수 있음을 머리로는 알아도 가슴이 즐거운 건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잘하면 한도령보다 세가 더 커질 수도 있겠어.”
“이번 위기만 잘 넘기면 가능할 거야.”
이번에 늘어난 전력은 강진혁이 생각하기에도 심상치 않았다. 새로 들어온 전력들이 무사히 적응하고 이
를 바탕으로 신규인원을 늘려나간다면 연합공격대도 두렵지 않다.
“잠깐.”
탁재윤의 말에서 강진혁은 무언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발언을 잡아냈다. 탁재윤은 그가 괜한 생각을
하기 전에 얼른 사고를 돌리려 시도했지만 강진혁은 들은 체도 않았다.
“이번 위기, 이번 위기… 잠깐, 너 아까 시간을 되돌렸다고 했지? 그거 앞으로 몇 시간 동안 지속 되냐?”
“여덟 시간.”
“그럼 앞으로 여덟 시간 동안은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회피 불가능하단 말이잖아.”
강진혁은 뒤늦게 자신의 실책을 깨달았다.
“저놈들을 받아들여서는 안 됐어. 적어도 여덟 시간은 지난 다음에 받아야 했다고.”
뒤늦은 후회였다. 그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며 어떻게든 빌런들을 쫓아내려 전각에서 나왔을 때, 하
늘을 가득히 수놓은 마법들이 유성우처럼 일제히 하락했다.
“마법폭격이다!!”
요란한 굉음과 함께 외당건물이 초토화되며 안에서 벌떼처럼 초능력자들이 쏟아져나왔다.
“빌딩이다! 저 빌딩에서 공격이 쏟아지고 있어!”
“이런 제기랄. 보통 정예들이 아니야. 하씨세가의 마법병단이 틀림없어.”
“그놈들이 어째서 우리를 공격하지? 이번에 들어온 빌런 출신 초능력자들 때문인가? 어서 알려야해. 놈
들은 이미 빌런 짓 그만두고 전향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고.”
애써 희망을 품으며 전서를 보내려던 강씨세가 사범 한 명이 한 발의 총성과 함께 쓰러졌다. 송가제약에
서 개발한 HBO물질을 섞은 탄두가 방어력을 무시하고 심장을 관통했다.
“저격마법이다!!”
“다 숨어!!”
빗발치는 마법폭격에 이어 S급 무투가도 일격에 즉사하는 저격까지 이어지니 강진혁공격대는 완전히 패
닉에 빠졌다. 그나마 침착함을 유지하는 건 블랙매지션즈 출신 빌런들이었다.
“선생님. 저격마법의 총성과 위치가 전부 동일합니다. 저격수는 아무래도 한 명만 있는 듯합니다.”
“내 귀로도 그렇게 들리는구나. 도움이 필요하겠느냐?”
“아닙니다. 연합공격대가 가세했다면 가주급 실력자들도 상당수 있을 겁니다. 저격수는 제게 맡겨주십
시오.”
장 시에르가 휘하 빌런들을 인솔하고 재빨리 반파된 건물더미 사이로 뛰쳐나갔다. 그를 향해 몇 발의 마
법과 두 번의 저격이 이어졌지만 장 시에르는 모든 공격을 회피했다.
▷장 시에르의 초능력 발동
망토를 휘날리며 지면을 쓸 듯이 낮게 스쳐지나가는 그의 속도는 눈으로 포착하기도 힘들 정도로 대단한
데, 심지어 그의 위치는 주변공간에 덧씌운 환상으로 눈속임마저 더했다.
3회차에서 강진혁의 암살을 위해 흑암문의 암살자가 사용했던 빌딩에서 김다연이 저격총을 내려놓았다.
“독한 놈이네. 내가 잡아내지 못할 정도면 장거리에서는 아무도 저거 못 잡아.”
“어그로 끌리지 마. 여기로 오는 놈들은 밑에서 막을 거야.”
제갈민의 지휘에 김다연은 다른 표적들을 노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한층 위에서는 마법협회 전속 공격대
아크 메지션즈의 마법계열 초능력자들이 교대로 폭격을 이어나갔다.
그중에서도 단연 발군의 실력을 보이던 하정아와 신세연은 어느 순간부터 공격이 막히고 있음을 깨달았
다.
