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314
313 – [6회차] 단 하나의 미래( )
SS급 던전코어를 이용해 5회차의 맨스카인드가 펼쳤던 마법진을 재현해내는 순간, 신세연은 자신이 탑
에 도달했음을 인식할 수 있었다.
그녀는 결사대가 무사히 탑의 40층에 도달하기 위해 파견된 결사대의 선봉대장.
‘절대로 무너질 수는 없어.’
신세연은 떠올렸다. 자신의 지난날들을.
누군가의 동료로서. 가문의 미래를 책임질 후계로서.
그저 미래를, 성장가능성을, 언젠가를 기대받기만 했던 나날.
오랜 기다림이었다.
항상 네게는 다음이 있을 거라는 말만을 들어왔다.
최고의 자리는 하정아, 자신의 부친, 혹은 다른 누군가의 몫이었다.
‘지금 이 순간, 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나야.’
던전코어를 통한 탑의 진입을 마치고 옥좌에 앉은 채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어둠에 휩싸인 괴인을 발견했
을 때, 그녀는 곧바로 능력을 전개했다.
파밧 콰과곽!
지근거리에서의 순간이동이 발동하기 무섭게 그녀가 서있던 공간이 찢겨지며 검은 낫이 허공을 헤집었
다.
‘제갈민의 예상이 적중했군. 올드 원은 이미 미래를 공유 받았어. 하지만 우릴 너무 얕봤군. 이 정도로 얄
팍한 수작에 당할 애송이 취급을 하다니.’
하이소서러 공격대 소속 속박대 멤버 3인, 지원대 멤버 5인. 신세연의 뒤를 따라 합계 여덟 명의 초능력자
들이 함께 SS급 던전코어를 이용해 넘어왔다.
미래지식을 공유 받은 올드 원이 강제송환의 페널티를 피하려는 시도를 무산시킬 것을 저지하기 위한 선
발대로서.
“근거리 순간이동 완료!”
“후속공격 저지!”
“뒤는 저희가 사수하겠습니다. 서둘러서 정문의 연결을!”
선발대원들이 목숨을 걸고 앞을 가로막기 무섭게 천지를 짓누르는 소름 끼치는 악의가 엄습해왔다.
“상정 외의 수를 두었군. 버림패로 쓸 선발대를 한 명이 아닌 아홉으로 늘린다… 확실히 머리를 썼어.”
올드 원의 노기어린 목소리에 선봉대원들이 힘을 고조시키기 무섭게 벽력처럼 수십 개의 초능력이 쏟아
졌다.
“허나 책략이란 약자가 궁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지. 네놈들의 헛된 발악, 힘으로 처부숴
주겠다!!”
칠대보스 토벌전부터 강진혁의 난 진압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요전투에 참가해왔던 하이소서러 공격대의
정예대원. 그중에서도 속박과 지원에 특화된 초능력자들이 사력을 다해 저항했다.
“다들 전력폭주에 돌입해!! 지금 폭주하지 않으면 1초도 버티지 못한다!!”
“시발, 죽을 때라도 폼나게 죽어보자고!!”
“선봉대장은 우리를 모두 쓰러뜨리기 전엔 손 끝 하나 건드릴 수 없다!!”
죽을 것이 뻔한 자리임에도 선봉대원들은 기꺼이 나섰다. 모두가 함께 물리쳐온 강적들을, 타파해온 세
력들을 보아왔기에 뒤따를 결사대에게 미래를 맡길 수 있었다.
“전부 헛수고다!”
굳건한 믿음, 필사의 저항. 그 전부를 올드 원의 압도적인 초상능력이 박살내며 힘을 뻗어나갔지만 전력
폭주에 돌입한 선봉대원들을 쓰러뜨리기까진 명당 2초의 시간이 걸렸다.
가뜩이나 타인의 공격을 저지하거나 아군을 지키는데 특화된 초능력자들의 목숨을 건 전력폭주가 이뤄
낸 성과였다.
16초.
