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332
330 – [7회차] 결실( )( )
검왕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호화로운 대접을 해주었다.
우리는 상하이의 5성급 호텔로 안내받았다.
“5성급 호텔이 이렇게 편한 곳이었어?”
“몰라. 나도 처음 와.”
“회귀하면서 한 번도 5성급 호텔 안 왔어?”
“돈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장비나 고급정보를 입수하는데 써야 했으니깐.”
“다행이다. 나만 처음이 아니어서. 도령이가 촌스럽게 여기지는 않을지 조금 무서웠어.”
내가 민지를 촌스럽게 여기다니, 그럴 리가 없잖아. 일시적으로 초능력을 잃고 무력한 일반인의 몸이 된
게 정신에도 영향을 미친 탓인지 민지는 부쩍 불안해보였다.
이럴 때일수록 남편인 내가 정신을 단단히 챙기고 있어야지. 나는 호텔의 컨시어지(종합서비스 담당자)
서비스를 이용해서 칩거를 시작했다.
“숙식은 룸으로 모두 올려 보내주고 검왕 본인 이외의 사람이 우리들의 거처에 접근하거나 정보열람을
원하면 즉시 내게 알려줬으면 한다.”
“알겠습니다.”
“한국말이 능숙하군. 원래 한국 사람이었나?”
“인천 출신입니다.”
“음.”
딱히 뭐라 할 말이 없군. 인천에서 직접적으로 커다란 사건에 휘말린 기억은 별로 떠오르지 않았다.
“저분이 집사 같은 거야? 친절하시네.”
“호텔에 집사는 무슨. 컨시어지는 기본적으로 심부름꾼이야. 검왕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무례하게 대
하는 건 곤란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친해질 필요는 없어.”
“도령이 냉정해…”
“도피생활 경험자의 조언이야. 괜히 우리랑 친해지면 나중에 저 사람이 누군가의 인질로 붙잡히고, 그거
구한다고 위험에 처하게 될 수도 있어.”
“그건… 심한 이야기네. 우린 앞으로 다른 사람이랑 친하게 지내지도 못한다는 거잖아.”
민지는 빠르게 핵심을 간파하고 침울해졌다. 그래도 고급시설에서 두 사람이 함께 보내는 평온한 나날 속
에서 두려움에 질렸던 그녀도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공안 초능력 특무부대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검왕의 지시인가?”
“일단 이쪽의 확인 결과는 그렇습니다.”
“수고했다. 올려 보내도 좋아.”
컨시어지의 보고를 받고 잠시 후, 특무부대 요원이 노크하는 사이에 검왕의 연락이 도착했다.
-Message(검왕) : 한국에서 HBO 생산라인을 점거했단다. 완성자와 천시연 가주의 신변도 위험해졌을
테니 이쯤에서 거처를 한 번 바꾸거라.
겨우 불안을 떨쳤던 민지가 전보다 더욱 주눅 든 모습으로 조심스레 물었다.
“완성자나 천시연 가주는 괜찮겠지?”
“천시연 가주는 괜찮을 거다. 예지를 했을 테니까. 완성자도 아무 놈한테나 붙잡히거나 살해당할 정도로
약하진 않아. 전에는 상대가 나여서 제 실력을 못 보였을 뿐이지.”
“그렇겠지? 두 사람 다 무사히 안전한 곳으로 도망쳐서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겠지?”
나는 민지의 머리를 한 손으로 어루만지며 달래주었다. 정부인가로 피신하고 민지가 임신 5개월 차에 접
어든 어느 날, HBO 물질의 보유잔량이 바닥을 쳤다.
“HBO 제조법을 넘겨주겠다. 검왕. 당신이 내 신뢰를 저버린 게 아니기만 바라고 싶군.”
“걱정 말거라, 아해야. 이제 우리는 한 배를 탄 사이가 아니더냐? 너희 부부의 안전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
는 본녀의 노고를 알아주면 좋겠구나.”
“…….”
