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337
335 – [7회차] 마지막 선택( )
▷희생의 탑의 Stage1(1층~10층)이 쌍둥이 탑인 세월의 탑의 정복에 의해 자동으로 클리어됩니다.
▷희생의 탑 11층에 입장했습니다.
▷탑의 특수효과로 인해 층간이동 시 스테이지 보스의 전력이 점차 약화됩니다.
▷탑은 일정구간에 도달하기 전까지 도중에 탑 외부로 벗어나거나 저층으로 내려가실 수 없습니다.
세월의 탑이 각층에서 NPC를 모아 세력을 구축하고 수련을 이어나가며 전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공략
한다면, 희생의 탑은 보다 반인륜적이고 가혹한 선택을 요구했다.
막강한 스테이지 보스와 싸우기 위해 시간을 확보하는 대신, 제물이나 희생양을 확보하고 바쳐야 한다,
“지금껏 칠대기업이 아무리 많은 초능력자를 파견해도 클리어가 되지 않은 이유가 있었네요.”
“우리한텐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라서 다행이군.”
A급이니 S급이니 하는 초능력자들을 수백수천 단위로 밀어 넣어도 스테이지 보스를 잡는데 충분한 수의
제물이 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
칠대기업에 의해 희생의 탑과 세월의 탑에 반강제로 투입된 탑공략조가 단 한 명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음
을 감안한다면 누구도 스테이지 클리어를 해내지 못한 셈이다.
“여긴 수도원인가요?”
“지형이 너무 비좁군. 민지의 세뇌능력의 효과범위에는 들어가면서 우리는 민지를 포착하기 어려운 장소
다.”
“그럼 위로 올라가야겠네요.”
다른 초능력자들이라면 필사적으로 피해 다녀야 마땅할 스테이지 보스를 우리는 처음부터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뿔 달린 악마조각상이나 짓밟힌 천사의 형상, 깨진 창문을 다라 바닥을 비치는 부러진 십자가의 그림자
따위가 끊임없이 불길한 징조를 이어나갔다.
누군가에게는 공포의 상징일 그것들은 우리에게 편리한 안내도와 다름없었다.
“끼아아아아..”
“끄그그그그..”
수도원 깊은 곳에 자리한 작은 예배당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길을 앞두고 움직이는 조각상들이 나타났다.
“비인간형 몬스터네요.”
“조각상인가. 밑으로 내려갈수록 단단한 놈들이 나오겠군.”
괴기스러운 형체가 무색하게도 조각상들은 일격에 산산조각 났다. 갑작스러운 기습도, 집단으로 무리지
어 덮쳐도, 함정 방에서 천장이 내려와도 우리는 개의치 않았다.
무심히 휘두른 칼에 조각상은 레고블록보다 잘게 쪼개졌고, 천장은 무참히 파괴되어 흔적조차 남기지 않
고 사라졌다.
▷스테이지2의 보스 [타락한 아크비숍 오웬] 출현!
▷오웬에 대한 단서습득률이 10% 미만입니다. 약점과 초능력, 주의사항을 분석하지 못합니다.
▷초월적인 통찰력(101)이 약점과 특징을 분석합니다. 오웬의 약점은 [죄악의 폭로], 초능력은 [타락으
로의 권유], 주의사항은 [석화의 마안]입니다.
흰색 비단 위로 붉은 덮개를 씌운 사제복은 한때의 고급스러운 자태를 연상토록 했지만, 정작 사제복을
걸친 대주교의 검게 물든 피부와 붉은 눈동자는 미치광이에 가까웠다.
대주교와 정면으로 눈을 마주친 로리 헤더웨이가 잠시 움찔하더니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로리 헤더웨이가 Stage 2의 보스몬스터 [타락한 아크비숍 오웬]을 토벌했습니다. 희생의 탑의 스테이
지(11층)을 클리어 하였습니다.