“저건 결계인가?”
“사전에 보고받은 대로라면 블랙매지션즈의 결계술사 황정태의 결계마법이 틀림없어. 방어력이 우리 예
상을 훨씬 웃도는 게 뚫으려면 애 좀 먹겠어.”
“강한 마법으로 몰아붙이면 깨질지도 몰라.”
“안 돼. 지형에 변화가 생길 정도의 공격은 시야를 망가뜨리잖아. 그 타이밍에 반격을 당할지도 몰라.”
“쯧. 내키진 않지만 이 뒤로는 어빌리티즈에 맡겨야겠네.”
철통같은 결계마법에 마법폭격이 일시적으로 무력화된 사이, 빌딩 앞으로 장 시에르와 일단의 무리가 도
달했다.
“후훗. 실전 치고는 상대가 꽤 강해보이네요.”
“아름이 넌 안 떨려?”
“상대도 적당히 강한 편이 죽이는 맛이 있잖아요?”
주아름을 비롯한 한도령공격대 예비공략조가 입구를 단단히 가로막으며 수비를 굳혔다. 십대세가에서
차출된 초능력자들이 머릿수를 더하며 그들의 앞뒤로 포진을 이루었다.
“이럴 땐 정말로 아름이가 싸이코처럼 보여.”
“긴장 풀지 마. 온다.”
송지애가 한 눈을 팔자 김일식이 경고했다.
채 2초도 지나지 않아 좌중의 모두가 공기가 일변했음을 온 몸으로 체감하였다.
▷장 시에르의 고유영역 발동
▷데드 존은 생명체를 죽음으로 몰아붙이는 요소가 시시각각 늘어나는 사망영역입니다. 누군가가 죽기
전까지 데드 존의 환경요소는 점점 더 적대적으로 돌변합니다.
▷시급히 영역구사자를 제거하거나 데드 존의 영역범위에서 벗어나십시오.
본래라면 던전이나 탑이 아니면 시스템 알림을 볼 수 없어야 할 일행들은 버젓이 그 메시지를 확인하였
다.
“김일식. 코어 잃지 마.”
“걱정 마. 내 위기감지 초능력에 1분 내로 죽을 위기는 감지되지 않았어.”
마인성의 마석개발산업은 몇 가지 부차적인 효과를 일으켰는데, 그중 하나가 던전의 임의적인 활성화였
다.
“던전코어를 가공해서 아티펙트를 만들어야 될 사람이 던전코어를 활성화해서 던전을 만드는 법을 깨우
치다니. 마인성도 참 황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시끄럽다. 풋내기들 다 죽기 전에 가세한다. 제일 성가신 환상술사는 내가 직접 베도록 하지.”
입구가 열리며 환상에 빠진 예비조를 구하고자 배양체들과 쾌유천의 쾌검대가 돌진했다. 빠르게 우세를
점하며 장 시에르의 부하빌런들을 베어넘기던 쾌검대는 곧 위화감을 느꼈다.
“이놈들 베는 맛이 없는데요.”
“전부 환상 아니야?”
확실한 살상력을 지닌 어빌리티즈의 마법계열 초능력자들과 달리, 사회에서 버림받은 낙오자들로 이루
어진 블랙매지션즈의 초능력자들은 비살상마법이 대다수였다.
사물의 위상을 속이는 아지랑이, 거리감각을 망가트리는 현미경 마법, 착란에 이르기까지 온갖 마법이
쾌검대의 공격을 헛손질에 그치도록 만들었다.
“20초 경과! 장 시에르의 사망영역 페널티가 증가한다!”
“큭, 이걸 노린 거였나!”
초조함을 느낀 쾌유천이 한층 더 빠르게 검을 휘둘렀지만 우연히 스친 느낌만 있을 뿐, 죽인 적은 없었다.
사망자가 나타나지 않자 영역 내 페널티는 점점 가혹해졌다.
그러나 한도령의 회귀경험을 공유한 제갈민은 일찍이 이런 사태를 예상했고, 적이 빌딩으로 향할 때에 대
비해 이브이와 어빌리티즈를 적진 근처에 매복시켰다.
“가장 골치 아픈 환영단이 빌딩입구로 유인됐어! 이제 우리 실력을 보여줄 차례야!”