올드 원의 사후, 검왕은 더 이상 동맹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사라졌다. 그녀가 바라던 중국 최강의 초능력
자를 이길 힘을 그녀는 이미 손에 넣었고, 지금껏 죽지도 않았다.
어떤 식으로든 그녀가 중국 최강의 초능력자와 결착을 내었으리라는 사실은 틀림없었다.
‘지금의 검왕이 정말로 믿을만한 동료인가?’
HBO물질을 원하는 시점에서 그 신뢰는 이미 깨졌다. 유일하게 동료라고 여길 수 있는 인물인 완성자와
는 이미 연락도 단절되었다.
“도령. 정말로 이게 옳은 선택인지 모르겠어.”
“옳게 만들어야해. 이게 우리가 내린 선택이라면.”
“검왕이 배신할 것 같아.”
민지는 나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올드 원이 없고 이진태도 소원을 빈 뒤로 사라진 지금, HBO물질은 모든 초능력자를 죽일 수 있는 극독
이나 마찬가지야. 다른 사람도 아닌 검왕이 그걸 손에 넣었어.”
“이해해. 민지 너가 불안해하는 게 어떤 상황인지.”
“검왕 입장에서는 완성자와 한초린, 우리 둘만 없애면 세계에서 유일한 절대고수가 될 수 있어. 그녀는
다른 동료들과는 본질적으로 달라.”
나 역시 민지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렇다면 이대로 손 놓고 당하기만 할 수는 없다.
“데빌메이커와 어떻게든 다시 접촉해야겠어.”
민지의 임신 6개월째. 중국의 생산라인에서 나온 HBO물질을 민지가 복용하자마자 우리는 인가를 빠져
나왔다.
-Message(검왕) : 어디에 갔지? 밖은 위험하단다. 이미 중국 각지에 한국에서 온 암살자들이 돌아다니고
있으니 어디서 습격을 당할지도 모른단다.
-Message : 잠시 용무가 있다. 볼일만 마치고 곧 인가로 돌아가지. 무리해서 이쪽을 찾을 필요는 없다.
우리는 곧바로 시장에서 가면과 후드티, 어깨뽕을 구매했다.
“어깨뽕까지 필요해?”
“중국의 인민추적시스템은 세계 제일로 손꼽혀. 얼굴과 머리, 체구를 감추더라도 어디서 걸릴지 몰라.”
“몸매가 무너져서 싫은데… 그래도 잡히는 것보단 낫겠지. 이거 어때?”
옛날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카카로트 전투복마냥 어깨가 과하게 돌출된 모습에 피식 웃고 말았다.
“아 진짜. 장난치지 말고 제대로 골라.”
“히히. 알았어.”
한초린의 은신처에 대해서는 몇 가지 짐작 가는 장소가 있다. HBO물질이 떨어지는 한 달 내로 그녀와 재
회한다면 어떻게든 검왕의 일방적인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고생 끝에 넘어온 동해를 다시 밀수선으로 넘어가는 사이, 민지가 수심어린 눈으로 한반도의 뭍을 보았
다.
“사람들은 참 오지랖이 많은 것 같아. 왜 우리 둘이 즐겁게 사는 꼴을 가만두질 않는 걸까?”
“우리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서 그래.”
“뭐? 말도 안 돼. 착한 사람은 오히려 더 가만 내버려둬야 하는 거 아니야?”
“어떤 사람들은 범죄를 공유하는 관계가 되어야만 서로의 치부를 무기삼아 상대를 제어할 수 있다고 믿
거든. 제어할 수 없는 사람은 자신을 범죄자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여기는 거지.”
“우리도 세뇌를 사용하기는 했잖아. 그건 범죄 아니야?”
“조금 달라. 우리가 그걸로 횡령을 하거나 성적으로 착취하고 막 그러지는 않았잖아.”
민지가 내 말의 진의를 깨닫고는 우울한 눈을 하였다.
“정말 나쁜 놈이 되어야만 차라리 한편이라고 안심할 수 있다는 말이구나.”