한 사람의 생애에 있어서 결코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신세연이 결사대의 진입로를 확보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개문. 연결.”
신세연의 초능력이 40층의 정문과 하이브리드 연구소 결계 내부의 게이트를 연결시키는 와중에도 올드
원의 노도와도 같은 공세가 뒤를 엄습했다.
-어리석은 것. 그대로 문을 열더라도 넌 확실하게 죽는다.
-내가 바란 최후야.
-그런가. 살 길이 없다고 믿었기에 굳건한 의지를 품을 수 있었던 모양이군.
올드 원은 신세연이 강해질 수 있는 이유를 깨달았다.
그리고 독을 풀었다.
-영웅으로서 최후를 맞이하고 역사에 길이 남을 순교자가 된다. 그것이 네 소망이겠지만 그 소망은 헛되
었다. 17년 전, 암흑시대가 끝날 때에 세상은 십대고수만을 기억했지.
-나도 그들처럼 후세에 이름을 알릴 거야.
-바로 그것이다. 넌 십대고수처럼 될 수 없다. 싸움을 연 선봉장에 불과하기 때문이지. 전쟁이 끝나거든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영웅들뿐이다.
신세연은 코웃음을 쳤다.
-날 동요시킬 셈이라면 소용없어. 주역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 하정아의 친구로서, 마법협회의 실력자 중
한 명으로서, 공격대의 핵심멤버로서, 언제나 나는 조역으로 살아왔어.
-암흑시대의 끝을 불러온 최종전투에서 너와 같은 이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 때에도 선봉장은 있었지.
너는 그 전투의 선봉장의 이름을 알고 있나?
-그야 당연히…
신세연의 머리가 하얗게 질렸다.
모른다.
그런 건 들어본 기억도, 생각해본 적도 없다.
-알 수 없겠지. 누구도 기억하지 않았으니까. 영웅을 위해 희생하되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이름. 그게 네
미래다.
-…그래도 이 순간의 주역은 바로 나야.
-혹은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지. 네 부친, 신명섭과 마찬가지로 내게 충성을 맹세하고 미래를 보장받
는 길이다.
신세연의 동요를 따라 연결통로가 한 차례 흔들렸다.
그러나 더 이상의 흔들림은 없었다.
“난 나야. 내가 가장 빛날 순간은 내 의지로 결정해. 설령 여기가 최후라고 하더라도, 누구도 기억하지 못
하더라도 상관없어. 내가 기억하니까, 나 자신이 얼마나 멋졌는지 아니까!!”
올드 원의 살인적인 초능력의 폭풍이 신세연을 짓눌러 세포 단위로 증발시켜버리기 직전, 통로로 빠져나
온 초능력자들의 영압이 공세를 뒤로 되돌렸다.
“아슬아슬할 때까지 잘 버텨줬어, 신세연!”
“신씨세가의 후예도 제법이군.”
“뒤는 우리들의 차례다.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라.”
초상협회 전속 공격대 어빌리티즈 공격대장 이브이.
삼대천 최후의 대장이자 구씨세가 가주 구룡마.
결사대를 하나로 결집시킨 최강의 신진고수 한도령.
잇달아 등장하는 거물들의 등을 바라보며 신세연은 깨달았다.
자신은 맡은 바 임무를 완수했음을.
▷비정상적인 접근이 감지되었습니다. 무단출입자들에 대한 강제퇴출 프로세스를 개시합니다.
홀로 강제송환에 걸리며 한반도로 되돌아가는 신세연.
그녀의 앞에 언제나 당당한 친구의 뒷모습이 비쳤다.
“최고로 멋졌어요. 신세연, 당신이 제 절친한 친구라는 사실이 어느 때보다도 더 자랑스러워요.”
“하정아. 나 열심히 했어.”
“아무 걱정 말아요. 가문의 모두와 천시연 가주가 희생하고 선봉대원들이 목숨을 바치며 개척해낸 공략
루트, 반드시 제가 완수하겠어요.”
차가운 복수에 불타오르는 하정아의 기운을 느끼며 신세연이 전장에서 사라졌다.