이브이의 활기찬 외침과 함께 어빌리티즈의 초상계열 초능력자들이 결계를 공격했다.
마법에 대한 절대적인 방어력을 자랑하던 결계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초능력에 가장 가까운 초상계열 초
능력이 빗발치자 방어막이 100m 상공으로 붕 떠버리거나 결계가 대뜸 증발했다.
“이얍!”
“으아악! 머리카락이 다 뽑혀!!”
“당장 비키지 않으면 여자들은 원형탈모로 만들고 남자들은 눈썹을 1미터로 만들겠어!”
타인의 털에 간섭하는 능력으로 외형을 망가트리겠다는 이브이의 폭언에 결계를 보조하던 결계단이 크
게 동요했다.
“정신 차려! 탈모야 가발 쓰고 눈썹은 밀면 그만이잖아!”
“그럼 너부터 당해봐!”
“아악!”
눈썹이 시야를 가릴 정도로 풍성해지자 당황하여 허우적거리던 황정태가 쿵 하고 넘어졌다. 신발 밖으로
새어나올 정도로 자란 발등의 털이 어느새 매듭까지 지어졌다.
“지금이야!”
블랙매지션즈의 주력간부가 모두 적수를 마주쳐 발이 묶인 사이, 한도령과 이진태를 비롯한 정예가 강씨
세가 본당으로 곧장 난입하였다.
“흘흘. 구룡회주의 말대로 정말 여기에 모습을 드러냈구나.”
“가끔은 그 늙은이도 쓸모가 있군.”
본당 담벼락에 몸을 숨기고 있던 블랙매지션즈 보스 [선생]과 초인무투회 보스 [초인회주]가 동시에 기습
을 가했다.
캉! 카강!
그러나 기습은 한도령과 이진태 무리 사이에 숨어있던 구룡마와 한초린이 나서며 저지되었다.
“구룡회주. 이건 무슨 뜻이지?”
“보면 모르나? 자네들, 나한테 설계 당했네.”
수가 바닥 난 두 사람이 낯을 굳히며 뒷걸음질 쳤다. 구룡마는 도주하려는 낌새를 눈치 채자마자 무형의
칼날을 마구잡이로 날리며 그들의 발을 붙들었다.
“이대로 버티기만 하면 탁씨세가가 시간을 돌릴 거다.”
“이미 돌려서 이 상황이 되었다고는 생각 안 하고?”
난처해하는 두 사람을 한도령과 이진태 무리가 빠르게 지나쳤다. 본당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도달하자 강
진혁을 비롯한 강씨세가 최정예들과 정면으로 맞닥뜨릴 수 있었다.
“한도령. 네놈이 강하기는 해도 이 정도로 머리가 좋을 줄은 몰랐는데. 제갈민의 작품이냐?”
“뭐, 그렇지.”
“크흐흐. 그 잘난 제갈민도 우리를 궁지에 몰아넣었을지언정 올드 원을 해치울 수는 없을 거다. 너희가
토벌해야 할 칠대보스 중 둘을 우리가 없앴으니까.”
“아, 그거라면 문제없다. 대신할 경험치 덩어리들을 잔뜩 찾았거든.”
“뭐?”
“있잖아. 바로 내 앞에.”
강진혁은 칠대보스를 없애 한도령이 올드 원에게 닿을 사다리를 치울 작정이었지만, 제갈민은 이미 그 수
를 꿰뚫어보았다.
“이 자식… 우리를 칠대보스를 대신할 경험치로 삼겠다고? 난 강해졌어. 5회차처럼 당하지만은 않을 거
다!”
“역시 너도 인과의 역발현 대상이었나. 그래봤자 넌 탁재윤만도 못한 만만한 놈이다. 방해를 할 거였다면
잠적을 타거나 자살이라도 했어야지.”
호승심을 못 이기고 강씨세가에 남아 세력을 키운 시점에서 강진혁은 이미 실패한 거나 다름없다.
제갈민은 한참 전부터 강진혁 무리를 해치움으로써 그들이 펼친 계략을 무력화시킬 대응전략을 세웠고,
한도령과 이진태의 접근을 허락한 시점에서 승부는 기울었다.
[6회차] 마지막 조각
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