“여긴 그런 세상이야. 인체실험도 버젓이 하는 놈들이 정부요직에 꽉 차있잖아.”
“그러네. 후우. 이런 세상에 애를 낳으려고 한 게 옳은 선택인지도 모르겠어.”
“그걸 옳게 만드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야.”
“그렇겠지?”
개 같은 세상이지만 서로가 있기에 믿고 나아갈 수 있다.
그 점은 7회차나 1회차나 모두 마찬가지였다.
아주 오래간만에 첫 회차로 돌아온 기분이 든 우리는 서로를 보며 멋쩍게 웃었다.
“도령, 근데 이 빛은 뭐야?”
“아우라로 만든 광탄..”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민지를 안고 바닥을 굴렀다.
쾅쾅!
컨테이너에 뚫린 구멍 너머로 돌연 집게손이 튀어나왔다.
찰칵! 츠츠츠..
뱀처럼 구불거리며 컨테이너로 돌아간 기계팔이 컨테이너를 찢더니 안에서 대기하던 살인병기들이 우르
르 튀어나왔다.
“밀수선의 정보가 샜군.”
“어쩌지?”
“힘으로 돌파한다. 절대로 떨어지지마.”
민지가 초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는 해도 근원요소를 다루며 자연스레 발달한 신체성능마저 저하된 건
아니다.
登萍渡⽔굴곡진 파도 표면에 연달아 아우라로 얇은 벽을 만들어 박차며 등평도수( )의 경공을 펼치자 살
인병기들이 미사일을 마구 쏟아내었다.
슈화아아악! 콰과광!
물샐 틈 없이 펼친 호신강기로 공격을 막아냈음에도 불구하고 바다 표면과 호신강기 위로 불꽃이 꺼지질
않았다.
한 번 물체를 불태우면 산소가 사라지기 전까지 꺼지지 않는 소이탄에도 호신강기가 사라질 기미를 보이
지 않자, 연달아 텅스텐으로 만든 폭탄동체가 주변에 떨어졌다.
꾸구궁!!
시간차를 두고 터져 나온 충격파가 호신강기 위를 두들기며 소이탄의 불꽃이 단번에 꺼졌다.
폭탄의 유효사거리를 벗어나기 무섭게 멀리서 쇄도하는 미사일의 궤적을 보며 허탈함을 금치 못했다. 저
미사일은 대 괴수 전용 해양 레이드전투에서나 사용되는 탄두였기 때문이다.
콰아아아앙!!
물기둥이 높다랗게 솟구치는 광경을 등 뒤로 한 채, 나는 한층 더 빠르게 가속하며 육지에 도달했다.
“일제사격 개시!!”
군부대의 포화가 탄막을 형성하며 빗발치듯이 쏟아지자 탄연이 자욱하게 일었다.
▷으로 10000P를 지불합니다.
▷으로 10000P를 지불합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구매한 초능력을 이용해 민지에게 보호막을 건 뒤, 후방에 선 장교와 민지의 위치를
교환했다.
챙강!
“호신강기가 뚫렸다!!”
“마녀를 죽여!!”
“잠, 커헉!!”
장교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총탄에 즉사했고, 그 소리를 들은 병사들은 남자인 나를 죽였다고 착각했는지
사격을 중지했다. 그 틈에 적진을 돌파하고 민지를 다시 주워 항구를 벗어났다.
“방금 그거, 새로운 초능력이야?”
“방금 샀어.”
“안 돼. 포인트의 페널티가 심한 거 알고 있잖아. 마지막 회차에서 정산 후에 마이너스 포인트가 되어버
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몰라.”
“이 정도는 괜찮아.”
“칫. 괜찮기는. 걱정된단 말야.”
위기는 벗어났지만 경각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검왕이 정보를 흘린 걸까?”
“그랬다면 초능력자들이 왔겠지. 이건 칠대길드와 정부, 올드 원을 추종하던 부패세력의 수작이다.”
“어떻게 우릴 눈치 챘을까?”