▷당신의 파티는 제물의식이나 희생양 없이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였습니다. 특수보상을 선택해주십시
오.
로리 헤더웨이가 물었다.
“저만 보고 있는 거 아니죠?”
“그래. 내 눈에도 보인다.”
“둘 다 따로 고를 수 있는 걸까요?”
“그럴 수도 있지. 네가 골라라. 어차피 난 아무것도 안 했어.”
“그럼 이게 궁금하네요.”
▷로리 헤더웨이가 보상으로 [초능력 강화]를 선택했습니다.
▷남은 보상은 1개입니다.
파티 인원에 따라서 다섯 개의 보상을 선택하되, 한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건 1개뿐인 모양이다.
‘지금 내 수준에 도움이 될 만한 보상은 없겠군.’
▷보상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탑을 정복할 시 얻게될 소원권의 효력이 강화됩니다.
어쩌면 좀 더 일찍 탑에 들어오는 편이 성장에는 도움이 됐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잠시, 그만
큼 치러야 할 희생이 있음을 깨닫고 섣불리 탑을 공략하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다른 탑도 이렇게 쉬웠냐?”
“쉽긴 했는데 시간은 더 걸렸어요. 탑은 이미 멸망한 세계의 잔재를 기반으로 탑의 테마에 맞는 미션이 주
어지잖아요. 백광의 탑은 암흑천지로 변한 탑을 밝히는 미션이었거든요.”
“듣기만 하면 꽤 재밌을 것 같군.”
“희생의 탑도 직접 들어오지만 않았으면 재밌을 것 같네요.”
“아무리 그래도 여기는 무리지.”
하물며 민지와의 마지막을 장식할 장소라면 더욱 더.
▷스테이지 클리어에 의해 스테이지 이동을 개시합니다.
▷희생의 탑 21층에 입장했습니다.
▷스테이지 이동에 의해 희생되지 않은 NPC들이 존속상태로 필드를 넘어옵니다.
스테이지 3의 필드는 바로 직전, 11층의 마지막에 머무르던 예배당의 지하석실이었다.
“스테이지 필드가 연결되는군요.”
“좋지 않군. 이래서는 지하의 비좁은 통로가 이어질 거야.”
“밑으로 더 내려가면 넓은 장소가 나올까요?”
“그러기를 바라야지.”
우리는 탑의 더욱 깊은 곳을 향해 내려갔다.
거대한 지하광장에 도착했을 때, 그제야 우리는 멈추었다.
결전의 장소를 찾았다.
“이진태와 장규아가 온다고 했었지. 다음 합류장소라던 거점이 이 탑 내부인가?”
“맞아요. 희생의 탑 주변에는 이진태가 펼쳐둔 마법결계가 있으니 높은 확률로 다소의 시간은 벌 수 있을
거예요.”
“낮은 확률로는?”
그가 답했다.
“두 사람의 목을 양손에 들고 대마녀 이민지가 들어오겠죠.”
“엄청난 농담이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민지가 그런 농담의 대상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농담 아닌데요.”
“…….”
로리 헤더웨이의 막연한 불안과 공포가 담긴 목소리에 나 또한 이제는 현실을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지하광장 깊은 곳에서 괘종시계가 울리는 소리를 두 번 들었을 무렵, 우리는 공기의 무게가 달라졌음을
인지했다. 엄청난 살기를 지닌 누군가가 이 공간에 도착했다.
“이진태는 아니에요.”
“민지도 아닌 것 같은데.”
살기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곧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우리를 따라 도착한 사람은 강진혁
과 그를 따르는 저항군 최정예 초능력자들이었다.
“로리 헤더웨이. 당장 비켜.”
“그럴 수는 없어요. 한도령을 지키는 건 제 역할이에요.”
“옛 동료를 죽이고 싶지는 않다. 마지막으로 말하지. 당장 내 앞에서 물러나.”
로리 헤더웨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검을 뽑아들었다.
“죽여.”