“올드 원. 강제송환을 통해 결사대를 분리시키려는 네놈의 계략은 붕괴했다. 결사대원 291명, 이것이 널
죽이기 위해 모인 실력자들의 숫자다!”
“하하하, 과연 대단하군. 한도령. 그 이름이 눈에 밟힐 때 미리 치워버리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어. 설마 이
진태도 강반검도 아닌 회귀자가 내 앞을 가로막을 줄이야.”
“…!?”
회귀자라는 가장 중대한 비밀이 발각되었다.
흔들리려던 한도령의 어깨를 김다연이 강하게 붙잡았다.
“정신 차려. 강진혁이 하수인으로 나타났을 때부터 인과의 역발현으로 다른 회차의 기억을 올드 원이 접
하게 된 건 충분히 추측할 수 있잖아.”
“그랬군. 하긴, 이제와서 회귀자라는 사실을 올드 원이 안다고 한들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지.”
잠깐은 동요했던 결사대원들도 두 사람의 대화에 곧 정신을 추스르고 전의를 고조시켰다.
대한민국의 전역에 첩첩산중으로 드리운 숱한 방해세력과 올드 원의 하수인들을 타파하며 마침내 최후
의 전장에 도달했다. 고작 비밀 하나 따위에 주저할 때가 아니었다.
“천면백괴! 17년 전의 그 날에 틀림없이 해치웠다고 생각했지만 용케도 모진 목숨을 부지해왔구나.”
“강반검. 네가 여기에 있다는 건 한반도에는 예비병력 하나조차도 남기지 않았다는 뜻이겠군.”
“잔당들을 막아내는 데에는 그리 대단한 전력은 필요 없다. 여기서 네놈을 물리치면 대한민구에 드리운
오랜 암운도, 한반도의 위기도 모두 끝이다.”
강반검의 전신에 샛노란 기운이 용솟음치더니 과도하게 밀집하다 못해 근원요소가 고밀도의 기운을 감
당하지 못해 스스로 스파크를 일으키며 이상현상을 발생시켰다.
단지 살의를 품고 기운을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사후폭주급 이상현상을 발생시키는 실력자.
“17년 전의 천년백괴의 수급을 벤 십대세가의 정점. 한반도 최강의 초능력자. 네놈에게 다시 한 번 죽음
을 선사할 사신. 그것이 바로 이 몸, 강반검이다!! 여기서, 결판을 내자!!!”
강반검의 웅장한 외침과 함께 결사대 전원이 공격포진을 갖추는 순간, 올드 원이 양팔을 크게 벌렸다.
“확실히 위기로군. 이만한 전력이 내 앞에 나타나는 일은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없을 일. 전무후무한 기
적과도 같은 성과를 그대들이 이룩했다.”
“유언은 끝났나?”
“어림없는 소릴. 전무후무한 기적이란, 다시 말해 최후의 저항. 이 한 번의 위기만 넘긴다면 더는 나를 가
로막을 적수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결판을 내겠다고?”
크게 벌린 그의 두 팔 너머로 어둠이 꿈틀거리며 급격한 속도로 공간이 벌어졌다.
▷올드 원의 초능력 발동
▷중국 각지에 설치된 암흑게이트가 올드 원의 암흑게이트와 연동됩니다.
“이 몸 또한 바라던 바다! 나와라, 망국의 난민들이여. 너희들이 멸해야 마땅한 적을 이 앞에 모아두었노
라!!”
개방된 암흑게이트.
그 너머로부터 나온 이들은 중국계 초능력자들이었다.
“저 양복쟁이들… 삼합회 소속 암왕 직속 암살자들이군.”
“공안 직속 초능력자들에 검귀대까지!?”
“역시 이쪽으로 와버렸나. 검왕.”
제갈민의 경고로 각오하기는 했지만 끝내 마주하게 된 강적들의 등장에 한도령이 이를 악물고 검을 쥐었
다.