“천시연의 예지일지도 모르지. 전력을 모으기 아슬아슬한 시간에 정보를 넘겨줬다면 납득 가는 상황이
야.”
“천시연 가주가 우릴 배신했다고? 애초에 그분은 십대세가의 가주잖아.”
천시연이 확실히 대단한 인물이기는 하지. 하지만 이 나라에는 그녀와 동급의 고수가 일곱 명은 더 있다.
“신진섭과 강반검을 제외한 나머지 십대세가 가주들이 천시연을 위협적이라고 판단하면 그녀가 궁지에
처하는 상황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어.”
“말도 안 돼. 그건 우리나라의 모든 거대세력이 적이 되었다는 거나 다름없잖아.”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민지 또한 사태의 심각성을 온전히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짙은 배신감 속에서 우리는 확신했다.
‘한국은 이제 적진.’
이 나라는 우리의 목숨을 노리는 적들로 가득찼음을. 데빌메이커의 아지트 중 몇 곳이 초토화된 광경을
먼발치에서 확인할 때마다 그런 확신은 더욱 커졌다.
며칠간의 도피생활 끝에 우리는 데빌메이커의 마지막 도피처 주변에 도착하였다.
“저 사람들… EIO의 수사관들이야.”
“틀렸군.”
데빌메이커도 모든 은신처를 잃었다. 한국에는 더 이상 조력자가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짙은 실망을 느끼
던 그때, 지나가던 택시가 멈춰서더니 조수석 창문을 열었다.
“하이. 찾는 사람이라도 있니?”
“한초린…!”
“냉큼 올라타렴.”
택시를 탄 우리는 십년지기라도 만난 것처럼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당신, 용케도 무사했군. 이게 다 무슨 난리지?”
“표씨세가 가주 표용연. 그녀가 십대세가의 총의를 모아 천시연을 감금하고 칠대기업과 힘을 합쳐 선수
를 쳤단다. 그 여자에게도 세뇌를 쓴 적이 있니?”
“어… 네. 십대세가의 돌발행동을 제어하기 위해서 표용연에게만 따로 세뇌를 걸었어요.”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지금의 위기는 모두 민지의 세뇌능력의 페널티다.
그녀의 세뇌가 풀리면서 자신이 세뇌에 당했다는 사실에 극렬한 반발감과 적의를 품은 이들이 모조리 힘
을 합친 형세. 사실상 올드 원 결사대의 재결성이나 다름없다.
“한초린. HBO물질의 추가생산라인이 필요해. 아무래도 검왕이 HBO물질을 이용해 우릴 암살하려는 것
같다.”
“저런. 영리한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욕심이 과했구나.”
“선이 닿는 제약회사는 없나? 송가제약이 막혔다면 다른 경쟁사, 정성그룹의 정성제약이나 매드사이언
티스트가 근무하던 헬라컴퍼니라도…”
한초린이 비뚜름하게 웃으며 답했다.
“올드 원의 허물을 걷어내기 위해 축출된 세력이 몇 있는데, 그중 하나가 내가 운영하던 헬라컴퍼니란
다.”
“최악이군.”
“그래도 생산라인을 제조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라면 알고 있는데, 구미가 당길지는 모르겠네.”
“그게 어디지?”
“탑의 안쪽. 아직 승탑이 끝나지 않은 새로운 탑에 진입하는 건 어떠니? 세월의 탑과 쌍을 이루는 탑이 남
아있을 텐데.”
희생의 탑.
그 이름부터 불길함이 가득 느껴지는 탑이다.
“아니. 그 탑은 오르지 않겠다.”
“달리 선택의 여유가 있니?”
“있다. 그러니 아직 최악의 길을 고를 때는 아니야.”
기술력으로는 어떤 인간조직에도 밀리지 않는 최고의 기술공들이 수도 없이 널린 종족.
“강동 에어리어로 향한다.”
스펙터들을 우군으로 삼는다.
缺失[7회차] 결실( )
缺失 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