“어느 쪽 말입니까?”
“양쪽 다.”
강진혁의 지시에 그의 부하 다섯이 초능력을 발현했다.
▷최상수의 초능력 발동
▷쾌유천의 초능력 발동
▷장요한의 초능력 발동
▷신세연의 초능력 발동
▷하정아의 초능력 발동
가면 아래에 숨겨진 생각지도 못한 면면들의 등장. 반가움을 느낄 수도 없을 위력적인 공세들이 단숨에
로리 헤더웨이와 내게 엄습해왔다.
조금이라도 로리 헤더웨이에게 가해지는 부담을 덜어주려고 힘을 쓰려던 내게 그가 소리쳤다.
-물러나세요! 한도령, 당신의 힘은 이민지를 상대할 때를 위해 아껴둬야만 해요.
-지금 저걸 막지 않으면 다음이고 뭐고 없어.
-혼자서도 충분해요.
▷로리 헤더에이의 초능력 발동
인상부터 변화한 그가 한층 더 낮게 가라앉은 기세를 발산하는 순간, 그가 누구의 혼을 불러들였는지 깨
달았다.
촤좌좌좌좍!!
거미줄처럼 뻗어나간 검기가 신세연과 하정아의 마법합격을 걷어내며 사지요혈을 노리는 최상수, 쾌유
천, 장요한의 삼연격을 검 한 자루로 모조리 맞받아쳤다.
“제법이야. 실로 오래간 만의 여흥이로구나.”
“이 검술… 검왕인가!?”
“좀 더 본녀를 기쁘게 해보거라!”
한 자루의 검에 천 번의 변화와 만 번의 갈라짐이 뒤따르니, 가히 천변만화라는 말에 손색이 없을 절세의
검계가 절대지경 급 고수 다섯을 상대로 역으로 압박을 가했다.
초기부터 경지에 접어든 검왕은 이 정도로까지 강해질 수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대단한 맹위였다.
‘민지는 이런 검왕을 상대로 하루를 버티고 자살시킨 건가.’
보다 못한 강진혁이 한손 거들려 하는 모습을 발견하자마자 나는 곧장 견제를 가했다.
“강진혁. 부친의 복수라도 할 셈인가?”
“부친의 복수를 끝마치는 것은 자식으로서의 당연한 의무다.”
“그게 잘못된 복수라 하더라도?”
강진혁의 입매가 비틀렸다.
“못 보던 사이에 꽤나 빌런 같은 화법을 구사하는군. 대마녀의 노리개이자 3년 전의 참상을 일으킨 대량
학살자다운 발언이야. 아주 역겹게 변했어.”
“네 부친은 죽는 그 순간까지 너를 걱정했다. 아버지와 자식을 모두 죽이고 싶지는 않아. 물러설 생각은
없는가?”
“오늘밤은 편히 잠들고 싶어서 말이지. 원수 한 명의 목이라도 베지 않거든 편히 잠들 수 없다고!!”
강진혁의 움직임을 기로 읽어냄과 동시에 즉발적으로 반격을 가했다.
▷강진혁의 초능력 발동!
▷초능력 발동
-얕은 수작을!!
▷강진혁의 고유특성 발동
▷강진혁과의 정면승부를 피하는 모든 시도가 무력화됩니다.
▷초능력의 발동이 취소되지 않습니다.
강반검을 상대할 때와 같은 특성이 나타났지만 결과는 이전과 전혀 달랐다.
-너라면 강반검의 뜻을 이어받았으리라 생각했지. 네가 생각대로의 사내라서 간파하기도 수월했다.
이번 초능력은 승부를 피하기 위한 발동이 아닌, 기습을 위해 초능력을 강진혁의 배후로 날리기 위한 발
동이었다.
▷부가스킬 발동
▷초능력 발동
6000톤의 거력이 정면을 향해 밀어닥치려다가 급히 방향을 틀며 후방에서 가해지는 혈겁을 막아야만 했
다.