SSS급 초절정고수 중에서도 단언컨대 최강자로 손꼽히는 강자이자 세 자루의 검을 찬 최강의 검객, 검
왕. 그녀가 보기만 해도 몸이 떨리는 검왕지보를 든 채로 걸어 나왔다.
“검왕!! 천면백괴는 인류의 공적이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는 하나 그는 비인외
도의 길을 걷는 자. 몬스터를 부르는 게이트를 여는 인류의 적이다!”
“주머니 속 송곳조차도 그 날카로움이 알려질진대 손을 잡은 자의 위험을 어찌 모르랴. 그리 소리치지 않
아도 올드 원의 진면목은 이미 알고 있단다, 아해야.”
“당신 정도의 실력자가 그걸 알면서도 끝내 인류의 적과 손을 잡고 우리를 적대할 셈인가!”
한도령의 질타에도 검왕은 아랑곳않고 설핏 웃었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미소가 비스듬히 치켜든 검을
따라 잘려나가며 숨 막히는 압박감을 결사대에 선사했다.
“위대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무수한 사람들이 생을 연명해왔던 중화인민공화국을 국가붕괴 사태에 빠뜨
린 주범이 스펙터들의 왕이라는 사실은 이미 확인했단다.”
“!!”
“올드 원이 인류의 적이라면 스펙터는 문명의 적. 중화를 멸망시키고 문명에 기생하여 싹튼 어둠과 손을
잡은 너희가 정의를 자청하며 떳떳할 자격이 있느냐?”
한도령은 올드 원의 척결이야말로 회귀의 끝을 보기 위한 필수요소라 여기며 대의를 위해 이 자리에 나섰
지만, 검왕 또한 멸국의 무사로서 대의를 알리며 마주섰다.
“중국인을 인류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배제한 한국이 정의를 논하지 마라. 우리에게는 너희야말로
악일 지어니. 잃어버린 주권과 생존권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검을 들리라.”
모두가 화목하고 평온할 수 있는 세계도 삼천세계 어딘가에는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세계에서
는, 6회차에서는 한국과 중국은 공존할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살아남는 것은 전력으로 맞부딪혀 승리한 국가의 미래. 오직 단 하나의 미래뿐이다.
“가주 셋이서 끝내주지. 라고 말하고 싶지만 천면백괴의 무위가 예상 이상이군. 탑의 보조를 받아서인지
전성기에 버금가는 기세다. 한도령, 너도 이쪽에 붙어라.”
“제가 없이 남은 이들끼리 중국측 초능력자들을 정리할 수 있겠습니까?”
“할 수 있겠느냐가 아니다. 반드시 해낼 것이다. 공안, 삼합회, 무인협회. 중국 삼왕과 그들의 세력을 결사
대가 먼저 격파하고 합류하면 이쪽의 승리다.”
강반검이 앞으로 나서자 가주공략대에 속한 구룡마와 탁위일이 좌우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 전진
했다.
암흑시대의 끝을 불러온 십대고수도 최종전투까지 살아서 참여한 인원은 셋에 불과했지만, 그들의 무위
는 17년 전과 비교해서 월등히 강해졌다.
“이번에는 이 늙은이도 체면 좀 살릴 수 있겠군.”
“세월의 흐름은 이기지 못했지만 시간의 흐름은 내 손 안에 있다. 17년간 발전한 시간계열 초능력의 정점
을 보여주마.”
한도령 또한 김다연, 강유아, 이진태, 로리 헤더웨이로 이루어진 핵심공략대원들을 이끌고 그들의 뒤로
나서며 전장은 둘로 나뉘었다.
한쪽은 올드 원과 대척하는 7인의 최고실력자들. 다른 쪽은 한시라도 빠르게 그들에게 가세해야 하는 중
국 삼왕의 세력들과 이에 맞서는 결사대 조직들.
한국 결사대와 중국 삼왕조직의 정예, 양국 최강의 초능력자들이 겨뤄 승리하는 쪽이 전세를 결정짓는
다.
[6회차] 결사대 vs 삼왕
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