공수양면에서 절대적인 강력함을 자랑하는 나와 달리, 강진혁은 호신강기 하나만 믿고 제 부친을 죽음으
로 몰아넣었던 혈겁을 버텨낼 정도의 방어력은 없었다.
‘끝났군.’
초월적인 통찰력은 이 한 번의 승부수에서 강진혁이 취한 수세로 승부가 기울었음을 간파했다.
나는 승리로 향하는 모든 전투의 내용을 머릿속으로 그려내었고, 그것을 끝까지 관철시킬 다양한 초능력
과 부가스킬, 전투감각을 보유하였다.
“모두 멈춰라. 공격을 거두지 않거든 강진혁을 죽이겠다.”
“강진혁이 졌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목에 칼이 겨눠진 강진혁을 바라보던 초능력자들이 마지못해 공세를 중단했다.
“본녀의 저력을 믿지 못하는 것이더냐?”
“당신 정도의 강자를 강림시킨 로리 헤더웨이가 반동으로 사망하는 게 신경 쓰일 뿐이다.”
“그런가. 죽은 자가 젊은이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도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겠군.”
검왕의 강림이 끝나자 로리 헤더웨이가 숨을 헐떡였다.
35초. 짧고도 긴 무호흡의 끝에 그가 막힌 숨을 되찾았다.
이는 강진혁의 목에 칼을 겨누기까지 걸린 시간이기도 했다.
“우릴 죽일 셈인가?”
“필요하다면.”
강진혁의 목을 찌르고 단숨에 나머지 다섯의 허를 찔러 혈겁난무를 펼치려던 그때, 생각지도 못한 방해가
들어왔다.
▷당신의 초능력이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너, 진심이냐? 언제는 날 타락시키지 못해 안달이었으면서 이 중요한 국면에서 자비를 베풀길 바란다
고?’
▷당신의 초능력이 이민지의 뜻에 휘둘려 살겁을 벌인 건 지금까지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마지막 회차를
더 이상 망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고 애원합니다.
‘이미 늦었어… 지금 죽이지 않으면 더욱 곤란한 상황이 이어질 뿐이야.’
▷당신의 초능력이 지금껏 강해진 이유는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었냐고, 끝없는 복수 끝에 세계와
함께 파멸하기 위함이었냐고 묻습니다.
‘…….’
선택능력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만을 내게 강요했다.
이번 선택은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스르르르릉
찰칵.
나는 후회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속 한편으로 누군가가 나를 말려주어서 다행이라고 안도했
다.
지난 회차들에서 데빌메이커의 안배를 따라 극마지체의 선을 넘기 직전의 그런 아슬아슬한 경계를 간발
의 차이로 피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러나라. 그리고 잠자코 지켜봐라. 나는 민지와 결착을 낼 거다. 너희는 그 모습을 지켜볼 의무가 있
다.”
“이대로 잠자코 물러날 것 같나?”
“패자는 말이 없는 법. 지금 당장 목이 떨어지고 싶지 않거든 내 자비를 두 번이나 바라지는 마라.”
강진혁과 다섯 부하들은 말없이 지하광장 안쪽으로 물러났다.
이진태와 장규아와의 조우를 기다리기를 얼마간.
다시 한 번 대기의 기세가 가라앉았다.
“늦었군. 강진혁 일행보다도 뒤처지다니, 솜씨가 많이 물러지지 않았나?”
“풋. 도령, 지금 내 걱정을 해준 거야?”
“!!”
해맑은 웃음소리에 나와 로리 헤더웨이의 표정이 동시에 딱딱하게 굳었다.
▷경고! 경고! 경고!
▷EX급 세뇌계열 초능력자 [이민지]가 등장했습니다!
두 번째로 탑에 진입하여 Stage3에 도달한 사람은 이진태와 장규아가 아닌 이민지였다.
[7회차] 마지막 선택
下